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가 얼마 전 작성한 연말특집 기사 중 2013년에 출시된 챔피언들을 하나하나 둘러본 기사가 있었다. 주관적인 해석이 다소 들어가 있었기에 인벤 유저분들의 댓글 펀치를 맞긴 했었지만, 작성하는 입장에서도 나름 의미있었으며, 재미있게 쓴 기억이 있는 기사다.

총 8명의 챔피언을 다루면서도, 가장 난해했던 녀석은 바로 이 녀석이 아니었나 싶다. 12월 말에 소환사의 협곡에 합류한 '용서받지 못한 자' 야스오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상남자 스타일의 챔피언을 편애하는 성격의 기자이기에, 야스오도 기자의 손길을 피해가지는 못했다. 출시 이후 꽤나 많이 야스오를 플레이하면서 팀원들의 갖은 욕을 먹었지만, 지금도 꾸준히 플레이하며 점점 나름의 노하우를 쌓아가고 있다.

그렇기에 더 기대했는지도 모르겠다. 항상 지켜보는 롤챔스를 비롯한 프로경기에서 야스오가 나와 상대를 찢어발기는 그림을 내심 바라고 있었다. 물론 이는 기자 뿐만이 아니리라. 경기 기사를 작성해 올리고 나면, 야스오가 나오지 않았음을 아쉬워하는 댓글들이 종종 눈에 띄곤 했었다.

국내 프로리그에서 야스오가 출전한 건 단 한번. NLB 3, 4위 결정전에서 삼성 블루의 '폰' 허원석이 미드 야스오로 출전했었고, 능수능란한 칼질과 함께 팀을 캐리했다. 그 외의 모든 경기에서 야스오는 밴을 당했거나, 선택되지 않았다.

의외로 국외 프로리그에서는 야스오의 모습이 자주 눈에 띈다. 현재 진행중인 LCS EU와 NA에서 야스오는 심심찮게 등장한다. 물론 상대에게 먼지가 되도록 두들겨 맞는 모습도 자주 보이지만, 그래도 꾸준히 등장하고 있다.

이제 이번 시즌에 남은 프로경기는 단 한경기. SKT T1 K와 삼성 오존의 롤챔스 윈터 결승전만이 남아있다. 많아야 5세트 남은 이번 시즌. 야스오는 다시 한 번 프로리그에서 화려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인가? 혹은 밴카드에 막혀 벤치신세가 될 것인가. 조심스럽게 야스오의 행방을 예측해 보려 한다.


야스오. 주목 받는 이유가 무엇인가?


▲ 탑 라인의 대세 챔피언들. 뜨는 데는 이유가 다 있다.


소위 '뜨는 챔피언'에는 이유가 있다. 상대하기가 정말 까다롭거나, 메타에 알맞는 스킬셋을 가지고 있다거나, 등등 교과서적인 이야기에 불과하지만, 분명 이유는 있다. 레넥톤이나 쉬바나, 문도가 떴던 이유도 그 때문이다. 라인 스왑이 빈번한 이번 시즌에, 2:1 라인전을 수행하면서도 그럭저럭 성장해 한타에서 존재감을 과시할 수 있기 때문. '이니시서포터'로 사용되는 애니나 레오나가 뜨는 것도 이유가 있다. 프리시즌 이후, 서포터의 골드 수급이 뛰어나지면서 서포터도 능히 1선 전투가 가능해진 것이 그 이유 중 하나일 것이다.

본론으로 돌아와서 야스오를 살펴보자. 딜탱? 아니 조금 애매하다. 솔직히 근접 딜러가 탱킹 아이템을 가면 딜탱으로 활용할 수는 있지만, 성장 마법 저항력이 없고, 딜탱형으로 디자인된 타 챔피언에 비해 기본 스펙에서 밀리는 느낌이다. 정글러? 안 될 것도 없다. '강철 폭풍'으로 빠른 정글링이 가능하고, 대미지도 나쁘지 않으며, 조건부이지만 이동기도 갖추고 있다. 하지만 좋은 정글러가 가지는 조건인 강력한 CC는 조금 애매한 면이 있다.

결국 야스오가 가장 크게 활약할 수 있는 포지션은 미드 라이너나 탑에서 성장하는 근접 딜러다. 탑 라인 챔피언으로 보자면, 트린다미어나 피오라 같은 분류에 가깝다. 가끔 서포터로 출전한 적도 있지만, 이 부분은 아직 연구가 필요한 부분으로 보인다. 그 중에서도 딱 한 라인을 꼽자면, 현재의 야스오는 미드 라인에 더 특화되어 있는 챔피언으로 보인다.


강력한 변수 창출 능력

▲ 두 배의 확률로 적용되는 치명타는 딜 교환의 복병으로 작용한다.


야스오를 만나 첫 데스를 당하는 사람들의 보통 감상은 이렇다. '별로 안 센줄 알았는데 뭐가 이렇게 아파?' 물론 아닐 수도 있지만 일단 기자는 그랬다. 라인전 상황에서의 딜교환은 평타를 포함한 딜링 능력과 접근 스킬의 여부, 그리고 궁극기와 소환사 주문의 유무 등 많은 부분을 고려해야 한다. 기존의 미드 라인 챔피언들간의 싸움은 서로 치밀한 딜계산에 의해 이루어졌다. 미드 라이너로 주로 플레이하는 유저들이라면 상대의 스킬과 궁극기, 스펠 쿨다운과 이 모든것을 맞을 때의 예상 피해를 계산한 적이 있을 수 밖에 없을 거다.

반면 탑 라인전 양상은 이보다는 조금 단순하다. 서로가 공격 아이템을 구비하기 시작한다면 어느정도 유사해지지만, 든든한 탱커를 요구하는 작금의 탑 라인 상황상, 서로 필살의 딜교환을 해도 반 정도의 체력은 남는 경우가 대다수다. 여러번의 딜교환을 통해 체력의 차이를 벌려나가고, 상대를 심리적으로 위축시키는 것이 탑 라인에서 빈번한 라인전 구도다.

▲ 기자가 사용하는 야스오 전용 룬. 1레벨 10%의 치명타율을 보인다.


미드에서 야스오를 만나게 되면, 일단 이 부분이 껄끄러워진다. 치명타율을 두 배로 적용받는 야스오인데다, 룬으로 인한 치명타율은 겉에서 눈에 띄지 않는다. 몇 번 '강철 폭풍'을 허용할 때는 맞을 만 하다가, 한순간 치명타가 발동하면 엄청나게 아프다.

게다가 '바람 장막'을 제외한 주력 딜링 스킬들의 쿨다운은 거의 없다시피하며, 궁극기인 '최후의 숨결' 발동 후 한동안 이어지는 방어력 50% 관통 버프는 딜계산을 더 어렵게 만든다. 체력이 더 많이 소모된 야스오가 풀체력의 적에게 최후의 숨결을 맞춘 후, 순식간에 킬을 만들어내는 장면은 한 두번 나오는게 아니다. 더군다나 '낭인의 길' 패시브로 인한 보호막까지... 치밀한 계산이 생활화된 고수준의 미드 라이너에게 야스오의 등장은 반길 만한 일이 아니다.


다양한 환경에 적응할 수 있는 범용성

더군다나 어떤 상황에서도 활용이 가능한 범용성을 지니고 있다. '질풍검'이란 절륜한 이동기 덕에 숙달된다면 위험을 쉽게 회피할 수 있고, 엄청난 사거리를 가진 '최후의 숨결'로 빠르게 전장에 난입할 수도 있다. 어느 정도 성장을 거치고 나면, 스킬의 쿨다운은 의미가 없으며, '바람 장막'은 앞서 이야기했듯 한타의 흐름을 바꿀 정도로 큰 변수를 만들어낼 수 있다. 예전에 몇 번 경험한 바를 말하자면, 적 탈론이 바람 장막을 끼고 '그림자 기습'을 사용한다던지(칼날이 단 하나도 나가지 않았다.) 원딜의 앞에 장막이 깔려 한동안 상대 원딜의 프리딜을 완벽하게 막아낸다던지 등등 셀 수 없이 많다.

▲ 일정 시간동안 모든 투사체를 막아내는 '바람 장막'은 한타 때 많은 변수를 만들어낸다.


물론 기자의 손가락은 그다지 신뢰할 만한 수준이 아니기에 가뭄에 콩 나듯 벌어지긴 했지만, 프로 레벨은 또 다르지 않은가? 프로 경기의 한타에서 야스오가 만들어낼 수 있는 변수는 무궁무진하다.


아이템 트리의 유동성

한 가지 더 꼽아 보자면 아이템 트리의 유동성을 들 수 있다. 현재 기자가 사용하는 야스오 전용 룬은 생명력 흡수와 5%의 치명타가 포함된 룬이다. 이렇게 룬을 세팅할 경우 도란 검으로 시작하면, 라인전 체력유지도 크게 어렵지 않을 뿐더러 야스오의 코어 아이템인 '스태틱의 단검', '무한의 대검' 만으로 100%의 치명타를 유지할 수 있다. 단 두개의 딜링용 아이템만으로도 엄청난 딜을 뿜어낼 수 있는 것. '최후의 속삭임'이 필요 없냐고 묻는다면 '최후의 숨결'이후 이어지는 50% 방어관통 버프만으로도 충분하다고 말할 수 있다. 두 개의 딜링 아이템에 신발을 포함해도 남는 칸은 세 칸. 세 칸의 활용에 따라 딜탱부터 핵폭탄 야스오까지 변화를 줄 수 있다.


야스오. 약점은 존재하지 않는가?


논점을 바꿔보자. 지금까지 기자는 야스오의 강력함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렇다면, 야스오의 약점은 없는가? 큰 칼을 휘두르며 탑 라인을 지배하고 있는 레넥톤의 경우, 후반으로 갈수록 힘이 빠진다는 단점이 있고, 후반으로 갈수록 죽지 않는 괴물이 되어가는 문도의 경우 초반에 굉장히 물렁물렁하다는 약점을 가지고 있다. 야스오도 피해갈 수 없다. 이미 많은 욕을 먹고 있는 라이엇 게임 디자인팀이 또 욕을 먹고 싶지 않은 이상, 완전무결한 챔피언을 만들 리가 없다.


맞춤 조합의 필요성

▲ 야스오가 참 좋아하는 돌멩이와 소 친구들


멋지게 야스오를 픽해서 미드 라인으로 향했다. 그리고 약속했듯 상대 미드 라이너를 지옥 끝까지 밀어넣었다. 후반에 이르러 한타가 시작되었다. 상대 딜탱 라인은 무지막지한 물리 방어력을 갖추었고, 원거리 딜러의 평타 짤은 뼛속까지 아프다. 근데 그 상황에서 3스택의 강철 폭풍이 빗나가 버렸다...

극적으로 보일 것 같아도, 생각보다 자주 나오는 상황이다. 야스오가 활약하기 위한 최적의 조건은 팀원이 광역 에어본 기술을 갖고 있거나, 상대 핵심 딜러를 확정적으로 띄울 수 있는 것. 실제로도 알리스타나 말파이트, 바이나 노틸러스 같은 챔피언들이 한 팀이 된다면 행동 반경 자체가 어마어마하게 넓어지는게 야스오다. 전부터 고효율의 챔피언 조합은 많았지만, 야스오는 조건부 궁극기라는 특성 덕에 그 어떤 챔피언보다도 조합에 민감할 수 밖에 없다. 실제로도 천상계 야스오 플레이를 보면, 팀원들이 일부러 에어본 지원을 할 수 있는 챔피언을 고르는 경우가 종종 있다.


애매한 한타때의 생존 .

▲ 강력한 위력의 궁극기이지만, 사용 도중 두들겨 맞으면 나란히 황천행


야스오의 18레벨 방어력은 76.2. 성장 마법 저항력은 전무하기에 18레벨이 되어도 30에서 변하지 않는다. 결국 생존의 많은 부분을 '낭인의 길' 패시브와 '바람 장막', 그리고 '질풍검'에 의존할 수 밖에 없다. 단순 스탯상의 문제만은 아니다. 야스오의 본체 대비 스킬 사거리(스킬의 범위와 야스오의 위치의 거리)는 매우 짧은 편이다. 궁극기인 '최후의 숨결'의 사정거리가 길지만, 본체가 직접 이동하는 스킬구조 상 안전한 스킬이라고 볼 수는 없다.

열 명이 맞물려 싸우는 한타 상황 상, 근접전이 필수적인 야스오로서는 위험에 노출되는 경우가 다반사다. '최후의 숨결'로 빠르게 접근한 후 핵대미지를 뽑아낼 수 있으면 뭐하는가. 궁극기 시전 도중의 야스오는 무적이 아니기 때문에 공중에서 테이크다운 거는 도중 죽어버리면 핵이고 나발이고 회색 화면밖에 남지 않는다.

물론 물렁한 몸은 아이템으로 해결할 수 있다. 상기했듯이 2개의 코어 딜링 아이템만 갖추어도 충분한 딜을 뿜어내기에, 야스오는 꽤나 많은 방어 아이템을 구비할 수 있다. 대세 역시 극도의 딜링보다는 생존과 딜링을 균형있게 맞추는 밸런스형 야스오가 대세기는 하지만, 한 가지 걸리는게 있다. 방어 아이템은 공격 아이템보다 값싸기에, 초반에 구비해야 그 효율이 극대화된다는 점. 딜링 아이템을 모두 구매한 후 방어 아이템을 맞춰나갈 때 쯤이면 상대 딜러진의 딜링이 방어 아이템을 뚫어버리는 수준에 이른다.

부실한 몸과 강력한 딜링의 딜레마는 트린다미어나 마스터 이 같은 챔피언과 같은 느낌이지만, 야스오는 트린다미어처럼 60억이 두들겨 패도 5초는 버틸 수 있는 것도 아니며, 마스터 이처럼 타겟팅도 힘들 정도로 빠르게 치고 빠질 수는 없다.


야스오. 결승전에 모습을 드러낼 수 있을까?


▲ 유튜브에서 '페이커' 이상혁의 야스오 영상은 심심찮게 보인다.


최종 논점으로 들어가보자. 아마 많은 사람들이 기대할 것이다. '페이커' 이상혁이 보여주는 야스오는 어떤 모습일까? 과연 이번 결승전에서 야스오의 모습을 볼 수 있을까?

객관적인 시선에서 보자면 이번 결승전에 야스오가 등장할 확률은 매우 낮다. 프로 경기는 치밀한 전략과 운영이 동반된다. 이미 많이 상대해 본 챔피언과 그렇지 못한 챔피언의 차이는 크다. 더군다나 '페이커' 이상혁은 이미 야스오를 능숙하게 플레이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공식 경기가 아니더라도, 그의 야스오 플레이는 유튜브 등에 널리 퍼져 있다. 삼성 오존 입장에선 생각 외의 변수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야스오를 밴해버릴 확률이 크다.

반대의 경우도 염두에 둘 수 있다. 삼성 오존이 야스오를 밴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삼성 오존의 선수 중 한명이 야스오를 카드로 준비했거나, 혹은 SKT T1 K가 야스오를 선택했을 때, 이를 완벽히 봉쇄할 무언가를 준비했다는 뜻이 된다. 이 경우 역시 SKT T1 K로서는 섣부른 야스오 선택할 꺼리게 될 상황이다. 또한 야스오의 효율을 100% 끌어올리려면, 다른 선수들의 챔피언 선택 역시 어느 정도 고려되어야 한다는 점도 발목을 잡을 수 있다.

하지만 모든 일이 그렇고, 기자 역시 자주 하는 말이지만 미래는 알 수 없는 일. 혹여나 출전할 지 모르는 야스오의 활약을 조금이나마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