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 배"

어쩌면 프로게이머에게 일상일 수 있는 단어다. 경기 그리고 승리만큼 프로게이머는 자주 패배를 경험하고, 패배를 연습한다. 여러 사례를 통해 보았을 때, 좋은 선수와 그렇지 않은 선수는 패배를 어떻게 극복하느냐에 따라 갈린다고 할 수 있다. 이런 의미에서 패배는 가치 있는 연습이며, 소중한 경험이다.

이번 화에서 만나볼 주인공은 패배에 익숙한 프로게이머다. 롤 챔피언스 통산 성적 2승 16패. 2013-14 윈터 시즌, 처음으로 롤 챔피언스 무대를 밟은 그에게 승리는 멀고 패배는 가까웠다. 하지만 그는 수많은 패배 속에서 성장했다. 승리의 가치를 알게 되었고, 이를 위해 비장의 무기를 갈고 닦았다. 그리고 그는 세 번째 롤 챔피언스 무대에서 수많은 팬들을 놀라게 할 반전에 성공한다.

그의 이름은 ‘빈’ 신민재. 그가 준비한 비장의 무기는 스카너였다.

▲ 스카너라는 비장의 무기를 통해 반전에 성공한 '빈' 신민재


■ 아마추어에서 프로게이머까지. 1승에 목말랐던 정글러, '빈' 신민재!

‘빈’ 신민재는 Team NB의 정글러로 롤 챔피언스 무대에 첫발을 내딛는다. ‘민재’라는 소환사명을 사용한 그는 롤 챔피언스 예선에서 자르반 4세와 아트록스로 좋은 모습을 보여주며 팀을 본선 무대에 올려놓는다. 아마추어 팀이라는 한계가 있었지만, 전 프로게이머 ‘롱판다’ 김윤재를 비롯해 실력파로 알려진 여러 선수를 보유하고 있었기에 본선에서도 나쁘지 않은 성적을 거둘 것이라 예상됐다.

하지만 조 편성 결과는 ‘빈’ 신민재와 Team NB의 편이 아니었다. 지난 대회와 월드 챔피언십에서 우승을 거둔 최강 SKT T1 K, 전통의 강호 CJ 블레이즈 그리고 갈수록 강력함을 더 하는 SKT T1 S와 같은 조를 이루게 된 것. 모두의 예상대로 Team NB는 6게임에서 단 1승도 거두지 못한다. ‘빈’ 신민재는 다양한 챔피언을 통해 선전했지만, 프로와 아마추어의 간극은 컸다.

▲ '빈' 신민재는 Team NB의 정글러로 롤 챔피언스 신고식을 치른다
(당시 Team NB 맴버들)

혹독한 롤 챔피언스 신고식을 치렀지만, 나쁜 소식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빈’ 신민재의 가능성을 알아본 프로 게임단 제닉스 스톰이 그에게 러브 콜을 보낸 것이다. 그는 2014 롤 챔피언스 스프링 예선에서 ‘빈’이라는 닉네임으로 프로게이머 데뷔전을 치른다. 하지만 팀 조직력에 문제점이 드러났다. 제닉스 스톰은 아마추어 팀에게 발목을 잡히는 수모를 겪었고, 와일드카드를 통해 어렵게 롤 챔피언스 본선 무대를 밟게 된다.

조편성 결과는 지난 대회만큼 부정적이지 않았다. 나진 실드와 CJ 블레이즈가 2강을 구축하고 있었지만, 아직 기량이 오르지 않은 IM 2팀과 같은 조로 편성되었기 때문이었다. 1승을 넘어 8강 진출이라는 반전을 만들 수 있는 상황. 하지만 결과는 참담했다. 예선에서 드러난 팀 조직력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았다. 8강 진출의 분수령이라 할 수 있는 IM 2팀과의 경기에서는 궁극기 실수와 어이없는 킬 헌납 등 제닉스 스톰의 모든 선수들은 자신의 기량을 발휘하지 못한다. 결국 ‘빈’ 신민재의 두 번째 롤 챔피언스 성적표 역시 ‘6전 전패’였다.

▲ '빈' 신민재는 두 번의 롤 챔피언스 대회에서 단 1승도 거두지 못한다

‘빈’ 신민재는 제닉스 스톰을 떠나 진에어 팰컨스로 자리를 옮긴다. 이는 ‘빈’ 신민재 입장에서 상당히 좋은 기회였다. 당시 진에어 팬컨스는 지난 대회의 부진을 만회하기 위해 상당히 공격적인 리빌딩을 진행 중이었다. 대부분 선수들이 교체되었으며, 객관적 전력 차를 극복하기 위한 새로운 전략들이 팀에서 연구되었다. 패배가 만들어내는 가장 무서운 함정은 패배에 익숙해지는 것. 패배의 함정에서 빠져나와야 하는 ‘빈’ 신민재에게 진에어 팰컨스라는 신선한 바람은 좋은 기회였다.

▲ 진에어 팰컨스로의 이적은 '빈' 신민재에게 좋은 선택이었다


■ '빈' 신민재, '패배를 통해 연마한 비장 무기' 스카너를 통해 반전을 만들어내다!

이블린과 엘리스를 통해 무난히 본선 무대를 밟은 ‘빈’ 신민재. 첫 번째 상대는 지난 대회 준우승팀 나진 실드였다. ‘빈’ 신민재와 진에어 팰컨스는 그동안 갈고 닦은 비장의 카드를 꺼내 든다. ‘락’ 김희찬이 탑 그라가스를, ‘빈’ 신민재가 정글 워윅을 선택했다. 랭크 게임에서도 보기 힘든 조합이었다. 1세트는 초반 우위에도 불구하고, 여러 번의 판단 미스가 이어져 패배하고 만다.

하지만 진에어 팰컨스는 좌절하지 않았다. 2세트 역시 탑 그라가스를 전략의 핵심 포인트로 선정. 나진 실드를 잡아내는 쾌거를 거둔다. 진에어 팰컨스에게는 ‘우리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지게 하는 승리였고, ‘빈’ 신민재에게는 지독하게 길었던 13연패의 사슬을 끊어낸 감격의 1승이었다. 많은 팬들이 ‘빈’ 신민재와 진에어 팰컨스를 주목하기 시작했으며, 그들의 깜짝 변신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 탑 그라가스와 정글 워윅! 진에어 팰컨스의 전략은 많은 팬들을 놀라게 했다

이제 모두의 관심은 진에어 팰컨스와 KT 불리츠 간의 대결에 집중되었다. 하지만 모두의 예상과는 다르게, 진에어 팰컨스는 1세트에서 무난한 픽을 보여준다. 결과는 진에어 팰컨스의 패배. 오랜 경험에서 나오는 KT 불리츠의 운영 능력 앞에 진에어 팰컨스는 이렇다 할 저항을 하지 못한다. 지난 경기에서 보여줬던 진에어 팰컨스만의 무언가가 필요했다. 그리고 그때! ‘빈’ 신민재는 오랫동안 주목받지 못하던 챔피언, 스카너를 꺼내 든다.

현장을 찾은 팬들의 뜨거운 환호 속에 2세트가 시작됐다. ‘빈’ 신민재의 상대는 ‘류’ 류상욱의 엘리스였다. 스카너와 엘리스의 상성을 고려했을 때, 경기 초반은 당연히 엘리스의 무대였다. 엘리스는 상당히 적극적으로 초반 갱킹을 시도했고, KT 불리츠의 라이너들은 이를 발판삼아 공격적인 운영을 펼쳤다.

▲ '빈' 신민재의 상대는 '류' 류상욱의 엘리스
(출처 : 온게임넷)

상대 정글러에 의해 팀이 전반적으로 흔들리는 상황. 하지만 ‘빈’ 신민재는 조급해하지 않았다. 그는 스카너라는 챔피언을 잘 이해했고, 갱보다는 정글 몬스터를 잡으며 빠른 6레벨 달성을 노렸다. 다른 팀원들 역시 상대의 공격적인 움직임에 큰 피해를 보지 않으며, ‘빈’ 신민재의 짐을 덜어 주었다. 이른 타이밍에 궁극기 장착에 성공한 스카너. 하지만 KT 불리츠는 노련했다. KT 불리츠는 스카너에게 허점을 보이지 않았고, ‘리미트’ 주민규의 쉬바나가 활약하며 드래곤 한타에서 2킬을 획득한다.

진에어 팰컨스 입장에서는 답답한 상황이었다. ‘빈’ 신민재의 스카너는 경기 시간 15분이 넘도록 궁극기를 단 한 번도 사용할 수 없었다. KT 불리츠의 운영 능력 앞에 다시 한 번 무릎을 꿇을 수도 있다는 위기감이 진에어 팰컨스를 엄습해왔다. 바로 그때! 스카너의 꼬리가 번쩍인다. 봇 라인에서 펼쳐진 5대 5 한타에서 ‘빈’ 신민재의 스카너가 완벽한 ‘점멸-꿰뚫기’ 콤보로 ‘스코어’ 고동빈의 코그모를 아군 쪽으로 끌고 온 것. 순식간에 상대 원거리 딜러를 끊은 진에어 팰컨스는 한타에서 승리하고 드래곤까지 가져오게 된다.

▲ 한 명 당겨! 궁극기를 통해 경기 흐름을 바꾼 '빈' 신민재의 스카너!
(출처 : 온게임넷)

진에어 팰컨스는 ‘빈’ 신민재의 활약을 바탕으로 경기 주도권을 잡는다. 다시 펼쳐진 드래곤 한타에서도 드래곤을 가져가는 것은 물론 엘리스와 모르가나까지 잡아내는 데 성공한다. 글로벌 골드 격차는 6천. 현재 상황만 유지된다면 자연스럽게 승리로 이어지기에, 진에어 팰컨스는 와드를 통해 바론 주위를 밝히며 안정된 운영을 펼친다.

하지만 KT 불리츠는 역시 강팀이었다. ‘마파’ 원상연의 모르가나가 ‘빈’ 신민재의 궁극기를 블랙 실드로 막아내는 슈퍼 플레이를 보여 준다. 이를 통해 KT 불리츠는 바론 앞 한타에서 기적적인 대승을 거두게 되고, 바론 버프까지 두르게 된다.

승부가 다시 혼돈 속으로 빠져들려는 찰나! ‘락’ 김희찬의 그라가스가 멋진 매복 플레이를 통해 상대 코그모를 잡아낸다. 이어진 한타에서도 ‘빈’ 신민재의 스카너가 진영 뒤에서 딜을 넣고 있던 ‘나그네’ 김상문의 직스를 궁극기로 당겼고, 이를 바탕으로 진에어 펠컨스는 상대 챔피언 모두를 잡아내는 승리를 거두게 된다.

▲ 그라가스의 매복에 이은 스카너의 당기기! 다시 앞서 나가는 진에어 팰컨스
(출처 : 온게임넷)

패배할 경우는 8강 진출에 실패하는 KT 불리츠는 맹렬한 추격을 계속하였다. 상대의 허점을 노렸고, 운영을 통해 글로벌 격차를 좁혀 나갔다. 결국, 글로벌 골드 격차는 3천 이내로 좁혀지기 시작한다. 이러한 시점에서 승부를 결정짓는 두 번의 한타가 미드 부시와 바론 앞에서 연이어 펼쳐진다.

한타의 시작은 KT 불리츠가 좋았다. 미드 부시에서 매복을 하고 있던 ‘마파’ 원상원의 모르가나가 ‘XD’ 이은택의 브라움에게 어둠의 속박을 적중시킨 것. 하지만 진에어 팰컨스는 침착하게 모르가나를 잡아내며 수적 균형을 맞춘다. 일촉즉발의 순간! ‘빈’ 신민재의 스카너가 다시 한 번 적진으로 뛰어들었다. 이번 타겟 역시 직스. 순식간에 체력이 바닥난 직스는 황급히 퇴각하지만, 순간 이동을 통해 퇴로를 지키고 있던 그라가스에게 잡혀버린다. 결국, 진에어 팰컨스는 쉬바나를 제외한 모든 챔피언을 잡아내며, 미드 억제기 앞 타워를 철거하는 데 성공한다.

KT 불리츠는 전세를 뒤집기 위해, 곧바로 역 바론이라는 승부수를 던진다. 하지만 ‘빈’ 신민재의 스카너가 상대 엘리스를 궁극기로 묶은 후, 강타를 통해 바론을 스틸해 버린다. ‘스카너는 이렇게 플레이하는 것이다!’라고 외치는 듯한 멋진 장면이었다. 기세를 탄 진에어 팰컨스는 에이스에 성공. 바로 KT 불리츠의 진영으로 진격해 경기를 마무리 짓는다.

▲ 스카너의 진정한 매력을 느끼게 해주었던 '빈' 신민재의 슈퍼 플레이!
(출처 : 온게임넷)

이렇게 진에어 팰컨스는 승리했고, 그 중심에는 ‘빈’ 신민재의 스카너가 있었다. 지난 대회까지 단 한 번의 승리도 거두지 못했던 선수의 플레이라고는 믿기 힘든 활약이었기에, 경기를 지켜본 모든 팬들은 그에게 뜨거운 박수를 보내줬다. 비록 이후에 펼쳐진 나진 소드와의 경기에서 아쉽게 패배해 8강 진출에는 실패했지만, 진에어 팰컨스와 ‘빈’ 신민재가 보여준 짜릿한 반전의 여운은 상당히 컸다.

현재 '빈' 신민재는 소속 팀을 나와 새로운 도전을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 연이은 패배 속에서 좌절하는 것이 아니라, 승리를 위한 새로운 반전을 꿈꿔왔던 그였기에, 분명 그의 내일은 밝아 보인다. '빈' 신민재가 멋진 승부수를 통해 다시 한 번 팬들을 놀라게 할 그 날을 많은 팬들이 고대하고 있다.


■ 제대로 된 '꼬리맛'을 보여주는 스카너는 어떤 챔피언인가?

처음에는 조용했다. 별 다른 방해없이 라인전을 풀어가고 있었다. 어느 라인 하나 밀리지 않고 팽팽한 균형이 맞춰졌다. 이따금 우리 정글러가 갱킹을 시도했다. 비록 킬 포인트를 올리지는 못했지만 상관없다. 상대 정글러는 무슨 생각인지 별다른 갱킹 시도 없이 레벨 올리기에만 전념하고 있는 듯 하다. 이대로만 간다면 우리의 승리가 점점 눈에 보이게 될 것이다.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 찰나, 저 멀리서 커다란 전갈 한 마리가 뛰어온다. 상대 정글러인 스카너다. 눈을 조금 위로 올려보니 스카너의 레벨이 보인다. 레벨 6. 궁극기를 이미 배운 상태다. 큰일이다. 재빨리 뒤로 돌아 달아나려 했지만 갑자기 몸이 말을 듣지 않는다. 정신을 잃었다. 주변의 시끄러운 소리에 눈을 떠보니 이미 상대 진영 한복판이었다. 이제 남은 건 죽음 뿐인가?


스카너란 바로 이런 존재다. 사실 6레벨 이전 스카너의 갱킹은 뭔가 아쉬움이 묻어나게 마련이다. 패시브 스킬을 활용한 짧은 기절로도, W스킬인 수정 외골격의 이동속도 증가 효과로도, E스킬인 균열의 슬로우 효과로도 확실한 갱킹을 보여주기엔 뭔가 부족하다.

하지만 스카너가 궁극기인 꿰뚫기를 배우는 순간 모든 것이 뒤바뀐다. 상대 챔피언에게 꼬리를 찔러 넣어 기절시킨 뒤에 마음껏 끌고 다닐 수 있는 스킬. 이로 인해 스카너의 애매했던 역할은 확실하게 자리잡게 된다. 확정 CC기를 활용한 매서운 갱킹과 한타에서의 변수 만들기가 그것이다.

물론, 스카너가 자신의 날카로운 꼬리맛을 상대에게 보여주기는 생각보다 어렵다. 상대 챔피언이 생존기가 부족해야 하고 반응 속도가 좋지 않아야 하며, 점멸이 없어야 한다. 하지만 이런 까다로운 조건을 모두 충족시키면서, 혹은 운 좋게 몇 가지 조건을 만족시키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상대 챔피언을 끌고 온다면 팀의 승리는 한층 가까워졌다는 뜻이 된다.


■ 뚜렷한 장단점을 가진 스카너, '빈' 신민재의 선택을 받다!

역전을 만들어내는 신의 한 수가 되기도 하고 경기 내내 아무것도 제대로 하지 못하며 그저 3초짜리 탱커로 전락하기도 하는 스카너. 자신도 벌레면서 "으악! 벌레! 징그러워"라고 말하는 이상한 챔피언이 정말 오랜만에 롤챔스 무대에 모습을 드러냈다. '빈' 신민재의 선택을 받은 스카너는 전 맵에서 종횡무진 활약해 팀 승리에 크게 기여했다.

그렇다면 '빈' 신민재는 최근 육식 정글러가 대세인 상황에서 어떤 과정을 거쳐 스카너라는 뭔가 애매하지만 변수가 확실한 챔피언을 선택하게 됐을까?


1. 패시브 활용의 극대화는 공격 속도로부터? '빈' 신민재의 스카너 룬 세팅

얼마 전 스카너의 스킬이 리워크되면서 가장 큰 변화는 패시브에 적용됐다. 기본 공격과 스카너의 공격용 스킬을 조합하면 짧은 시간동안 상대를 기절시킬 수 있게 됐다. 그리고 이 패시브 스킬은 경기 내내 깨알같은 위용을 자랑한다. 스카너에게 패시브 스킬은 또 하나의 '스킬'로 구분될 정도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이 좋은 패시브 스킬을 제대로 활용하려면 Q스킬인 수정 베기와 기본 공격을 빠르게 사용해줘야 한다. 재사용 대기 시간이 짧은 Q스킬로 빠르게 중첩을 쌓아야 패시브를 빠르게 터뜨릴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Q스킬이 기본 공격을 할 때마다 재사용 대기 시간이 줄어든다는 것이다. 결국, 스카너의 패시브는 빠른 공격 속도와 시너지가 좋다.


'빈' 신민재 역시 이를 제대로 노린 듯한 룬 세팅을 보여줬다. 표식에 공격 속도 룬을 아홉 개나 넣어준 걸로도 모자라 정수에도 공격 속도 룬 두 개를 활용해 24% 빠른 공격 속도를 만들어줬다. 그야말로 순식간에 기본 공격과 Q스킬을 조합해 패시브 스킬의 효과를 발동시킬 수 있는 상황을 만들어냈다.

인장에는 성장 체력 룬 아홉 개를 활용해줬다. 보통 정글러들은 고정 방어 룬을 선택해 초반 정글 몬스터에게 받는 피해를 최소화시키려 하지만, '빈' 신민재는 그러지 않았다. 문양에는 보통 정글러들이 그러하듯 재사용 대기시간 감소 룬 여섯 개와 고정 마법 저항력 룬 세 개를 넣어줬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남은 정수 하나는 부족한 방어력을 위해 고정 방어력 룬을 선택한 모습이었다.


2. 나는 딜을 하지 않겠다. 오직 팀원을 믿을 뿐! 굳은 의지가 돋보인 특성 세팅

아무리 탱커형 정글러라고 해도 공격 특성에 아무런 포인트를 투자하지 않으면 심각한 대미지 부족 현상을 겪게 되곤 한다. 그렇기 때문에 팀원에 대한 믿음이 조금이라도 부족하면 룬이나 특성에 대미지 관련 세팅을 보여주곤 한다. 특히 모르는 사람들끼리 만나게 되는 솔로랭크 게임에서는 이러한 세팅은 거의 필수적이다.


하지만 룬 세팅에서 딱히 대미지와 관련된 투자를 하지 않은 '빈' 신민재는 특성 세팅에서도 같은 모습을 보였다. 심지어 공격 특성 부분에는 단 1포인트도 투자하지 않는 과감한(?) 선택을 보였다. 룬 세팅과의 시너지를 위해 공격 속도 관련 특성을 눌러준다거나 하는 모습은 없었다.

그 대신 전형적인 방어 21포인트에 보조 특성에 남은 9포인트를 몰아준 모습이었다. 스카너에게 중요한 이동 속도와 관련된 특성과 자칫 부족할 수도 있는 마나를 위한 투자도 해줬다. 특이한 점은 레드나 블루 버프의 지속 시간을 늘려주는 특성에 과감히 1포인트를 넣어준 것이었다.


3. 난 맞아도 맞아도 아프지 않지! 단단함의 상징으로 여겨졌던 아이템 트리

스카너와 같은 정글러는 탱커의 역할을 주로 수행한다. 패시브를 활용한 기절과 E스킬에 포함되어 있는 슬로우 효과 그리고 확정 CC기인 궁극기까지 총 3개의 군중 제어 효과를 지니고 있고, W스킬은 보호막을 생성시켜 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무리 탱커 영웅이라고 해도 스카너는 Q스킬의 짧은 재사용 대기시간으로 어느 정도 대미지를 뽑아낼 수 있는 챔피언이다. 그렇기에 많은 유저들은 스카너를 활용할 때 도마뱀 장로의 영혼 아이템으로 최소한의 대미지를 확보한 이후 탱킹 아이템을 둘둘 감는다.


'빈' 신민재의 생각은 조금 달랐다. 완벽한 팀 게임을 추구하는 LoL 프로 경기에서는 조금의 차이가 승패를 결정짓는다. 그렇기에 신민재는 스카너를 완벽한 탱커로써 활용하고자 했다. 그의 이러한 선택은 첫 아이템에서부터 그대로 드러났다. 물론, 신민재가 선택한 첫 아이템은 정령석이었다.


무난하게 정령석을 구매한 '빈' 신민재는 그 다음 아이템으로 기동력의 장화를 선택했다. 아무래도 상대에게 빠르게 달라붙어 궁극기를 꽂아 넣어야 하는 스카너이기에 이동 속도는 중요했다. 그 다음 아이템은 스카너의 탱킹 능력을 극대화시켜주는 초반 아이템인 고대 골렘의 영혼이었다. 그 당시에는 정령석의 상위 아이템에 고대 골렘의 영혼이 포함되어 있었다.


이후 '빈' 신민재는 마법 저항력 위주의 아이템 빌드를 선택했다. 아무래도 상대 조합이 AP 대미지 비중이 높은 쉬바나와 엘리스, 직스, 모르가나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정글러가 팀원들을 위해 선택할 수 있는 최선의 마법 저항력 아이템은 역시 솔라리의 팬던트다. 보통 군단의 방패를 구매한 이후 다른 아이템부터 빠르게 가져간 뒤 나중에 솔라리의 팬던트로 업그레이드를 하곤 하지만, 신민재는 곧장 솔라리의 팬던트를 선택했다.


여기서 또 하나의 마법 저항력 아이템인 망령의 두건을 활용해줬다. 하지만 그 상위 아이템으로 더는 올리지 않았다. 이미 마법 저항력은 충분히 갖췄다고 판단했던 것 같다. 따라서 그의 마지막 선택은 상대 코그모의 대미지를 줄여줄 수 있는 파수꾼의 갑옷이었다. 코그모는 기본 공격의 비중이 높은 챔피언이기 때문에 공격 속도를 줄여주기 위한 선택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 항상 남들과는 조금 다른 선택을 보여줬던 LoL 히어로의 주인공들

그동안 'LoL 히어로'를 통해 과거부터 현재까지 남들과는 다른 과감한 선택을 보여줬던 선수들과 그 챔피언에 대해 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승리를 가져다 준 획기적인 선택도 있었고, 실험 정신은 좋았지만 결과는 좋지 않았던 선택도 있었다.

분명 승리가 정정당당함과 함께 최우선으로 여겨지는 프로 무대에서 이러한 선택은 분명 많은 리스크를 안게 되기 마련이다. LoL이라는 게임은 한 번의 과감한 선택보다는 여러 번의 안정적이고 또 안전한 선택이 덕목으로 인정받는 종목이기도 하다. 그만큼 한 번 굳어진 메타 속에서 승리와 필살기 사이의 균형을 맞추기 힘든 게 사실이다.

하지만 분명 LoL 히어로에서 다뤘던 선수들은 이러한 상황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음에도 팀의 승리를 위해 과감한 도박수를 던진 선수들이었다. 이들의 도박수는 매번 비슷한 패턴에 지쳐있던 팬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가져다 주었고, 비록 패배하더라도 진심어린 환호성과 박수를 이끌어냈다.

이제 한국 LoL e스포츠에 새로운 변화의 바람이 불어오고 있다. 리그 시스템이 바뀌었고 우연치 않게 LoL 역시 시즌5로의 대대적인 변화를 준비 중이다. 완벽하게 달라지는 2015년의 LoL. 그 속에서도 프로게이머들의 획기적이고 과감한 필살기가 등장해 팬들에게 '꿀잼' 경기를 선사했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