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2013년 처음으로 문을 열고 9년이란 세월동안 운영해온 넥슨컴퓨터박물관이 잠시 재정비에 들어갔습니다. 관람 공간의 재정비를 위해서죠. 어느새 오랜 세월 운영해온 넥슨컴퓨터박물관은 제주를 대표하는 관람소로 자리잡았죠.

개인적으로도 주변에서도 많이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제주도를 갔을때, 게임이나 컴퓨터 좋아하면 꼭 가볼만한 곳이라고, 가서 후회하지 않는다고 말이죠. 물론 제가 개인적으로 혼자 여행다니는 걸 매우 좋아합니다만, 제주도를 다녀오기에는 제법 많은 고민과 결정이 필요했습니다. 그래서 오랜 세월 가지 못했죠.

그렇지만 이번에 다시 한 번 정비를 마친 넥슨컴퓨터박물관에는 개인적으로 한 번 가보고 싶었습니다. 애플1의 전시가 개편됐고 한층 더 프로그램이 예전에 비해 많아졌다는 느낌도 들었거든요. 오랜 세월 운영을 해오면서, 전시에 대한 고민이 차츰차츰 녹아들면서 관람객들의 만족도를 높이려는 시도가 보였습니다.

그래서 이번에 큰 맘먹고 제주도 방문 계획을 세웠습니다. 취재가 아닌 단순한 관람, 휴양의 목적이었지만 막상 가보니 어느새 사진을 찍고 어떻게 소개를 하면 좋을지 고민하고 있더군요. 그만큼 새롭게 단장한 넥슨컴퓨터박물관은, 게이머와 컴퓨터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다녀와서 후회하지 않을 것 같다고 느꼈습니다.



1F. Welcome Stage_ Computers as Theatre


전시관에 입장하고 가장 먼저 만나볼 수 있는 1층은 '컴퓨터의 역사'를 다룬 전시 공간입니다. 웰컴스테이지, '컴퓨터는 극장이다'는 메시지와 함께 우리가 편리하게 사용하고 있는 컴퓨터들의 변천사, 역사를 볼 수 있죠. 특히나 지난 3월 한 달간의 재정비를 통해 1층에는 '애플 I(Apple I)'의 전시 공간이 새롭게 구성됐습니다.

애플 최초의 컴퓨터를 복각버전으로 살펴보고, 에뮬레이터로 당시 컴퓨팅 환경을 직접 체험해볼 수 있는 전시가 새롭게 단장했습니다. 꾸준히 진행되고 있는 도슨트(전시해설가) 설명이 없이도 애플1의 가지는 역사적 의미, 기술적 특징을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왔습니다. 기존에 전시해온 CPU 테이블은 오브제 인식 반응형 기술이 적응해 각각의 CPU에 대한 설명도 볼 수 있고, 전통적인 전시도 있었죠.

가장 큰 특징은 관람객 스스로 상호작용을 해보면서 하나하나 정보에 대해 관심을 갖게 할 수 있다는 점이랄까요. 개인적으로도 컴퓨터의 역사에 관심이 높은 방문객이라면 1층에서 많은 시간을 들여서 감상을 할 거리가 있다고 느꼈습니다. 추가로 보이지않는 신호를 따라 퀘스트를 풀어나가는 인터랙티브 관람키드인 '메멕스'도 한층 더 관람의 재미를 이끌어 줄 수 있을 것 같아 보였습니다.

▲ 현재는 예약 관람만 받고 있습니다.

▲ 각종 상설 프로그램도 확인해보고, 등록을 마치면


▲ 각종 옛날 컴퓨터들과 함께

▲ 최신식 장치들도 볼 수 있습니다.

▲ 그리고 이게 바로 애플 1. 아주 유명한 컴퓨터입니다.

▲ 실제 에뮬레이터를 통해 구동도 해볼 수 있죠.

▲ 써보고 디지털 방명록도 남길 수 있습니다.

▲ 저거 아이콘으로 어디서 많이 보셨을지도 모르겠습니다.

▲ 라떼는 말이야, 1.25MB A드라이브에 디스켓 넣고 게임 하고 그랬다구~ 저게 저장소야!

▲CPU 칩들의 역사도 볼 수 있는데, 직접 원하는 정보만 볼 수도 있습니다.

▲ 컴퓨터 그래픽스의 변천사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가장 명확하게 볼 수 있는 게임들의 전시.

▲ 이게 그 유명한 세기의 걸작 파판7입니다. 직접 플레이도 가능했죠.

▲ 원숭이섬의 비밀2와 툼레이더도 보입니다.

▲이 코너에서는 '사운드'의 변화도 들어볼 수 있습니다.

▲ OS 전광판이 오류가 난 것 같지만...? 이건 알고보니 '블루스크린'을 경험하게 하는 이스터 에그같은 겁니다.

▲ 우리가 기억하는 추억의 명곡들도 들어볼 수 있습니다.

▲ 간단한 미니게임으로 BGM맞추기도 즐길 수 있는데, 소리를 맞추면 어떤 게임 BGM인지 알려주기도 하죠.

▲ OS 전광판이 정상화됐네요. 해당 자리에 서면 관련 OS의 정보와 역사를 볼 수 있는 인터랙티브 전시입니다.

▲ 키보드를 닫으면 들고다닐 수 있는 최초의 휴대형 컴퓨터 '오스본1'
'오스본 효과'를 만들고 경험한 컴퓨터입니다.

▲ 바람의 나라 복원 프로젝트 서버, "넥슨은 도토리를 뿌려라"로 전시된 클라이언트가 바로 옆에 있습니다.

▲ 게임기+PDA의 컨셉을 들고 나왔던 조디악 Z1을 오랜만에 보네요

▲ 각종 PDA 머신들도 보입니다. 전 개인적으로 UMPC를 매우 좋아하는 편이라 흥미롭게 봤습니다.



2F: Open Stage_ Between Reality and Fantasy

"게임을 한다(play)라는 것은, 단순히 컴퓨터라는 기계를 통한 유희를 넘어 그것이 제안하는 거대한 가상의 세계관안으로 들어간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현대인들은 게임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자신만의 경험과 이야기를 만들어내고 나아가 이것을 적극적으로 공유합니다. 이곳에서는 게임이라는 가상 공산에서의 활동을 문화적 맥락으로 재해석할 수 있는 게임존과, '세상의 모든 게임' 자료를 수집하고, 보존하며, 그 체험을 공유하는 라이브러리가 있습니다.

게임존에서는 1970년대 아케이드 게임의 출발을 알린 장르이자 인지적, 감각적, 그리고 기술적 영역이 결합된 인터페이스의 변화를 가장 잘 보여주는 슈팅 게임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직접 체험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라이브러리에서는 게임을 좋아하는 사람, 게임이 직업인 사람, 게임을 신기해하는 사람, 또는 게임에 관심이 없는 사람 모두 다 함께 '세상의 모든 게임'을 함꼐 바라보고, 경험하고, 나아가 이것을 공유하는 열린 무대이자 소통의 장이 펼쳐집니다." _넥슨컴퓨터박물관 Between Reality and Fantasy

1층에서 컴퓨터에 대한 역사를 돌아보았다면, 2층은 아마 가장 인기가 많은 공간이자 관람객이 오래 머무는 곳이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바로 게임의 역사를 볼 수 있고, 경험해볼 수 있는 공간이었으니까요. 평일 오전임에도 불구하고 다른 층보다 관람객들이 체류해있는 시간이 길었던 공간입니다.

최초의 아케이드 게임인 퐁(PONG)를 비롯해 닌텐도의 VR 시작을 알렸떤 버츄얼보이, 기상천외한 컨트롤러로 꼽자면 언제나 순위권에 들어가는 파워글로브와 VR 체험존, 울펜슈타인 3D를 비롯해 한국 패키지 게임들 뿐 아니라 각종 콘솔 기기들의 역사까지 한 눈에 둘러볼 수 있었죠. 오랜 세월 게임을 즐겨운 분들에게는 '게임'에 대한 추억들이 새록새록 돋아나고 되새겨볼 수 있는 장소였다고 느껴집니다.

▲ 게임의 역사를 볼 수 있는 2층 전시관

▲ 물론 당연히 시연도 가능합니다.

▲ PONG은 게임의 역사하면 가장 처음 시작하는 게임이죠.

▲ 닌텐도의 VR 프로젝트의 모습도 보입니다.

▲ 언제봐도 신기한 컨트롤러 파워글로브.

▲ 팩맨도 참 인기가 많은 게임이었죠.

▲ VR게임 비트세이버도 시연해볼 수 있습니다.

▲ 게임을 해볼 수 있는데 참을 수 없죠?

▲ 게임 시연대를 정말 근사하게 잘 해두었습니다. 슈팅게임은 중요합니다.

▲ 한국 게임 역사도 잘 전시되어 있는 내부 공간.

▲ 세대별 콘솔들도 대부분 시연이 가능한 곳입니다. 추억돋네요!

▲ 거울전쟁, 킹라기원시전...아무튼 공룡이 나오면 갓겜입니다

▲ 많은 분들이 기억할만한 명작 코룸3도 보입니다.

▲ 한국 패키지 게임 역사에 절대 뺴놓을 수 없는 창세기전.

▲ 황혼기에 나온 화이트데이나, 천랑열전도 있습니다.

▲ 구시대 콘솔들도 만나볼 수 있었죠.



▲ 휴대용기기도 뺴놓을 수 없습니다.



▲ 대한민국 게임 잡지들도 다시 볼 수 있습니다.

▲ 물론 최신형 콘솔도 있죠. 인기가 많아서 시연 시간을 준수해야합니다.




3F: Hidden Stage_ The Real Revolutionary


3층은 좀 더 복합적인 공간의 전시로 꾸며졌습니다. 입구에는 한국 온라인 게임과 컴퓨터의 역사를 한눈 에 볼 수 있는 프로젝션 전시와 함께 본인이 박물관 전시에 얼마나 기여(?)를 했는지 확인할 수 있는 넥슨 계정 조회 코너가 있었죠.

3층 전시관에서는 컴퓨터를 적극적으로 일상에서 활용하기 시작했던 시기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주요 컴퓨터 프로그램의 과거와 현재, 미래들을 체험해볼 수 있는 전시가 마련됐습니다. 관람객들이 소장품을 직접 선택하여 볼 수 있는 오픈수장고로 더욱 가까이서 볼 수 있죠. 또한 이진수로 작동하는 컴퓨터를 이해하는 이진수 변환기를 포함해 마우스의 구조와 원리를 배우고 실제 작동하는 나만의 마우스를 제작하는 프로그램 '만지작'도 신청할 수 있었습니다.

▲ 2층을 나와서 3층을 가는길에는

▲ 넥슨컴퓨터박물관의 가디언(?)들을 볼 수 있습니다.

▲ 3층에는 컴퓨터의 역사와

▲ 한국 온라인 게임의 역사를 볼 수 있는 특별 전시존도 있습니다.

▲ 여기에서 이름을 입력하면, 2진수로 어떻게 표현되는지

▲ 알려주면서 요렇게 기념으로 뽑아줍니다. 영어도 됩니다.


▲ 3층은 주로 직접 체험해보는 인터렉티브 체험이 많았습니다.

▲ '스닉 프리뷰'도 체험가능! 가상으로 꽃을 들어보고, 꽃잎도 따볼 수 있습니다.

▲ 노트북을 포함해 UMPC들도 있었죠.

▲ 광고가 엄청 인상적이었던 소니 바이오P도 있네요. 뒷주머니에 '넣을 수는 있는' 컴퓨터였죠.

▲ 씽크패드도 보입니다.

▲ 계산기, 프린터, 그리고 PDA도 전시되어 있습니다.

▲ 전 뭔가 이 작은 공간에 오밀조밀 모여있는게 참 좋더라고요...UMPC 감성

▲가로본능을 포함해 과거의 휴대폰들도 볼 수 있습니다.

▲ '볼 마우스'가 동작하는 원리도 체험해볼 수 있습니다.

▲ 마우스를 제작하게 된 역사의 설명, 그리고 최초의 마우스도 있네요.


▲ 물론 키보드도 빼놓을 수 없겠죠?

▲ 직접 체험해서 핑크빈을 탈출시키는 전시 프로그램도 있고,

▲ 키보드 동작 원리도 체험해볼 수 있습니다.


▲ 인상깊게 본 뮤지엄툰. 블로그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B1F: Special Stage_ PLAY Ground


지하 1층인 스페셜 스테이지는 개인적으로 가장 궁금한 공간이었습니다. 이곳은 바로 '네포지토리 베타'라는 독특한 전시공간과 휴식 공간이 있습니다. 이 네포지토리 베타라는 공간은, 그동안 넥슨에서 개발했지만 정식 출시로 이어지기 전에 개발이 중단된 프로젝트들의 아카이브를 보여주는 곳이었죠. 지난해 4월 처음으로 열렸기에 사실 여기에오면 스팅레이의 비밀을 알 수 있는게 아닐까 싶기도 했지만 그건 아니더군요.

아무튼 이곳은 넥슨의 또 다른 저장소 같은 곳이었습니다. 2019년 서울에서 진행했던 '게임을 게임하다' 전시의 연장선이자 온라인 게임들의 또 다른 면모를 담아낸 공간이라고 할 수 있었으니까요. 이곳에서 만나볼 수 있는 게임들은 '페리아 연대기', '드래곤 하운드'와 같이 이미 공개되었지만 출시되지 못한 게임을 비롯해 '프로젝트 메타'와 같이 대대적으로 공개되지는 않았던 게임들의 역사도 담겨있었습니다.

또한 전시공간 중간을 바라보는 NPC 로나와 판을 통해 NPC들이 플레이어를 어떻게 보는지 조명하는 부분도 신선했어죠. 특히나 일부 게임은 테스트 빌드를 플레이해볼 수 있다는 점에서 이곳은 반드시 방문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 이곳은 지하 1층. 굿즈샵과 '네포지토리 베타'가 있는 곳입니다.

▲ 출시하지 못한 넥슨 게임들의 쉼터죠.

▲ 기획서도 읽어볼 수 있습니다(목차만).

▲ 어느정도 시연이 가능한 게임도 있죠.


▲ 애니메이션(오프닝)의 컨셉 기획도 볼 수 있습니다.

▲ 아쉽게 출시가 무산된 프로젝트DH, 드래곤 하운드

▲ 우측에 디스켓을 넣으면 해당 게임 정보를 볼 수 있죠.


▲ 원화, 디자인 등등 개인적으로도 관심이 많았던 '페리아 연대기'를 많이 보게 되더군요.

▲ 요건 비밀 프로젝트, 이스터 에그입니다. 보는 힌트는 전시 공간에서 직접 찾아야 합니다.


▲ 마비노기 유저라면 잊을 수 없는 로나와 판.

▲ 중앙 프로젝터에서 게임들의 영상이 잘 나옵니다.

▲ 저 부분이, 아까 로나와 판이 플레이어를 보는 시선입니다.

▲ 원화 자료들은 엽서 형식으로 하나하나 볼 수도 있고, 구매도 가능합니다.

▲ 통바지는 저도 좋아합니다. 많이 나왔으면 좋겠어요

개인적으로 넥슨컴퓨터박물관은 제주도라는 위치로 인해 궁금하고 가보고 싶어도 쉽게 결정하기 어려운 곳이었습니다. 거리가 있는 만큼 비용도 만만치 않은 곳이었으니까요. 그렇지만 이번에 방문해본 입장에서는 '정말 오길 잘했다'라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일부러 조용히 보고 싶어서 비성수기를 노렸고, 짧게 휴가도 간 김에 이름 일도하는 워커홀릭도 되긴 했지만 그만큼 가보고 싶었죠.

그리고 오랜세월 운영을 해오면서 넥슨컴퓨터박물관은 '전시'와 관람에 신경을 많이 썼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준비된 프로그램들은 수동적인 성격이 아니라 상당히 능동적으로, 관람객 스스로 정보를 찾고 퀘스트를 수행하는 등의 행동이 필요했죠. 주입받지 않고 본인이 직접 행동하여 습득한 정보는 쉽게 잊혀지지 않고, 기억에 더욱 오래남는 법입니다. 가족 단위의 관람객들에게도 충분히, 올만한 가치가 있다고 느낄만한 공간이었다고 느꼈습니다. 만약 관람할 기회가 있다면, 게이머들이나 컴퓨터의 역사에 관심이 있는 분들은 절대 실망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 도슨트 프로그램으로 관람을 하는 관람객들도 적지 않았습니다.

▲ 또 하나 인상깊은 점은 인터랙티브 전시에 대한 고민이 보였다는 점입니다.

▲ 퀘스트를 수행하고 찾아보면서 즐거워하는 가족도 볼 수 있었어요.

▲ 아참, 굿즈샵도 빼놓으면 안되겠죠.

▲ 다양한 기념품들이 있습니다. 저 작업복은 비싸요...



▲ 쉼터도 마련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