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게이머'라는 직업이 생겨난 지도 어언 15년이 흘렀습니다. 그동안 수많이 종목의 프로게이머들이 생겨났고, 또 은퇴했습니다. e스포츠에 관심 있는 팬이라면 문득 '내가 좋아하고 열광했던 선수들은 지금 뭐 하고 있을까?' 라는 의문이 생길 때가 있습니다.

그중 최근 은퇴하는 선수들이 가장 많이 시도하고 있는 것이 바로 '인터넷 개인 방송'입니다. 지난 2013 11월 레드불 배틀 그라운드 우승을 끝으로 은퇴한 전 스타테일 소속 조명환도 은퇴 선언 이후 개인 방송을 시작했죠.

하지만 조명환은 조금 달랐습니다. 자신의 게임을 보여주기보단 해외 팬들을 대상으로 직접 주최, 기획을 맡아 토너먼트를 진행하고, 해설 방송을 주로 하고 있습니다. 방송 자체도 트위치TV로 진행하기 때문에 해외 팬들의 관심 또한 뜨겁고, 영어로 방송을 진행해서 큰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그러던 조명환은 개인 방송 진행과 함께 군 입대 전까지 조금이나마 선수 생활을 즐겨보고자 독일의 Ai 팀에 둥지를 틀기도 했죠. 은퇴 후 업계를 떠나는 다른 선수들과는 확실히 다른 행보입니다. 게임단에 들어가기는 했지만 오로지 승리만을 향해 달려가는 것이 아니라 팬들에게 더 즐거운 콘텐츠를 선사하기 위한 결정이었습니다.

프로게이머로 활동하면서 해외에서 보낸 1년 여의 시간 동안 만난 해외 팬들의 열기와 응원에 조금이나마 보답하고 싶다는 조명환. 한국어로도 어려운 해설 방송을 굳이 영어로 하며 방송을 시작하면서 새로운 꿈을 설계 중인 조명환의 이야기를 들어볼까요?




Q. 안녕하세요. 2013년 11월 레드불 배틀 그라운드 우승 이후 오랜만에 뵙네요. 먼저 인벤 독자분들에게 간단한 소개부탁드리겠습니다.

안녕하세요, 2개월 전까지 국내와 해외를 오가며 스타크래프트2 프로게이머 활동을 했던 21살 조명환이라고 합니다. 최근 Ai팀에서 좋은 조건이 들어와서 독일에 거주하며 개인방송 위주로 활동할 계획입니다.


Q. 그럼 은퇴 이후 다시 복귀라고 해야 할까요?

애초에 은퇴를 결심했던 이유가 군입대였는데, 처음에 알아볼 당시 2014년 3월에 입대할 수 있다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병무청에서 확인을 해보니 자동으로 12월에 상근 입대 예정이 나왔어요. 그래서 다시 게이머 활동을 하기엔 애매하고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생각하던 차에 방송을 시작하게 됐죠.


Q. 입대 전까지 e스포츠에 관련된 일 외에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을 텐데, 굳이 개인 방송을 택한 이유가 있을까요?

원래 은퇴 이후에는 e스포츠에서 완전히 떠나려고 생각했었는데, 문득 해외 활동 당시 팬들의 환호가 생각났어요. 그래서 해외 팬들을 위해 색다른 방송을 해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죠. 그리고 군 제대 이후에도 영어 공부를 해보고 싶은 마음이 커서 유학을 계획하고 있는데, 영어로 진행하는 방송 활동이 큰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했어요.


Q. 개인 래더 방송 외에 다양하고 색다른 토너먼트도 직접 주최하시고 해설 방송도 하시는데, 아무래도 한국말로 해도 어려운 해설을 영어로 하기 불편한 점은 없나요?

해외 활동을 하기 전엔 영어에 정말 문외한이었어요. 그런데 7개월 정도 미국에서 지내다 보니 자연스럽게 생활 영어 정도는 구사할 정도가 되던데요(웃음)?


Q. 살기 위해 영어를 습득하신 거군요(웃음). 영어로 해설을 진행하다 보면 표현하기 힘든 부분도 있지 않아요?

재밌는 멘트나 게임 내적으로 깊이 있는 내용을 많이 전달해주고 싶은데, 영어로 하다 보니 힘든 점이 있어요. 그래서 방송을 마치면 녹화한걸 다시 모니터링하면서 '이땐 이렇게 말했으면 좋았을 텐데'하면서 부족한 점을 채워나가고 있습니다.




Q. 그럼 이제 프로게이머 시절 이야기를 해볼게요. 2010년 소닉 에릭슨 스타크래프트2 시즌3에서 데뷔전을 치르셨는데, 프로게이머를 꿈꾸게 된 계기가 있을까요?

프로게이머를 지망하기 시작한 건 초등학교 6학년 때부터였어요. 무작정 게임이 너무 재밌고 좋았죠. 당시 스타1으로 고등학교 1학년 때까지 도전했는데, 성과가 없다 보니 스스로 '이 길은 나의 길이 아닌가 보다' 싶어서 포기하려 했었어요. 근데 얼마 지나지 않아 스타크래프트2가 나오면서 다시 흥미가 생겼고, 종목을 전환하게 된 거죠.


Q. 스타1 때는 본인 자신도 잘 맞지 않는다고 느꼈는데, 스타2는 달랐나요?

스타2 클로즈베타 때부터 시작했고, 초기에 세계 랭킹 1위까지 찍었어요. 제가 손이 빠른 편이긴 한데, 스타1은 해야 할 것이 너무 많아서 힘들었거든요. 근데 스타2는 조작이 굉장히 편해서 빠른 손을 더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을 것 같았고, 엄청 재미있었어요.


Q. 시작은 fOu 팀에서 했지만, 아무래도 슬레이어스 때 이름을 많이 알리게 된 것 같아요. 슬레이어스에 입단은 어떤 식으로 이뤄졌나요?

fOu 시절 지금은 친한 형, 동생이지만, 당시 숙소를 관리했던 형섭이 형과 잘 안맞다고 느꼈어요. 그러던 찰나 당시 fOu에서 감독이었던 (김)태엽이 형이 슬레이어스라는 팀이 창단되는데 저그 선수를 모집한다고 해서 입단 토너먼트에 참가하게 됐어요. 그 토너먼트를 통해 슬레이어스로 입단했죠.


Q. 임요환 선수를 중심으로 슬레이어스라는 팀이 창단되면서 굉장한 이슈가 되기도 했죠. 당시 이야기를 해주실 수 있나요?

슬레이어스 팀에 들어가면서 정말 모든 게 신세계였어요. 당시 숙소가 여의도였는데 숙소도 매우 좋았고, 모든 프로게이머의 우상인 (임)요환이 형과 같이 있는 자체가 신기했어요. 그런데 돌이켜보면 슬레이어스 소속 당시 성적을 원하는 만큼 못 내서 아쉬운 게 많네요.

그리고 인터뷰를 통해 꼭 말하고 싶은 내용이 있었어요. 2011년 초에 종족을 프로토스로 잠깐 바꿨다가 다시 저그로 바꿨는데, 3월 IM과의 GSTL 결승 당시 종족 전달 과정에서 내가 프로토스로 알려진 사건이 있었어요. 저는 곰TV 측에 프로토스에서 다시 저그로 바꾼다고 말씀드렸는데, 해설분들은 저그에서 토스로 바꿨다는 것으로 이해하셨나 봐요. 그래서 그때 팬들에게 많은 질타를 받았죠.

결승전 당시 저그로 출전하긴 했지만, 오해를 풀고 싶었어요. 그리고 또 오해를 풀고 싶은 것이 하나 더 있는데 예전에 래더 초기화가 되면서 가위바위보로 래더 랭킹을 올리는 사건이 있었어요. 당시 아는 지인에게 아이디를 빌려줬는데 제 계정으로 가위바위보를 하셨더라고요. 근데 팬분들은 제가 했던 것으로 알고 계셔서 그때도 욕을 엄청 먹었거든요(웃음).


Q. fOu팀을 시작으로 슬레이어스, 이후 2012년 초부터 LighT eSports 팀으로 이적하면서 해외 활동을 이어가셨죠. 해외 활동을 결심한 이유가 있나요?

슬레이어스 당시 성적을 내지 못했던 게 가장 큰 이유에요. 당시 구단주였던 (김)가연이 누나에게 해외 팀 이적을 요청했고, 흔쾌히 허락해주셨어요. 그때 조건이 맞았던 팀이 LighT eSports팀이고요. 그때 바로 미국행을 결심했고, 미국에서 생활하면서 오히려 실력이 늘었어요.

그러다가 LighT eSports의 팀원이었던 'Kawailice' 집에서 생활했는데 더는 그곳에서 지낼 수 없게 되면서 연습할 곳이 없어졌어요. 그때 마침 Quantic측에서 제의가 왔고 더 좋은 조건으로 이적할 수 있게 되면서 해외 활동을 이어나갔죠.




Q. 아무래도 외 시장과 국내 시장은 차이점이 있을 것 같은데, 직접 겪어보니 어떻던가요?

일단 해외는 팬들의 반응이 정말 좋아요. 그리고 해외는 선수의 가치를 평가하는 방식이 국내와 완전 달라요. 한국은 성적에 따라 연봉이 결정되는 것이 일반적인데, 해외는 성적보다 얼마나 스폰서를 홍보할 수 있느냐가 더 중요해요. 성적을 내서 이름을 알리는 게 스폰서 홍보의 하나의 수단 일뿐인 거죠. 개인 방송 등 다른 방법으로도 큰 홍보 효과가 있다면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내는 선수가 아니더라도 많은 연봉을 받을 수 있어요.


Q. Quantic같은 경우 최근 고석현 선수에게 돈을 지급하지 않으면서 화제가 됐는데, 조명환 선수가 있던 당시엔 어땠나요?

생각해보니 당시에도 계약에 있던 내용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이 많네요. 제가 IEM 싱가폴 예선을 뚫었던 적이 있는데, 갑자기 출국 3일 전에 보내줄 수 없다는 거에요. 그래서 항의를 했는데 얼버무리면서 회피하더라고요. 그리고 1주일 뒤 갑자기 일방적인 팀 해체를 통보받았어요. 정말 황당했죠.

그 뒤 갑자기 모든 지원이 끊겼고, 한국행 비행기 티켓은 2주 뒤에 있어서, 2주 동안 힘들게 생활했어요(웃음). 그리고 그 2주 동안 IEM 카토비체 예선을 뚫었는데, 지난 IEM 싱가폴에 참가하지 못했던 게 한이 되어 사비로라도 비행기 티켓을 구매해서 참여했죠. 하지만 좋은 성적은 내지 못했답니다.


Q. 2013년 11월 레드불 배틀그라운드 우승 이후 개인 방송을 통해 다양한 콘텐츠의 방송을 하고 계신 걸로 알고 있어요.


개인적으로 롤모델이 EG의 'IncontroL'이에요. 'IncontroL'같은 경우 게이머 활동보다 해설, 코칭, 개인 방송 등 팬들과 소통하는 엔터테이너적인 요소가 더 많죠. 그래서 저도 입대 전까지 남은 시간 동안 방송과 재밌는 콘텐츠로 찾아뵐 생각입니다.


Q. 특히 얼마 전 APM 리그(승리 시 APM 300이 넘지 못하면 무의미)는 정말 신선했던 것 같아요.

APM 리그는 제가 모두 주최, 주관한 토너먼트에요. 승리 전제 조건이 APM이 300이 넘고 승리해야 하거든요. 근데 8강에서 이 룰을 악용한 해외 선수가 있었어요. 초반에 APM을 의도적으로 높게 하고 바로 게임을 나가버린 거예요. 상대 선수는 부대지정을 하고 초반이라 APM이 낮을 때 게임에서 나가면 게임은 졌지만, 상대는 APM이 300이 넘지 않아 승리하게 되는 거죠. 분명히 룰에는 문제가 없지만, 도의적으론 즐겁게 하자는 취지에 맞지 않아 경기를 다시 진행했죠.


Q. 그럼 새롭게 또 기획하고 있는 토너먼트가 있나요?

아직 이것저것 생각하고 있는건 많아요. 그런데 직접 대회를 열어보니 상금이 커야 유명한 선수가 참여하니 토너먼트 후원을 위한 스폰서를 찾아보고 있어요.

Q. 최근 조지현 선수가 소속되어 있는 독일의 Ai팀에 입단하셨는데, 프로게이머로서 활동을 더 이어가시는 건가요? 복귀 배경이 궁금합니다.

Ai 측에서 좋은 조건으로 먼저 제의가 들어왔어요. 집에서 스트림을 하기에 부족함은 없지만, 게이머에 대한 미련도 조금 생겼고, 다양한 경험을 해보고 싶었어요. 애초에 생각했던 스트림 위주로 활동할 계획이지만, 팀이 원하는 방향과 내가 원하는 방향을 조율해볼 예정입니다.


Q. 어느 분야든 새롭게 도전하는 건 멋진 것 같아요. 오늘 인터뷰 정말 감사했고, 끝으로 마지막 인사 부탁드립니다.

프로게이머 생활하면서 성적에 비해 과분한 사랑을 받았어요. 응원해주신 팬분들에게 감사드리고, 부모님께도 정말 사랑한다고 말씀드리고 싶네요. 그리고 제가 여는 토너먼트는 영어로 해설하지만, 비중 있는 대회 해설할 때는 한국말로 하니 한국 분들도 많이 찾아와 주셨으면 재밌는 해설로 보답해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