스퀘어에닉스가 코에이 테크모의 팀 닌자와 공동으로 개발 중인 '스트레인저 오브 파라다이스 파이널 판타지 오리진'은 본편과는 사뭇 다른 외전이다. 본편도 턴제 RPG가 근본이었던 시리즈에서 시대가 갈수록 MMORPG, 액션을 가미한 SRPG 등 여러 시도를 해오긴 했지만, 캐릭터를 육성하고 장비를 맞춰서 적의 상성과 패턴을 공략하는 JRPG의 근본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그러나 파이널판타지 오리진은 이와 달리 액션 게임처럼 플레이어의 컨트롤 의존도가 굉장히 높아졌다.

잡몹한테 몇 대 맞고 죽는 것은 지난 시리즈에선 쉽게 상상하기 어렵지만, 파이널 판타지 오리진은 그런 일이 예사로 일어난다. 그래서 부지런히 회피하고 가드하고 반격하기 바쁘다. 흡사 다크소울, 혹은 팀 닌자의 전작 인왕 시리즈를 연상케 하는 파이널 판타지 오리진. 그간 시리즈의 흐름과 다소 다른 이 작품에서 개발진은 어떤 요소를 통해 파이널 판타지 시리즈의 궤를 이어가면서도, 새로운 시도를 통해 어떤 것을 증명하려고 했을까? 출시를 앞두고 스퀘어에닉스의 후지와라 진 PD, 이노우에 다이스케 디렉터, 코에이테크모 팀 닌자의 쿠마베 노부미치 디렉터에게서 들어볼 수 있었다.

▲ 스퀘어에닉스 후지와라 진 PD(좌), 이노우에 다이스케 디렉터(중), 팀 닌자 쿠마베 노부미치 디렉터(우)


Q. 저번 체험판에서는 동료의 역할이 별로 없다는 피드백이 있었는데, 이번 체험판에서는 잡몹 같은 경우는 플레이어가 피하기만 해도 동료들이 알아서 처리해주는 느낌이었다. 이는 개발진이 의도한 것인가? 또 정식 출시 때는 동료들의 보조를 어느 정도로 조율할지 궁금하다.

이노우에 디렉터: 동료의 AI는 플레이 난이도에 따라 다르게 설정되어있다. 저번 체험판에서 유저들이 동료들이 활약을 못 한다, 같이 싸우는 것 같은 느낌이 없다는 불만이 많았다. 그래서 제품판도 포함해서 이번에 좀 개선을 했다.

스토리 모드는 동료들만으로도 어지간하면 다 처리가 가능하겠지만, 액션이나 하드 모드 기준으로는 동료들에게만 맡겨서는 클리어하기 어렵게 난이도를 설정했다. 동료들의 비중이 너무 높아서 자신이 난관을 극복하는 만족감을 느끼지 못한다면, 동료들을 데려가지 않는다는 선택지도 있지 않나. 그런 플레이도 가능하기 때문에 일단은 동료들이 좀 더 활약할 수 있도록 AI를 강화했다.

▲ 동료들의 역할이 부족하다는 지난 체험판의 피드백을 반영, AI를 한층 더 강화했다


Q. 처음에 난이도가 세 개가 지원되는데, 각각의 격차가 좀 크다고 느껴졌다. 클리어한 이후에 추가로 난이도가 해금되나? 또 팀 닌자의 전작 인왕 시리즈에서는 최종 난이도 클리어가 트로피 및 업적에 있었는데, 이번에도 그런 기조가 이어지는지 아니면 스토리 모드만으로도 트로피 수집이 가능한가?

이노우에 디렉터: 스토리 모드는 아무래도 액션 게임이 서툰 유저를 위한 것이다 보니 좀 쉬울 것이다. 액션 게임을 잘하고 소울류를 좋아한다, 자신 있다고 하면 하드 모드나 액션 모드를 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물론 이번에도 클리어를 하면 추가 난이도가 해금되니, 파고들기를 좋아하는 유저들이라면 도전해도 좋지 않을까 싶다.

쿠마베 디렉터: 최종 난이도를 클리어해야만 얻을 수 있는 트로피가 있냐는 질문인 것 같다. 최종 난이도로 플레이를 시작해야 획득 가능한 트로피는 있지만, 최종 난이도 클리어 관련 트로피는 없다.


Q. 소울 실드로 적 공격을 받아내는 건 재미있었는데, 다수의 잡몹과 난타전에서 바로 록온을 잡기가 어렵더라. 멀티플레이에서는 각자 적을 담당하면 되니 편하긴 한데, 싱글에서는 타겟팅이 좀 귀찮아지는데 이를 잘하기 위한 팁을 공유한다면?

쿠마베 디렉터: 록온을 할 때 아래 화살표를 누르면 가장 가까운 적을 타겟팅한다. 이를 활용하면 좀 더 쉽게 플레이할 수 있지 않을까.


Q. 메뉴에서 즉시 난이도를 바꾸면서 보상도 확인할 수 있는데, 난이도에 맞게 보상이 설정되어있나 사람들이 의문을 가질 수 있을 것 같다. 난이도와 보상 효율의 밸런스는 어떻게 잡았나? 개발 과정에서 난이도와 보상 설정 공식을 어떻게 잡았나 좀 더 이야기한다면?

이노우에 디렉터: 난도가 높을수록 여러 보상을 얻기 쉽다는 건 당연하다. 파이널판타지 오리진에서는 이를 확률로 반영했다. 높은 난도일수록 더 좋은 아이템이 나올 확률이 높지만, 고급 아이템을 높은 난도에서만 얻을 수 있는 건 아니다.

개발 과정에서 난이도 책정 기준을 다시 말씀드리자면, 스토리 모드는 액션 게임을 안 해본 사람도 플레이할 수 있도록 했다. 그것도 어렵다고 하면 세이프티 모드까지 켜서 무리 없이 진행할 수 있게끔 했다. 액션은 파이널판타지의 하드 모드를 한 사람이나, 인왕 등 액션 게임을 즐긴 사람을 기준으로 했다. 하드 모드는 더 나아가서 높은 난도의 게임을 반복하면서 패턴을 학습하고 자신만의 공략을 만들 수 있는 코어 유저가 대상이다.

▲ 스토리를 진행하면서 난이도는 언제든 변경할 수 있고, 스토리 모드에서도 좋은 아이템이 나올 수도 있다


Q. 쭉 플레이하면서 하드 모드가 대미지를 제외하면 패턴이 크게 바뀌거나 하지 않아 하드 모드만의 요소가 크게 체감되지 않았다. 액션 모드와 하드 모드의 차이를 좀 더 자세히 설명한다면? 또 유저들이 하드 모드를 플레이하게 할 동기 부여 요소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쿠마베 디렉터: 액션 모드와 하드 모드의 차이라고 하면 대미지 외에도 잡몹과 싸울 때 잡몹들이 동시에 공격하는 횟수가 늘어나는 것 등이 있다. 그래서 라이트브링어를 잘 써서 타파하지 않으면 바로 죽을 수도 있다. 보스는 대미지 등 파라미터 외에 AI 패턴에서 조정이 되어있다. 육안으로 단순 비교하기는 어렵지만, 플레이를 계속하다 보면 체감되지 않을까 싶다.


Q. 디지털 미니 사운드 트랙도 포함이 되어있으니 음악 관련해서 질문하겠다. 이전 작의 음악을 많이 참고했나, 아니면 파이널판타지 오리진만의 오리지널리티를 주고자 했나?

이노우에 디렉터: 일부 곡은 파이널판타지 시리즈의 음악들을 모티브로 했다. 나머지 곡들은 오리지널 곡이다. 파이널판타지의 세계관이 판타지의 이미지이지 않나, 여기에 현대나 SF 등 이질적인 것을 섞어가는 것을 컨셉으로 했다. 이는 BGM뿐만 아니라 디자인도 통용되는 이야기다.

BGM을 담당한 작곡가가 세 명인데, 그분들에게 일부 파이널판타지에서 모티브를 얻은 곡도 오리진에서는 좀 더 이질적으로 느껴지게끔 해석해달라고 주문하긴 했다. 그 모티브를 그대로 쓸지, 아니면 어레인지를 할지, 한 파트만 사용할지 등등 작곡가들이 여러 가지로 해석했고 그 결과물을 곳곳에 사용했다.


Q. 저번 체험판뿐만 아니라 출시 전 체험판에서도 동료들을 다르게 편성해도, 소울을 한참 모아서 레조넌스를 적극 활용하지 않는 한 각 캐릭터별 개성이 크게 안 드러나는 느낌이다. 동료들이 다 처리하는 현상을 줄이기 위해서인지, 아니면 후반에 가서야 그 개성이 개화하게끔 설계한 것인지 궁금하다.

이노우에 디렉터: 동료의 개성 또한 잡 시스템과 연관이 되어있는데, 초반에는 주로 공격적인 잡 위주의 동료들이 편성되어있다 보니 비슷비슷하게 느껴질지 모르겠다. 스토리가 풀리면서 새로운 잡이 해금되고, 또 새로운 동료를 영입하다 보면 다른 특색이 보이게 될 것이다. 예를 들어 백마도사 같은 치유 계열 같은 경우는 아무래도 현재의 공격적인 동료보다는, 치료하고 그런 쪽이 주가 되니 플레이 양상이 바뀌게 된다. 점차 플레이하면서 동료 간 특색이 보이리라 생각한다.


▲ 초반에는 공격적인 잡 위주의 동료들이 합류하지만, 후반으로 갈수록 다양해진다


Q. 파이널판타지 시리즈는 아무래도 그래픽 부문에서 많은 기대를 받는 작품 아닌가. 이번 작품은 시각적으로 주목해줬으면 하는 포인트가 무엇인가? 또 최근 그래픽 기술이 전반적으로 정체된 상황인데, 비주얼과 그래픽으로 인기 있는 시리즈다 보니 압박감을 받고 있지 않나 싶다. 이에 관해 개발진의 생각을 듣고 싶다.

이노우에 디렉터: 개발 과정에서 압박감이라면 항상 느껴온 것이긴 하다. 아무래도 파이널판타지 오리진이 그간의 파이널판타지 시리즈의 모티브를 담은 것이니 그런 쪽을 주목해주셨으면 한다. 도트로 찍어서 개발하던 시절에 출시된 1부터 6에서 나왔던 던전도 있고, 8,9를 모티브로 한 던전도 있고 최근 리메이크되어 나온 7의 던전도 있으니, 이런 걸 보는 재미도 있을 것이다. 물론 파이널판타지 오리진만의 오리지널 던전도 있다. 이를 보면서 파이널판타지 시리즈에 이런 세계관이 있었구나, 느껴주셨으면 하는 바람이다.

쿠마베 디렉터: 파이널 판타지 시리즈가 아름다운 이펙트, 연출로 유명한데 이를 살리면서도 액션이라는 장르에 맞춰 조율하는 게 어려웠다. 왜냐면 화려한 연출과 이펙트는 종종 적의 움직임을 파악할 때 방해가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디까지 조절해야 할지, 어떤 부분은 빼고 어느 부분을 살려야 할지 여러모로 고민했다. 우선은 적의 움직임이 안 보일 정도로 과도한 특수 효과나 그런 것은 지양하고 있다. 코에이 테크모와 스퀘어에닉스 양사의 모델링 기준이 다른데, 이를 조율하는 것도 좀 어려웠다. 그래도 좋은 게임을 만들고자 협력해서 이렇게까지 오게 됐고, 유저들에게 좋은 게임을 선보일 수 있게 되지 않았나 싶다.


Q. 게임을 하면서 사보텐더를 만날 수 있었는데, 이런 요소도 파판 오리진을 즐기면서 파판, 이란 걸 느낄 수 있는 팬 서비스 아닌가 싶다. 이외에도 기획 단계에서 넣고 싶었다가 여러 이유로 못한 것들도 있다면 사례를 들어보고 싶다.

이노우에 디렉터: 기획 단계에서 코넬리아 평원을 맵으로 구현하고 싶었다. 그렇게 해서 코넬리아 시내에서 던전으로 가는 길을 따로 하나의 맵으로 구현하고자 했는데, 레벨 디자인상 밸런스를 맞추기도 어렵고 맵도 넓어지고 해서 결국 못 넣었다.

쿠마베 디렉터: 청마도사를 넣고 싶었는데 게임 내 인스턴트 어빌리티가 청마도사의 능력과 너무 비슷해져서 빠질 수밖에 없었다. 그게 아쉬웠다.

▲ 어빌리티 및 잡 기획 중에 인스턴트 어빌리티가 청마도사와 겹쳐서 청마도사는 빠질 수밖에 없었다고


Q. 인왕 시리즈는 던전 클리어하는데 꽤 오랜 시간이 걸리고 세이브 포인트 간 간격이 넓지 않았나. 그런데 이번에는 좀 더 촘촘해지고 클리어 시간도 짧아진 느낌이다. 초보를 배려하는 차원에서 그렇게 디자인한 것인가? 혹은 후반부에 가면 클리어할 때 2~3시간 걸리는 던전도 나오나 궁금하다.

이노우에 디렉터: 이번 컨셉 자체가 난이도가 높은 액션 게임이다. 소울라이크 정도까지는 아니더라도, 어쨌든 기존 파이널판타지 유저에게 만일 이런 고난도 게임을 하라고 하면, 어렵다고 생각하거나 심지어 포기할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기존 유저층을 배려하는 차원에서 언제든 재도전하기 쉽게 세이브 포인트를 촘촘히 배치한 것이다.

후반으로 갈수록 물론 더 넓은 던전이 나오긴 하는데, 기본적으로는 재도전을 하게 될 법한 구간에는 세이브 포인트가 꼭 있다고 보면 되겠다.

▲ 중간중간 세이브 포인트도 촘촘히 배치, 쉽게 재도전할 수 있도록 했다


Q. 클리어 후 세이브 없이 쭉 클리어하는 고난도 모드나, 혹은 특별 스페셜 던전이 열린다거나 하는 요소도 있나? 또 세이브 포인트에서 저장하면 껐다가 다시 할 때 그 지점에서 바로 시작할 수 있게끔 했는데, 이런 것도 난이도 밸런스를 고려해서 넣은 기능인가?

이노우에 디렉터: 일단 말씀하신 것 같은 스페셜 던전이나 고난도 던전이 게임 클리어 후에 나오거나 하진 않는다. 본편에는 없다. 세이브 포인트 관련 사항은 스퀘어에닉스 쪽에서 직접 오더한 적은 없고, 코에이테크모에서 그 기능을 넣어준 것이다.


Q. 파이널판타지 1이 배경이라는 것이 이미 잘 알려져 있긴 해도, 가랜드나 잭에 대한 이야기가 출시 전부터 자주 언급이 되어버리지 않았나. 스토리의 중요한 파트를 이렇게 빨리 공개해버린 이유가 있나? 혹은 파이널판타지 1에 대해, 유저들이 생각지 못할 어떤 반전과 재해석을 보여줄 것이라는 자신감의 표현인지 궁금하다.

후지와라 PD: 이번 작품은 파이널판타지에서 그간 드물었던 액션 중심의 작품이다. 물론 액션뿐만 아니라 스토리도 새로운 작품인데, 그러다 보니 유저들이 어느 쪽에 중심을 둬야 할지 모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스토리 쪽은 미리 한 번 확실히 짚고 넘어가는 게 좋다고 생각했다.

잭이 가랜드가 된다는 부분은 스포일러처럼 생각할지 모르겠는데, 그 파트를 알고 나면 스토리에 더 집중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그래서 이런 내용이 스포일러가 된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유저들이 스토리에서 미리 집중해야 할 부분을 미리 말씀드린 셈이다. 그보다는 액션이 더 중심이 되는 작품인 만큼, 어디까지나 '액션'을 더 중요하게 봐주셨으면 하는 바람이다.

▲ 스토리의 주요 포인트를 미리 짚어주면서

▲ 유저들이 액션에 더 집중하게끔 유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