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주간 펼쳐진 롤 챔피언스 프리시즌이 마무리됐다. 새롭게 단장한 소환사의 협곡에서 펼쳐진 대회이니만큼 지금까지와는 사뭇 다른 경기가 펼쳐졌다. 드래곤과 바론 등 주요 오브젝트를 둘러싼 신경전은 더욱 치열해졌고, 자주 볼 수 없었던 챔피언들이 멋진 활약을 펼치기도 했다. 팀과 선수들도 신선했다. 기존 라인업을 대부분 유지하며 좋은 모습을 보여준 팀도 있었지만, 신인 영입과 포지션 변경으로 새로운 분위기를 연출한 팀들도 많았다.

그중 가장 눈에 띄는 팀은 단연 후야 타이거즈다. 비록 신생팀이지만, 화려한 이력을 가진 선수들을 영입. 프리시즌 시작 전부터 리그를 뒤흔들 복병이 될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다. 결국, 후야 타이거즈는 이번 프리시즌에서 당당히 3위를 차지하며 자신들의 가능성을 여지없이 드러내는 데 성공한다.

이러한 후야 타이거즈 돌풍의 중심에는 한 남자가 있다. 그는 뛰어난 실력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그동안 롤 챔피언스에서는 이렇다 할 성적을 거두지 못했다. 리그 개편안으로 혼란스러운 시기, 팀을 떠나야 하는 아픔을 겪기도 했다. 하지만 그의 도전은 끝나지 않았다. 후야 타이거즈의 미드 라이너로 다시금 비상을 준비하는 그의 이름은 바로 ‘쿠로’ 이서행이다.

▲ 후야 타이거즈의 미드 라이너로 새로운 도전을 시작하는 '쿠로' 이서행


■ 촉망받는 신예에서 고통의 아이콘으로? '쿠로' 이서행의 슬픈 롤 챔피언스 도전기

미래가 기대되는 선수였다. ‘쿠로’ 이서행은 2013 NLB 스프링에서 IM 2팀의 미드 라이너로 프로 무대를 밟는다. 아마추어 시절 자신의 트레이드 마크라고 할 수 있는 애니비아는 물론, 신드라, 오리아나, 그리고 제드까지. ‘쿠로’ 이서행은 상당히 넓은 챔피언 폭을 보여주며, ‘보급형 페이커’라는 별명까지 얻게 된다.

하지만 모두의 기대와는 달리, 그의 성적은 그다지 좋지 못했다. 2013 섬머과 윈터, ‘쿠로’ 이서행은 두 시즌 연속 롤 챔피언스 8강 진출에 실패한다. 약체로 평가됐던 소속 팀의 경기력이 이러한 부진을 설명하는 가장 큰 이유로 거론됐지만, 기복이 심한 ‘쿠로’ 이서행의 플레이 스타일 역시 적지 않은 비판을 받았다.

▲ '쿠로' 이서행의 첫 롤 챔피언스 도전은 실패로 끝난다

2014 롤 챔피언스 스프링. ‘쿠로’ 이서행은 본격적으로 자신의 잠재력을 폭발시키기 시작한다. 기복이 심했던 경기력은 안정감을 되찾았다. IM 2팀 역시 새로운 선수들을 영입, ‘쿠로’ 이서행의 어깨를 가볍게 해주었다. ‘쿠로’ 이서행의 활약 속에 IM은 마지막 조별예선 경기까지 8강 진출의 희망을 놓치지 않았다.

그러나 상대는 나진 실드였다. 이후 준우승을 차지할 정도로 당시 나진 실드의 기세는 대단했다. 결과는 IM 2팀의 0대 2 패배. ‘쿠로’ 이서행은 최고 수준의 미드 라이너라 평가받는 ‘꿍’ 유병준을 상대로 좋은 모습을 보여줬지만, 팀의 패배를 막을 수는 없었다. 그렇게 그는 롤 챔피언스 8강 진출에 또다시 실패했다.

▲ 2014년 롤 챔피언스 스프링 당시 IM 2팀

3번의 도전과 3번의 실패. 하지만 포기는 일렀다. ‘쿠로’ 이서행은 나진 소드로 팀을 옮긴다. 당시 나진 소드는 공격적인 팀 리빌딩을 진행하고 있던 중이었기에, 좋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나진 소드는 2014 롤 챔피언스 섬머에서 2승 1무라는 엄청난 성적을 거두고 8강 진출에 성공한다. ‘쿠로’ 이서행은 두 번이나 경기 MVP를 받을 정도로 최고 수준의 활약을 펼쳤다.

드디어 이뤄진 롤 챔피언스 8강의 꿈. 그러나 그 달콤함은 오래가지 않았다. ‘쿠로’ 이서행과 나진 소드는 8강전에서 SKT T1 S를 만났고, 2대 3 패배를 당한다. 개인 기량보다는 전술과 운영에 의해 갈린 승부였다. 리빌딩 직후 호흡을 맞출 시간이 부족했던 나진 소드에게는 안타까울 수밖에 없는 결과였다. ‘쿠로’ 이서행의 4번째 도전은 이렇게 막을 내렸다.

▲ 나진 소드에서의 첫 8강 진출! 하지만 달콤함의 시간은 짧았다


■ 어둠 속에서 내려온 한 줄기 빛! ‘쿠로’ 이서행, 후야 타이거즈의 미드라이너가 되다!

2014년 가을, 2015시즌 리그 개편안이 발표됐다. 1팀 체제와 풀리그 도입 등 리그오브레전드 프로리그는 급격한 변화를 맞이한다. 많은 선수들이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소속 팀을 떠났다. ‘쿠로’ 이서행도 마찬가지였다. 2013년 봄에 혜성처럼 등장한 선수의 이야기는 여기서 끝날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추락하는 것에는 날개가 있다고 했던가? ‘쿠로’ 이서행에게 기회가 찾아왔다.

바로 신생팀, 후야 타이거즈가 그에게 손을 내민 것이다. 후야 타이거즈는 나진 e엠파이어를 나온 선수들을 중심으로 팀을 꾸렸고, 롤 챔피언스 우승과 롤드컵 본선 진출 등의 풍부한 경험이 있는 실력파 선수들을 모았다. ‘쿠로’ 이서행은 좌절의 순간 등장한 행운을 놓치지 않았다. 후야 타이거즈는 2015 롤 챔피언스 시드 선발전에 2승 1패로 차기 시즌 진출을 확정 지었고, ‘쿠로’ 이서행은 다섯 번째 롤 챔피언스 무대를 밟게 되었다.

▲ '쿠로' 이서행은 후야 타이거즈의 미드 라이너로 돌아왔다!

내년 1월, 본격적인 2015 롤 챔피언스 코리아 개막에 앞서, 3주간의 롤 챔피언스 프리시즌이 펼쳐졌다. 모두의 예상대로 후야 타이거즈는 신생팀이라 말하기 무색할 정도의 활약을 펼쳤다. 총 4경기에서 2승 1무 1패라는 준수한 성적을 거뒀고, 탄탄한 전력의 명문팀들을 제치고 최종 순위 3위에 올랐다. ‘쿠로’ 이서행은 자신의 장점인 넓은 챔피언 폭을 통해 팀의 상승세를 이끌었다. 특히, 지난 12월 18일에 펼쳐진 KT 롤스터와의 대결에서 보여준 아지르 픽은 그의 가치를 또다시 확인하는 계기가 되었다.

사실 전날 펼쳐진 경기에서 IM의 미드 라이너 ‘프로즌’ 김태일이 아지르를 선택했고 결과는 패배였다. 약간의 망설임이 있을 수 있는 상황. 하지만 ‘쿠로’ 이서행과 후야 타이거즈는 과감하게 1픽으로 아지르를 가져간다. ‘쿠로’ 이서행의 자신감과 그에 대한 팀원들의 신뢰가 있었기에 가능한 전략이었다.

▲ '쿠로' 이서행의 망설임없는 아지르 선픽!
(출처 : 온게임넷)

시작은 KT 롤스터가 좋았다. KT 롤스터는 제드를 제외한 모든 챔피언이 초반부터 봇 라인을 압박했고, ‘스멥' 송경호의 럼블과 ‘고릴라’ 강범현의 모르가나를 깔끔하게 잡아내는 데 성공한다. KT 롤스터의 노련한 움직임이 돋보였고, 후야 타이거즈의 성급한 판단이 아쉬웠다. 이어서 ‘쿠로’ 이서행의 아지르가 ‘나그네’ 김상문의 제드와 교전을 펼쳤다. 하지만 양 팀 정글러가 1킬씩을 나눠 가지게 되며, 후야 타이거즈는 초반 피해를 만회하지는 못한다.

성장과 교전 그리고 운영. 두 팀 모두 한 치의 양보도 없었다. 드래곤을 빼앗기면 포탑을 가져가고, 지키고자 하는 움직임을 보이면 스플릿 푸시로 흔들었다. 중반으로 접어들면서, 경기의 판세는 명확해졌다. KT 롤스터는 약간의 우세를 바탕으로 적극적인 공세를 취했다. 하지만 후야 타이거즈에는 ‘쿠로’ 이서행의 아지르가 있었다. 직스의 계보를 잇는 아지르의 방어능력은 KT 롤스터의 공격 의지를 꺾을 정도로 완벽했다.

▲ 바론 버프를 두른 적이라도 아지르 앞에서는 무용지물!
(출처 : 온게임넷)

KT 롤스터의 공격은 번번이 실패로 돌아갔다. KT 롤스터의 유리함은 서서히 사라져 갔고, 이러한 상황은 KT 롤스터 선수들을 초조하게 만들었다. 초조함은 실수는 부르고, 이는 빈틈을 만든다. 결국, 34분경에 펼쳐진 드래곤 앞 한타에서 후야 타이거즈는 역전에 성공한다.

역전의 원동력은 ‘쿠로’ 이서행의 포킹이었다. 상대에게 대미지를 주는 동시에 상대의 움직임을 제한하는 아지르 특유의 포킹을 통해 후야 타이거즈는 유리한 포지션을 선점한다. 드래곤을 깔끔하게 가져간 후야 타이거즈는 이어진 한타에서도 '스멥' 송경호의 극적인 생존과 ‘쿠로’ 이서행의 적절한 존야의 모래시계 사용으로 승리를 거둔다.

▲ '왜? 아지르인가?'를 명확하게 말해주는 '쿠로' 이서행의 플레이
(출처 : 온게임넷)

역전에 성공한 후야 타이거즈는 그동안의 고통을 보상받으려는 듯 맹렬하게 KT 롤스터를 밀어붙인다. 기세를 탄 후야 타이거즈 앞에 KT 롤스터는 속수무책을 당할 수밖에 없었다. 바론을 획득한 후야 타이거즈는 상상을 초월하는 공격력으로 KT 롤스터를 건물들을 파괴했고, 승리를 거머쥔다.

불리한 상황에서 역전을 발판을 마련한 아지르. 그러한 아지르의 가능성을 프로 무대에서 100% 보여준 ‘쿠로’ 이서행. 아지르의 프로 무대 첫 승은 ‘쿠로’ 이서행의 손에서 이뤄졌다. 비록 프리시즌이지만, ‘쿠로’ 이서행의 새로운 도전은 산뜻하게 시작했다. 곧 펼쳐질 2015 롤 챔피언스 스프링! ‘쿠로’ 이서행에게 고통이 아닌 승리의 순간이 연이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 버그 투성이였던 사막의 비둘기, 진정한 황제로 거듭나다!

리그오브레전드에 등장하는 다양한 지역에는 그 지역에서 가장 높은 지위에 올라있는 챔피언이 있다. 데마시아 왕국에는 자르반 4세가 있고, 녹서스에는 스웨인이 버티고 있다. 프렐요드에는 애쉬와 세주아니, 리산드라가 각 부족의 수장을 맡고 있다. 그렇다면 슈리마 사막을 대표하는 챔피언은 누구일까? 나서스와 레넥톤 형제를 떠올리기 쉽지만 이들은 슈리마 사막을 지배하는 통치자는 아니다.

▲ 비둘기야~ 밥 먹자~ 구구구구구

변변한 대표자가 없던 슈리마 사막에 아지르라는 새로운 통치자가 등장했다. 챔피언의 별명도 '사막의 황제'다. 황제. 그야말로 제국의 수장이자 우두머리다. 라이엇게임즈는 슈리마 패치라고 불리는 4.16패치를 통해 아지르를 탄생시키며 그의 존재를 유저들에게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하지만 슈리마 사막의 황제인 아지르는 출시되자마자 유저들의 외면을 받았다. 아지르는 리그오브레전드의 대표적인 버그투성이 챔피언, 렝가의 자리를 위협할 만큼 방대한 양의 버그를 지니고 있었다. 이로 인해 승률 또한 극히 낮았다. 출시 초반, 30%대의 초라한 승률을 자랑(?) 하며 대표적인 트롤 챔피언으로 자리매김했다. 아지르는 더 이상 슈리마의 황제가 아닌, 하찮은 비둘기 한 마리쯤으로 여겨지기까지 했다.

이에 라이엇게임즈가 대대적인 수술에 들어갔다. 아지르 관련 버그 수정을 위해 총 일곱 번의 패치가 진행됐다. 네 번의 긴급 패치와 세 번의 대규모 버그 수정 패치가 나온 후에야 아지르는 버그가 '조금 있는' 챔피언이 됐다. 다음은 그동안 진행됐던 아지르 관련 패치의 전부를 담은 것이다. 스크롤이 다소 길 수 있으니 주의하기 바란다.

▲ 히익

아직 모든 버그가 잡힌 것은 아니지만, 라이엇게임즈의 끊임없는 노력으로 아지르의 승률은 조금씩 올라갔다. 아지르의 현재 승률은 47.7%. 상위 티어인 마스터 티어와 챌린저 티어에서의 승률은 각각 55.6%와 50.4%로 눈에 띄게 상승했다. 일반 게임과 솔로랭크에서 충분히 등장할 수 있는 챔피언으로 거듭나게 된 것이다. 그러던 중 후야 타이거즈의 '쿠로' 이서행이 미드 아지르로 좋은 경기력을 뽐내자 유저들 사이에서 아지르는 '꿀 챔피언'으로 불리기 시작했다.


■ '선픽' 아지르로 패기를 드러낸 '쿠로' 이서행, 아이템 선택은 어땠나

아무리 아지르가 여러 차례의 대형 수술을 통해 '꿀 챔피언'으로 거듭났다고는 해도, 대회에서 '선픽'으로 가져올만한 챔피언인지 아닌지는 미지수였다. 실제로 프리시즌 들어 많은 선수들이 아지르를 밴픽 단계에서 선택했다가도 이내 다른 챔피언으로 바꾸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쿠로' 이서행은 달랐다. 여섯 개의 밴 카드가 모두 활용되자마자 아지르를 당당히 가장 먼저 선택하는 강수를 띄웠다. 경기를 지켜보던 팬들은 아지르의 등장에 환호를 보내면서도, 과연 선픽으로 꺼낸 아지르가 활약할 수 있을지 의문을 표했다.

'쿠로' 이서행은 이러한 팬들의 물음표를 단번에 느낌표로 바꾸는데 성공했다. 평소 제드에 자신감을 드러내던 KT 롤스터의 '나그네' 김상문 앞에서도 전혀 주눅 들지 않고 좋은 활약을 펼치며 팀의 승리에 크게 이바지했던 것이다. 이서행은 경기 내내 유저들에게 '아지르는 먼저 뽑아들어도 정말 좋은 챔피언'이라는 것을 몸소 보여줬다.


아지르를 선택한 '쿠로' 이서행의 라인전 상대는 위에서 언급했듯이 '나그네' 김상문의 제드였다. 제드는 AD 기반 대미지로 상대를 순식간에 녹여내는 챔피언이다. 따라서 제드를 상대할 때는 기본적인 방어력을 구축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그렇기에 이서행이 가장 먼저 선택한 아이템은 추적자의 팔목 보호대였다. 대부분의 AP 기반 챔피언이 AD 기반 챔피언을 상대할 때 가장 먼저 갖추는 아이템으로도 유명하다.


그다음 아이템은 최근 각광받고 있는 모렐로노미콘이었다. 이 아이템의 효과들 중 아지르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 있는데, 바로 재사용 대기시간 감소 효과다. 아지르는 재사용 대기시간을 줄여줄수록 공격 속도가 빨라지고, 그에 따라 W스킬인 일어나라!로 상대를 때리는 속도 또한 빨라진다. 때문에 아지르를 플레이하는 유저들은 이를 중점으로 아이템을 선택한다. '쿠로' 이서행 역시 모렐로노미콘을 통해 아지르의 특징을 제대로 살렸다.


그런 다음 '쿠로' 이서행은 추적자의 팔목 보호대를 존야의 모래시계로 업그레이드시켰다. 이후 아지르의 코어 아이템으로 손꼽히는 쐐기검을 올려줬다. 이 아이템은 기본적으로 공격 속도 상승효과를 갖춘 동시에, 재사용 대기시간 감소 효과까지 누릴 수 있다. 그야말로 아지르에게 딱 맞는 아이템인 셈이다.


이로써 아지르에게 필수적인 재사용 대기시간 감소 효과와 깨알 같은 생존력 등을 갖춘 '쿠로' 이서행의 선택은 주문력 강화였다. AP 기반 챔피언이라면 꼭 가주는 것이 좋은 공허의 지팡이와 라바돈의 죽음모자를 순서대로 완성시키며 경기를 끝낼 준비를 마쳤다. 실제로 마지막 아이템이었던 라바돈의 죽음모자를 갖추고 얼마 되지 않아, 경기는 후야 타이거즈의 승리로 끝났다.


※ 연이은 팀 교체 끝에 빛을 보기 시작한 '쿠로' 이서행, 그의 앞날이 기대된다!

프로선수에게 소속 팀이 계속해서 바뀐다는 것은 분명 힘든 일이다. 낯선 환경에 새롭게 적응하며 기존의 경기력을 계속해서 유지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만약 그것이 본인의 의지로 행한 것이더라도 연이은 팀 교체는 그 자체로도 큰 스트레스를 유발한다.

오늘의 주인공 '쿠로' 이서행 역시 이와 같은 경험을 했던 선수다. IM에서 나진e엠파이어로, 다시 후야 타이거즈로 팀을 여러 번 옮기면서 이서행이 겪었을 심적 부담감은 컸을 것이다. 규모가 훨씬 큰 다른 프로 스포츠에서도 경험이 많은 선수가 팀을 옮긴 후 곧장 좋은 활약을 펼치는 경우는 드물 정도다.

'쿠로' 이서행은 여러 번의 팀 교체에도 경기력을 꾸준히 유지한 몇 안 되는 선수다. 물론, 경기마다 기복이 있긴 했지만 매 시즌 저평가 받는 선수 명단에 항상 이름을 올리며 팬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았다. 그러던 중 또다시 시련이 그를 가로막았다. 나진e엠파이어 탈퇴 후 이서행과 관련된 이적 루머는 나오지 않았다. 그렇게 그는 팬들에게서 조금씩 잊혀지는 선수가 됐다.

하지만 그는 다시 한 번 비상을 꿈꿨다. 이번에는 과거 자신이 소속되어있던 나진e엠파이어에서 시대를 막론하고 활약했던 선수들과 함께였다. 그리고 그의 비상에 대한 꿈은 현실이 됐다. 한때는 IM의 희망으로, 그 후에는 나진e엠파이어의 촉망받는 미드 라이너로 활약했던 '쿠로' 이서행은, 이제 후야 타이거즈의 든든한 버팀목으로 꾸준히 성장 중이다. 세계 최고의 미드 라이너로 평가받는 선수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때까지, 그의 성장은 멈추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