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소울라이크 장르에 흥미가 있었다면 주목해 볼 게임이 등장했습니다. 12일부터 15일까지 일산 킨텐스에서 펼쳐지는 플레이엑스포에 출전한 얼라이브 게임 스튜디오의 '베이퍼월드: 오버 더 마인드(이하 베이퍼월드)'가 그 주인공입니다.

'베이퍼월드'는 2D 소울라이크 액션 장르로서 올해 출시를 목표로 한창 개발 중인 게임입니다. 개발사인 얼라이브는 2020년 1월 설립된 인디 게임사로 약 5년에 걸쳐 현재의 '베이퍼월드'를 개발하고 있습니다. 초기에는 소규모로 개발을 시작했지만, 점차 규모가 늘어 현재는 16명으로 이뤄져 있죠.

이 게임을 관통하는 핵심 주제는 트라우마입니다. 공상, 망상을 다루는 세계라는 뜻의 '베이퍼월드'는 정신적 충격을 받은 환자가 느끼는 트라우마가 괴물의 모습으로 등장하고 이를 물리친다는 설정을 하고 있습니다. 약간은 어두울 수 있는 스토리와 암울한 느낌을 잘 살린 그래픽, 괴이한 몬스터 디자인 등이 맞물려 독특한 분위기를 풍기는 작품입니다.


이전까지는 대략적인 게임 분위기가 담긴 이미지만 확인해볼 수 있었는데요. 이번 플레이엑스포를 통해 처음으로 게임을 플레이 해볼 수 있는 데모 버전이 공개됐습니다. 현장에서 실제로 플레이 해 본 '베이퍼월드'는 고퀄리티의 몽환적인 그래픽과 부드러운 액션을 갖췄으며, 꽤 높은 수준의 컨트롤 실력을 요구했습니다.

현장에서 플레이할 수 있는 데모 버전은 초반 튜토리얼과 보스 몬스터와의 전투 정도를 담고 있습니다. 전체 플레이 타임은 10~15분 내외 정도였지만, '베이퍼월드'가 어떤 방향으로 개발 중인 게임인지를 확인하기엔 충분했습니다.

'베이퍼월드'는 SKS 스튜디오의 '솔트 앤 생츄어리'와 프롬소프트웨어의 '세키로'가 떠오르는 게임이었습니다. 단순히 2D 소울라이크여서 그런 것은 아니고 게임 진행 방식과 패링 위주의 플레이 때문이었습니다.

먼저, 게임의 그래픽은 전체적으로 어두운데 흐릿한 필터가 끼어있는 느낌이었습니다. 게임의 주요 배경이 타인의 세계에 들어갔다는 점을 부각하기 위함으로 보입니다. 이런 그래픽 느낌이 불편하기보단 오히려 게임의 분위기를 잘 살려줬다고 생각합니다.

게임 진행은 횡스크롤 액션으로 길을 따라 이동하며, 눈에 보이는 적과 맞서 싸우는 방식입니다. 점프와 구르기를 적절하게 사용해 건물 내부와 외부를 오고 갔지만, 데모 버전에서는 일자 구조라 맵의 구조가 갈림길을 두고 입체적으로 이뤄져 있는지는 확인할 수 없었습니다.


전투는 일대일 뿐만 아니라 적 다수와 싸울 때가 있었고 숙이기 행동을 통해 몰래 접근해서 암살하는 잠입 플레이도 가능했습니다. 암살에 성공하면 적을 단 번에 제압할 수 있었는데 전투의 난이도가 생각보다 높았기 때문에 잠입할 수 있는 상황이라면 될 수 있으면 행하는 것이 좋았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잠입 플레이가 분위기와 맞지 않고 어색한 느낌은 들지 않았습니다.

한편, 전투가 어려웠던 이유는 단순히 공격만 해서는 적을 쉽게 쓰러트릴 수 없는 방식 때문이었습니다. 이 게임은 공격과 방어, 회피를 통해 전투를 진행하는데 이는 적도 마찬가지입니다. 내가 공격하면 적도 방어하고 빈틈을 노려 정타를 먹이니 단순무식한 공격보단 방어로 먼저 공격을 막아서 때리거나 혹은 정확한 타이밍에 방어해 적의 공격을 튕겨내야 했죠. 하단에는 방어 게이지가 있기 때문에 무턱대고 방어만 할 수도 없어 생각보다 패링의 중요성이 엄청나게 높았습니다.

패링만 잘한다면 적을 수월하게 쓰러트릴 수 있었고 반대로 패링을 못 한다면 일반적인 몬스터와 싸울 때도 목숨을 걸어야 했습니다. 전투의 난이도를 가르는 핵심이 패링이다 보니 공격을 하기 전의 모션이 짧고 공격 속도가 꽤 빨라 정확한 타이밍을 잡기가 꽤 어려웠습니다.


액션 게임에서 가장 중요한 조작감에 관해서 이야기하자면 아직 한창 개발 중인 게임이지만 5년이라는 오랜 개발 기간 때문인지 완성도 높은 조작감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전체적인 캐릭터의 모션이 부드럽고 움직임에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달까요. 그래서 공격과 회피 등의 액션이 깔끔하고 직관적으로 다가왔습니다.

다만, 일반적인 액션 게임과 비교하면 캐릭터의 행동이 살짝 느리다고 생각합니다. 약간 슬로우 모션으로 돌리는 것처럼 말이죠. 반면, 공격 모션은 생각보다 빨라 이동과 공격 사이의 속도에 대한 괴리감이 꽤 크게 느껴졌습니다. 느리게 움직이다가 갑자기 빠르게 움직이면 순간적으로 반응을 못 하는 것처럼 말이죠. 또한, 사실적인 액션을 보여주기 위해 이펙트를 최소화 했다는 느낌이 들었지만, 되려 그 때문에 제대로 타격을 했는지, 내가 피했고 막았는지 등을 직관적으로 확인하기가 어려웠습니다. 순간적인 판단이 중요한 액션 게임이라면 행동에 따른 피드백을 빠르게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이런 부분에서 아쉬웠습니다.

총평하자면 데모 버전이라는 점을 고려해도 게임의 완성도가 높았습니다. 매끄러운 조작에 맞춰 전투의 템포를 조절한다면 2D에서도 스타일리쉬한 패링 액션 게임을 즐겨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현재 '베이퍼월드'는 올해 10월에 스팀에서 얼리 엑세스로 출시한 후 내년 초에 정식 출시를 목표로 개발 중입니다. 출시 전 게임의 느낌을 체험해보고 싶다면 이번 플레이엑스포를 통해 게임의 데모 버전을 즐겨보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