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튼 혼돈에게 화가 많이난 전사들의 사망기(부활함)


벌써 35년이란 세월이 흘렀다. 그만큼 '파이널판타지'는 전 세계 게이머들이라면 모르는 사람이 드물 정도로 거대한 프랜차이즈이자 JRPG의 대표작으로, RPG의 대표 작품으로 자리 잡았다. 수많은 장르에서 파생되었고 외전을 포함해 수많은 작품들이 나오기도 했다.

그런 파이널판타지가 35주년을 맞이해 '고난도 액션'에 도전한다. 인왕 시리즈로 고난도 액션 제작에 일가견이 있는 '팀 닌자'와의 협업은 발표 당시 많은 이들에게 관심을 받기에 충분했다. 그렇게, '스트레인저 오브 파라다이스 파이널판타지 오리진'은 파이널 판타지 역사상 가장 잔혹하고 호쾌한 액션을 표방하는 3인칭 액션 RPG로 태어났다.

게임명 : 스트레인저 오브 파라다이스 파이널판타지 오리진
(STRANGER OF PARADISE FINAL FANTASY ORIGIN)
장르명 : 액션 RPG
출시일 : 2022.3.18.
개발사 : 스퀘어에닉스, 팀 닌자
서비스 : 스퀘어에닉스
플랫폼 : PS, XBOX, PC(에픽게임즈)

관련 링크: '스트레인저 오브 파라다이스 파이널판타지 오리진' 오픈크리틱 페이지

※ 본 리뷰는 PS5 플레이 경험을 기준으로 작성되었습니다.


스퀘어에닉스-팀 닌자가 빚어낸 눈부신 빛의 전사의 이야기


일단 이름부터 정말 길고 긴, '스트레인저 오브 파라다이스 파이널판타지 오리진(STRANGER OF PARADISE FINAL FANTASY ORIGIN)'은 스퀘어에닉스와 코에이 테크모의 '팀 닌자'가 공동으로 개발하는 신규 파이널판타지 시리즈다. 턴제 혹은 ATB로 대표되는 파판 시리즈들의 전통과는 다르게 '액션' 게임인 점이 가장 큰 특징. 그동안 파이널판타지 시리즈는 액션으로 변화를 갈구하고자 하는 모습이 있었으므로 어느 정도 '시범적'이라고도 할 수 있는 게임이라고 할 수 있겠다.

본작에서는 파이널판타지의 가장 오래된 소재이자 중심이라고 할 수 있는 '빛의 전사'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다. 그것도 초대 빛의 전사인 파이널판타지1의 세상을 주요 모티브로 삼고 있는 게임. 그래서 그만큼이나 '올드팬'들에게는 의미가 깊다. '가랜드'가 악에 물들게 된 이유, 그리고 알려지지 않은 뒷이야기를 그리는 느낌으로 '외전'에 가까운 형태를 띠지만, 자신만의 독자적인 이야기를 마련했다.

이렇게만 보면 참, 올드팬들의 감성을 자극하는 좋은 컨셉이라고 할 수 있다. 거기에 액션 RPG라는 기존과는 다른 행보가 확실한 차별점으로도 있으니까 딱 좋지 아니한가? 그래서 사실 스토리에 필자도 많은 기대를 쏟고 있었다. 체험판에서 '카오스' 타령만 하는 한심한 전개는 없기를 기대했다.

▲ 이 마음은 '갈증'과 같다고 한다.

그러나 걱정이 현실로 되고 말았다. 스토리의 소재와 흐름 자체는 분명 흥미진진한 부분이다. 거대한 설정과 서막이 오르고 본격적인 모험이 시작되는 시점부터 "대체...?"라는 당황스러운 상황이 이어진다. 왜 모였는지도 모르는 세 명의 남자들.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갑자기 검은 크리스탈을 꺼내더니 '카오스'를 죽여야 한단다. "왜"라는 질문은 "그런 마음이 있으니까"로 해결된다.

이후 전개는 더욱 스피디하다. 동료의 합류 과정과 모험의 목적, 그리고 새로운 지형이나 목표물 등은 매우 간결하고 다소 이해하기 어려운 대사 몇 마디면 모든 상황이 종료된다. 심심하다던 해적은 몇 번 치고받더니 다크 엘프를 찾아가라고 하고, 다크 엘프를 만나니 든든한 조언을 해주고 의심조차 하지 않는다. 모든 과정이 물 흐르듯 진행되는데, '몰입감'이라고는 전혀 느낄 수 없는 안타까운 텔링 구조가 나타난다.

최소한의 설명이 있고 당위성을 설명해야 할 부분이 급전개로 진행되며, 캐릭터들의 모션 또한 영 '이건 아니올시다'라고 고개를 절레절레 젓게 된다. 그나마 이야기의 소재 자체가 흥미롭기에 조금은 참고 넘어가자는 느낌이지만, 오히려 구시대적인 컷 스토리텔링 방식이 더 낫다고 생각할 정도로 기본적인 내러티브는 미흡해서 실망이 컸다. 그나마 중후반부터는 약간이나마 이야기에서 흐름을 잡아갈 실마리들이 제공되지만, 빛의 전사들이 겪는 파티의 여정의 초중반부는 생략이 너무 빠른 날림 전개라는 비판을 피할 순 없을 듯하다.

▲ 대충 동료로 합격이다라는 뜻

개인적으로 팀 닌자가 개발을 맡으면서 가장 궁금했던 부분은 바로 '그래픽'이었다. 인왕과 다른 게임들에서 보여준 그래픽 자체는 나쁜 수준은 아니었고, 이를 통해 다시 구현해낸 파이널판타지 세계는 어떨지 기대가 되는 부분이기도 했으니까.

그래서 본 편의 그래픽을 요약하자면, 정말 눈부시다고 표현할 수 있을 것 같다. 앞뒤 부연 설명 없이, 부가 설명도 필요 없다. 그저 눈부시다. 체험판에서도 지적된 부분이고 본 편에서는 수정을 한다고 했지만 눈부시다. 라이팅과 반사 및 조명 등에 대한 전체적인 조절이 '쨍'하다고 흔히 표현하는 밝기를 넘어선다.

수차례 옵션 조절을 해보면서 그래픽을 조정해 보려고 했지만, HDR을 적용해도 이 무시무시하게 빛나는 광원을 좀처럼 잡아낼 수 없었다. 그렇다고 밝기를 크게 내리면, 조금만 어두운 곳에 가도 사물을 구분할 수 없을 정도로 그래픽에 대한 옵션 조정이 매우 힘들었다. 인왕에서는 어둑어둑하고 쨍 해도 그렇게 눈부신 느낌은 적었는데, 본 작은 조금 더 과하다고 할까?

▲ 전체적인 광원은 눈부신데, 전투 이펙트는 또 이상하게 균형이 맞는다.

그래픽 자체의 품질이나 형태는 '나쁘다'라고 하긴 애매한 적당한 그래픽이라고 볼 수 있겠지만, 지나칠 정도로 눈부신 광원 효과와 반사 효과 등은 반드시 조절이 필요해 보인다. 사실상 '팀 닌자'가 만든 파이널판타지의 개성보다 눈부시다는 감성이 더 앞설 정도고 흐릿한 블러 효과와 여러 가지 효과들이 오히려 '시야'를 가린다.

이러한 시야의 문제는 향후 전투와 진행에서도 걸림돌로 작용했다. 맵마다 밝기가 달라서 편안하게 플레이할 수 있는 지역도 있긴 하지만, 상대적으로 맵 구성이 친절한 편은 아니고 전투 공간도 다소 좁은 데다가 카메라 워크도 세심하지 못하다는 점이 치명적이다. 어둑어둑한 곳에서 전투를 하고 나면 마치 심연 속에서 가끔씩만 전원이 들어오는 미러볼 불빛에 의지해 한바탕 춤사위를 춘 것 같다. 어쩌면 광과민성을 주의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어질어질해진 머리를 잡고 길을 떠나니 내가 이미 왔던 길인 경우도 적지 않았다. 미니맵 시스템이 없기에 다시 한 탄하며 돌아가야 한다. 어둑어둑한 분위기를 추구한 점은 이해하지만, 최소한 사물의 구분이 갈 정도의 옵션 정도는 적당히 있는 게 좋지 않았을까? 이를 어떻게든 해결해 보겠다고 밝기를 올리는 순간 태양권을 맞는 기분이 들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이러한 현란한 빛의 파티 속에서도 맵 전체의 조형은 상당히 아름답고 세심하게 되어 있으며, 과거 시리즈 팬들이 기억하는 전경들이 새로이 해석된 부분을 볼 때에는 추억이 살아나서 잠시나마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는 점이다. 구현은 잘 되어있지만, 보여주는 방식이 친절하지 못한 느낌이 든다고 할까? 사실 PS5라는, 차세대 그래픽에 어울리는 멋진 그래픽이라고 하기에는 부족함이 있다.

▲ 나쁜 그래픽은 절대 아닌데...그런데 뭔가 좀...아쉽다...?



꽤 치밀한 고난도 액션의 공식과 감각

기본적으로 '스트레인저 오브 파라다이스 파이널판타지 오리진'은 고난도 전투를 추구하는 액션의 문법을 가지고 있다. 기본 공격과 어빌리티(마법과 기술)를 이용하여 대미지를 주고, 가드와 패링 개념인 '소울 실드'를 활용해 적의 공격을 막고 이득을 보는 식으로 전투가 이어진다.

대항하는 적에 따라서 약간의 피해를 감수하고 큰 공격을 하더라도 문제는 없다. 다만 가드와 소울 실드, 그리고 피격 당할 경우에는 플레이어의 '가드 게이지'가 떨어진다. 이 가드 게이지가 피격 등에 의하여 모두 소진되면서 피해를 받을 경우, 플레이어가 몬스터처럼 일시적인 그로기에 빠진다. 그래서 이 가드 게이지를 관리하는 일이 매우 중요하다.

몬스터는 일반 공격과 속성 공격, 그리고 가드 불능의 공격으로 플레이어를 괴롭혀온다. 간혹 돌진성 기술이나 연타성 기술을 상대할 경우 '소울 실드'를 이용하면 잠시 경직시킬 수 있어 약간의 틈이 생기기도 한다. 물론 어떤 기술이 소울 실드가 가능한지는 직접 맞아보고 해봐야 알 수 있다. 특수한 투사체를 소울 실드로 막아내면 탄 수가 있는 인스턴스 어빌리티로 되돌려 주기가 가능하기도 하며, 최대 마나가 증가해 더 많은 어빌리티를 사용할 수 있다.

▲ 범위는 안전지대 찾아서 피하고, 속성 공격은 쳐내고.

대신 여기서 '가드 불능'의 공격은 기본적으로 이름처럼 막을 수 없으며 소울 실드도 통하지 않는다. 이 경우는 오로지 회피로 벗어나야 하는데, 회피-구르기에는 무적이 없기 때문에 확실한 방향으로 회피를 해야 하는 고난도 조작이 요구된다. 보스나 중간 보스급 몬스터뿐 아니라 일반 몬스터의 대미지도 잠깐만 정신을 놓아도 사망에 이를 정도로 강력하므로 큰 긴장감이 맴돈다.

물론 플레이어가 공격을 잘 성공시키거나, 적의 약점을 잘 공략하면 나름대로 '리턴'이 주어진다. 특히나 브레이크 속성이 높은 공격이나 약점 속성 공격으로 적의 가드 게이지를 다 깎으면 적이 큰 그로기 상황이 되며, 이때 '소울 버스트'를 이용해 일격에 마무리가 된다. 이 전투 쾌감 자체가 매우 좋은 편이고 감각 자체는 확실히 훌륭하다. '인왕'에서 보여준 전투 감각을 '파이널판타지'에 적절히 섞었다고 소개하면 이해가 쉽게 될 것 같다. 이 전투에는 적절한 진동이 가미되어, 확실히 싸우는 동안에는 전투에 집중하게 되는 매력이 있다.

물론 소울 실드 없이 회피와 가드만으로도 전투를 풀어나갈 순 있지만, 그만큼 힘든 상황을 각오해야 한다. 속성 공격의 경우 대미지를 완벽히 막을 수 없으며, 지속적으로 가드를 할 경우 가드 게이지를 넘는 대미지가 들어와 그로기에 빠지면 바로 위기에 봉착한다. 이러한 위기는 보스전 기준으로 매우 자주 찾아오기에, 상황에 맞춰 적절하게 소울 실드로 공격을 받아내는 과감한 선택이 필요하다.

문제는 소울 실드의 발동이나 판정이 썩 좋은 편은 아니라는 점. 게다가 가드 게이지를 소모하기 때문에 소울 실드의 실패는 뼈아픈 실책이 되어 사망의 원인이 된다. 사망과 가드 크러시가 날 경우 더 힘든 점은 그동안 쌓아왔던 MP 게이지의 상한선이 깎인다. 게임 자체가 근본적으로 MP 사용량이 매우 많은 편인데, 수급이 그렇게 특정 클래스가 아니고서는 썩 원활하지 않은 편이기에 고민이 있다. 결국 잘 피하고, 잘 막고, 잘 패링하고, 욕심내지 않는 '고난도 전투'의 근본적 공식은 잘 정립되어 있는 편이며, 감각도 나쁘지 않아서 전투 시스템 자체에는 좋은 점수를 줄 수 있을 법하다. 엔딩을 보고 난 이후 오픈되는 상위 난이도는 정말 악랄할 정도로 플레이어를 몰아넣는 짜릿함도 갖췄다.

물론 단점으로 볼만한 부분도 있다. 이러한 단점 중에서 직접적으로 애매한 부분은 어빌리티의 사용과 마법 계열의 어빌리티가 다소 사용감이 나쁘다는 점 정도. 실질적으로 어빌리티는 근접 공격에 이어서 콤보로 사용하고, 바로 직업 전환을 하여 딜레이를 캔슬하고 공격이나 회피를 이어나가는 꽤 빠른 템포가 주를 이룬다.

그러나 마법은 지역을 지정하고 게이지를 모은 수치에 따라서 사용하는 마나와 마법의 위력이 달라지는 형식이라, 패드 기준으로는 상당히 민첩한 대응이 힘들다. 물론 적절한 약점 속성의 마법을 적중시키면 크게 HP를 줄일 수 있고 적의 가드 게이지도 크게 떨어지므로 나름대로 일장일단이 있는 '개성'으로 이해할 수 있는 범주다.

몬스터나 보스마다 유효한 공격과 약점이 다르기에 이에 따라 공략해야 하고, 엇박자와 정박자가 섞이고 가드 불가 및 소울 실드로 받아내야 할 공격까지 섞인 몬스터의 패턴들은 일단 플레이어를 죽이려는 악의가 다분히 느껴진다. 이를 불합리함으로 받아들일지, 즐거운 쾌감으로 받아들일지는 개인의 차이가 있다고 본다. 개인적으로는 '전투의 만족감'이 떨어져서 불합리함으로 더 크게 와닿은 것 같다. 힘들게 걸어서 도착하고 싸워서 이겼는데 뭔가 찝찝한 느낌이랄까...?

▲ 도끼를 쓰는 해방자는 결국 '어빌리티 능력'에서 이 세 개만 추가 효과를 보는 셈.

개성 있고 공식이 잘 잡힌 전투를 보조해야 할 성장은, 생각보다는 '좋은 느낌'이라고 보긴 힘들 것 같다. 기본적으로 플레이어의 '레벨'의 성장은 오로지 '잡'을 획득하는 것에 그친다. 기본 전직과 상위 잡, 그리고 최상위 잡을 얻는 과정에서 어빌리티와 패시브를 얻는 용도로만 사용된다. 문제는 기본잡-상위잡-최상위 잡 간에 시너지는 겨우 '스킬 사용' 정도에만 있다는 점. 아무리 잘 성장한 전사 잡을 갖추고 있더라도, 그 유용한 고유 어빌리티 '워크라이'는 전사에서만 사용할 수 있다. 패시브도 전사의 스킬 트리에서만 적용된다.

그런데 이 '잡'들이 사용하는 무기가 하나로 통일된 직군이 매우 드물다. 암흑기사는 '대검'이 상징적이지만 도끼나 도, 그리고 대검과 창을 사용하는 어빌리티와 패시브가 난잡하게 얽혀있다. 용기사나 전사는 창과 도끼만 드는 것이 아니라 다른 무기도 들 수 있고, 나이트가 대검을 들고 기술을 사용하기도 한다.

이는 '근본'이라고 할 수 있는 초기의 파이널판타지 컨셉이기도 한데, 나름 장단점이 있는 부분이다. 하나의 직업도 여러 가지 무기를 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생기나 결국 사용할 수 있는 기술은 한정된다. 성장 자체가 직관성이 떨어진다고 해야 할까? 최상위 잡에 이르러도 결국 본인이 쓰는 무기에 대응되는 효과만 쓸 수 있기에 성장에 대한 의구심을 갖게 되는 게 자명. 새로 액션 어빌리티를 배워도 종속되는 무기만 쓸 수 있기다. 사실상 플레이어의 레벨링은 액션 어빌리티를 사용하는 '무기 자격증'을 따는 느낌에 가깝다. 어빌리티 강화 패시브 역시 대응하는 무기만 강화시킨다는 점은 큰 아쉬움이다. 이 때문에 차라리 단일 무기 어빌리티가 모여있는 잡이 더 효율이 좋다고 느낀 경우도 많았다.

▲ 미션의 난이도는 잡레벨이 아닌 '아이템 레벨'에 맞춰져 있다.

미션의 난이도를 맞추기 위한 성장의 핵심은 '장비'에 맞춰져있다. 미션의 난이도 자체가 착용한 장비와 비교하는 형태이며, 이러한 장비는 해당 지역에 설정된 레벨대가 랜덤하게 떨어진다. 옵션도 랜덤이며, 가장 중요하다고 볼 수 있는 '적성'이 붙는 여부도 랜덤이며 레어도와 랜덤 어빌리티가 붙은 것도 랜덤이다. 물론 엔딩까지 이어지는 과정에서 이를 크게 의식하지 않아도 되나, 이러한 '적성'이 높을수록 받는 효과도 무시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라서 결국 장비의 어빌리티 발동을 위해 적성을 맞추는 파밍이 요구된다.

대부분의 미션은 이전 던전보다 높은 레벨의 장비로 난이도가 잡혀있지만 잔 몬스터를 처리 및 해당 지역 탐험(보물 상자 찾기 등)을 통해 획득하면 어느새 해당 미션에 적절한 레벨로 도달한다. 문제는 이렇게 착용을 해도 '강해졌다, 성장했다'라는 감각이 새 어빌리티를 얻은 잡 성장만도 못하다는 점. 그리고 해당 지역을 클리어하지 않으면 더 상위 장비를 얻을 수 없는 점에서 '랜덤'이라는 요소가 큰 스트레스로 따라온다.

설상가상으로 수백 개의 쓰레기 장비가 쌓이는 건 플레이 과정에서 필수인데, 최강 장비는 적성 기준으로 정렬되지도 않고 그렇게 잘 나오지도 않는다. 이러한 장비가 모이면 결국 '대장간' 메뉴를 이용해 해체하여 무기 옵션을 강화하는데 쓸 수 있는 재료로 환원되나, 이 인터페이스와 편의성이 영 좋지 않다. 서브 미션으로 잡 성장과 파밍을 위한 던전들이 준비되어 있기는 하지만 반복적으로 돌기에는 레퍼토리의 단 한 가지 변화도 없어 다소 지루한 느낌을 피할 순 없었다.

결국 장비와 성장(잡)의 경우는 다양성과 파밍 요소를 넣으며 개성을 만들어내려고 했지만, 다양성을 위해 도입한 시스템이 전투와 시너지 효과를 적절하게 내고 있지는 않다고 생각한다. 새로운 잡은 '강력해지는 지름길'이라기보단 무기 라이센스가 더 맞는 느낌이랄까. 대신 대검 든 나이트나 쌍검을 쓰는 적마도사, 도끼들고 점프하는 용기사와 같은 꽤 드문 조합도 볼 수 있는 건 나름의 장점이긴 하다. 물론 용기사가 도끼를 들면 점프 말고 창기술은 아무것도 못쓴다.

▲ 그래도 '싸우는 감각'과 시스템은 잘 만들어 뒀다.

문제는 이러한 구조로 인해 '고난도 전투'에서 가장 큰 보상이자 핵심인 '만족감'과 '성취감'이 크게 떨어진다는 점이다. 성장 체감은 '장비'로도 사실상 잘 안되고 입구 컷을 맞추는 느낌이고, 새 잡의 직업들은 쓸 줄 아는 무기가 많을수록 받을 수 있는 패시브가 적어지기에 반 쪽짜리가 되어버린다. 최상위 잡의 고유 어빌리티가 상위나 하위 잡의 어빌리티보다 리스크만 크고 리턴도 별로인데다 안정적이지 못한 점도 무시할 게 못 된다.

결국 이 성장이 그렇게 썩 만족스럽지 않고 스토리의 연출도 아쉬움까지 더해지고, 보스 전투의 보상이 '확실하게 와닿지 않는' 문제까지 겹치며 전투의 만족감이 크게 떨어진다. 끝없는 죽음 끝에 적을 쓰러뜨리고 승리하는 쾌감을 전달이 핵심이긴 하지만 그에 따른 보상도 나름의 성취감과 만족감을 줄 수 있는 요소이긴 하니까. 그렇지만 보스를 클리어해봐야 성장에 대한 확신도 별로 없고 다른 스토리를 별로 보고 싶지도 않게 되는 부분이 있는데...?

결국 이 경우는 전투의 완성도, 패턴과 전투 자체의 완성도로 승부를 해야 한다. 그렇지만 여기서도 앞서 언급한 태양권과 프레임 드롭, 그리고 제한된 무기 사용과 개선됐는지 의심될 정도로 멍청한 AI 등 단점이 드러나며 악랄한 몬스터의 패턴과 고난도 전투를 기반으로 설계된 시스템이 개성으로 평가되기보다는 '불합리하고 짜증나게' 느껴지는 선을 넘었을지도 모른다. 이는 플레이어의 성향에 따라 크게 갈릴 수 있는 부분이라고 볼 수 있겠다.






고난도 액션을 지향하는 게임은, 그에 대한 만족감을 줄 수 있어야 한다. 난이도 자체와 악랄함을 개성으로 가진 '소울류' 게임들은 그래도 이러한 과정에서 '성취감'을 느끼는데 잘 조명을 해두었다. 악랄한 보스의 패턴과 더불어 도달하는 과정, 그리고 페널티와 재도전의 기회 등등 스트레스를 잘 조절시키는 것이 핵심이다.

'스트레인저 오브 파라다이스 파이널판타지 오리진'도 제작 시 이런 점을 충분히 고려했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훌륭한 스토리 소재, 보스 패턴과 연출 및 대사, 여러 가지 직업(잡)의 성장과 다양한 장비 커스터마이징과 맵의 퍼즐 요소 및 액션과 잘 어우러지는 사운드와 진동 효과 등등 경험을 증진시키기 위해 고민한 흔적들이 여기저기 보인다.

그러나 이 요소들이 적절하게 고난도 전투라는 핵심 요소의 매력을 받쳐주지 못한 게 아닐까? 좋은 소재의 스토리는 '혼돈' 타령과 어이없을 정도의 초반 전개로 흥미가 팍 식는다. 그나마 후반부 전개는 꽤 볼만한데 거기까지 견딜 수 있을까...? 그래픽은 자신만의 매력을 제대로 어필하지 못했고, 동료의 AI는 여전히 절망적으로 멍청하며 캐릭터의 성장과 개성 있는 잡 시스템은 결국 '무기 사용 자격증'과 난이도 기준 판정 및 랜덤에 의한 불확실한 성장으로 다가왔다.

물론 난이도를 낮춰 편안하게 즐기면 이중 80%는 의미없는 단점이다. 그런데 쉽게 하려면, 어려운 게임을 지향했던 게임의 제작과 플레이 동기가 의도 자체가 무색해진다. 초보자를 배려한 건 좋은 선택이긴 하지만, '고난도 액션'이라는 정체성이 흔들리는 선택이기도 하다. 결국 본작은 파이널판타지 시리즈 35주년이라는 거대한 짐을 짊어지기에는, 분명히 아쉬운 게임이라고 느껴진다.


그래도 적절하게 공방 공식과 리스크와 리턴의 기준을 잡아둔 전투 시스템은 칭찬할 수 있을 정도로 체계가 잡혀있는 편이며, 악랄한 보스의 패턴, 그리고 진동과 액션의 만족감 자체는 높다. 이러한 액션을 보조하여 시너지 효과를 내지 못한 부분에 가깝다.

'스트레인저 오브 파라다이스 파이널판타지 오리진'이 35주년 기념작이라는 거대한 무게를 짊어지기에는 힘겨울지 몰라도, 게임 자체가 근본을 두고 있는 시스템 자체는 설계가 잘 되었다. 향후 여러 가지 패치와 개선을 통해서 평가를 뒤집을 수 있을만한 잠재력은 있다고 할까? 향후 후속 시리즈가 나온다면 더 기대해볼 수 있는 기틀을 다진 느낌으로서는 충분하다.

이러한 고난도 액션 게임은, 개인의 성향에 따라 평가가 극과 극으로 갈리기 마련이므로 선뜻 추천하기에는 힘든 장르의 게임이라고 생각한다. 그래도 스트레인저 오브 파라다이스 파이널판타지 오리진은, '고난도 액션'을 좋아하는 유저들이라면 한 번쯤 관심을 두고 도전해 볼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매칭 난항으로 해보지 못한 멀티플레이는 약간 아쉬움으로 남는다. 싱글 플레이의 단점 몇 가지는 멀티플레이에서 해결될 수 있겠지만, 멀티플레이 역시 핑 문제와 네트워크 불안정이라는 또 다른 변수가 있다. 특히나 가장 크게 최적화를 시험받는 구간이기에, 멀티플레이의 경험이 좋다면 싱글 플레이의 평가보다 훨씬 더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멀티플레이에서는 그동안 플레이어를 가장 답답했던 AI가 사라지므로, 적극적으로 공방을 이어가는 다른 플레이어들과 힘을 합쳐 더 즐거운 게임을 즐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얼리 액세스와 정식 출시 시점부터는 아마 멀티플레이에 의해 다른 아쉬운 점이 상쇄될 매력으로 남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