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롤 챔피언스 스프링(이하 롤챔스) 결승전과 6월 8일 롤 마스터즈 결승전을 마지막으로 스프링 시즌이 막을 내렸습니다. 이번 스프링 시즌은 롤챔스 및 롤 마스터즈 리그에서 눈부신 활약을 펼친 삼성 갤럭시 형제팀의 새로운 왕조의 탄생을 알린 시즌이 되었습니다.

이번 2014 스프링 시즌에는 한 시즌이라는 짧은 기간에 등장했다고는 믿기 어려울 만큼 기존 강호들도 고전을 면치 못한 새로운 전략과 새로운 메타도 많이 등장했습니다. 더불어 경기마다 선수들의 애환이 묻어나는 챔피언 픽을 통해 많은 볼거리를 제공했는데요. 인벤에서는 이번 스프링 시즌 놓치기 아쉬운 롤챔스와 롤 마스터즈의 경기를 소개해보는 자리를 마련해 보았습니다.



▣ 블레이즈의 마지막 불꽃. 플레임의 쉬바나와 엠퍼러의 드레이븐

롤챔스3/4위 순위 결정전, 삼성 오존 vs CJ 블레이즈 4세트


삼성 오존과 CJ 블레이즈의 3/4위 순위 결정전의 4세트입니다. 삼성 오존의 3:2 승리로 경기는 끝났지만 4세트에서 보여준 CJ 블레이즈의 이번 시즌 마지막 경기는 다음 시즌을 기약하는 팬들에게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어준 경기입니다. 상대 챔피언을 하나씩 처치해갈 때마다 강력해지는 드레이븐의 활약이 두드러졌던 경기였습니다.

미드 라인에서 펼쳐진 소규모 교전에서 드레이븐이 획득한 1킬 의미가 남달랐습니다. 이 1킬이 드레이븐의 패시브 '드레이븐의 리그'의 영향으로 인해 약 1천 골드를 획득한 드레이븐은 폭발적으로 성장하게 됩니다. 이후 조용히 탑에서 성장하던 쉬바나의 활약과 더불어 든든한 방패가 생긴 드레이븐이 휘둘러대는 도끼가 경기를 지배했습니다.




▣ 역전의 명가들의 혈투, CJ엔투스 적의 미드라이너를 노려라!

롤 마스터즈 준 플레이오프 2차전 데스매치, CJ 엔투스 연합 vs 나진 e엠파이어 연합


롤 마스터즈 플레이오프 진출을 두고 펼쳐진 CJ 엔투스와 나진 e엠파이어의 마지막 경기입니다. 1차전을 나진이 승리한 상황에서 CJ 엔투스는 2:1 승리로 승부를 마지막 데스매치까지 끌고 갑니다. 준 플레이오프에서 최고의 컨디션을 보여준 선수들이 각 팀의 승리를 위해 뭉친 경기였습니다.

CJ 엔투스는 초반부터 나진 e엠파이어의 미드라이너 룰루를 집중 견제하는 방향으로 경기를 풀어갑니다. 지속적으로 이어진 갱킹에 나진 e엠파이어의 룰루는 성장이 더뎌지게 되고, CJ 엔투스는 지속적인 라인홀딩으로 잭스와 코그모를 성장시킵니다. 초조해진 나진 e엠파이어가 추격을 시도할 때마다 CJ 엔투스 니달리의 창이 나진 e엠파이어의 챔피언을 꿰뚫습니다.

'패패승승승'이라는 추격전 시나리오라면 일가견이 있는 두 팀의 대결입니다. 결과는 CJ 엔투스의 승리로 돌아갔습니다. 하지만 나진이 보여준 저력도 만만치 않았습니다. 특히, 스프링 시즌 중에 리빌딩을 발표한 나진 소드의 신규 맴버를 미리 볼 수 있었던 경기입니다.




▣ SKT T1 K라는 최강자를 꿰뚫은 화살

롤챔스 16강전 조별리그, KT 애로우즈 vs SKT T1 K 1세트


LOL계의 끝판왕, SKT T1 K가 불의의 일격으로 2:0 충격의 패배를 당한 경기입니다. KT 애로우즈와 SKT T1 K의 대결로 경기가 시작하기 전까지는 SKT T1 K의 우세가 점쳐졌지만, 결과는 정반대였습니다.

경기는 초반부터 KT 애로우즈의 리드로 흘러갑니다. 봇 라인에서 서포터 쓰레쉬의 사형선고 한 번에 더블킬이, 미드에서는 르블랑이 카서스를 상대로 솔로킬을 따냅니다. 글로벌 궁극기 챔피언을 중심으로 픽한 KT 애로우즈는 초반부터 유리하게 시작된 게임에서 주도권을 내주지 않고 그대로 SKT T1 K를 몰아붙입니다.

라인전에서 강력함을 바탕으로 몰아치기를 준비해온 SKT T1 K에게 KT 애로우즈가 내민 카드는 글로벌 궁극기 챔피언을 중심으로 한 전략적인 운영이었습니다. 이 경기에서 KT 애로우즈는 SKT T1 K를 압도하는 경기력을 선보였으나 이후, CJ 블레이즈와의 경기에서 패배하며, SKT T1 K전에서 모든것을 하얗게 불태운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들게 만들었습니다.



▣ 스프링시즌 NLB우승자 vs 롤챔스 우승자

롤 마스터즈 플레이오프 1차전 1세트, 삼성 블루 vs CJ 프로스트


이번 시즌 NLB 우승을 거머쥔 CJ 프로스트와 롤챔스 우승팀 삼성 블루의 대결이었습니다. 두 팀 모두 상승세를 타고 있었기에 쉽사리 승자를 예측하기 힘든 경기였습니다. 1세트부터 기선을 제압한 삼성 갤럭시의 위엄 때문이었을까요? 결과는 2:0 삼성 갤럭시의 완승이었습니다.

CJ 프로스트는 초반부터 시야 장악에 힘쓰며 상대의 전략적인 움직임을 차단합니다. 특히, 미드라이너 케일은 궁극기 중재를 활용하여 상대방에게 타겟팅된 아군을 효과적으로 지켜냈습니다. 하지만 삼성 블루의 집중력과 한타 교전 능력으로 불리했던 전황을 단 한 번의 교전으로 뒤집어냅니다.

무엇보다 삼성 블루의 한타 교전 능력이 빛났던 경기였지만 미드라이너가 집중 견제를 받을 때에는 봇 라이너와 탑 라이너가 경기를 이끌어가며 활약한 삼성 블루의 저력을 엿볼 수 있는 경기였습니다.




▣ 형제를 넘어 결승으로! 최고의 검객 '다데'

롤챔스 4강전, 삼성 블루 vs 삼성 오존 4세트


삼성 갤럭시팀의 내전입니다. 객관적인 전력으로는 삼성 오존의 우세를 예측했으나 서로를 너무나도 잘 알고 있는 두 팀인 만큼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결과가 팬들의 기대감을 증폭시켰습니다. 결과는 3:1로 삼성 블루의 승리, 결승전 못지 않은 명경기로 팬들의 눈을 즐겁게 해주었습니다.

경기는 삼성 오존 특유의 탈수기 운영으로 시작합니다. 삼성 블루의 미드라이너 야스오와 원딜러 코그모를 끊임없이 견제하는 삼성 오존의 리드는 중반까지 이어졌습니다. 하지만 삼성 블루의 한타 교전 능력은 불리한 골드 수급 상황을 뒤집고 경기를 역전해낼 정도로 뛰어났습니다. 자신들의 봇라인 2차 타워를 등지고 시작된 한타 교전은 이후 경기 자체를 뒤집어 버립니다.

119개나 되는 LOL의 챔피언에서 선수가 떠오르는 챔피언은 몇이나 될까요? 이런 관점에서 '다데' 배어진은 남 부럽지 않은 장인 타이틀을 가지고 있습니다. 스프링 시즌에서 야스오로 멋진 활약을 보여준 배어진은 이번 경기에서 미스 포츈의 궁극기를 막아내는 슈퍼 플레이를 보여주면서 경기를 지배합니다.




▣ 전 시즌 우승자vs 현 시즌 우승자, 삼성 갤럭시 시대의 시작인가?

롤 마스터즈 결승전 2세트, 삼성 블루 vs SKT T1 K


이번 시즌 롤 마스터즈 마지막 경기인 결승전. 삼성 갤럭시가 스프링 시즌 최강 자리에 오르게 된 경기이기도 합니다. 신흥 강호 삼성 블루와 올스타전에서 '힐링'하여 돌아온 건재한 절대자의 위용을 뽐내는 SKT T1 K의 치열한 맞대결이 펼쳐진 경기였는데요. 5경기까지 이어지는 치열한 접전을 기대했지만 경기는 3:0. 삼성 갤럭시의 완승으로 끝이 났습니다.

SKT T1 K는 미드 라이너 간 교전에서 초반부터 차이를 벌려 첫 드래곤을 가져가며 기선 제압에 성공했습니다. 하지만 삼성 블루의 정글러 리신의 활약과 이후, 드래곤을 두고 펼쳐진 한타 교전에서 삼성 블루의 집중력 앞에 무너지며 주도권을 내주게 됩니다.

이 경기에서 삼성 블루는 절정에 다다른 한타 교전 능력을 보여줍니다. 그리고 정글러 '스피릿' 이다윤의 날카로움과 탑 라이너 '에이콘' 최천주의 폭넓은 챔피언 풀. 논 타겟팅 챔피언에 약하다는 평이 많은 '다데' 배어진의 성장도 이번 경기에서 주목해서 봐야할 또 하나의 재미입니다.

▲ 게임의 흐름을 뒤바꾼 한타 교전



▣ 철거 메타의 극을 보여주다. 불도저 메타의 탄생

롤챔스 16강전 조별리그, 프라임 옵티머스 vs SKT T1 S 1세트


이번 시즌 핫한 메타 중에 하나인 불도저 메타가 처음으로 등장한 경기라고 볼 수 있습니다. LOL은 챔피언을 처치하는 게임이 아닌 타워를 철거하는 게임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그런데 한 라인의 타워가 억제기 앞까지 밀려있다면 선수들은 어떤 기분으로 게임에 임하게 될까요? 심지어 경기 시간이 5분이 채 안 되는 시간에 그런 상황을 맞게 된다면 경기를 뒤집을 수 있을까요?

프라임 옵티머스는 초반 3버프 콘트롤을 시작으로 봇듀오와 함께 정글러, 탑 라이너까지 총 4명의 챔피언이 탑 라인에서 타워를 철거합니다. 약 4분 30초 정도의 짧은 시간만에 1차, 2차 타워는 물론이고 억제기 앞 타워 철거까지 성공합니다. 프라임의 깜짝 전략에 당황한 SKT T1 S는 경기내내 주도권을 내주며 패하게 됩니다.

이 경기 이후, 잭스는 많은 유저들과 선수들을 통해 재조명되었습니다. 또한, 소환사 주문 '순간이동'도 탑 라이너의 선택이 아닌 필수 주문으로 자리 잡게 되었는데요. 라인 스왑으로 왕귀형 탑솔러가 자신의 자리를 지키지 못하고 있을 때 등장한 불도저 메타는, 이번 시즌 등장한 가장 강렬한 인상을 남긴 하나의 전략이 되었으며, 그 중심에는 잭스가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 2시즌 추억에 취해보자, 원조 롤 클라시코!

롤 마스터즈 클래식 매치, MIG vs EDG 1세트


한국 LOL의 원조 라이벌 MIG와 EDG를 만나볼 수 있는 경기입니다. 마스터즈 올스타전을 기념하여 특별히 준비된 1세대 프로게이머의 대결은 사람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았습니다. 경기에 참가한 선수들도 과거 자신을 대표하는 챔피언들을 고르며 팬들의 환호에 답했습니다.

추억의 종합선물 세트. MIG '웅'의 버프스틸, MIG부터 현 CJ 프로스트의 전성기를 수놓은 131 스플릿 푸쉬, '웅니시에이팅' 으로 유명했던 '웅'이 란두인과 워모그를 구입하는 것과 EDG '모쿠자'의 바론스틸, '막눈'의 티모까지 더는 설명이 필요없는 경기입니다. 2년 전 추억을 한 경기에 만나볼 수 있는 경기입니다.

아직 현역으로 활동하는 선수들도 있지만, 현역에서 물러나 해설가로, 혹은 팀의 코치로 활동하는 전직 프로게이머들의 경기를 정말 오랜만에 볼 수 있는 절호의 기회입니다. 혹시 LOL을 조금 늦게 접한 유저라도 현재 프로게이머가 아닌 다른 방법으로 LOL을 위해 움직이고 있는 그들의 실력을 볼 기회입니다.

▲ 추억의 바론스틸!



▣ 다데장군의 귀환! 한타를 지배하는 삼성 블루

롤챔스 결승전, 삼성 블루 vs 나진 실드 4세트


봄의 왕좌를 놓고 벌어진 롤챔스 스프링 시즌 마지막 경기입니다. 극 후반 지향의 삼성 블루의 챔피언 조합과 중반부터 강력한 위력을 뽐내는 나진 실드의 챔피언 조합 대결을 볼 수 있습니다. 경기 시작 전 밴픽 심리전도 놓치지 말아야 할 텐데요. 나진 실드의 별동대를 담당하는 '세이브'의 주력 챔프를 봉인하며 자신들의 페이스로 픽을 강제하는 삼성 블루의 밴픽 심리전도 놓치지 말아야 할 포인트입니다.

무엇보다 이번 경기에서는 삼성 블루와 나진 실드의 난타전이 흥미로웠습니다. 어느 한쪽이 무조건 공격을 당하기보다는 하나를 주면 하나를 가져오는 각 팀의 운영이 돋보입니다. 그런 치열한 교전의 여파였을까요? 삼성 블루의 미드라이너 라이즈의 성장이 빠르게 이뤄지며, 대장군으로 빠르게 진급한 라이즈는 이후 경기를 지배하게 됩니다.

결승전 마지막 경기에서 삼성 블루가 보여준 나진 실드에 대한 분석과 해결책은 완벽하게 나진 실드의 약점을 파고들었습니다. 나진 실드의 별동대이자 든든한 방패인 탑 라이너를 공략하고 자신들의 최대 장점인 한타 교전 능력을 극대화할 수 있는 픽을 가져온 것만으로도 이미 상대보다 두세 발자국 앞서 나간 것이었습니다. 이번 시즌 '비시즌 강자'라는 불명예를 벗어 던지고 스프링 시즌 왕좌의 주인이 된 삼성 블루의 빛나는 경기력이 돋보였던 경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