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리그오브레전드 팬들의 관심과 응원 속에서 '롤 챔피언스 2014 스프링'이 막을 내렸습니다. 많은 팬들의 기대를 받았던 팀이 부진한 성격을 거두기도 했고, 어느 누구도 쉽게 예상하지 못 했던 팀이 의외의 성적을 거두기도 했습니다. 경기 외적으로도 여러 이야기들이 오고 갔으며, 이 과정에서 풍부한 E-Sports 문화를 위한 깊은 고민의 필요성을 절감하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다양한 사건들과 이야기로 뜨거웠던 리그오브레전드 스프링 시즌. 하지만 이에 못지않게 리그오브레전드에 등장하는 챔피언들 또한 흥미로운 이야기들을 만들어 냈습니다. 지난 윈터 시즌과 다르게 부진한 모습을 보여준 챔피언들도 있었고, 패치 혹은 재조명을 통해 다시 모습을 들어 낸 챔피언들도 있었습니다. 그 어느 시즌보다 다양한 메타가 등장했기에, 시즌 초반 승승장구하였지만 시즌 말에는 모습조차 보이지 않았던 비운의 챔피언들도 있었습니다.

챔피언들의 등장빈도와 승률에 대한 분석은 리그의 전반적 흐름을 파악하는 중요한 척도가 됩니다. 그래서 챔피언들을 통해 2014 롤 챔피언스 스프링을 바라 보았고, 그들의 이야기 속에서 이번 시즌의 핵심을 찾아낼 수 있었습니다.


밴픽률 92.9%! 그를 제외하고 스프링을 논할 수 없다! 희대의 OP 챔피언 ‘쓰레쉬’

‘세상에는 영원한 승자도, 영원한 패자도 없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 말은 리그오브레전드 뿐만 아니라 모든 게임에 적용되는 원칙입니다. 마치 가위바위보 게임처럼 ‘어떤 챔피언에게는 강하지만 다른 챔피언에게는 약하다.’와 같은 물고 물리는 관계 맺음이 게임의 균형을 잡아주는 것이죠. 하지만 리그오브레전드에는 이 원칙을 거부하고자 하는 챔피언이 있었으니, 그가 바로 쓰레쉬입니다.


▲ 밴픽률 92.2%! 스프링의 지배자 쓰레쉬!


밴픽률 92.9%! 16강부터 결승까지 총 85번의 경기가 진행된 이번 시즌, 오직 6번의 경기를 제외하고 쓰레쉬는 밴픽창에 등장했습니다. 지난 해 1월, 110번째 챔피언으로 등장한 쓰레쉬는 출시 후 단 한 번도 메이저라는 타이틀을 놓쳐 본 적이 없으며, '쓰레쉬를 기본적으로 다룰 줄 아는 것은 서포터 플레이어의 기본 소양'이라는 말이 농담 반 진담 반으로 통용되고 있죠.

쓰레쉬의 강력함은 다양한 측면에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습니다. 각 스킬 하나마다 뛰어난 유틸성을 자랑하며, 아군 보호와 군중 제어까지 서포터로서 만능에 가까운 챔피언으로 쓰레쉬는 평가됩니다. 더불어 원거리 공격이 가능해 라인전에서도 강한 편이며, 어떤 원거리 딜러와도 좋은 시너지 조합을 이룰 수 있죠. 무엇보다 군중 제어뿐만 아니라 상대의 돌진 스킬을 무력화 시킬 수도 있는 사슬 채찍(E)은 쓰레쉬의 위력을 배가 되게 하고, 사형 선고(Q)는 불리한 경기를 한 번에 역전 시킬 수 있는 변수를 만들어 내기도 합니다.

▲ 많은 챔피언이 쓰레쉬에 도전했지만 결과는 좋지 않았다!



물론, 많은 챔피언들이 쓰레쉬의 자리에 도전장을 내밀어 왔습니다. 대표적으로 레오나, 애니, 나미 등을 들 수가 있죠. 이들 챔피언 모두 승률 50% 이하를 기록해, 밴픽률 92.8%에 승률 58.5%를 기록한 쓰레쉬에게는 많이 못 미치는 수준이었습니다. 이러한 상황들을 고려했을 때, 쓰레쉬의 독주 체제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하지만 최근 증가하고 있는 독특하고 창의적인 시도들과 신규 챔피언 브라움의 베일에 싸인 가능성은 쓰레쉬 자리를 조금씩 위협하고 있습니다. 과연 쓰레쉬의 독주는 언제까지 지속될까요? 리그오브레전드 팬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올해 봄, 정글에는 무슨 일이? '윈터 시즌의 제왕' 엘리스 몰락하다!

롤 챔피언스 2013-14 윈터를 정리할 때, ‘반드시 언급해야 하는 팀과 선수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한다면 당연히 SKT T1 K팀과 페이커를 말씀하실 것입니다. 그렇다면 ‘반드시 언급해야하는 챔피언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는 어떻게 답하실 건가요? 다양한 의견이 있겠지만, 아마도 정글 챔피언 엘리스가 가장 유력한 후보일 것으로 생각됩니다. 엘리스는 윈터 시즌에 100%에 가까운 밴픽률을 기록했으며, 강력한 유틸성과 확실한 갱킹력으로 많은 정글러들의 사랑을 받았지요. 하지만 올해 봄, 거미 여왕의 모습은 쉽게 찾을 수 없었습니다.


▲ 지난 윈터 시즌 98.7%이라는 경이적인 밴픽률을 기록한 엘리스

▲이번 시즌 57.6%라는 다소 저조한 밴픽률을 기록한 엘리스


이번 시즌 엘리스는 밴픽률 57.6%를 기록했습니다. 물론 밴픽률 57.6%은 그렇게 적은 수치는 아닙니다. 119개의 챔피언 중 50%를 넘지 못하는 챔피언이 대부분이고, 엘리스가 기록한 밴픽률 순위 10위 또한 상당히 높은 랭킹이라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지난 윈터 시즌까지의 엘리스 위상을 보았을 때, 이번 스프링 시즌의 성적은 다소 실망스러운 것은 분명합니다. 특히, 지난해 엘리스와 함께 정글을 양분했던 리 신의 성적과 비교하면 엘리스의 몰락은 뚜렷히 드러납니다.


▲ 엘리스의 빈자리는 카직스가 메꾸었다.


이러한 엘리스의 부진이 생긴 결정적 이유는 지난 해 3월에 있었던 4.4 패치 때문입니다. 모든 스킬의 대미지가 감소했고, 안정적인 정글링을 가능하게 해주었던 새끼 거미의 초반 체력이 낮아졌습니다. 특히, 고치(E)의 지속 시간이 전 구간에서 1.5초였던 것이 스킬 레벨에 따라 1/1.25/1.5/1.75/2초로 변경되면서 엘리스의 장점이었던 초반 갱킹력은 물론, 고치를 우선 마스터하는 방향으로 스킬 트리를 수정하는 수난을 겪었습니다. 결국 이 과정 속에서 정글 제왕의 자리를 내놓게 되었죠.

그러나 정글의 제왕 자리는 항상 두 챔피언에게 허락되나 봅니다. 엘리스의 부진 속에서 새로운 정글 지배자 카직스가 등장합니다. 우연의 일치일까요? 엘리스에게 좌절을 안겨준 4.4 패치 바로 직전인 4.3 패치에서 카직스는 '궁극기 공허의 습격(R)을 업그레이드하면 은신 지속시간이 1초 증가'하게 되는 엄청난 상향을 겪습니다. 이로 인해, 대부분의 선수와 유저들은 궁극기를 우선 업그레이드하는 스킬 트리를 선택하게 되었고, 리 신과 비견할 수 있는 위력을 발휘하게 되었죠. 결국, 스프링 시즌 밴픽률 88.2%를 기록, 카직스는 제2의 중흥기를 맞이하게 됩니다.


▲새로운 정글 쌍두마차는 리 신과 카직스!


엘리스의 몰락과 카직스의 성장, 그리고 리 신과 카직스 양대 산맥 구축. 이번 스프링 시즌의 정글은 이 한 문장으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물론 최근에 있었던 결승전에서 녹턴과 이블린이 사용되는 장면이 있었지만, 이는 리 신과 카직스가 밴 당했을 때 사용하는 차선책의 의미가 아직까지는 강한 것 같습니다. 하지만 영원할 것 같았던 엘리스가 그러했듯이, 리 신과 카직스 또한 왕자 자리에서 분명히 내려 올 것입니다. 과연 그 때는 언제일까요?



시작은 창대하나 그 끝은 미약했다! 메타의 격변 속에서 무너져 버린 레넥톤의 장벽

‘시작은 미약하지만 끝은 창대하리라!’ 많은 분들이 아시는 명언입니다. 하지만 이번 스프링 시즌 이 명언과는 반대로 움직인 챔피언이 있었으니, 바로 레넥톤입니다. 시즌 초 ‘노잼톤’이라는 별명을 얻을 정도로 많은 경기에 등장한 레넥톤. 밴픽 단계에서 모든 라인을 선택하고 마지막으로 탑 자리가 남았다면, 모두가 레넥톤이 픽될 것이라 확신할 정도로 레넥톤의 위력은 대단했습니다. 하지만 시즌이 지나갈수록 레넥톤의 비중은 떨어졌고, 결승전에서는 그의 모습을 찾아 볼 수 없었습니다.


▲ 16강전의 챔피언 통계에서의 레넥톤은 밴픽률 91.7%, 승률 58.8%를 기록

▲ 8강전 통계에서는 심상치 않은 기운이 느껴진다!

▲ 4강전 이후의 레넥톤은 밴픽률 33.3%라는 의외의 결과를 만들어낸다


매 경기 등장해 ‘노잼스’의 주범으로 손꼽힌 레넥톤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요? 재미있는 점은 총 3개의 패치(4.4 패치, 4.5 패치, 4.6 패치)로 이번 시즌이 진행되었지만, 레넥톤에 대한 변경점은 단 한 번도 없었다는 사실입니다. 즉, 위에서 언급한 엘리스와 같이 너프가 밴픽률 하락의 원인이 아니었다는 것이죠. 그렇다면 진짜 이유는 무엇일까요? 다양한 원인이 있겠지만, 그 중심에는 ‘레넥톤이라는 챔피언의 본질’과 ‘메타간의 충돌이 만들어 낸 스프링 시즌의 역동성’이 존재합니다.


▲ 경기 초중반 압도적인 위력을 보여주는 레넥톤 (출처 : 온게임넷)


레넥톤은 기본적으로 강력한 라인전을 바탕으로 스노우 볼을 굴리는 챔프입니다. 즉, 일방적인 딜교환을 통해 상대 탑 챔피언과의 차이를 벌리고 그 차이를 통해 적 정글과 미드를 압박하는 스타일인 것이죠. 또한 강력한 스킬 대미지와 궁극기 강신의 높은 효율성으로 초중반 주도권을 쉽게 가져올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레넥톤에게는 일명 ‘레통기한’이 존재합니다. 즉, 일반적인 탑 챔피언들이 후반을 노리는 성장 포텐셜(쉬바나와 잭스가 대표적)이 있는 반면, 레넥톤의 그것은 다른 챔피언들에 비해 매우 초라한 수준인 것이죠.


▲ 이미지답게 레넥톤은 라인전 단계에서 매우 강한 모습을 보인다. 하지만...


레넥톤이 사라진 이유는 여기서 찾을 수 있습니다. 이번 시즌은 그 어느 시즌보다 메타 간의 충돌이 활발했습니다. 탑 철거를 통해 스노우 볼을 굴리는 방식의 불도저 메타가 16강전에 유행했고, 이에 대응하기 위해 나타난 ‘타워를 깨지 않고 성장에 주력하는 경험치 메타’가 등장하기도 했습니다. 또한, 8강과 4강전에서는 순간이동을 최대한 이용하는 운영도 자주 등장했죠. 특히 결승전에서는 특정 메타가 아닌 ‘상대 팀의 성향과 전술을 분석한 맞춤형 전략’이 큰 효과를 보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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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기 시작 4분 38초만에 억제기 타워를 부셔버리는 불도저 메타! (출처 : 온게임넷)


▲ 탑 타워를 빠르게 밀지 않는 삼성 오존의 움직임 (출처 : 온게임넷)


때문에 라인전을 일방적으로 압도하는 챔피언보다는 다양한 상황에 능동적으로 대처하는 챔피언을 탑 라이너로 선호하는 상황이 발생합니다. 하지만 레넥톤은 이러한 변화에 역동적으로 대처할 만큼 융통성 있는 챔피언이 아니었고, 결국 좌절을 맛보게 됩니다. 그리고 레넥톤의 빈자리는 잭스와 라이즈, 쉬바나 그리고 룰루가 채우는 형국을 보여줍니다.

이처럼 레넥톤의 몰락은 메타의 역동성과 맞물렸다고 할 수 있습니다. 최근에 진행된 몇몇 시즌보다 이번 스프링 시즌이 재미있었다고 많은 유저들이 말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눈에 확연히 띄지 않았지만 어느새 무너져버린 ‘레넥톤의 장벽’. 다음 시즌에는 어떤 탑 챔피언과 그를 둘러싼 메타 전쟁이 유저들을 즐겁게 해줄지 벌써부터 기대가 됩니다.



분석을 거부하는 막강 포스! 미친 존재감 야스오와 르블랑

지금까지 밴픽률과 승률 등 다양한 통계 자료를 근거로 이번 시즌을 뜨겁게 달군 챔피언들을 살펴보았습니다. 그러나 통계 자료는 중요한 판단 근거가 될 수 있겠지만, 이번 시즌의 모든 것을 설명해 주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밴픽률과 승률로는 결코 설명할 수 없는 매력을 지닌 챔피언들이 있었기 때문이죠. 분석을 거부하며 미친 존재감을 뿜어냈던 챔피언! 유저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챔피언들을 한번 알아보겠습니다.


▲ 르블랑의 정점을 보여준 SKT T1 K의 페이커


첫 번째 주인공은 3번의 블라인드 픽을 제외한 82번의 경기에서 무려 40번의 밴을 당한 챔피언! 바로 르블랑입니다. 비록 승률은 50%에 불과했지만, 르블랑은 등장한 경기마다 범접할 수 없는 포스를 보여줬습니다. 강력한 암살력은 수많은 경기에서 변수를 만들었고, 화려한 무빙은 수많은 유저들을 매료시켰죠. 롤 챔피언스는 아니었지만 스프링 시즌 중에 진행된 롤 올스타전을 통해 르블랑은 세계 모든 유저들의 사랑을 받는 챔피언으로 등극하게 되었습니다.


▲이것이 야스오다!(출처 : 온게임넷)


외로운 검객, 야스오의 존재감도 만만치 않았습니다. 야스오는 지금까지 출시된 그 어느 챔피언보다 화려하고 멋진 스킬들을 장착하고 있지만, 그만큼 다루기 힘든 챔피언임에 틀림없습니다. 그래서 일까요? 이번 시즌 야스오가 등장할 때마다 관객들의 환호성이 터져 나왔고, 야스오는 그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멋진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특히, 스프링 시즌을 제패한 삼성 블루의 미드 라이너 '다데' 배어진의 야스오는 ‘이것이 바로 야스오다!’를 외치는 것과 같은 느낌을 받습니다. 또한 4강전 이후 5번의 경기에서 야스오가 등장했고, 모든 경기를 승리로 이끄는 기염을 토합니다. 스프링 시즌 밴픽률이 35.3%에 불과했지만, 유저들의 마음을 사로잡아 버린 매력남 야스오! 그의 내일이 기대됩니다.



이변 속에서 끝난 롤 챔피언스 스프링! 이제 섬머 시즌이다!

지금까지 스프링 시즌을 대표하는 챔피언들에 대해 살펴보았습니다. 언급은 되지 않았지만 강력한 임팩트와 수많은 이슈들을 남긴 많은 챔피언들이 있었습니다. 8강전 최다 밴률(93.8%)을 기록한 라이즈와 4강전 이후 최다 밴률(93.8%)을 기록한 잭스 등도 스프링 시즌을 관통하는 중요한 챔피언이었죠.





이처럼 수많은 이야기가 있었던 롤챔스 스프링은 화려하게 막을 내렸습니다. 이제 모두의 관심은 섬머 시즌으로 집중되고 있습니다. 최근 이뤄진 4.7 패치 그리고 곧 있을 4.8 패치까지 수많은 변경점들이 공개되고 있습니다. 특히 초반 장신구의 재사용 대기시간의 감소, 모든 라인 포탑에 요새화 버프 적용, 중요 챔피언들의 상향과 하향 등이 맞물리면서 새로운 메타들이 충돌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마지막으로 멋진 경기를 보여준 선수들에게 응원의 박수를 보내며, 더욱 풍성하고 흥미진진한 섬머 시즌을 기다려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