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크래프트2 밸런스에 대한 논쟁이 끊이질 않고 있다. 잠잠해질 만 하면 새로운 패치를 통해 다시금 열띤 토론이 펼쳐진다. 특히 오랫동안 화두에 오르고 있는 테란 대 프로토스의 대결같은 경우, 테란이 후반으로 넘어가면 프로토스를 이기기가 힘들다는 평가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무조건 테란이 진다는 뜻은 아니다.

전반적인 밸런스가 경기에 많은 영향을 끼치긴 하지만, 프로게이머는 '잘하는 사람'이 이긴다는 주장도 적지 않다. 얼마전, GSL에서는 밸런스 논쟁을 잠시 잊게 할 만한 테프전이 펼쳐졌다. 2014 핫식스 GSL 시즌2 16강 D조에서 주성욱(KT)과 이신형(에이서)이 밸런스 논쟁은 잠시 뒤로하고 테란과 프로토스 대결의 끝을 선보였다. 특히, 2세트 프로스트에 펼쳐진 경기는 백미였다.

주성욱이 2:0으로 이기기는 했지만 손바닥도 마주쳐야 소리가 나는 법. 이신형 역시 테란이 할 수 있는 최선의 플레이를 보여주며 명승부를 연출했다. 프로토스가 테란전에 유리 하다고할 때 공감하지 못하는 프로토스 유저, 테란으로 '프사기'를 외치며 토스전이 어려운 테란 유저들에게 주성욱과 이신형의 경기를 추천한다. 스크롤이 더 이상 밑으로 내려가지 않을 때쯤이면 당신의 티어도 한 단계 이상은 상승할 수 있을 것이다.

◈ 시작이 반이다. 테란과 프로토스의 초반 정석 빌드는?

▲ 정석으로 자리 잡은 빠른 앞마당 확장


테란 대 프로토스의 기본 빌드는 사신 더블과 모선핵 더블이다. 초반 정찰이 힘든 테란은 지형을 넘나드는 사신을 통해 그 점을 보완하기 위해 사신 더블이라는 빌드가 정석으로 자리 잡았고, 프로토스 역시 사신을 막고 이후 광자 과충전에 사용할 마나를 일찍 모으기 위해 모선핵 더블이 유행하고 있다.


▲ 앞마당 이후 2제련소, 후반을 도모하기 위한 최선의 선택


주성욱은 이후 로봇공학 시설을 올리며 관측선을 통한 2차 정찰을 시도했고, 두 개의 제련소로 후반을 도모했다. 후반으로 갈수록 강력해지는 프로토스 조합에 업그레이드까지 앞선다면 그야말로 금상첨화다. 이신형 역시 1병영 상태에서 빠르게 공학연구소를 건설하며 업그레이드에 신경 썼다.

◈ 적을 알아야 비로소 승리할 수 있다. 프로토스의 눈, 관측선 배치

▲ 테란전의 핵심. 미리 보고 대처하라!


프로게이머들도 간혹 놓치는 중요한 플레이가 바로 시야 확보다. 프로토스는 후반으로 가면 강력해지지만, 초반 의료선에 의한 견제 플레이에 취약하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선 맵핵을 방불케 하는 시야 확보를 통해 의료선의 동선을 미리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주성욱의 테란전 경기를 보면 항상 4~5기 이상의 관측선이 중요한 위치에 자리 잡으며 테란 병력의 움직임을 미리 파악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시야 확보는 강력한 후반 프로토스를 만들기 위해 꼭 해야할 중요 작업이다.

반대로 테란 입장에서는 관측선을 끊어주는 것이 중요하다. 지게로봇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는 경우가 많지만 상황에 따라서는 스캐너 탐색을 통해 관측선을 잡아내는 것이 효과적이다. 자원적으로 손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시야를 차단하면 프로토스는 움직임이 제한되고, 소극적인 플레이를 할 수 밖에 없다.


▲ 첫 교전에서 대패한 주성욱


양 선수는 어느 정도 병력을 갖춘 뒤 맵 중앙 지역에서 대규모 전투를 펼쳤다. 고위 기사의 사이오닉 폭풍이 없었음에도 강력한 조합이었다. 그러나 이신형의 유령과 바이킹, 해병, 불곰의 진형과 컨트롤이 빛을 발하며 테란이 승리했다. 최강의 생산력을 자랑하는 테란, 이신형의 힘이 발휘되는 듯 했다.

◈ 테란의 견제는 초반만 있는 것이 아니다!

▲ 추가 병력을 차단했던 특수부대


이신형이 압승을 거둘 수 있던 이유가 또 하나 있다. 교전에 참전하지 않은 의료선 2기 분량의 특공대가 주인공이다. 이 특공대는 힘싸움 와중에도 끊임 없이 견제를 펼쳤다. 이로 인해 주성욱은 충원 병력을 전장이 아닌 수비에 투입할 수 밖에 없었다.

이후 이신형은 후반에도 의료선 견제를 멈추지 않으며 활발히 움직였다. 그 결과 주성욱의 추가 확장을 저지하고 추가 병력까지 차단했다.

하지만 주성욱의 대처도 뛰어났다. 소수의 추적자 견제를 통해 시간을 벌었고 다시 조합을 갖춰나갈 시간을 벌었다. 게다가 이번에는 이전 교전에서 나오지 않았던 고위 기사의 사이오닉 폭풍까지 준비를 마쳤다. 테란의 강력한 타이밍을 서서히 극복해 나가 모습이었다.

◈ 시야 싸움 승리가 전투를 승리로 이끈다!

▲ 측면에서 파고드는 고위기사의 사이오닉 폭풍


중반 힘싸움에서 우위를 보인 덕분에 칼자루를 쥐었던 이신형이 먼저 공격에 나섰다. 스캐너 탐색을 적극 활용하며 주성욱의 병력 위치를 파악한 뒤 더욱 빠르게 진격했다. 하지만 이신형은 6시 지역에 있던 고위기사를 발견하지 못했다.

이 고위기사들은 주성욱에게 대승을 안겨줬다. 이신형의 예상 밖의 방향에서 나타난 고위기사는 다수의 바이오닉 병력에 사이오닉 폭풍을 적중시켰고, 이로 인해 전세가 역전되고 말았다.

하지만 앞서 '시야 확보'의 중요성을 언급한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주성욱의 승리에 큰 역할을 한 수훈갑이 고위 기사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더 깊이 생각해보면 진짜 수훈갑은 관측선이다. 관측선 배치를 통한 시야 확보로 테란의 움직임을 파악했다. 덕분에 진형, 수비 대처, 기습 등 다양한 전술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었다.

조금 더 보충하자면 전쟁에서는 '정보력'이 중요하다. 앞장서 싸우는 것은 병사들이지만 정확한 정보를 전달해줘야 병사들이 승리를 거둘 수 있다. 주성욱은 관측선을 통해 대규모 전투를 승리로 이끌기 위한 정보를 꼼꼼히 입수했다. 테란의 병력 규모, 유닛 구성 뿐만 아니라 움직임을 파악하여 의료선 견제를 막았고, 고위 기사가 이신형의 시야 밖 측면에서 침투할 위치를 마련하며 화력 지원을 제대로 일궈냈다. 운이 좋았던 것이 아니라 '준비된 승리'였던 것이다.

눈에 보이는 게 전부가 아니라는 말이 있다. 얼핏 보면 주성욱이 단순히 전투를 잘해서 승리한 것처럼 보이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치열한 정보 및 시야 싸움에서 이신형을 압도했기에 승리할 수 있던 경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