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을 살면서 무언가를 새로 시작한다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다. 첫 걸음마부터 시작해서 한글을 배우고 학교에 입학하고 첫 직장을 얻고 결혼을 하면서 가정을 꾸리는 등 살면서 우리는 늘 새로운 시작을 경험한다. 이 모든 일이 첫 시도부터 순탄하게 풀리는 것은 아니다. 끊임없이 넘어지고 깨지면서 배우는 것이 우리의 인생이다. 힘든 만큼 성취감 또한 크게 다가온다.

오늘의 주인공인 삼성 갤럭시의 최우범 감독 역시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 삼성 갤럭시 LoL 게임단의 코치였던 그가 감독으로 첫 발을 내디뎠다.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겠지만, 그는 감독으로 처음 출전한 대회에서 준수한 성적을 거두며 팬들의 기대를 받게 됐다.


새롭게 팀의 수장이 된 최우범 감독과 진솔한 대화를 나누게 됐다. 그에게서 삼성 갤럭시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에 대해 들어볼 수 있었다.


Q. 인벤 독자들에게 인사 부탁드린다.

삼성 갤럭시의 새로운 감독이 된 최우범이다. 감독이 된 후 처음으로 인터뷰를 하게 되어 많이 긴장된다. 예쁘게 봐주셨으면 좋겠다(웃음).


Q. 프리시즌 일정을 모두 마쳤다. 기간 중에 어떻게 지냈나?

정말 바쁘게 지냈다. 감독이 되고 회사에서 포상 휴가를 줘서 재밌게 다녀왔다. 지난 11월 6일부터 본격적으로 선수 모집에 나섰다. 내가 개인적으로 선수를 모집하다 보니 어려운 점이 많았다. 선수 모집이 끝나고 팀이 구성된 후, 정말 '감독'의 역할에 충실하는 중이다. 팀의 하루 일과는 아주부 스트리밍으로 시작된다. 방송이 종료되면 하루 종일 스크림과 식사가 번갈아 가며 이어진다.


Q. 롤드컵 종류 후 선수들과 코칭 스태프가 대거 팀을 나갔는데?

기존에 팀에서 활동했던 선수들이 좋은 조건으로 해외에 진출했다. 한국과 중국은 시장 규모에서 아무래도 차이가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기존 선수들에게 좋은 일이라고 생각했다.


Q. 기존 삼성 멤버들 중 혼자만 팀에 남게 됐다. 이유가 있나?

나는 삼성 게임단에 정말 오래 몸담고 있었다. 거의 10년 정도 됐다. 많은 측면을 따져봤을 때 팀에 남아 있는 것이 최선의 선택이라는 결론에 다다랐다. 그동안 함께 생활하고 함께 일했던 정이 있지 않나. 나를 믿고 의지하는 아내와 아이들 생각도 났다. 그렇기에 가정을 비우고 해외에 나가는 것은 생각하기 힘들었다.


Q. 현 삼성 갤럭시에 시드권이 주어지는 것에 말이 많았는데?

최대한 의식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한 번 의식하기 시작하면 끝도 없다고 생각했다. 선수들에게도 커뮤니티에 안 좋은 글이 올라오면 너무 의식하지 말라는 이야기를 많이 해준다. 다행히 요즘은 팀에 대해 좋지 않은 글이 거의 올라오지 않는다. 팬들이 우리를 좋게 봐주시는 것 같이 감사하다. 좋은 평가가 계속 이어지도록 노력할 것이다.


Q. 이제 팀의 코치에서 감독이 됐다. 부담되진 않았나?

기존 선수들이 워낙 잘했다. 그 선수들은 이제 더 이상 팀에 남아있지 않지만 의식이 되는 건 어쩔 수 없었다. 부담감도 상당했다. 신경 쓰지 않으려고 해도 은연중에 신경이 쓰이더라. 새로 팀에 합류할 선수들이 그런 점에 의해 혹여나 피해를 받지는 않을지 걱정도 됐던 것이 사실이다.


Q. 선수 영입에 있어서 가장 먼저 생각했던 부분은?

오랫동안 e스포츠에서 일하면서 갖게 된 생각이 있다. 프로게이머는 실력도 실력이지만, 인성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물론, 선수 모집 기간이 그리 길지 않았기에 모든 부분을 챙길 수는 없었지만 최대한 선수 영입에 이러한 기준을 적용하고자 노력했다. 다행히 지금 팀에 소속된 선수들에게 특별히 문제가 될 만한 점은 없는 것 같다.

물론, 짧은 기간 동안 빠르게 선수를 모집했기 때문에 인성적인 측면을 정확히 꿰뚫어보지 못 했을 수도 있다. 그래도 내가 e스포츠 계통에서 오래 생활하다 보니 사람 보는 눈이 괜찮다(웃음). 지금 선발된 선수들 모두 내가 예상했던 그대로의 성격인 것 같다.


Q. 팀의 봇 듀오로 활동 중인 '레이스' 권지민과 '퓨리' 이진용은 프로 경험이 있는 선수들이다. 어떻게 영입하게 됐나?

권지민 선수는 다시 프로게이머 생활을 하고 싶다고 연락이 왔다. 분명 프로게이머 생활을 하면서 어느 정도 실력이 검증된 선수였지만, 면접을 보면서 실력이 다른 신청자들에 비해 부족하다고 판단되면 주전으로 기용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말해줬다. 이진용 선수는 예전부터 내가 눈여겨봤던 선수다. 당연히 소속 팀이 정해진 줄 알고 있었는데 먼저 연락이 왔다. 두 선수 모두 테스트에서도 우수한 실력을 보여줘서 발탁하게 됐다.


Q. 두 선수로 구성된 봇 듀오가 강점이라는 평가가 있다.

그건 사실인 것 같다. 내가 봐도 정말 잘하더라. 테스트할 때부터 다른 팀 봇 듀오들과 비교해도 괜찮을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실제 경기에서도 잘한다.


Q. 프리시즌 이야기를 해보자. 첫 경기부터 좋은 결과를 만들어냈는데?

솔직히 말해서 나도 놀랐다. 총 여덟 경기를 했는데 그중에서 잘해봐야 한두 경기 이기지 않을까 예상했었다. 팀원이 모두 모인지 얼마 되지 않았고 연습 경기에서도 많이 졌기 때문이다. 우리는 아마추어 선수 세 명과 프로게이머 생활을 그리 오래 하지 못한 선수들 두 명이 모인 팀이다. 그런데도 선수들이 잘 따라와 줘서 결과가 좋았던 것 같다.


Q. 비록 무승부를 거두긴 했지만 여러 강팀들을 상대로 경기력이 좋았다.

정말 뿌듯하고 선수들이 자랑스럽다. 하지만 앞으로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 같다. 여기서 만족하지 않고 부족한 부분을 많이 보완해야 다가올 정규시즌에서 좋은 경기력이 나올 것이기 때문이다.


Q. 어떤 점을 주로 보완할 생각인가?

경기력을 가다듬는 것도 물론 중요하다. 하지만 일단 빠르게 팀의 코치를 구할 생각이다. 지금은 내가 거의 모든 일을 다 하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선수 출신이면서 인성이 좋은 사람이 코치직을 맡아줬으면 한다. 그리고 세트별로 선수 교체도 가능하기에 선수들을 추가로 뽑을 계획이다.


Q. 기존 삼성 스타일인 적극적인 시야 장악이 경기 중에 보이던데?

시야 장악과 같은 부분은 선수들에게 많이 이야기해준다. 기존 삼성 스타일을 고수해서라기보다는 아마추어였던 선수들이 많다 보니 연습 경기 중에 와드를 너무 안 사더라. 연습 경기에서도 유리하다가 역전패를 당한 적이 많았다.


Q. 깜짝 카드를 준비하는 것이 있나?

코치 생활을 할 때, 나는 전담 코치들과 함께 선수들의 전반적인 부분을 챙기는 역할을 했다. 놓치기 쉬운 부분을 선수들에게 알려준 적이 많았다. 팀에 금지 챔피언도 있었다. 당시에는 감독님과 내가 주로 상의해서 안 하는 것이 좋은 챔피언들을 정했던 적이 있다. 지금도 팀 운영에 있어서 이런 부분을 적용하고 있다.

가끔 연습 중에 누가 봐도 어울리지 않는 라인에 특정 챔피언이 가 있는 경우가 있다. 연습 끝나고 그 선수의 전적 기록을 보면 그 챔피언 승률이 정말 낮다. 이럴 경우 그 챔피언은 못 하게 한다. 만약 정말 하고 싶으면 팀원의 동의를 구해 오라고 한다.


Q. 팀 운영에 있어서 철학이 있다면?

경기에서 패배하더라도 절대 팀원 탓을 하지 말 것을 선수들에게 항상 주문한다. 선수들에게 항상 '리그오브레전드는 팀 게임이다. 누가 한 명이 잘못해서 지는 것도 아니고, 한 명이 잘해서 이기는 것도 아니다'라는 말을 해준다. 팀 게임에서 특정 팀원을 탓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


Q. 팀원이 전부 바뀌었지만 삼성 갤럭시를 좋아해주는 팬들의 관심은 여전히 높던데?

아무래도 예전부터 우리를 응원해주시던 분들이 계속해서 좋아해 주신다. 정말 감사한 일이다. 그분들에게 보답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승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질 때 지더라도 재미있는 경기를 보여드리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감독 입장인 내가 봐도 경기가 재미없으면 그걸 지켜보는 팬들은 어떻겠나(웃음).


Q. 프리시즌이 종료됐다. 자평하자면?

일단 정말 잘했다. 하지만 프리시즌 성적에 너무 심취해 있으면 안된다고 생각한다. 부족했던 부분을 빠르게 보강하고 잘했던 부분을 극대화시켜 정규시즌에 좋은 성적을 내고 싶다. 항상 선수들에게 승패에 상관없이 후회 없는 경기를 하자는 말을 해준다. 천천히 단계를 밟으며 올라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사무국에서도 나의 이러한 생각을 존중해주고 있다.


Q. 인터뷰를 마칠 시간이다. 마지막으로 인사 부탁드린다.

나와 선수들 모두 인벤에 자주 방문하는 편이다. 선수들의 성적이 좋지 않아도 항상 사랑으로 봐주셨으면 감사할 것 같다. 더불어 이제 막 발을 내딛기 시작한 삼성 갤럭시에 많은 관심 부탁드린다. 재미있는 경기 보여드릴 수 있도록 항상 노력하는 게임단이 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