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주기관차' 방태수(진에어)의 기세가 멈추지 않고 있다.

방태수는 8일 강남 넥슨 아레나에서 열린 SK텔레콤 스타크래프트2 프로리그 2014 시즌 4라운드 결승전에서 어윤수, 김도우, 정윤종(이상 SK텔레콤)을 상대로 승리하며 진에어의 우승에 가장 크게 공헌했다.

최근 방태수의 활약은 대단하다. 지난 2014 핫식스 GSL 시즌2 코드S 8강에서는 로열로더 우승자인 주성욱(KT)을 상대로 독특한 운영을 선보여 승리를 거두며 생애 첫 4강에 올랐다. 프로 데뷔 후 개인리그에서 거둔 가장 뛰어난 성적이다.

잠재력이 터지는 선수들은 종종 나오기 마련이다. 방태수에게 요즘은 그런 시기일 것이다. 그러나 그가 주목받는 점은 남들과는 다른 스타일과 독특함을 무기로 하기 때문이다.

사실 방태수의 스타일은 예전부터 한결 같았다. 다만, 성적이 뒷받침 되지 않아 주목을 받지 못하고 한계가 분명한 비주류로 분류됐다. 그러나 최근 방태수가 승승장구하면서 방태수의 플레이는 '재조명'되고 있고 확실히 저그의 트렌드를 조금씩 개척해나가고 있는 선수로 거듭났다. 특히 프로리그 4라운드 결승전에서 보여준 3킬 활약을 통해 그의 장점이 제대로 빛을 발했다.


■ 다수의 선택지는 절대적인 우위를 말한다.

▲ 화끈한 맹독충 올인!


어윤수(SK텔레콤)가 조성주(진에어)를 잡고 1세트를 승리로 가져가자 진에어 그린윙스는 '폭주기관차' 방태수를 내보냈다. 다소 의아한 선택이었다. 어윤수의 기세가 나쁜 것도 아니었고, 두 선수는 얼마 전 2014 핫식스 GSL 시즌2 4강에서 만났고 방태수가 1:4로 패배한 적이 있었다.

어윤수는 안정적인 선수다. 자신이 압도적으로 이겨본 상대를 다시 만났을 경우 무리해서 과감한 올인을 선택할 가능성은 낮다. 그래서 어윤수는 3인용 전장 회전목마에서 무난한 앞마당 15 부화장을 선택했다. 반면, 방태수는 본진 저글링 맹독충 올인이었다.

방태수의 최근 저그전인 김정우, 어윤수전을 찾아보면 매번 다른 빌드로 출발한 것을 알 수 있다. 방태수는 동족전인 저그전에서도 다양한 빌드를 사용한다. 즉, 어떤 빌드를 사용할지 예측이 어렵다. 어윤수가 15앞마당을 사용할 것이라는 확신이 방태수의 머릿속에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확실한 것은 동족전에서는 빌드 선택의 폭이 넓은 선수가 절대적인 우위를 점하고 시작한다는 것이다. 이미 빌드에서 승부가 난 이후 방태수는 실수 없이 어윤수를 상대로 복수에 성공한다.


■ 꺼진 불도 다시보자.

▲ 다시 한 번 정찰을 시도한 방태수


어윤수를 잃은 SK텔레콤 T1은 2014 핫식스 GSL 시즌2 코드S 우승자 김도우를 꺼냈다. 하지만 김도우도 폭주하는 방태수의 기관차를 세우기엔 역부족이었다. 김도우는 관문 이후 연결체 빌드를 준비했으나 방태수가 산란못 없이 제 2확장까지 가져가려 하자 일벌레가 정찰을 마치고 복귀하는 것을 확인하고 자신의 본진 구석에 제련소를 건설했다.

바로 자신의 장기인 광자포 러시로 응징을 하기 위함이었다. 그러나 방태수는 일벌레로 가던 길을 돌아 다시 한 번 김도우의 본진으로 올라가 제련소를 확인했고 앞마당 이후 산란못을 건설하며 김도우를 꼬이게 하였다.

프로게이머들에겐 기본 이론인 '개념'이라는 것이 있다. 김도우 VS 방태수의 경기를 예로 들어 설명하자면, 방태수는 일벌레 정찰로 관문을 발견했고 융화소의 유무를 확인했다. 이런 경우 열이면 열 모두 관문 더블을 예상한다. 이처럼 A라는 건물 혹은 상황을 확인했을 시 그에 따라 파생될 수 있는 경우의 수를 계산하는 것이다.

관문을 발견했고 융화소가 없었으니 '관문 더블이구나'라고 생각하고 일벌레를 바로 본진으로 복귀시키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런데 방태수는 무슨 이유인지 모르겠으나 다시 한 번 정찰을 시도했고 구석의 제련소를 발견하여 허무하게 광자포 러시에 패배할 수 있는 경기를 오히려 자신에게 유리하도록 이끌었다.


■ 스노우볼은 LOL에만 존재하는 게 아니다.

▲ 방태수의 날카로운 타이밍은 절대 우연이 아니다.


초반 심리전은 '나비효과'와 같다. 앞서 말한 것처럼 방태수가 다시 정찰을 시도하지 않았다면 김도우의 광자포 러시에 패배했을 확률이 매우 높다. 하지만 이런 방태수의 꼼꼼한 정찰이 김도우를 꼬이게 하였고 격차를 벌릴 수 있는 '스노우볼'의 역할을 만들었다.

스타크래프트2는 실시간 전략 게임이다. 어떤 상황이든 상대적이다. 상대적으로 좋은 출발을 보인 방태수의 경기 초반은 이기는 시나리오의 시작이었던 것이다. 김도우는 어쩔 수 없이 트리플 연결체를 빠르게 가져가며 후반을 도모했다. 그러나 방태수의 바퀴 저글링과 이후 역뮤탈리스크에 의한 압도적인 병력차이를 극복하지 못하며 패배를 선언했다.

만약 김도우가 초반에 꼬이지 않고 관문 없이 연결체를 가져가게 된 상황이었다면 방태수의 뮤탈리스크가 자신의 본진에 도달하는 시점에 불사조가 서서히 모이고 있었을 것이다. 이처럼 스타크래프트2는 상황에 따라 상대적인 게임이다. 그만큼 초반을 어떤 식으로 넘기느냐가 중요하다. 즉, 방태수가 초반 밑바탕을 잘 만들어낸 것이 승리의 원동력이었다.

■ 방태수의 승리에는 꼼꼼한 '정찰'이 있다.



방태수의 심리전은 정윤종과 경기에서 더 돋보였다. 방태수는 정윤종과 경기에서도 2인용 맵임에도 불구하고 역시 빠른 정찰을 시도했고, 바로 앞마당 연결체를 가져가려고 했던 정윤종의 앞마당에 부화장 러시를 시도했다. 이와 같은 상황은 정윤종의 승리 시나리오에 있던 상황은 아니었다.

방태수의 경기를 보면 확실히 스타일 있고 독특하기도 하지만 유독 운이 좋아서 이긴다고 생각할 때가 많을 수 있다. 그러나 이는 절대 운이 아니다. 가끔은 자신의 감을 믿고 빌드 싸움을 통해 승리하는 경우도 있겠지만, 대부분은 옵저버가 모두 잡아낼 수 없는 꼼꼼한 정찰, 정보력을 자랑하는 경우가 많다.

초반을 자신이 원하는 대로 이끌어 낸 방태수는 정윤종이 제 2확장까지 빠르게 가져가는 것을 확인했다. 그러나 정윤종은 연결체만 빠르게 건설했을 뿐 사실 관문 찌르기를 준비하고 있었다. 이에 방태수는 관문의 개수를 정확하게 몇 개인지 파악하지 못했지만 이미 예상했다는 듯 바퀴와 저글링을 미리 생산하며 정윤종에 공격에 대처했다.

이런 상황도 방태수가 가위 바위 보 싸움에서 운 좋게 이겨서 승리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겠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방태수는 정윤종의 사소한 것 하나 하나를 살펴보고 '이건 운영이 아닌 올인이야'라는 확신을 얻었다. 일단 파수기의 숫자가 일반적인 프로토스보다 많았고, 제 2확장에 심시티를 위한 관문의 타이밍도 빨랐다. 그리고 정윤종 앞마당 지역 위에 배치한 대군주를 통해 탐사정의 생산이 중단된 것을 확인한 순간 올인임을 확신할 수 있던 것이다.

결국, 방태수는 이러한 작은 정보 하나 하나를 모아 정윤종이 올인임을 유추했다. 최강 SK텔레콤 T1을 상대로 김유진-조성주가 아닌 방태수가 3킬이나 기록하며 팀의 프로리그 4라운드 우승에 크게 기여한 것이다.

진에어 그린윙스는 김유진-조성주라는 원투 펀치로만 주목을 받았던 팀이지만, 방태수라는 든든한 지원군을 얻으면서 세 종족 고른 에이스 카드를 보유하게 됐다. 앞으로 펼쳐질 최종 포스트 시즌 4강 KT 롤스터와 대결에서도 방태수의 의외성 넘치는 멋진 플레이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