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에 걸친 피파 온라인 3 챔피언십의 결승전이 성황리에 종료됐다.

지난 14일부터 강남 넥슨 아레나에서 진행된 피파 온라인 3 챔피언십 결승전은 이벤트 매치와 팀전, 개인전 결승을 모두 다른 날에 진행했음에도 불구하고, 매번 경기장 수용인원을 초과하는 관중이 몰려들었다. 리그의 대미를 장식하는 결승전의 흥행은 곧 리그의 흥행과도 직결되는 것이다.

실제로 피파 온라인 3 챔피언십은 다크호스들의 등장과 속출하는 이변으로 흥미진진한 경기 구도를 만들었다. 또한 e스포츠 경험이 많은 넥슨은 유저들이 어떤 것을 좋아하는지 잘 알고 있었다. 기존 대회의 상식을 뛰어 넘는 규모로 진행된 이벤트에 매 경기는 유저들로 북새통을 이뤘고, 승부 예측 및 돌발 이벤트로 인해 대회를 향한 유저들의 관심도를 끌어 올리는 데는 성공했다. 겉으로 보기에 피파 온라인 3 챔피언십은 성공한 대회와도 같았다.

하지만 화려했던 겉모습과는 달리 경기 자체에 대한 유저들의 주목도는 떨어졌다. 유저들은 자신에게 이득이 주어지는 대회 이벤트에만 주목했고, 선수들이 펼치는 경기 내용에는 큰 흥미를 보이지 않았다. 비교적 소박한 이벤트를 진행했던 대회 초반부에는 현장을 찾는 관중의 수가 적었다는 점 역시 이를 뒷받침한다.

▲ 대회 초반부 현장에는 빈 자리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일반적으로 대회가 진행되면 해당 게임을 즐기는 유저들은 관심을 보이기 마련이다. 유저들은 대회에 나오는 선수들의 플레이나 그들이 사용하는 아이템, 카드, 조합, 전략을 참고하고, 공유한다. 고수의 플레이를 지켜보는 것이 실력 향상에 상당한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회가 진행되는 동안에도, 그 전후로도 관련 커뮤니티에서 대회와 관련된 이야기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피파 온라인 3 챔피언십에 참가한 선수들의 실력이 낮은 것은 아니다. 높은 경쟁률의 예선전을 뚫고 올라온 선수들은 화려한 개인기와 치밀한 움직임으로 지켜보는 이들의 감탄을 자아냈다. 유저들이 경기에 집중하지 않은 것은 경기력이 떨어졌기 때문이 아니라 경기를 봐야 할 이유가 약했기 때문이다.

첫 시즌에서 시행착오를 겪은 넥슨은 올 시즌 들어 대회 시스템에 몇 가지 변화를 주었다. 선수 개인의 구단을 사용하는 대신 드래프트 제도를 도입했고, 선수카드의 강화 수치를 1로 똑같이 만들었다. 또한 기본 포메이션을 선택, 임의로 포지션에 변화를 줄 수 없게 했다. 이렇듯 공정한 대결과 현실감 있는 대회를 만들고자 노력했던 넥슨의 의도는 아쉽게도 유저들의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했다.

피파 온라인 3에 있어 가장 중요한 핵심 시스템은 선수 카드이다. 피파 온라인 3에는 시즌 별로 수많은 선수 카드가 존재하며, 강화를 통해 동일한 카드라도 성능 차이가 달라진다. 따라서 유저들은 각자의 한도 내에서 최고의 효율을 뽑을 수 있는 스쿼드를 구성하기 위해 노력한다. 당연히 같은 가격이라면 성능이 좋은 카드를 찾기 마련이고, 가능하다면 더 좋은 카드, 더 높은 강화 단계를 욕심낸다.

그러나 피파 온라인 3 챔피언십은 이런 유저들의 현실을 담아내지 못했다. 우선 드래프트 제도는 다양한 선수 카드를 보여주고자 시행했던 본래의 목적을 상실했다. 선수들은 새로운 카드를 선택하기 보다는 '호즐드'로 대표되는 주요 카드의 다른 시즌을 선택하는 식으로 타협했다. 오히려 평소 자신들이 쓰지 않던 카드를 가져와야 했기에 선수들은 만족스럽지 못하다는 의견이 많았다. 이러한 점을 의식한 듯 대회 중반부 들어 탈락한 선수들이 보유한 카드를 대상으로 추가 드래프트를 진행하는 등 보완책이 나오기도 했다.

+1로 고정된 강화 단계 역시 아쉬움이 남았다. 최고의 플레이를 보고 싶어하는 유저들에게 있어 +1은 만족스럽지 못한 수치였다. 낮은 능력치로 인해 경기가 전개되는 속도 역시 이전 시즌에 비해 느려졌다. 포메이션 변경 금지 조항 역시 아쉽기는 마찬가지다. 대회에 나온 선수들은 정해진 틀에 맞춰 경기를 펼쳤지만, 실제로 그들이 사용하는 전략과 포메이션은 그것과는 동떨어진 것이다. 당연히 유저들로서는 참고할 부분이 적을 수밖에 없었다. 결국, 유저들이 원하는 기준을 읽지 못했다고 볼 수 있다.

무엇보다 대회는 현실의 연장선이 되어야 한다. 현실과 동떨어진 장면들만 계속된다면 팬들의 지지를 받기란 어렵다. 지켜보는 팬들이 따라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따라하고 싶다는 욕망을 심어 주는 것을 가장 기본으로 삼아야 한다. 그렇다고 해서 그 기준을 대폭 낮추는 것도 정답은 아니다. 팬이라면 같은 축구를 보더라도 유명한 선수들의 경기를 보고 싶어하지,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아저씨들의 조기 축구를 보고 싶어하진 않기 때문이다.

▲ 팬들이 보고 싶은 것은 최고의 선수들이 펼치는 최고의 플레이다.

선수들이 자신의 스쿼드를 쓰는 것에 있어 공정성이 맞지 않다면, 차라리 일정 EP를 지급해 각자 원하는 자신만의 구단을 만들게 하는 것도 좋을 것이다. 게임을 즐기는 유저들의 기준에 맞춘 EP의 범위 내에서 각 선수들은 공격수와 수비수의 밸런스, 카드들의 강화 단계를 마치 구단주가 된 것 처럼 조정하는 것이다. 수비 축구를 즐겨쓰는 선수라면 수비수에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할 것이고, 혹은 각 시즌 대장급 선수를 가져오는 선수도 있을 것이다.

결국, 선수들의 선택과 플레이가 유저들에게 직접적인 도움이 될 수 있어야 한다. 유저들은 선수들의 선택을 참고해 자신의 구단을 만드는 기준을 세울 수도 있으며, 자신과 비슷한 스타일의 선수는 어떤 식으로 경기를 펼치는지 지켜볼 수 있다. '누가 경기에 승리했냐'는 것 보다는 '누가 어떤 카드로, 어떤 포메이션과 전술을 써서 승리했냐'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피파 온라인 3는 e스포츠에서 스포츠 장르 게임 역시 성공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였다. 그렇기에 두 번의 시즌에서 보여준 다소 미숙한 모습들은 완성된 리그로 성장하기 위한 과정이라 생각된다. 피파 온라인 3는 리그 흥행의 중요한 요소인 팬도, 스타도 이미 충족했다. 이제는 팬들과 선수들의 공감을 형성하는 시스템과 환경을 마련하는 일만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