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T1 사옥에서 '구마유시' 이민형을 만났다. 공교롭게도 그날은 그가 데뷔한 지 딱 3년이 되는 날이었다. '구마유시'는 보통의 LoL 프로게이머와 다르게 LCK가 아닌 롤드컵 선발전을 통해 데뷔했다.

그는 이렇게 가을의 시작마다 찾아오는 자신의 데뷔 기념일이 특별해서 좋다고 했다. 데뷔 당시를 회상하면서 드디어 나를 세상에 보여줄 수 있다는 사실에 기쁨과 설렘이 가득했다고 표현하기도 했다. '구마유시'는 그런 선수다. 특별함을 즐길 줄 알고, 자신을 드러내는데 거리낌이 없는 '스타성'을 갖춘 선수.

이번 인터뷰에서도 '구마유시'는 자신의 솔직한 생각을 거리낌 없이 드러냈다. 데뷔 초 있었던 솔로 랭크 논란, 최종 선발되지 못한 국가대표, 준우승 징크스 등 다소 민감할 수 있는 주제를 던져도 피하지 않고 답했다. 지난 3년의 시간을 담은 '구마유시'의 진솔한 이야기를 지금 바로 시작한다.



Q. 데뷔 3주년 축하합니다. 의미 있는 날에 이렇게 인터뷰를 하게 됐네요.

"시간이 정말 빠르네요. 3주년을 맞아서 오랜만에 과거 회상도 하고, 좋았습니다. 데뷔하고 나서 지금까지 너무 많은 일들이 있었어서 하나하나 좀 떠올려 봤어요."


Q. 과거를 되돌아봤을 때, 가장 강렬하게 남아있는 기억은 무엇이었나요?

"워낙 시즌마다 굵직굵직한 기억들이 많아서... 그래도 데뷔전 때가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 같아요."


Q. 데뷔 무대가 일반적이지는 않아요. LCK가 아닌 롤드컵 선발전에서 데뷔를 하셨잖아요.

"어떻게 보면 남들이 가질 수 없는 걸 가진 거라 특별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래서 팬분들도 더 좋아해 주시고, 저도 좋아요. 재미있게 생각하고 있어요. "


Q. 당시의 떨림, 설렘 그런 감정이 좀 인상 깊게 남아있는 걸까요?

"설렘. 아무래도 데뷔를 고대하고 있던 때라서 기쁨과 설렘이 컸어요. 거기에 선발전이라는 특수한 상황까지 다 재미있었어요. 긴장감은 거의 없었고, '나를 드디어 세상에 보여줄 수 있겠구나. 드디어 기회가 왔다' 그런 느낌이었던 것 같습니다."


Q. 데뷔전에 대한 외부 반응이나 평가도 꽤 좋았어요. 성공적이라고 표현할 만한데, 개인적으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그렇지 않아도 오늘 점심 때 추억을 다시 살리기 위해서 팬분들과 같이 데뷔전 영상을 봤어요. 지금에 비해서는 확실히 실력적으로 아쉬운 부분들이 많더라고요. 그래도 그때 당시의 제 기분이나 외부 평가로 봤을 때는 성공적이었던 것 같습니다. 물론, 아쉬운 부분은 많아요."


▲ 팬들의 사랑이 담긴 데뷔 3주년 기념 카페

Q. 그럼 그때와 비교해서 지금의 '구마유시'는 어떤 부분에서 성장했을까요? 게임 내외적으로요.

"인게임적으로는 더 많은 구도를 알고, 더 많은 챔피언을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이 생겼어요. 또, 게임 보는 눈도 많이 는 것 같고, 더 스마트하게 움직일 수 있게 됐어요. 게임 외적으로는 조금 더 성숙해지고, 제가 서있는 이 자리에 조금 더 책임감을 느끼게 됐습니다."


Q. 사실 데뷔 초에 솔로 랭크 등에서 부정적인 이슈가 있었고, 그로 인해 쓴소리를 듣기도 했어요.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그런 모습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방금 이야기하신 성숙함, 책임감과 연결되는 부분인 것 같은데, 특별한 계기가 있었을까요?

"아무래도 주전이 되고 나서 책임감이 생겼고요. 마지막 사건 이후로 크게 혼나고, 주변의 조언도 많이 들으면서 마음을 다잡은 것도 있습니다. 그리고, 그런 과거는 그냥 사라진 게 아니라 잠시 안 보일 뿐 영원히 꼬리표처럼 남아 있는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행동을 더욱 조심해야 한다고 항상 생각하고 있습니다."


Q. 또, '구마유시' 선수는 연습생 시절부터 쭉 T1에 몸담고 있어요. 힘든 점도, 좋은 점도 있을 것 같은데, 어떠세요?

"저는 처음부터 T1을 오고 싶어 했고, T1에서 주전으로 뛰고 싶은 마음이 강했어요. 그래서 지금의 자리에 굉장히 만족하고 있어요. 어려운 점이 있다면, 그건 T1이라서 그런 게 아니라 어느 팀을 가도 겪을 어려움이라고 생각해요. 개인적으로 환경이 바뀌는 걸 그렇게 좋아하지 않아요. 그래서 좋은 점이 훨씬 많은 것 같습니다. 팬분들도 많이 좋아해 주시고요."



Q. 원래는 근황 토크로 인터뷰를 시작하려고 했는데, 3주년을 축하하다 보니까 조금은 깊은 이야기를 나누게 됐네요. 늦었지만, 요즘 어떻게 지내고 계신가요?

"서머 스플릿이 끝나고 집에 가서 일주일 정도 쉬었고요. 8월 방송을 채우기 위해서 돌아왔고, 숙제는 미리미리 하는 성격이라 9월 방송도 마저 채우고 있습니다."


Q. 서머를 준우승으로 마무리하면서 마음의 정리가 필요했을 법도 한데요.

"작년에도 그랬지만, 서머는 체력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힘든 대회라고 생각해요. 스프링, MSI와 바로 이어서 하니까요. 그래서 막바지쯤 됐을 때는 빨리 불태우고 끝내고 싶다는 생각도 좀 있었어요. 당연히 우승을 했으면 좋았을 거라는 아쉬움이 컸고, '그래도 끝나긴 했구나' 하는 생각도 같이 들었어요. 아쉬움과 홀가분함이 공존했던 것 같아요."


Q. 그만큼 팀적으로 부침을 많이 겪은 스플릿이기도 했잖아요. 경기 인터뷰에서 자주 이야기하긴 했지만, 연패의 과정에서 개인적으로는 어떤 노력을 하면서 보냈는지 조금 더 들어보고 싶어요.

"팀이 전체적으로 흔들리고 있을 때, 그래도 제자리를 지키려고 최선을 다했어요. 그런데, 계속되는 패배 속에서 제 자신을 의심하기도 했던 것 같아요. 지금 플레이를 뭔가 잘못하고 있는 건가 싶기도 했고, 세팅이 잘못됐나 싶어서 마우스 감도나 장비를 바꿔보기도 했어요. 게임 외적으로는 상담도 받아보고, 책도 읽고, 산책도 하면서 멘탈을 바로잡았어요. 그렇게 잡아가는 시기에 ('페이커' 이)상혁이 형도 복귀해서 다시 좋은 플레이를 할 수 있었습니다."


Q. 이렇게 올라갔다 내려왔다 다시 올라가는 과정을 겪으면 힘들긴 해도 얻어가는 게 생기기 마련이잖아요.

"지금까지 계속 정규 시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둬왔잖아요. 그래서 프로 생활을 하면서 언젠가 이런 경험도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예상보다 조금 더 일찍 찾아오긴 했어요. 당연히 도움이 됐다고 생각해요. 이제는 연패의 상황에서도 조금 더 의연하게 대처하고, 내가 해야 할 것을 잘 찾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Q. 올해는 아시안게임 때문에 서머와 롤드컵 사이에 휴식기가 꽤 길어요. 연이은 대회로 지친 몸과 마음 회복하는데 도움이 될까요?

"쉬는 거 좋죠. 저는 어느 정도 쉬고 나면 다시 의욕도 넘치고 동기부여도 생기는 편이에요. 근데, 사실 그런 건 한 2주 정도면 충분하거든요. 이번에는 너무 길게 쉬다 보니까 좀 어색하기도 하고, 뭘 해야 하나 싶기도 해요. 마냥 쉬지 말고, 잘 활용해야 될 것 같아요."



Q. 아시안게임 이야기가 살짝 나온 김에, 개인적으로는 아쉬움도 클 것 같아요. 지난해에는 10인 후보에 들기도 했는데, 대회가 연기되면서 최종 명단에는 결국 오르지 못했어요.

"아무래도 서포터 포지션에서는 ('케리아' 류)민석이가 많이 뛰어나다 보니까 봇 듀오라는 타이틀로 같이 갔으면 좋았을 거라는 생각은 많이 했어요. 못 가게 돼서 많이 아쉽지만, 그래도 저 아직 어리잖아요. 26년도, 더 가서 30년도까지 기회가 올 수 있다고 생각하고, 꾸준히 열심히 잘하면 그 기회를 잡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Q. 이제 한 해를 마무리하는 롤드컵만 남겨두고 있습니다. 사실 준우승 징크스라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최근에 결승에서 미끄러지는 장면이 많았고, 그래서 더욱 더 우승 타이틀이 욕심날 것 같은데요.

"한 끗 차이로 준우승한 대회가 많았다고 생각하고, 그렇게 지금까지 놓친 트로피들을 생각하면 선수로서 너무 속상하고 분하죠. 그래도 반대로 생각하면 계속해서 결승까지 갈 수 있는 전력이라는 거잖아요. 이번 롤드컵에서도 충분히 우승할 수 있는 전력이라고 생각해요. 재작년에 4강을 갔고, 작년에는 준우승을 했으니 올해는 우승을 할 차례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Q. 그렇다면 '우승할 차례가 된 2023 롤드컵'에 임하는 특별한 각오도 들어보겠습니다.

"롤드컵은 매년 특별해요. 그런데, 이런 말 하면 팬분들이 싫어하실 수도 있지만, 이 멤버로 치르는 마지막 롤드컵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어떻게 보면 유종의 미, 이 멤버로 우승컵을 들고 싶다는 생각이 있어서 (이번 롤드컵이) 더 의미가 있는 것 같아요. 또, 상혁이 형과 T1에게는 한국에서 열리는 롤드컵이 처음이기 때문에 우승하고 싶다는 생각이 강해요. 지금까지의 준우승을 보상 받을 수 있는 그런 대회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Q. 마지막으로 3주년을 맞이하기까지 응원해주신, 그리고 앞으로도 응원해주실 팬들에게 인사 전하면서 인터뷰 마칠게요.

"3주년을 축하해 주시면서 선물도 너무 많이 보내주시고, 카페나 지하철 광고도 너무 과분하게 해주셔서 정말 감사드려요. 이번에 아시안게임에 나간 팀원들이 있는데, 아시안게임에서도 금메달 딸 수 있도록 응원 많이 해주세요. 저랑 ('오너' 문)현준이는 집 잘 지키면서 롤드컵 잘 준비해서 우승할 수 있도록 힘내겠습니다. 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