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르에 대해 고민하고 만든 흔적이 느껴진 게임



로그라이트 게임은 비교적 적은 리소스로도 만들기 쉽다는 이유로 인디 개발사에서 많이 만드는 장르입니다. 이 순간에도 수많은 로그라이트 장르의 게임이 등장하고 있죠. 지난 몇 년 동안 너무나 많은 로그라이트 게임이 나와서일까요. 이제는 게이머들도 장르에 꽤 익숙해졌고 어중간한 게임이라면 성에 차지 않을 정도가 되었습니다. 과거처럼 랜덤 플레이에 의존한 이유 없는 반복 플레이가 더는 재미있게 다가오지 않을 정도로요. 우후죽순 쏟아지는 로그라이트 게임들 사이에서 빛을 보기 위해선 기존과는 다른 점을 내세워야 합니다.

Afterburner Studios가 '드림스케이퍼'에서 내세운 차이점은 감정선을 건드리는 내러티브와 액션의 손맛입니다. 특히, 기존의 반복적이기만 한 플레이에 지쳤다면 이 게임의 내러티브를 주목해볼 만 합니다. 게임의 목적을 부여해주는데 그 방식이 스토리를 좋아하는 사람뿐만 아니라 단순히 전투가 좋아하는 사람의 입맛에도 딱 맞췄기 때문입니다. 출시 이후 많은 게이머의 칭찬을 받으며, 스팀 평가 매우 긍정적을 달성한 '드림스케이퍼'에 대해 이야기해보도록 하겠습니다.

게임명: 드림스케이퍼(Dreamscaper)
장르명: 액션 로그라이트
출시일: 2021. 08. 06.
개발사: Afterburner Studios
서비스: Freedom Games
플랫폼: STEAM, 스위치

관련 링크: '드림스케이퍼' 오픈크리틱 페이지


로그라이트에 최적화 된 스토리 전개

'드림스케이퍼'는 낮과 밤에 따라 플레이의 목적이 달라지는 게임입니다. 밤이 되면 주인공은 잠에 빠지고 꿈속에서 자신의 트라우마와 싸우게 됩니다. 전투에서 패배할 경우 그 즉시 잠에서 깨어나게 되고 낮에는 마을을 돌아다니며, NPC들과 상호작용을 할 수 있죠. '페르소나' 게임 시리즈를 해봤다면 좀 더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사실 처음에는 꿈속인 것도 잘 모르겠고 싸우는 대상이 트라우마인지도 알려주지 않습니다. 게임은 시작하자마자 과거를 회상한 뒤 곧바로 전투에 들어가기 때문이죠. 딱히 게임의 스토리와 궁극적인 목표에 대해서 알려주려고 하지 않습니다.


이렇듯 이 게임은 스토리를 게임에서 자동으로 풀어주는 것이 아니라 게이머가 플레이하면서 조금씩 알아가야 하는 수동적인 방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이게 무슨 말이냐면, 보통 일반적인 게임은 시작부터 게임의 목표를 알려줍니다. 마왕이 공주를 납치했으니 공주를 되찾아와라, 섬에서 탈출해야 한다 등 주인공이 처한 상황에 대해 간단하게라도 설명을 해주고 이후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일련의 과정을 게임의 플레이로 담아내는 방식을 주로 사용합니다.

'드림스케이퍼'는 플레이어의 게임 진행 상황에 맞춰서 스토리를 알려주는 것이 아니라 어떤 행동을 했을 때 그에 맞는 스토리를 조금씩 알려주는 방식입니다. 게임에서 플레이어에게 스토리를 강제로 주입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흥미를 느끼고 궁금함에 빠질 수 있게끔 유도하는 방식이라 더욱 기억에 남을 수밖에 없더군요.

스토리를 알아내는 방식도 굉장히 세련된 방식을 선택했습니다. 일단 '드림스케이퍼'는 로그라이트 게임으로서 성장 요소를 갖추고 있습니다. 게임의 난이도가 꽤 어려워서 전투에서 계속해서 승리하기 위해선 주인공을 성장시킬 필요가 있죠. 캐릭터를 성장시키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는데요. 단순하게 전투를 통해 획득한 포인트로 성장하는 것도 있고 마을의 NPC들과 교류하면서 관계를 발전시키는 데에서도 캐릭터가 성장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런 대부분의 행동에 내러티브를 담아 성장만 해도 자연스럽게 주인공의 상황을 알 수 있게끔 해뒀습니다.


어찌 보면 당연할 수도 있는 소리지만, 보기 싫은 걸 강제로 알려주는 것과 내가 흥미를 느끼고 알아가는 것에는 많은 차이가 있습니다. 또한, 전투가 이뤄지는 저녁 시간에는 오로지 전투에만 집중하고 스토리와 성장은 낮에 이뤄지도록 분리를 했기 때문에 스토리 때문에 게임의 흐름이 끊어진다는 느낌은 받을 수 없었습니다. 게임의 궁극적인 목표를 시작부터 알려주지 않고 간접적으로 알려주니 이게 궁금해서라도 게임을 계속하게 만들더군요. 마을 NPC들과 친해질수록 활발해지는 캐릭터와 주변 풍경이 달라지는 모습도 만들어 플레이어가 게임에 개입한다는 느낌 역시 잘 살렸습니다.

이런 스토리 전개는 정해진 스토리를 따라가는 싱글 게임보단 로그라이트 게임에 특화되었다고 생각됩니다. 죽으면 시작 지점으로 돌아가는 로그라이트 장르 특성상 게임에 스토리를 넣는다는 것 자체가 꽤 어려운 일입니다. 챕터마다 스토리를 넣기엔 다음 챕터까지 얼마나 걸릴지도 알 수 없는 데다 죽으면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는 상황에서 이야기의 흐름도 어색해질 수밖에 없으니까요. 차라리 딱딱 맞춰서 보여주는 연출이 아니라 유저의 선택과 행동에 따라서 스토리를 보여주는 '드림스케이퍼' 식의 스토리 연출이었기에 로그라이트 게임에서도 감성을 자극하는 스토리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뭐니뭐니해도 로그라이트는 액션이 중요하다

앞서 재미있고 흥미 있는 스토리에 대해 설명했지만, 결국 로그라이트 게임에서 중요한 것은 전투라는 점은 부정할 수 없습니다. 재미있는 스토리는 게임을 더 재미있고 오랫동안 즐길 수 있게 해줄 뿐 스토리 하나 때문에 무의미하게 반복되는 로그라이트 게임을 붙잡을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테니까요.

다행히 '드림스케이퍼'는 스토리 뿐만 아니라 전투에서 많은 공을 들인 게임입니다. 우선 전투 조작은 일반적인 쿼터뷰 게임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기본 공격과 강 공격, 원거리 공격과 쿨타임이 존재하는 마법 공격, 구르기를 적절하게 조합해서 전투를 펼치게 됩니다. 쿼터뷰 액션 게임을 해본 사람이라면 빠르게 익숙해질 수 있죠.


한 가지 다른 점은 마치 리듬 게임처럼 타이밍을 맞춰서 조작키를 입력할 때 이득을 볼 수 있는 타이밍이 존재한다는 점입니다. 가령, 일반 공격을 할 때 1타 이후 2타로 넘어가는 순간에 캐릭터의 몸이 하얗게 빛나는 순간이 오는데요. 이 순간에 일반 공격을 때리면 대미지가 올라가는 방식입니다. 완벽한 타이밍이 성공할 경우 생각보다 올라가는 대미지의 양이 높으므로 될 수 있으면 타이밍에 맞춰 공격하는 것이 좋습니다. 무기마다 완벽한 타이밍이 다르므로 익숙해지기까지 꽤 오랜 숙련이 필요하죠.

사소한 전투에서도 플레이의 숙련도를 올릴 수 있는 장치가 있다는 것은 로그라이트처럼 플레이 템포가 길고 느린 게임에서는 큰 장점으로 다가옵니다. 단순하게 반복되는 전투도 이런 타이밍을 생각해야 하는 시스템이 들어가는 순간 매번 생각하며 플레이를 해야 하니 게임의 집중도에서 차이가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당연히 더 효율적인 전투를 하기 위해 노력할 테고 정확한 타이밍에 공격을 피하고 때리는 모습을 볼 때 액션의 만족감 역시 높아지게 될 것입니다.


물론, 타이밍에 맞춰서 누를 때 얻을 수 있는 이득은 대미지의 증가 외에는 없습니다. 타이밍에 맞출 때 무적 시간이 추가되거나 어떤 특별한 효과가 생기진 않아요. 따라서 굳이 높은 대미지가 필요하지 않다면 무리해서 타이밍을 맞출 필요는 없습니다. 어디까지나 플레이어의 숙련도에 따라 선택할 수 있는 영역이기 때문에 오히려 재미있고 편하게 생각할 수 있습니다.

몬스터 역시 다양한 종류가 존재했고 챕터가 넘어갈 때마다 이전에는 없던 패턴을 지닌 몬스터가 등장해 전투에 재미를 더해줬습니다. 게임에 난이도를 조절할 수 있는데 다수의 몬스터가 등장하면 다크소울처럼 굉장히 힘든 전투가 펼쳐져 꽤 애를 먹을 정도였죠. 아쉬운 점은 보스가 생각보다 이팩트가 없는 정도일까요. 체력이 떨어질 때마다 페이즈로 나눠서 새로운 패턴이 추가되는 것이 없고 그냥 정해진 패턴 내에서 반복적으로 공격을 하기 때문에 익숙해진다면 보스 전투가 일반 몬스터보다 쉽고 박진감이 떨어진다고 느낄 수 있습니다.


한편, 만족스러웠던 전투의 손맛과는 별개로 아쉬운 부분도 존재했습니다. 일단 게임의 그래픽이 3D에 빛을 활용한 심플한 이팩트를 써서 보는 맛은 괜찮았지만, 사람에 따라서 시각적으로 너무 눈에 띄기 때문에 불편하게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적을 주시하면서 공격할 것 같은 순간에 피해야 하는데 이팩트가 화면을 가려 피할 공격도 피하지 못하는 순간이 종종 생기더군요.

전투의 타격감은 괜찮은 편인데요. 떄리면 적들이 휘청거리고 강공격이나 특수한 스킬을 쓰면 공중에 뜨거나 넉백이 되는데 벽에 닿으면 다시 튕겨 나오는 등 마치 격투 게임을 하는 듯한 느낌을 선사해줍니다. 적을 공중에 띄워놓고 타이밍에 맞춰서 공격을 때려 넣으면 아무것도 못 하고 쓰러지는 적을 볼 수 있죠. 다만, 몇몇 무기에 한해서 공격 모션이 너무 간결하게 표현되어 아쉽게 느껴졌습니다. 일례로 검 계열의 무기는 휘두르는 모션이 시원하고 빨라서 보는 맛이 좋았지만, 몽둥이 무기는 나무 작대기를 들고 휘적거리는 느낌이라 성능이 좋은 무기로 등장해도 불구하고 별로 쓰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았습니다.

▲ 상하로 긴 맵에서는 캐릭터가 너무 멀리서 보인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무엇보다 전투에서 가장 불편하게 느껴졌고 아쉬웠던 부분은 카메라 앵글이었습니다. 이 점은 쿼터뷰 게임을 해본 분들이라면 모두 공감할 수 있으리라 생각되는데요. 하늘에서 비스듬한 시야로 캐릭터를 바라보는 쿼터뷰 시점은 플레이어가 임의로 화면을 움직일 수 없는 게임이 대부분입니다. '드림스케이퍼' 역시 플레이어가 카메라의 줌을 땅길 순 있어도 시야를 움직일 수는 없죠.

문제는 적당한 넓이를 가진 맵에서는 딱히 불편한 것이 없지만, 상하로 넓은 맵이 등장할 때 카메라가 너무 멀리서 캐릭터를 비추다 보니 캐릭터가 잘 보이지 않았습니다. 확대하면 그나마 괜찮았지만, 긴박한 전투 중에 일일이 화면을 확대하거나 늘릴 수도 없는지라 꽤 불편하더군요. 특히, 화면 밖에서 날아오는 투사체에 피격을 당하는 상황은 뭔가 부조리하게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다행히 게임사에서도 이 점을 인지했는지 캐릭터를 중심으로 몬스터가 있는 방향과 투사체가 날아오는 방향을 미리 알려주는 경고 시스템을 만들어뒀습니다. 공격을 막거나 패링할 수 있는 투사체는 흰색이고 피해야 하는 투사체는 빨간색으로 표시해 직관적인 느낌도 내려고 했죠. 실제로 게임 중에 크게 도움이 되진 않았지만, 없는 것보다는 좋았습니다.



다양한 성장 방식, 아쉬운 랜덤 요소

로그라이크와 로그라이트를 구분하는 것은 성장 방식의 차이에 있죠. 디아블로의 하드코어 모드처럼 캐릭터가 죽으면 정말 모든 것이 사라지는 게 로그라이크고 다크소울처럼 캐릭터가 죽으면 얻었던 것을 모두 잃지만 캐릭터의 성장치는 남아있는 것을 로그라이트라고 부릅니다.

따라서 로그라이크와 달리 로그라이트는 캐릭터의 성장치까지 고려해서 던전을 구상할 필요가 있습니다. 적당히 쉽게 만들면 너무 쉬워지고 그렇다고 또 너무 어렵게 만들면 게임을 진행하는 데 너무 오랜 시간이 걸릴 테니 중간지점을 잘 잡을 필요가 있죠. 또한, 던전에서 획득하고 성장할 수 있는 랜덤 아이템과 고정으로 캐릭터를 성장시킬 수 있는 능력을 적절하게 분배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 두 가지를 거의 완벽하게 잡은 게임이 바로 '하데스'죠.

▲ 낮에는 마을에서 다양한 활동을 진행하며 능력치를 높일 수 있습니다

'드림스케이퍼'는 성장 방식에 게임의 내러티브를 넣을 정도로 다양한 성장 방식을 갖추고 있습니다. 밤의 전투에서 얻었던 4가지의 자원을 활용해서 주인공의 능력치를 다양하게 성장시키는 것이 가능하죠. 성장치는 캐릭터의 능력을 올리는 것 외에 던전의 구성을 바꿔주기도 합니다. 가령, 주점에서 성장시킬 수 있는 것은 던전에 상점을 건설하거나 퍼즐 스테이지를 추가하는 등으로 이뤄져 있죠.

이 능력치를 성장시킬수록 던전에 다양한 보너스 스테이지가 등장하므로 1단계의 던전에서도 효율 좋은 아이템을 빠르게 얻을 수 있게 됩니다. 또한, 반복적으로 진행되는 던전에 변화를 줄 수 있으니 반복 플레이에서도 캐릭터의 성장 외에 무언가 변한다는 느낌을 주기 충분합니다. 장기적인 게임 플레이에서 게임의 재미를 더욱 높여주는 장치인 셈입니다.

▲ 마을에서 퍼즐 방을 해금한다면

▲ 전투에서 퍼즐 맵이 등장하는 방식입니다

마을 공원에서 성장시킬 수 있는 능력치는 전투와 관련이 있습니다. 캐릭터의 체력을 올려주고 완벽한 타이밍의 시간을 늘리거나 혹은 함정의 대미지를 줄여주는 등 전투에 도움이 되는 것들로 구성되어 있죠. 해당 능력치를 올리면 확실히 전투에서 큰 도움을 받을 수 있으므로 틈틈이 올려두는 것이 좋습니다.

다음은 마을에 있는 NPC들과 교류하면서 올리는 친밀도 능력이 있습니다. 이 능력이 바로 스토리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죠. 꿈속에서 얻은 키워드와 마을 NPC들과 이야기를 통해 얻은 키워드로 물건을 만들어 선물하거나 공통된 주제로 잡담을 하면 마을 NPC와 점차 친해질 수 있는데요. 마을 NPC마다 올려주는 능력치가 다르며, 친해질수록 더 많은 능력치를 올려줄 수 있습니다. 친밀해진 주민과의 유대감은 밤의 전투에서 선택해 주인공의 능력치를 끌어올려 주는 장비 아이템의 일종으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다양한 성장 방식을 통해 주인공을 성장시킬 수 있으며, 성장할수록 게임에 큰 영향을 주니 초반과 중반, 후반으로 갈수록 게임이 더욱더 다채로워진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습니다. 당장 처음 플레이만 하더라도 엄청나게 힘들었던 첫 번째 악몽이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좋은 아이템이 없어도 아주 쉽게 통과할 수 있을 정도로 말이죠.


아쉬운 점은 다채로운 캐릭터 성장과 달리 던전에서 얻는 아이템이 다양하지 않다는 것입니다. 로그라이트 게임을 오랫동안 플레이할 수 있는 비결은 던전 플레이의 랜덤성에 있습니다. 매번 능력과 효과가 다른 수십, 수백 종의 아이템을 던전에서 획득할 수 있으니 같은 던전이라고 해도 다른 플레이 경험을 느낄 수 있죠. '드림스케이퍼'는 일반 무기뿐만 아니라 원거리 무기와 마법, 심지어 구르기까지 장비를 바꿀 수 있게 만들어뒀습니다.

그런데 따로 놓고 보면 생각보다 숫자가 적습니다. 3시간에서 4시간 정도 플레이를 하면 대부분의 장비를 한 번쯤은 얻어서 사용해볼 수 있을 정도이며, 이후에는 이전에 얻었던 장비를 사용해서 던전을 격파해야 합니다. 보통은 무기와 같은 장비 외에 아티팩트라 불리는 악세사리를 만들고 여기에 다양한 성장 효과를 부여하는데요. '드림스케이퍼'는 이 아티팩트의 숫자도 적고 획득할 방법이 보스를 잡는 등 너무 한정적입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장비에 여러 가지 효과를 부여해뒀는데 생각보다 효과가 미미한 편이라 있으나 없으나 한 수준입니다.

캐릭터를 성장시키는 장치가 잘 마련되어 있으므로 반복적인 전투에서 유의미한 변화를 느낄 수 있지, 전투 중에 아이템을 통해 어떤 특별한 경험을 하기엔 숫자와 능력치의 분배가 알맞지 않았다고 생각됩니다. 만약 전투에서 여러 경로를 통해 다양한 아티팩트를 얻을 수 있었다면 게임의 초입부터 스타일리쉬한 전투를 느낄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됩니다.

▲ 아이템의 효과가 능력치 % 증가인지라 대미지가 쎄지는 효과 외에는 변화를 느끼기 어렵습니다





'드림스케이퍼'는 전체적으로 비슷한 느낌의 로그라이트 게임들 사이에서 자신들만의 색을 보여준 게임이었습니다. 목표가 없는 마라톤은 금방 지치기 마련입니다. 로그라이트 게임에서 랜덤 요소를 앞세워 의미 없는 반복 플레이를 내세우는 시대는 이제 끝났습니다. 싱글 게임처럼 완벽한 기승전결을 구조적인 문제로 넣기 힘들다면 로그라이트에 맞는 방식의 기승전결을 만들어둘 필요가 있습니다. 마치 '드림스케이퍼'처럼 말이죠.

주인공의 감정을 내세운 내러티브와 전개 방식은 플레이어에게 큰 부담을 주지 않으면서 게임의 스토리를 궁금하게 만드는 데 성공했습니다. 여기에 전투의 재미도 확실히 챙겨 게임을 계속하게 만드는 원동력을 제공해줬죠. 단순히 스토리에서 흥미를 느끼는 게임이 아니라 스토리와 전투가 재미있는 로그라이트 게임이라는 포지션을 확실히 챙긴 셈입니다.

게임을 점점 진행할수록 게임의 플레이가 조금씩 달라진다는 점 덕분에 반복적인 플레이에 지루함을 덜어낼 수 있었습니다. 물론, 던전에서 등장하는 아이템이 적고 그로 인해 다이나믹한 전투 플레이의 변화를 느끼긴 어려웠지만, 기본적인 액션을 탄탄하게 만들었고 후반으로 가면 캐릭터의 성장치로 이를 만회할 수 있었기 때문에 나쁘지 않았습니다. 문제는 초반 이후 중반까지의 과정이 조금 지루해질 수 있다는 것 정도일까요. 그 부분만 넘긴다면 오랜 시간 동안 매우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로그라이트 게임이 될 것입니다.

▲ 초반의 진입 장벽만 넘는다면 30시간 이상의 플레이 타임 보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