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LoL 월드 챔피언십(이하 롤드컵)' 조추첨이 끝나고, 담원 기아-FPX-로그-C9이 배정된 A조에 대해서는 거의 모든 사람들이 같은 예측을 했다. 담원 기아와 FPX가 8강에 진출할 것이라고. 로그에게는 일찌감치 애도를 표했고, 플레이-인 스테이지를 뚫고 올라온 C9도 마찬가지였다.

조금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LCK 1시드이자 디펜딩 챔피언 담원 기아는 누구나 피하고 싶은 강팀이었고, LPL 2시드 FPX는 1시드 EDG와 맞먹는 전력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반면, 힘겹게 롤드컵에 합류한 로그는 작년에 이어 또다시 담원 기아-LPL 2시드와 한 조가 되는 최악의 상황에 놓였다. 2강 2약이 명확한, 죽음의 조가 아닌 '죽은 조'가 바로 A조였다.

그리고, 그 예측은 빗나가지 않았다. 1라운드가 마무리된 현재 담원 기아가 3전 전승으로 단독 1위를 달리고 있고, FPX는 담원 기아에게 패배해 2승 1패로 2위에 안착했다. C9과의 멸망전에서 승리한 로그가 3위, C9은 3전 전패로 꼴찌다.

담원 기아는 개막전부터 FPX를 찍어누르며 자신들의 건재함을 전 세계에 알렸다. 롤드컵 메타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티어 정리도 잘 되어 있다는 게 첫 경기부터 느껴졌는데, 블루 사이드 유미 선픽에 이어 이번 롤드컵에서 주요 챔피언으로 떠오른 픽을 야무지게 챙겨갔다. 로그전에서는 루시안-나미라는 새롭게 떠오른 메타 픽에 흔들리기도 했지만, 기본적으로 개인 기량과 운영 능력이 한 체급 위라는 걸 세 경기 내내 보여줬다.


반면, 변수로 떠오른 건 FPX의 경기력이었다. 패배한 담원 기아전은 물론이고, 승리한 두 번의 경기에서도 안정감을 찾기는 힘들었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논란의 중심에는 밴픽이 있었다. 현 메타와 상반되는 갈리오-말자하라는 비주류 픽과 자르반 4세를 필두로 한 국밥 한타 조합은 선택의 이유를 증명하지 못했다. 그나마 로그전에서 밴픽적으로나, 인게임적으로나 폼을 조금은 회복하는 모습을 보였기에 2라운드에서는 더 나아진 모습을 기대해봄 직하다.

FPX의 자리를 노리고 있는 건 역시나 로그다. 1승 2패로 불리한 위치에 놓여있기는 하나, 담원 기아전과 FPX전에서 보여준 집중력이 좋았고, C9을 압도했다. 특히, '한스 사마'의 경기력이 눈에 띄게 좋아서 상체가 조금만 더 힘을 내준다면 이변을 만들어낼 법하다. 하지만, 그러기에는 '오도암네'의 부진이 너무 깊다. 매경기 라인전에서부터 크게 밀리는 장면을 연출하고 있다.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절대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갈 수는 없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C9은 '퍽즈 타임'이라는 불명예스러운 별명이 붙었다는 사실만으로 현 상태를 잘 파악할 수 있다. FPX전에서는 다 이긴 게임을 '퍽즈'의 잘못된 판단 하나로 내줬다. 다른 라인 역시 예상대로 기본 체급에서 밀리고 있다. 팀의 에이스였던 '퍽즈'가 이번 롤드컵에선 패배의 주된 요인으로 떠올랐으니, C9이 좀처럼 힘을 쓰지 못하는 건 당연한 결과. '퍽즈'의 각성이 아니라면 1승조차 힘들어 보이는 게 C9의 현주소다.


■ 2021 롤드컵 그룹 스테이지 A조 2라운드 일정

1경기 FPX vs 담원 기아 - 15일 오후 8시
2경기 C9 vs 로그
3경기 FPX vs C9
4경기 담원 기아 vs 로그
5경기 로그 vs FPX
6경기 C9 vs 담원 기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