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리자드의 카드 게임 '하스스톤'의 개발자로 국내 게이머 사이에도 많은 인지도를 얻은 벤 브로드(Ben Brode)가 새로운 회사 '세컨드 디너'를 창립한 이후 첫 번째 게임을 선보였습니다. 마블 IP를 활용한 카드 게임, '마블스냅'입니다.

그가 블리자드를 나와 새로운 회사를 설립한 지도 벌써 4년, 시기를 생각해 보면 거의 창업과 함께 코로나19가 전세계를 강타한 것이나 다름이 없습니다. 그 사이에 전 세계 게임업계에서는 뉴 노멀 시기의 게임 개발에 대한 고민이 계속됐고, 대다수의 게임들의 출시가 연기되는 일이 빈번했습니다.

이처럼 어려운 순간을 극복하고 정식 출시를 이뤄낸 '마블스냅'은 하스스톤의 핵심 개발 인력이 모여 만든 만큼 전 세계 게이머들의 관심은 높을 수밖에 없고, 마블 팬들의 눈높이도 맞춰야 하니 어깨에 걸린 짐이 상당히 무겁게 느껴질 만도 합니다.

'마블스냅' 출시를 기념하여, 오랜만에 벤 브로드와 서면으로나마 이야기를 나눌 기회를 가졌습니다. 직접 목소리를 들을 수는 없었지만, 글에서도 그의 밝고 유쾌한 분위기가 전달되는 느낌이었습니다. 정말, 영어로 Anyoung Ha Se Yo! 라고 써 준 인터뷰이는 그가 처음입니다.

* 본 인터뷰는 서면으로 진행되었습니다

▲ 벤 브로드(Ben Brode) 세컨드 디너 공동 창립자


SNAP!(딱!) 하며 찾은 단순함의 미학 - '마블스냅'

Q. 세컨드 디너를 창립한 이유로는 처음 인터뷰로 이야기를 나누는 것 같습니다. 그동안 어떻게 지냈는지 궁금해 하는 팬들이 아주 많습니다. 물론, 마블스냅 개발에 여념이 없었겠지만, 그동안 어떻게 지내셨나요?

= 정말 잘 지냈습니다! 새로운 게임 스튜디오에서 업계 최고의 개발자들과 함께 일하는 것은 정말 보람 있는 일이죠. 게다가 저는 엄청난 영향력을 가진 게임을 개발하는 것을 언제나 좋아합니다. '하스스톤'이 수집형 카드 게임의 판도를 뒤집었던 것 처럼 말이죠. 이제 '마블스냅'으로 그 꿈을 다시 이룰 수 있을 것 같아 흥분됩니다.

물론, 지난 팬데믹은 저에게 조금 힘든 기간이긴 했습니다. 체중도 많이 늘어서 거의 300파운드(136Kg)를 찍을 뻔 했다니까요. 그것이 다이어트와 운동 프로그램을 병행하는 계기가 되었고, 지금까지 '건강해지는 것'을 진심으로 즐기는 중입니다. 종합적으로 정말 거칠고, 그러면서도 재미있는 4년 반이었고, 이제는 다시 많은 플레이어 여러분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Q. 팬데믹이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전인 2019년부터 마블 IP를 활용한 게임을 개발한다는 소식이 들렸습니다. '마블스냅'에 대한 아디이어는 언제부터 구체화되었나요?

= 회사를 시작하고 나서 얼마 안 되어 독창적인 아이디어를 얻었습니다. 물론 이전부터 몇 가지 다른 게임의 아이디어를 시도해보고자 했지만, 결국은 처음 생각했던 아이디어로 만든 게임이 가장 재미있었죠. 그 게임이 '마블스냅'이 되었고요.


Q. 새로운 시작을 함과 동시에 팬데믹을 맞이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회사 내부적으로도 많은 어려움이 있었을 것 같은데, 어땠는지 궁금합니다.

= 확실히 새로운 회사를 막 시작한 우리에게 팬데믹은 큰 시련이었습니다. 하지만, 스튜디오는 시작부터 완전히 클라우드 기반이었기 때문에, 게임 개발에는 사실상 큰 지장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됐죠. 물론, 그 과정에서 어떤 방식으로 업무를 진행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인 원격 근무의 모습일지 알아가는 단계는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팬데믹은 구성원 모두를 더욱 강하게 뭉치게 해 주었다고 믿습니다.

▲ 벤 브로드 직접 소개하는 '마블스냅'

Q. 이전에 공개된 트레일러에서 '솔리테어보다 쉬운 게임'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마블스냅'의 기본적인 게임플레이를 간단히 설명해 주실 수 있나요?

= 최대한 간단하게 말해보겠습니다. 게임에는 3개의 장소가 있고, 이기기 위해서는 그 중 두 개의 장소에서 승리를 해야 합니다. 각각의 카드에는 '파워' 수치가 존재하며, 게임이 끝날 때 한 위치에 존재하는 카드의 파워 합이 높은 쪽이 그 지역의 승리를 가져갑니다.


Q. 마블과의 협업 과정에서, '마블스냅'에 꼭 담아야만 했던 게임의 요소가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IP홀더인 마블이 게임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긴 부분은 무엇이었나요?

= 마블과 일하는 것은 언제나 즐거운 일이었습니다. 멀티버스 안에서 작업을 한다는 콘셉트는 결국 저희에게 엄청난 자유를 가져다 주었기 때문이죠. 여름 방학 닥터 옥토퍼스? 전혀 문제 없고, DJ 정복자 캉? 안 될 이유가 없죠!(웃음)

우리가 무언가 독특하면서도, '마블스냅'만이 보여줄 수 있는 경험을 만들고 싶어할 때마다 마블은 (결과물이) 정말로 독특한 것이 될 수 있도록 확실한 도움을 주었습니다. 제 생각엔, 그들도 자신들의 멀티버스 안에서 일어날 수 있는 다양하고, 멋진 일들을 즐기고, 탐험하는 것을 정말로 좋아하는 것 같아요.


Q. 그간 '하스스톤'을 수년 간 서비스하며 얻는 노하우가 이번 작품을 개발하는 데 있어 많은 도움이 되었을 것 같습니다. 이번 '마블스냅'을 개발하면서 가장 신경 쓴 부분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 카드 게임은 언제든지 정말 까다로운 장르가 될 수 있습니다. 복잡한 규칙을 추가하는 것으로 게임의 깊이를 더하는 것은 쉬운 일이지만, 무언가를 덜어내면서 깊이 있는 조합이나, 규칙을 만드는 것은 훨씬 더 어려운 일입니다. 개발 초기부터 이 부분에 대해 정말 많은 고민이 있었고, 또 가장 많은 시간을 들여 작업한 부분이기도 합니다.

내부적으로 우리가 사랑하는 게임플레이를 만들고 난 이후에는, 카드 를 수집한다는 콘셉트 자체를 재미있게 만드는 방법을 찾는 데 많은 시간을 들였습니다. 물론, 게임이 보기에 정말 멋지고, 기분이 좋아질 수 있도록 만드는 것도 포함해서 말이죠. 멋지고, 화려하면서도 속도감 넘치는 시각 효과를 보여드릴 수 있도록 정말 많은 시간을 투자했습니다.

▲ 카드 업그레이드는 외형에 효과를 더할 뿐, 성능은 변하지 않는다

Q. 실제로, 카드들의 생김새에 정말 많은 노력을 했다는 것을 한 눈에 알 수 있었습니다. 보기만 해도 카드 를 수집하고 싶은 욕구가 샘솓는데, '마블스냅'에서 카드는 어떻게 수집할 수 있나요? 대략적인 BM은 어떻게 구상중인지 궁금합니다.

= 먼저, 다른 카드 게임들과 달리 '부스터 팩'을 판매하지 않을 계획입니다. 카드의 비주얼을 업그레이하는 데 필요한 재화는 게임을 플레이하는 것으로 얻을 수 있고, 이 과정에서 많은 카드들의 비주얼을 업그레이드하면 차차 '콜렉션 레벨'이 증가하게 되는 구조입니다. 콜렉션 레벨이 오르면 오를수록 게임에 존재하는 모든 카드를 포함해 다양한 보상을 얻을 수 있는 것이죠. 간단하게 말하면, 게임을 즐기고 -> 카드를 업그레이드한 뒤 -> 새로운 카드를 언락하는 형태입니다.

물론 과금을 통해 이러한 흐름의 속도를 더욱 빠르게 할 수는 있지만, 그것이 무한정으로 가능하도록 만들어 두지는 않았습니다. 하루에 현금을 사용해 스킵할 수 있는 과정이 제한되어 있죠. 저희는 여러분께서 마지막 콜렉션 레벨로 한 번에 건너뛰기를 원하지는 않습니다. 새로운 카드가 해금되는 게임의 여정을 즐겨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모든 사람들이 카드가 해금되는 순서가 다르도록 배치한 것도 '마블스냅'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를 통해 사람들이 조금씩 다른 컬렉션을 가지게 되고 서로 다른 덱으로 겨룰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Q. 카드를 업그레이드하는 데 게임플레이를 통해 재화가 필요하다고 했는데, 업그레이드 된 카드는 무엇이 달라지나요?

= 물론, 카드를 업그레이드한다는 것은 이들의 겉모습이 보다 화려하게 변한다는 이야기입니다. 카드가 가진 파워나 능력이 달라지는 부분은 전혀 없습니다.


Q. 매 판 승리를 통해 얻거나, 패배하면 빼앗기는 '코스믹 큐브'는 게임 내에서 어떤 용도로 사용되는지 궁금합니다. 좀 더 자세한 사례를 들려주실 수 있나요?

= 코스믹 큐브 하나보다 더 좋은 건 뭐가 있을까요? 멀티버스의 모든 차원에 있는 모든 코스믹 큐브겠죠! '마블스냅'의 모든 전투는 코스믹 큐브가 몇 개씩 걸려 있고, 더 많은 수의 코스믹 큐브를 보유할 수록 여러분의 랭크가 상승하는 시스템입니다.

자, 게임에서 졌을 때 하나의 별이나, 마크, 랭킹같은 것들을 잃는 다른 게임과 다르게, '마블스냅'은 상대방에게 '스냅(SNAP)'을 외치면서 게임에 걸린 코스믹 큐브의 갯수를 늘릴 수 있습니다. 만약 당신이나 상대방이 스냅을 외친다면, 이후 큐브는 원래 걸려있는 것의 두 배가 되죠. 이 때 당신은 게임을 포기해서 하나의 큐브만을 잃을 것인지, 아니면 큐브 2개를 걸고 끝까지 싸울 것이지 선택할 수 있습니다.

스냅을 바탕으로 펼쳐지는 심리전은 게임에서 상당히 중요한 순간이 될 수 있도록 고안했습니다. 당신이 손에 쥔 패가 아주 아주 나쁘더라도, 스냅을 외쳐서 상대방이 게임을 떠나게 하는, 말하자면 블러핑(자신의 패가 상대방보다 좋지 않을 때, 상대를 기권하게 할 목적으로 거짓으로 강하게 베팅하는 것)을 할 수 있는 기회가 되어주기도 할 것입니다.

▲ 상대에게 '스냅' 함으로써 걸려 있는 코스믹 큐브를 높이는 것도 게임의 핵심

Q. 게임 자체가 마블 세계관, 그것도 멀티버스를 배경으로 하는 만큼 무궁무진한 가능성이 열려 있을 것 같습니다. 출시 시점에 기대할 수 있는 카드의 숫자는 어느정도인지, 또 앞으로 업데이트는 어떤 콘셉트로 이어나갈 계획인지 궁금합니다.

= 출시 시점에 수집해서 사용할 수 있는 카드는 150종 이상을 준비했습니다. 그리고 카드의 외형만 달라지게 만들어 주는 변형 카드를 포함하면 1,000개가 넘는 수집 요소가 여러분을 기다리고 있고요. 독특한 아트 스타일이나 색다른 의상, 그 밖에도 정말 멋진 버전의 변형 카드를 준비해 여러분이 사랑하는 마블 캐릭터를 만나볼 수 있도록 노력했습니다.


Q. 카드를 수집하는 것 만큼이나 자신의 개성을 표현하는 것도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합니다. '하스스톤'을 예로 들면, 카드의 뒷모양을 마음대로 꾸밀 수 있었던 것처럼 말이죠. '마블스냅'에서는 어떤 요소들로 플레이어만의 개성을 표현할 수 있을지 궁금합니다.

= 현재 아바타, 카드 뒷면, 그리고 다양한 여러 가지 변형 카드를 준비했습니다. 말하자면, 여러분은 카드의 앞과 뒤 모두를 마음대로 꾸밀 수 있다는 뜻이죠. 그리고 또 한 가지, '칭호' 시스템을 이미 준비하고 있는데, 이름 아래에 자신의 개성을 나타내는 칭호를 달 수 있을 것입니다.

그 외에도, 여러분의 경험을 개인화할 수 있는 아주 멋진 치장 시스템에 대해서도 많은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으니 많은 기대 부탁드립니다.


Q. 이전 블리자드에서 담당하신 '하스스톤'으로 인해, 당신은 한국 게이머들이 가장 많이 기억하고, 그리워하는 게임 개발자 중 한 분입니다. '마블스냅'을 기대하는 한국 팬들에게 한 마디 부탁드립니다.

= 안녕하세요 여러분! 사실, 지난 여름을 한국에서 보냈는데, 지하철에서 많은 분들이 '하스스톤'을 즐기고 있는 것을 보고 마음이 따뜻해졌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런 여러분들이 곧 저희의 새 게임을 즐길 것을 생각하니 정말 흥분됩니다. 그냥 하는 말이 아니라, 한국 플레이어들이 정말 최고입니다. 저도 곧 모든 사람들과 함께 '마블스냅'에 대해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기를 바랍니다. Kam Sam Ni Da!!(감사합니다!)

▲ 자신의 개성을 표현하는 요소는 지속적으로 추가될 예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