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그오브레전드 월드 챔피언십(이하 롤드컵) 시즌 4의 직행팀을 가리는 경기가 오는 27일 용산 e스포츠 경기장에서 열린다. 이미 삼성 블루가 롤드컵 직행을 확정 지은 상황에서 삼성 화이트와 SKT T1 K가 한 장 남은 직행권을 놓고 대결을 펼친다.

삼성 화이트와 SKT T1 K는 팬들에게 강팀으로 인식되고 있다. 두 팀 모두 경기에서 승리하는 '일정한 공식'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두 팀은 어떤 과정을 거쳐 승리를 쟁취할까? 삼성 화이트와 SKT T1 K가 최근 승리한 경기 중 대부분의 경우에는 다음과 같은 과정을 거쳤다.


■ 양 팀의 승리 공식

◈ 삼성 화이트를 대표하는 '탈수기 운영', 초반부터 후반까지의 과정

삼성 화이트를 대표하는 단어는 역시 '탈수기 운영'이다. 말 그대로 화끈한 한타를 통해 승리를 기록하기보다는 철저히 짜여진 운영에 의해 상대를 패배하게 만드는 팀이다. 유리하면 유리한 대로, 불리하면 불리한 대로 삼성 화이트 식 운영은 대부분 승리를 불러왔다.

다섯 명의 선수들은 모두 경기 초반 대체로 조용하면서도 분주하다. 라이너들은 이빨을 드러내지 않고 안정적으로 CS를 획득하는 편이다. 그러면서도 '댄디' 최인규는 와드를 상대 정글 깊숙이 설치해 아군의 라인전에 안정감을 더해준다. 또한, '마타' 조세형은 경기 관전에 잔뼈가 굵은 옵저버들마저 간혹 그의 움직임을 놓칠 정도로 매서운 로밍을 시도해 '폰' 허원석이나 최인규의 플레이에 힘을 실어준다.

▲ 초중반 활발한 움직임을 통해 팀을 돕는 '댄디' 최인규(좌), '마타' 조세형(우)

안정적인 파밍과 정글러의 시야 장악, 서포터의 허를 찌르는 로밍이라는 삼성 화이트의 초반 승리 공식이 성립되면 경기 중반부터 그들은 잔인(?)해진다. 최인규의 시야 장악, 이른바 댄디의 장막에 조세형의 시야 장악력이 더해진다. 이를 통해 상대의 움직임을 두 눈으로 확인할 수 있게 되고, 자연스럽게 각종 오브젝트는 삼성 화이트의 것이 된다. 상대는 드래곤과 블루, 레드 버프를 삼성 화이트에게 내주며 답답한 상황을 맞이하게 된다. '탈수기 운영'이 본격화되는 것이다.

초반부터 상대에게 뒤쳐지지 않는 CS를 획득하고 중반부터 각종 이득을 챙겨나간 삼성 화이트는 상대에 비해 월등한 성장을 거두게 된다. 상대의 수분을 양껏 섭취한 삼성 화이트는 메마른 상대와의 힘싸움에서 밀릴 수가 없는 상황을 맞이한다. 결국, 상대를 힘으로 찍어 누르는 상황을 맞이하게 되고 거침없이 상대 넥서스로 달려갈 수 있게 되는 것이다.

▲ 중반 이후 팀을 캐리하는 '폰' 허원석(좌), '임프' 구승빈(중), '루퍼' 장형석(우)

※ 삼성 화이트의 승리 공식

초반 : 무난한 성장 + 최인규의 시야 장악 시작 + 조세형의 날카로운 로밍
중반 : 최인규의 시야 장악 + 조세형의 시야 장악 = 각종 오브젝트 획득 (상대의 성장 속도 급감)
후반 : 상대에 비해 월등한 성장을 거두게 됨 → 한타 대승


◈ 몇천 골드 차이는 우습게 뒤집는 SKT T1 K의 기묘한 한타

삼성 화이트가 운영으로 상대를 조금씩 말린다면, SKT T1 K는 정 반대되는 승리 공식을 보여준다. 선수 개개인의 컨트롤과 팀원들과의 조화가 뒷받침되어야 하는 엄청난 한타 능력이 그들의 장점이다. 특히, 불리한 상황에서 보여주는 기묘한 한타는 많은 팬들을 충분히 매료시킬 만하다는 평가다.

과거 그들의 전성기 시절 승리 공식은 다음과 같았다. 단단한 탑 라이너인 '임팩트' 정언영과 커버형 정글러의 대표 주자인 '벵기' 배성웅이 안정적으로 성장을 거두는 동안, 미드와 봇 라인에서의 힘싸움을 승리로 이끌고, 이를 기반으로 계속해서 상대를 압살하는 과정을 거쳤다. 하지만 요즘은 이러한 모습과는 다소 차이가 있다.

최근 SKT T1 K의 초반 라인전은 매우 조용하다. 사실 상대에 비해 약간씩 밀리는 장면도 많이 연출되곤 한다. 특히, 봇 듀오가 최근 라인전 단계에서 무너지는 모습을 자주 보여주며 커버형 정글러라는 역할상의 한계로 힘들어하는 라인을 한 방에 살려줄 만큼 날카로운 갱킹도 많이 나오지 않는다. 심한 경우 경기 초반임에도 글로벌 골드가 몇천 골드 차이로 뒤처지는 상황이 일어나기도 한다.

▲ 예전같지 않은 '피글렛' 채광진(좌)과 '푸만두' 이정현(중), 그들을 도울 수 없는 '벵기' 배성웅(우)

하지만 SKT T1 K의 승리 공식은 경기 중반부터 가속화된다. 보통 드래곤 앞마당에서 벌어지는 첫 대규모 교전에서 SKT T1 K는 밀리고 있던 초반이 생각나지 않을 정도로 한타 대승을 만들어낸다. 이 과정에서 조용히 성장하던 정언영이 활약하거나 '페이커' 이상혁이 화려한 컨트롤로 한타 대승을 이끈다.

▲ '페이커' 이상혁(우상)을 필두로 한 특유의 팀워크가 한타 대승으로 이어진다.

한타에서 재미를 본 SKT T1 K는 계속해서 한타를 열어 격차를 벌리고자 한다. 철저히 원하는 한타를 이끌어내기 때문에 대부분의 한타에서 SKT T1 K가 승리를 거둔다. 상대보다 킬 포인트를 많이 가져오는 만큼, 상대와의 격차는 계속해서 벌어진다. 이를 활용해 시야 장악과 각종 오브젝트를 수월하게 챙겨나가기 시작한다.

결국 계속된 한타에서의 승리와 이를 통한 이득 챙기기로 힘을 불린 SKT T1 K는 상대의 억제기를 연이어 파괴하고 상대를 구석으로 몰아 세운다. 마지막 교전에서 대승을 거두며 경기를 끝내는 것이 SKT T1 K의 승리 공식이다.

※ SKT T1 K의 승리 공식
초반 : 무난한 라인전 or 상대에 비해 밀리는 모습 (글로벌 골드 차이 벌어짐)
중반 : 초반의 무력함을 무색하게 만드는 한타 대승 → 연이은 한타 승리 → 운영 시작
후반 : 상대에 비해 월등한 성장을 거두게 됨 → 상대를 압도하며 경기 마무리


다시 한 번 정리하면, 삼성 화이트는 경기가 시작함과 동시에 자신들의 승리를 설계하기 시작하고, SKT T1 K는 한타 승리를 통해 무난하거나 불리했던 초반 분위기를 풀어나간다. 물고 물리는 양 팀의 승리 공식이다.

삼성 화이트가 SKT T1 K의 중반 한타 능력을 무색하게 만들 정도로 초반 압박을 잘 펼칠 수 있을지가 승부의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다. 반대로 말하면 SKT T1 K가 초반부터 자신들을 죄어 오는 삼성 화이트의 운영을 한타 능력으로 잘 딛고 일어설 지가 포인트다. 상대의 승리 공식을 무마시키는 쪽이 롤드컵에 직행하게 될 것이다.


■ 두 팀의 롤드컵에 대한 절실함

두 팀 모두 롤드컵 진출 경험이 있다. 삼성 화이트는 저번 롤드컵과 비교해 약간의 선수 변동이 있었다. SKT T1 K는 그 때와 같은 멤버로 구성되어있다. 두 팀은 롤드컵 시즌 3에 한국 대표로 동반 출전했다. 삼성 화이트는 조별리그에서 탈락하며 세계의 높은 벽을 실감한 반면, SKT T1 K는 15승 3패라는 준수한 성적으로 롤드컵 시즌 3의 우승팀이 됐다.

◈ 오명을 벗고 싶은 삼성 화이트

▲ 갬빗 게이밍에게 순위 결정전에서 패배하며 탈락한 삼성 화이트

삼성 화이트가 이번 롤드컵 시즌 4에 느끼는 감정은 남다르다. '루퍼' 장형석은 롤드컵 시즌 3를 통해 프로게이머로 데뷔한 바 있다. 세계 대회에서 데뷔한 만큼 멋진 모습으로 팬들의 뇌리에 남고 싶었지만 팀이 조별리그에서 탈락하면서 아쉬움을 남겼다. 그 이후 성장을 계속해 '삼성 표 탑 라이너'의 대표 주자가 된 장형석은 이번 롤드컵 시즌 4에 진출해 그 때의 아쉬움을 달래고 싶을 것이다.

'폰' 허원석은 삼성 블루에서 삼성 화이트로 소속팀을 옮긴 이후 처음으로 세계 무대를 밟을 수 있는 기회를 맞이했다. 아직 롤 마스터즈 이외에는 우승 경험이 없는 허원석인 만큼 이번 롤드컵 시즌 4 무대에 올라섬과 동시에 우승 타이틀까지 노려봄직하다.


또한, '마타' 조세형은 지난 롤드컵 시즌 3에서의 아쉬움이 그 누구보다 컸던 모양이다. 이번 롤드컵 시즌 4에 진출하지 못하면 선수 생활 은퇴를 고려하고 있다고 밝힐 정도다. 국내 최정상 서포터 중 한 명으로 자리매김한 지금, 조세형은 저번 롤드컵에서의 오명을 벗고 전세계 팬들에게 본인의 이름을 각인시키고 싶을 것이 분명하다.


◈ '힐링'이 목표인 SKT T1 K


SKT T1 K는 이미 롤드컵 시즌 3와 롤 올스타 2014에서 자신들의 이름을 전세계 팬들의 뇌리에 깊이 새겨넣는데 성공한 팀이다. 롤드컵 시즌 3에서의 15승 3패, 롤 올스타 2014에서의 무실세트 우승은 롤 역사에 전무후무한 기록이 될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롤드컵 시즌 3에서 우승을 차지했을 당시, SKT T1 K는 이미 국내에서 '무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었을 시기였다. 하지만 이번 롤드컵 시즌 4에 대한 SKT T1 K의 절실함은 남다르다. 최근 들어 SKT T1 K가 예전만 못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롤 올스타 2014에서의 무실세트 전승 우승으로도 완벽한 '힐링'을 하지 못한 만큼 이번 롤드컵 시즌 4를 통해 예전 전성기의 실력을 복구하고 싶은 마음이 강할 것이다.

▲ 롤드컵 공식 프로모션 영상에 등장하는 SKT T1 K

SKT T1 K는 이번 롤드컵의 공식 프로모션 영상에도 주인공으로 등장했다. 많은 팬들이 기다리고 있는 '디펜딩 챔피언'이자 최고의 흥행 카드다. 그런 SKT T1 K가 롤드컵 본선에 오르지 못한다면 상당한 충격이 예상된다. 물론 삼성 화이트와의 경기에서 패배하더라도 진출 기회가 한 번 더 있기는 하지만, 전 시즌 우승팀에게는 아무래도 '직행'이 더 어울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