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이라면 마냥 좋았던 어린 시절, 매달 발간되는 게임잡지를 기다리는 일은 게임을 직접 하는 것만큼이나 즐겁고 설레던 것 중 하나였습니다. 한창 즐기다가 난관에 가로막혀버린 게임의 공략을 보려고, 좋아하는 게임에 관한 기사를 보고 싶어서, 혹은 이번 달 부록으로 나올 게임 CD가 갖고 싶어서 등 저마다 다른 이유였을지라도 게임잡지는 그 시절 게이머들에게는 특별한 의미를 가지고 있었을 겁니다.

하지만 어느 순간 게임잡지는 우리 곁을 떠나버렸습니다. 인터넷의 발달과 함께 그 존재 가치가 희미해져버린 걸까요. 서점에는 여전히 많은 종류의 잡지들이 비닐로 꽁꽁 싸여 사람들의 손길을 받고 있지만, 그 사이에서 게임잡지를 찾아보기는 어렵습니다.

[▲ 이제는 추억이 되어버린 손때묻은 게임잡지들
이미지 출처 : 문화콘텐츠 완전정복]


가끔 CD케이스에 담겨 진열대를 빼곡하게 채워주던, 아날로그적인 느낌이 진하게 묻어나는 게임들이 그리울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마다 할 수 있는 건 창고 어딘가에 쌓여있던 먼지투성이 잡지 몇 권을 끄집어내 한 번씩 뒤적여보는 게 전부였습니다.

이용승 씨와의 만남이 유달리 반가웠던 건 어디론가 사라져버렸던 어린 시절의 추억들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었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최초의 게임잡지인 '게임월드'를 비롯해 관련 잡지 1,500여 권을 모은 이용승 씨. 그의 블로그에서 게임잡지로 가득 채워진 책장 사진을 봤을 때 일단 먼저 입이 떡 벌어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 사이에서 기자가 즐겨보던 것들, 꽤나 최근까지 가지고 있었던 오래된 잡지들의 표지를 발견했을 때의 느낌은 아련한 그리움과 반가움, 바로 그것이었습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인벤 유저분들께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게임과 애니메이션을 메인으로 다루는 블로그 ‘문화콘텐츠 완전정복’을 운영 중인 지란지교(본명: 이용승)라고 합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을 비롯해 서울애니메이션센터 등에서 칼럼리스트로 활동해왔기 때문에 다른 지면을 통해 저를 알고 계신 분들도 계시리라 생각합니다.


게임잡지 박물관을 오픈하셨다는 소식을 듣고 이렇게 인터뷰 요청을 하게 됐는데요. 현재 보유하신 게임잡지의 구체적인 권수를 알려주신다면? 또, 오프라인에 전시를 한 것이라면 그 장소는 어디인가요?

현재 비디오 게임잡지 초기 트로이카 삼인방이라고 할 수 있는 '게임월드', '게임뉴스', '게임챔프'를 비롯해 '겜통', '게임매거진', '슈퍼 게임', '게임라인', '게이머즈'등 비디오 게임잡지와 'PC챔프'(파워진), 'KBS게임피아', 'V챔프', 'PC플레이어' 등 PC 게임잡지를 합쳐 총 1,458권 정도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외에 월간 컴퓨터학습이나 마이컴, 단행본, 중복되는 것들을 더하면 약 2,000권 정도가 됩니다만, 수집이 아직 진행 중이기 때문에 더 늘어나리라고 생각합니다.

전시공간 확보에 어려움이 있어 아직 오프라인에 따로 전시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제가 만족할만큼 수집이 완료되는 시점에 자료를 정리해서 오프라인 전시를 할 계획도 있습니다.



게임 잡지 중 특별히 기억에 남는 것이 있다면 소개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그 이유는 무엇인지도요.

가장 기억에 남는 잡지라면 많은 분들이 알고 계신 한국 최초의 비디오 게임지 '게임월드'일 겁니다. 초등학교(제가 다닐 땐 국민학교였죠.) 시절 게임월드 창간호 구입을 시작으로 게임잡지와의 인연이 시작되었으니까요.

'게임챔프' 창간호 세트도 기억에 남는군요. 분실했다가 다시 수집하는 과정에서 세 명의 다른 주인들로부터 본책, 부록책자, 게임음악CD 등을 인계받아 고생 끝에 완성한 기억이 납니다. 격월간지로 발행되었던 게임비평 역시 국내 게임 비평 문화 확산을 시도했던 참신한 잡지로 제가 소중하게 여기고 있죠.


[▲ 한국 최초의 비디오 게임지 '게임월드]


게임 문화에 대한 지식이 많고, 나름대로의 게임 철학도 갖고 계실 것으로 생각됩니다. 본인이 즐겼던 게임 중 가장 인상 깊었던 게임이 무엇이며 선정한 이유가 궁금합니다

사실 게임을 즐겨온 제 나이 또래(30대)의 게이머들이라면 인생의 게임이라 할만한 것 하나둘쯤은 있기 마련입니다. 동네 오락실에서 처음으로 제게 게임의 재미를 알게 해주었던 ‘갤러그’와 ‘보글보글’, 비디오 게임기인 슈퍼패미컴용으로 발매된다는 소식에 프리미엄까지 더해 학생신분에 16만원이라는 거금을 들여 구입했던 ‘스트리트 파이터2’ 등 어느 것 하나도 인상적이지 않은 것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저에게 있어 가장 인상적인 게임이라고 한다면 소프트맥스에서 발매했던 ‘마그나카르타 2’를 꼽고 싶습니다. ‘마그나카르타 2의 분석심리학적 코드읽기’로 게임비평상을 받은 것이 지금 제가 하고 있는 활동들의 초석이 되어주었기 때문인데요. 2009년 당시 ‘마그나카르타 2’를 분석하면서 한국게임의 인문학적 요소를 차용한 치밀한 스토리텔링 기법에 감탄을 금할 수가 없었죠.



많은 게임 잡지들이 폐간되고 그 정보들이 온라인상의 게임 웹진을 통해 전해지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온라인 정보와 게임 잡지 정보를 비교해 볼때 장단점은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인터넷 환경이 발달하면서 독자들의 무관심과 이로 인한 판매량 감소로 전세계적으로 많은 게임잡지들이 폐간하는 것을 봐왔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비단 게임잡지에만 국한된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새로운 시대가 요구하는 변화일 따름이겠죠.

신속한 정보의 공유와 양방향 소통은 온라인 게임 웹진이 가진 분명한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반면, 무분별한 정보의 과다노출과 정보의 질적 불균일성, 아직은 불안한 자료의 보관성 등은 앞으로 게임 웹진이 풀어나가야 할 문제인 동시에 이전 게임잡지들이 가지고 있었던 장점이라고 봅니다.



게임 잡지를 수집하게 된 배경은 무엇인가요?

어린 시절 게임잡지를 구입하기 시작한 것은 당시 국내 게임시장의 대부분을 해외 게임이 차지하고 있었던 여건에서 언어적 장벽을 극복하는 수단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더불어, 꽤나 비쌌던 게임들을 모두 구입할 수는 없었기 때문에 책으로라도 접해 보며 만족감을 얻었었지요.

이후 세월이 흐르면서 손때 묻은 게임잡지들에 쌓인 추억이 아쉬워 버리지 못하고 하나, 둘 간직해 왔었는데요. 대학시절 게임과 관련한 연구 활동과 글을 쓰게 되면서 본격적으로 자료 수집 차원에서 모으기 시작해 현재까지 이어오고 있습니다.



게임 관련해서 잡지 외에 따로 수집하는 게 있는지? 그리고 그 보유량은 어느 정도인지 궁금합니다.

게임잡지를 수집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모으게 된 게임 부록이 CD 300여 장 정도 되고, 대학시절부터 보드게임을 활용한 학습방법 연구를 시작하면서 모아온 보드게임이 200여 종 정도 됩니다. 이외에도 각종 애니메이션 관련 포스터, 음반, DVD 등의 자료를 조금 보유하고 있습니다.


게임 외에도, 영화, 드라마, IT 등 다양한 지식을 갖고 있으실 것 같은데, 이들과 차별되는 게임만의 특징으로는 무엇이 있다고 생각하시는지.

현실적 구속에서 벗어나 자유를 찾고자하는 욕구를 만족시켜준다는 점이 게임과 다른 문화 콘텐츠와의 공통점이라고 한다면, 몰입을 통해 자유를 찾아 떠나는 세상 속 주인공이 바로 자신이 된다는 점이 다른 장르와 조금 다른 점이지 않을까합니다.

물론, 게임 역시 장르에 따라 또 세분화 되긴합니다만, 게임이 구현한 가상세상 속 ‘나’가 주어진 환경 내에서 스스로의 선택에 따라 자신만의 이야기와 경험을 만들어 간다는 기본적인 구조는 게임만이 가지고 있는 고유한 매력이라고 할 수 있겠죠.


[▲ 이용승 씨의 블로그 '문화콘텐츠 완전정복'에는 다양한 콘텐츠 이야기가 가득하다]


세계적으로는 아직까지 콘솔이 게임업계의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지만 한국은 온라인 게임의 시장 점유율이 높은 편입니다. 한국의 게임 트렌드에 대한 개인적인 견해를 듣고 싶습니다.

우리나라는 인터넷 천국이라 할 만큼 유,무선 인터넷 인프라가 잘 구축되어 있기 때문에 전국민 중 78% 이상이 인터넷을 이용하고 있죠. 이러한 환경적인 요소와 함께 즐기고 나누는 것을 즐기는 우리나라의 민족성이 어우러진 결과이지 않을까요?

하지만, 오늘날 전 세계적으로 콘솔 게임과 온라인 게임의 경계가 모호해지고 있으며 스마트 기기용 게임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러한 구분은 더 이상 큰 의미가 없다고 봅니다.



최근 즐긴 게임 중 기억에 남는 작품이 있나요?

최근이라면, ‘블레이드 앤 소울’에 가장 많은 시간을 투자하고 있습니다. 게임 내부적으로는 다소 단선적인 스토리라인, 외부적으로는 넥슨이 엔씨소프트의 최대주주가 되었다는 점이 조금 마이너스 요소라고 하겠습니다만, 동양 무협 판타지를 멋지게 구현하고 있다는 점에서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게임이라고 봅니다. 물론, 디아블로3나 문명5, 심씨티 소셜 등 여타 게임들도 짬짬이 재미있게 플레이하고 있습니다.


문화 콘텐츠에 관련해 앞으로 달성하고 싶은 목적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거창한 목표 같은 것은 없습니다. 게이머의 한 사람으로서 오늘날 문화콘텐츠 영역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게임에 대한 모두의 열정이 변치 않기를 바랄 뿐입니다. 더불어 게임이 문화산업의 한 축으로 자리를 잡아 가는 과정에서 다소 견제를 받고 있는데, 하루빨리 그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도록 미력한 힘이나마 보탬이 될 수 있었으면 합니다.


인터뷰에 응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인벤 가족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아직 많이 부족한 저에게 인벤의 인터뷰 요청이 들어왔을 때 많이 망설였던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게임잡지 수집이라는, 선뜻 받아들이기 힘든 저의 취미마저도 인벤의 유저분들이라면 이해해 주시리라는 믿음을 가지고 이렇게 두서없는 말들을 늘어놓아봤습니다.

게이머마다, 세대에 따라, 게임을 즐기는 방법에는 차이가 있겠지만 마음속 깊이 게임을 사랑하는 마음에는 차이가 없겠지요. 게임잡지를 수집하는 일의 본질은 게임을 사랑하는 사람들과 나누었던 추억의 파편을 모으고 있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앞으로 제 개인 블로그인 ‘문화콘텐츠 완전정복’을 통해 공개될 다양한 국내 게임잡지들에 많은 관심과 사랑 부탁드리겠습니다.

언젠가 기회가 되어 인벤에서 그간의 기사를 정리해 책을 낸다면 그 역시 저에게는 수집의 대상이 될 수 있겠다는 조금은 별난 상상을 해보면서, 게임잡지의 또 다른 진보를 이루어낸 인벤의 발전을 기원하며 마무리할까 합니다.


[▲ 수집한 잡지들을 정리하는 것만도 엄청난 일]




이용승 씨 프로필

* 고려대학교 국어국문학 학사, 동 대학원 응용언어문화학 협동과정(문화콘텐츠학 전공)

* 게임문화평론가, 자유기고가, 문화예술콘텐츠학회 간사
* 한국콘텐츠진흥원 콘텐츠 정보 매거진 '콘진' 칼럼리스트
* 서울애니메이션센터 문화콘텐츠 전문 웹진 "iMage" 필진
* 게임문화연구회 및 게임기반학습법 지도 강사로 활동
* 지스타 2011 및 WCG 2011 GF 공식 파워블로거
* 한국콘텐츠진흥원 상상발전소 기자, SDA2012 서울드라마어워즈 온라인서포터
* 공감코리아 제5기 정책기자(문화체육관광부), 국무총리실 명예기자단 (4기)
* 문화포털 문화서포터리

* 제2회 대한민국 게임비평상 입상 (한국콘텐츠진흥원, 2009)
* 한국콘텐츠진흥원장 표창장 수상 (한국콘텐츠진흥원, 2012)

* 주요논문 및 저서

- "마그나카르타2"의 매체변용과 스토리텔링의 분석심리학적 코드읽기(2009)
- "리니지2"의 스토리텔링에 관한 연구(2009)
- "처용설화"의 게임콘텐츠 개발 방안 연구(2010)
- "아이온"의 스토리텔링에 관한 연구(2011)

- '응용인문의 현장'(공저, 문화체육관광부 선정 우수 학술도서, 2009)
- '콘텐츠 개발의 현장'(공저, 2010)
- '미디어와 문화'(공저,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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