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MMORPG는 친숙한 장르다. 성장하고 다른 유저들과 함께 강력한 보스를 잡거나 길드를 만들어서 서로 경쟁하는 등 온라인 게임의 정수가 녹아들었다고 할 수 있다. 그렇기에 여러 MMORPG가 많은 부분을 공유한다. 하지만 엠버 엔터테인먼트(Ember Entertainment)가 개발, 갈라게임즈(Gala Games)가 서비스 예정인 '워킹데드 엠파이어스(The Walking Dead Empires)'는 일반적인 MMORPG와는 결이 조금 다르다.

MMORPG라지만, 서사가 있고 강력한 보스는 잡는 정통 MMORPG라기보다는 샌드박스 서바이벌에 가깝다. 게임 내에는 이렇다 할 NPC도 퀘스트도 별도의 스토리도 없다. 있는 거라곤 원작 드라마 속 캐릭터들과 폐허가 된 세상, 그리고 그들을 위협하는 좀비(워커)들뿐이다. 이 황량한 세상에서 플레이어의 목적은 단 하나다. 바로 살아남는 것이다.


무늬만 포스트 아포칼립스는 가라
고민이 녹아든 샌드박스 서바이벌


게임을 시작하면 원작 드라마 속 캐릭터들이 플레이어를 마주한다. 릭과 글렌 등 드라마 초반부터 얼굴을 내민 캐릭터들부터 킹덤의 왕 에제키엘이나 여러 의미에서 작중 큰 충격을 불러일으킨 네간까지 다양하다. 다만, 처음부터 원하는 캐릭터를 자유롭게 고를 수 있는 건 아니다. 처음에 고를 수 있는 건 켄지, 조이, 소니아 등 5명에 불과하다. 다른 캐릭터를 하기 위해선 캐릭터 팩에서 뽑던가 다른 유저로부터 사야 한다.

캐릭터들은 저마다 다른 스킬 트리를 보유하고 있다. 싸움꾼(Brawler), 약탈자(Raider), 생존주의자(Survivalist) 등으로 구분되며, 플레이 스타일에 따라 원하는 캐릭터, 원하는 스킬 트리를 찍으면 된다. 다른 유저와의 전투, 좀비와의 전투가 부담된다면 파밍, 생존에 특화된 생존주의자 스킬을 보유한 소니아를, 적극적으로 전투를 할 거면 켄지를 고르면 된다.


그렇다고 소니아가 전투에 취약하다는 건 아니다. 기본적으로 2개의 스킬 트리를 보유하고 있기에 자신의 플레이 스타일에 맞춰서, 혹은 다른 유저와 함께 할 경우 부족한 부분을 메우는 느낌으로 조합할 수 있다.

이러한 스킬 트리에서 알 수 있듯이 '워킹데드 엠파이어스'를 즐기는 방법은 크게 세 가지로 구분해서 설명할 수 있다. 첫 번째는 생존이다. 본격적으로 게임을 시작하면 랜덤한 위치에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시작하는데 주변에 널려있는 돌멩이나 나무조각 등의 재료를 모아서 생존에 필요한 기본적인 장비와 거점(HQ)을 마련해야 한다.

거점 레벨을 올릴수록 만들 수 있는 아이템 역시 늘어나지만, 그 과정은 그리 쉽지 않다. 재료를 모으는 건 크게 어려울 게 없지만, 거점을 업그레이드할 때마다 좀비들의 파상 공세를 막아야 한다. 터무니없이 어려운 건 아니지만, 몰려드는 좀비를 상대로 거점을 지키면서 싸워야 하기에 제법 준비를 철저히 갖출 필요가 있다.

▲ 재료를 좀 더 많이 모으기 위해선 채집 아이템이 필요하다

▲ 거점은 생존의 중심이다. 재료를 모으고 거점을 업그레이드하자

이러한 생존 요소는 끊임없이 이어진다. 기본적으로 재료를 제외한 모든 아이템에는 내구도가 있기에 영구적으로 쓸 수 없다. 좀비를 때릴 때마다 무기 내구도가 맞을 때마다 방어구 내구도가 단다. 채집용 도끼나 곡괭이도 마찬가지. 쓰다보면 내구도가 달고 전부 달면 그대로 파괴된다. 가혹한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끊임없이 움직여야 한다.

얼핏 무의미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이러한 플레이어의 행동은 서바이벌 장르의 핵심인 생존에 직결된다. 비유적인 의미가 아니다. '워킹데드 엠파이어스'에서는 스킬 트리, 재능(Talents), 마스터리(Masteries) 크게 세 가지를 통해 캐릭터가 성장한다.


스킬 트리가 근접 공격력, 체력 등 직관적인 측면에서 능력치를 올리는 식이라면 재능과 마스터리는 좀 더 광범위하다. 재능은 아이템 티어 레벨 상한을 올려주는 요소로 제작 재능 레벨을 올리면 상위 등급 아이템을 만들 수 있고 근접 무기 재능을 올리면 상위 근접 무기를 쓸 수 있게 되는 식이다. 근접 전투에 특화된 캐릭터를 키울 거라면 근접 무기와 회복약(Food & Meds), 방어구(Gear) 재능 레벨을 먼저 올리고 제작 특화라면 제작(Crafting)과 도구(Tools) 재능을 올리면 된다.

마스터리는 일종의 숙련도 개념에 가깝다. 나무조각이나 돌멩이를 채집하다 보면 각 재료의 채집 마스터기 레벨이 올라서 채집 속도가 올라간다든가 좀비를 대상으로 전투를 계속하다 보면 대좀비 마스터기 레벨이 올라서 좀비를 대상으로 좀 더 대미지를 입힐 수 있는 식이다. 재능과 마스터리의 조합을 통해 특화된 캐릭터로 성장시킬 수 있는 셈이다.

▲ '워킹데드 엠파이어스'에서 무의미한 행동이란 건 없다


함께했을 때 '재미'는 배가 된다
리더인 '릭'이 되던가, 보스인 '네간'이 되던가


좀비와의 사투 역시 빼놓을 수 없는 요소 중 하나다. 생존과 직결된 문제로 거점을 재료를 파밍 하다 보면 심심치 않게 좀비를 만나게 되는데 플레이어는 끊임없이 이들과 싸워야 한다. 좀비를 잡음으로써 얻는 이점은 크게 두 가지가 있다. 첫 번째는 생존과 파밍이다. 주변의 위협을 정리하는 한편, 약간의 재료를 얻을 수 있다. 물론 이는 어디까지나 기본적인 이유다.

가장 큰 이유는 랭킹, 그리고 그로 인해 코인 채굴을 할 수 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좀비를 잡을수록 점수가 오르고 그에 따라 유틸리티 토큰인 '데드코인'이 주어진다. 오픈베타 시점에서는 데드코인의 사용처가 거의 없었지만, 갈라게임즈가 서비스 중인 다른 게임들의 사례를 통해 본다면 추후 데드코인으로 NFT를 사거나 수익을 내는 것도 가능할 것으로 예상됐다.


'워킹데드 엠파이어스'의 즐길거리, 그 마지막은 연합(Alliance)이다. 처음에는 혼자서 재료를 파밍하고 장비를 만들고 좀비와 싸우고 해야 하지만, 어느 단계에 이르러서는 힘에 부칠 수밖에 없다. 이때 든든한 버팀목이 되는 게 바로 함께하는 동료다. 처음에는 단순한 파티 느낌으로 한두 명이 협력하지만, 인원이 늘어나면 하나의 연합을 이루는 것도 가능하다.

연합은 단순히 함께하는 공동체가 아니다. 때로는 지배자가 될 수도 있다. 흔히 가장 무서운 건 사람이라고 하지 않던가. 원작 드라마에서도 주인공 그룹은 다양한 그룹과 만나고 반목한다. '워킹데드 엠파이어스' 역시 마찬가지다. 자신의 연합을 위해 때로는 다른 생존자를 억압할 수도 있다. 살아남으려면 그쪽 역시 연합을 이뤄야 한다. 파괴된 세상 속 자신과 자신의 연합을 제외하면 모두 적인 셈이다.

이번 오픈베타에서는 연합 콘텐츠는 제대로 즐길 수 없었지만, PvP를 지원하는 게임의 특성상 추후 데드코인을 채굴하기 위한 요소로서, 또는 특정 아이템을 만드는 재료를 얻을 수 있는 요소로서 각각의 연합들이 경쟁할 것으로 예상된다.

토큰을 채굴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앞서 언급한 경쟁을 기반으로 데드코인을 채굴하는 것과 아이템을 NFT로 파는 식이다. 경쟁 콘텐츠로 데드코인을 얻는 건 기본적으로 게임을 즐기는 누구나 가능한 만큼, 제대로 수익을 내기 위해선 좋은 아이템을 만들어서 팔 필요가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다만, 이번에는 오픈베타여서 데드코인을 현금화할 수 없었던 만큼, 수익성을 판단하기엔 이른 면이 있었다.


샌드박스 서바이벌 MMORPG로서 '워킹데드 엠파이어스'는 썩 괜찮아 보이는 게임이다. 무엇보다 서바이벌이라는 장르적 특징에 충실하다. 단순히 워킹데드 IP를 빌린 무늬만 워킹데드인 게임이 아니라 샌드박스 서바이벌로서 어떻게 만들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이 녹아들었다고 할 수 있다. 오픈베타였던 만큼, 아직 더 개선해야 할 부분이 더러 보이긴 했지만, 마인크래프트 등 샌드박스 장르를 좋아하는 게이머라면 대부분 만족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