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한 프로 게이머가 되기 위해서는 여러 소양이 요구됩니다. 일단 게임 실력이 중요하지만, 프로 게이머로서 성공 가도를 달리기 위해서는 사리 분별을 할 줄 아는 올바른 인성과 다른 이의 충고를 받아들일 수 있는 겸허한 자세 역시 중요합니다. 또한 많은 팬들에게 자신을 보여줄 수 있는 쇼맨십도 어느 정도 요구되는 자리가 프로 게이머의 자리입니다.

사실 이 모든 소양을 충족시키는 사람은 흔치 않습니다. 완벽하게만 보이는 그들도 사람이고, 모든 면이 완벽할 수는 없기에 프로 게이머들 역시 잦은 실수를 합니다. 어쩌면 그 모습이 팬들에게는 더 어필할 때도 있을 듯 합니다. 어딘가 부족해 보이던 선수들이 차츰 차츰 발전해 나가는 모습은 모든 스포츠에서 볼 수 있는 일종의 드라마니까요.

삼성 오존의 탑 라이너인 '루퍼' 장형석 역시 완벽한 프로 게이머는 아닙니다. 지난 롤드컵 2013 때 처음 데뷔해서 이제 첫 롤챔스 시즌을 보내는, 아직은 초보에 가까운 프로 게이머일 겁니다. 하지만 괜히 프로 게이머가 된 것이 아닙니다. 항상 조용하고 묵묵히 제 할 일만 하는 선수지만, 가슴 속 열정은 항상 뜨겁게 타오르는 선수가 바로 '루퍼' 장형석입니다.

아직 완벽하지는 않지만, 다듬어지지 않은 보석 원석처럼 차츰차츰 자신을 연마해가는 장형석과 인벤팀은 짧은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Q. 안녕하세요. 인벤과의 인터뷰는 처음인데,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합니다.

안녕하세요. 삼성 오존의 탑 라이너를 맡는 '루퍼' 장형석입니다. 올해 22살이고, 데뷔한지는 이제 세 달 정도 됐어요. 서울 시립대 컴퓨터학과 재학중이고 현재는 휴학 중입니다.


Q. 데뷔 첫 무대가 롤드컵이었어요. 신인 치고는 파격적인 데뷔였는데 기분이 어땠나요?

미국에 가기 전 팀 내에서 제가 출전하면 좋겠다는 얘기가 나왔어요. 처음에는 진짜 경기를 뛰게 될줄은 몰랐죠. 미국 따라가서 구경도 하고 재밌게 보고 오겠다는 생각이었는데, 막상 경기하게 되니까 좋았어요.


Q. 첫 데뷔전을 세계 무대에서 치렀는데, 긴장되지는 않았나요?

솔직히 좀 긴장하긴 했어요. 첫 프로무대 데뷔이기도 했고, 관중석에 관객 분들도 매우 많아서 긴장됐었죠.

▲ 데뷔전을 치른 롤드컵 2013 현장


Q. 당시 좋은 플레이를 보여주었는데, 본인 스스로 자신의 플레이에 만족했었나요?

아쉬운 점이 없었다면 거짓말이겠죠. 이왕이면 이기는 게 좋으니까요. 그래도 제 나름대로는 만족할만한 플레이를 펼쳤던 것 같아요.


Q. 그렇군요. 이제 프로게이머가 되기 전 이야기를 잠깐 해보죠. 롤을 처음으로 접한 것이 언제인가요?

1년 반? 아니 좀 더 전이네요. 헤카림이 나올 때부터 했는데 헤카림이 작년 4월에 나왔으니까요. 원래 처음엔 프로를 하려는 마음은 없었어요.

그냥 신지드만 줄곧 하던 일반 유저였는데, 이전 카오스를 할 때 알던 사람들이 모두 KT에 프로로 들어가 있었죠. KT에서 테스트 제의가 와서 그 때부터 다른 챔피언들도 연습했던 것 같아요.


Q. 카오스를 오래 플레이했었나요?

네 카오스도 많이 했어요. CCB(Chaos Clan Battle) 마지막 시즌에서 우승했었죠. 당시 '짜돌'이란 아이디를 사용했어요. 주로 첸을 플레이했고, 거의 모든 포지션을 소화했죠. 중, 고등학교때 스타크래프트 같은 게임을 잘 한다는건 알고 있었는데, 카오스 정점을 찍기 까지는 오래 걸렸어요.


▲ CCB 마지막 시즌을 우승했던 경험이 있다고



Q. 그러고 보니 카오스 고수가 롤에서도 두각을 보이는 사례가 많아요.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요?

처음엔 비슷할 거라고 생각했어요. 같은 AOS 게임이잖아요? 근데 생각보다 많이 다르더라고요. 그래서 적응하는데 조금 힘들었어요. 카오스의 경우 '안티(안티 매직 포션)'와 '디스펠(디스펠 완드)'의 활용이 중요시되기 때문에 이를 적재적소에 사용할 개인의 기량이 필요한 반면 롤은 시야 와드의 존재로 더 유기적인 팀워크를 요구하죠.

아예 게임 자체가 다르더라고요. 챔피언도 너무 많아서 배우기 힘들었어요. 게임 중에 모르는 스킬에 얻어맞아 죽고 망연해 있던 적이 많았어요. 카오스 고수가 롤 고수가 된다는건 사람마다 다르겠죠?


Q. 롤에서는 신지드 장인으로 유명했어요. '공노군' 이라는 아이디를 사용한거로 아는데, 신지드를 얼마나 한 건가요? 그리고 요즘 신지드를 플레이하기엔 어떤가요?

신지드만 온종일 했던 것 같아요. 정말 많이 했었죠. 요즘 신지드라... 솔직히 많이 안 좋아요(웃음).

▲ 롤드컵 2013에서도 꺼내들어 좋은 모습을 보여주었던 신지드



Q. 최근 탑 라이너로 즐겁게 즐기고 있는 챔피언이 있나요?

탑 타릭을 해보고 있어요. 생각보다 재미있더라고요. AD 챔피언을 상대할 때 마나 소모가 많긴 하지만 라이즈처럼 쿨다운을 계속 감소시키며 스킬을 쓸 수 있어요. 블루 버프를 받는다면 엄청나게 좋을 것 같아요.

▲ 보석 미남 타릭, 요즘 즐겁게 플레이하고 있답니다



Q. '루퍼'라는 아이디는 어떻게 짓게 된 건가요? 특별한 계기가 있는지?

아이디로 마땅히 정할 게 없어서 고민했어요. 여러 부분에서 알아보던 차에 친구가 이 아이디를 추천해줬어요. 어감도 좋고 부르기도 어렵지 않아서 만족하고 있어요.


Q. 프로 생활은 어떤가요? 본인과 잘 맞는 것 같아요?

프로생활하기 전에는 마음대로 게임 하고 싶어도 집에선 그렇게 못했어요. 숙소 생활 시작하고 나서는 제가 하고 싶은 대로 게임을 할 수 있어서 좋아요. 온종일 연습하고 게임할 수 있어서 만족스럽죠.


Q. 같이 탑 라인을 맡던 '옴므' 윤성영 선수가 플레잉 코치가 되었는데, 전 탑 라이너로서 어떤 말을 해주나요?

제가 게임 중 말이 별로 없어요(웃음). 혼자 조용히 게임 하던 것이 습관이 돼버려서 경기 중에도 별로 말을 안 하는 편이죠. 그래서인지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은 '말을 많이 하라'는 말이에요. 팀원 간의 커뮤니케이션은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하고 있어서 저도 노력하고 있어요.

▲ 얼마 전 깜짝 출전한 '옴므' 윤성영 플레잉 코치



Q. '옴므' 윤성영 코치가 선수로 나서지 않는 이상 맏형의 위치에서 게임을 하게 되는데, 그 부분은 어떤가요?

특별히 맏형이기에 받는 스트레스나 그런 것은 없어요. 다른 팀원들과 나이 차이가 크게 나는 것도 아니고, 고작해야 한 살 정도 차이가 나는 거니까요. 나이를 의식하는 편은 아니에요.


Q. 평소 숙소 생활 중 쉬는 날은 어떻게 보내세요?

가끔은 집에 가요. 아무래도 가족들과 떨어져 생활하다 보면 보고 싶기도 하고 그렇잖아요? 그게 아니라면 숙소에 남아 게임을 하는 편이에요.


Q. 이제 숙소 생활도 익숙해졌을 테고, 생활 중 불편한 부분이 있나요?

아무래도 너무 많은 사람이 숙소를 같이 쓰다 보니 복잡해요. 조만간 새로운 숙소로 이사할 예정인데, 빨리 그 날이 왔으면 좋겠네요.

▲ 확실히 북적거림보다는 고요함이 어울리긴 합니다



Q. 이번 롤챔스 윈터가 첫 챔스 출전이죠. 첫 출전에 8강 진출에 성공했는데, 소감이 어때요?

조 편성도 좋았고, 제가 아니더라도 저희 팀은 8강 진출을 충분히 이룰 수 있는 팀이기에 큰 감흥이 있지는 않아요. 8강을 포함한 상위 라운드에서 더 잘해야 할 것 같다는 생각뿐이에요.


Q. 프로 게이머로써, 처음 용산 e스포츠 스타디움의 부스에 들어갈 때 기분은 어땠나요?

이전 CCB를 할 때는 결승전을 온라인으로 치러서 부스에 들어가지 못했어요. 롤 프로게이머로 용산에서 게임을 하게 되니 감회가 새로웠죠.


Q. 프로에 뛰어든 지 얼마 안됬는데, 프로나 아마 팀에 친한 선수가 있나요?

팀 다크의 '사빌라' 김지환과 '린더' 최상문의 경우 같은 피시방을 다녔어요. 롤에서 만난 사인데, 근처에 사는 걸 알았어요. 같은 피시방에 다니는 건 알았지만, 같이 게임을 하거나 얼굴을 본 적은 없는 사이였는데, 지난 경기에서 처음 보게 되어 좀 신기했어요. 어색한데 반갑고 뭐 그런 감정이었죠.


Q. 얼마 전 프리시즌 클라이언트가 적용되면서 게임 전반에 많은 변화가 있었어요. 이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요?

크게 변한 것 같지는 않지만, 새롭게 떠오를 메타에 대해서는 많이 플레이해보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해요. 더 빠르게 새로운 전략을 찾아내고, 적용할 수 있는 팀들이 성적도 좋지 않을까요? 상황이 된다면 신지드도 써볼 생각이에요.


Q. 첫 시즌 무대라 각오가 좀 남다를것 같은데, 이번 시즌의 목표는 어디까지로 보고 있나요?

모든 팀이 우승을 원하지 않을까요(웃음)? 하지만 우승에 큰 욕심을 가지고 있지도 않아요. 제가 할 수 있는 만큼 최선을 다해 스스로 만족할만한 성과를 거두는 것이 목표예요. 그렇다고 개인적인 목표를 중시하는 것은 아니에요. 어디까지나 팀이 잘되는 게 저에게도, 그리고 팀원들에게도 좋죠. 현재 팀의 분위기 역시 좋은 편이라 괜찮은 성적을 기대할 수 있을 것 같아요.


Q. 이제 인터뷰를 슬슬 마무리지어야 할 것 같아요. 마지막으로 인터뷰를 볼 팬분들과, 롤 유저분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한마디 해줄 수 있나요?

이번 시즌, 최선을 다해 임할 생각입니다. 열심히 연습해서 좋은 경기 많이 보여드릴 테니 지켜봐 주셨으면 좋겠어요. 8강 진출은 이뤄냈지만, 4강을 넘어 결승까지도 오를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 최선을 다 하는것이 목표! 좋은 활약을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