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인벤에서는 새 출발을 시작한 리그오브레전드 e스포츠 리그의 이러한 움직임에 발맞춰 'Best issue guide’(약칭 베.이.가)라는 이름의 팀을 조직했다. '핫클립'을 통해 스베누 LoL 챔피언스 코리아 스프링 2015시즌 1주차에 펼쳐진 명장면들을 살펴봤으니, 이번에는 비쥬류 챔피언의 가능성에 대해 의견을 나눌 차례다. 지난 블라디미르 편과 같은 적극적이고 활발한 의견 교류가 진행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리그오브레전드(이하 롤)에는 가장 최근 합류한 렉사이까지 총 123개의 챔피언이 있다. 이들 사이에는 극명한 신분 차이가 있다. 대회에 자주 등장하는 '주류 챔피언'과 대회는커녕 일반 게임에서도 좀처럼 보기 힘든 '비주류 챔피언'으로 나뉜다. 대규모 프리시즌 패치로 게임의 많은 부분이 변경됐지만, 한 번 유저들의 관심 밖으로 밀려버린 챔피언은 계속해서 외면받고 있다.

유저들로부터 외면받는 챔피언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고자 베.이.가가 나섰다. 이번에는 과연 어떤 챔피언이 스포트라이트를 받아 유저들의 입에 오르내리게 될까? 오늘의 주인공은 엄마 말씀을 들어야 한다는 교훈을 몸소 체험시키는 챔피언이다. 불빛으로 뛰어드는 불나방이 된 것처럼 그 섹시한 뒷모습에 나도 모르게 뒤를 쫓게 되는 챔피언, 신지드를 만나보자.



Q. 신지드를 오랫동안 만나보지 못한 소환사들에게 인사 부탁한다.

한잔하겠나? 내 소개를 하자면, 미친 화학자라고 불리는 신지드다. 오래전부터 나를 봐왔던 친구들은 나를 싱드라고 부르기도 한다. 뭐 어쨌든 오랜 시간 주목을 받지 못했는데 이렇게 좋은 기회를 맞이해 정말 기쁘다.


Q. 비주류 챔피언으로 인정받아 힐링챔프에 출현한 소감은?

눈물이 앞을 가린다. 태생적인 한계 때문에 한 번도 탑 라인의 주류 챔피언이 되지 못했다. '샤이' 박상면 덕분에 IEM7 월드 챔피언십에 출전해 '폭주기관차'라는 별명을 얻은 적이 있었지만 벌써 오래전 이야기다. 최근 롤드컵 시즌4에서 '루퍼' 장형석이 나를 활용해 하드 캐리를 보여줬지만 그 때뿐이었다. 이렇게 잊혀 가고 있는 나를 불러주어 정말 고맙다.

지난 1월 12일을 기준으로 삼으면, 최근 한 달간 전체 티어 승률도 46%로 낮고, 마스터 티어와 챌린저 티어 소환사들은 날 한 번도 선택한 적이 없다. 어떻게 사람한테 이렇게 매정하게 굴 수 있는가!

▲ 아 옛날이여


Q. 소환사가 당신을 기용하지 않는 이유가 무엇일지 생각해봤다. 제일 먼저 라인전이 힘겹다는 생각이 드는데?

나는 일반적으로 라인전에서 주도권을 쥐고 상대를 압박할 수 있는 챔피언이 아니다. 원거리 공격이 가능한 것도 아니고 순식간에 거리를 좁히는 스킬을 가지고 있지 않다. 요즘과 같이 리산드라, 럼블, 케일, 룰루, 제이스 등의 원거리 공격이 가능하고 라인을 빠르게 정리할 수 있는 챔피언들이 등장하는 시대에 내가 설 자리는 없다.

내가 대회에 기용되지 않는 이유도 이와 같다. 나와 같이 라인전에서 수동적인 챔피언들은 아군 정글러의 움직임을 강제할 수밖에 없다. 그렇게 아군 정글이 내가 있는 탑으로 와야 할 때 주도권은 상대 정글러에게 넘어간다. 상대는 역갱킹, 미드나 봇라인 갱킹, 카운터정글 등을 안전하게 선택할 수 있고 이 이유만으로도 스노우볼이 굴러간다.

또한, 나도 분명한 왕귀형 챔피언이지만 왕귀 했을 때 파괴력이 타 챔피언과 비교하면 매우 뛰어나진 않다. 4킬 0데스의 리븐, 제이스가 무서운지 신지드나 쉔이 무서운지 곰곰이 생각해보면 답이 나온다.


Q. 라인전에서 자신감 있게 이길 수 있는 챔피언이 한 명도 없나?

음…. 견제기가 약하고 푸시력이 약하면서 cc기가 강하지 않는 근접캐릭의 경우라면 라인전에서 주도권을 잡을 수 있다. 예를 들면 쉔이라던가…. 쉔이라던가…. 쉔이라던가…. 쉔이 있다. 나서스도?

▲ 이 분 최소 동네북


Q. 그래도 라인전에서 딜교환 방식은 있을 것 아닌가? 자신을 어필할 수 있는 시간을 주겠다.

사실 나를 다루는데 뛰어난 상황 판단 능력이나 재빠른 손놀림은 요구되지 않는다. 그저 나의 상징과도 같은 Q스킬인 '맹독의 자취'를 활성화하고 W스킬인 '초강력 접착제'로 상대를 느리게 하거나 특정 장소로 이동을 강제한 후, E스킬인 '던져 넘기기'를 활용해 상대를 독 구름 쪽으로 넘기면 된다. 잘 조준하면 '초강력 접착제'가 뿌려진 곳으로 상대를 넘겨서 속박을 걸 수도 있다.

이처럼 간단하고도 나름 재밌는 딜교환 방식을 가지고 있지만, 사실 위에서 언급한 스킬 콤보가 위력을 발휘하는 것은 어느 정도 아이템을 갖추고 난 뒤의 이야기다. 확실한 개성은 있지만, 그렇다고 라인전과 소규모 교전에서 상대를 압박할 만한 사이즈는 결코 아니다. 그렇기에 앞으로도 챌린저, 마스터티어 경기나 대회에 기용되는 일은 없을 것 같다.



Q. 마음을 추스를 시간을 주겠다. 여기 휴지 좀 가져다 달라.

맞는 말이다. 난 자운의 미친 화학자, 신지드다. 이런 내가 눈물을 보이다니... 이제 괜찮다. 계속 인터뷰를 진행해도 된다.


Q. 아무래도 가장 큰 문제점은 스스로에 대해 너무 부정적이라는 것 같다. 좀 더 장점을 부각해 보자.

나는 다양한 LoL 챔프 사이에서도 단연코 개성이 강한 챔피언이다. 그래서 나에 대한 이해도만 높아지면 어떤 챔피언이든... 어떤 챔피언이든..! 상대하기 어렵다... 그래! 어려운 건 사실이지만! 라인전에서 최대한 버티는 방법을 알수록 잘 성장할 수 있는 확률이 올라간다. 그리고 '왕귀'했을 때 누구보다 재미있는 챔피언이라고 자부할 수 있다.

라인전 단계에서 상대에게 킬을 주지 않고 무난하게 성장을 해냈다면 한타 상황에서 존재감을 뽐낼 수 있다. '맹독의 자취'를 활성화 시킨 후 상대 원딜과 미드를 향해 뛰어갈 때는 나보다 느린 친구를 잡으러 뛰어갈 때만큼 신이 난다. 특히, '초강력 접착제'를 상대 미드 라이너나 원거리 딜러 퇴로에 뿌려놓고 '던져넘기기'를 시전하러 달려갈 때, 상대가 아등바등하는 모습에서 왠지 모를 희열이 느껴진다.

▲ 엄마 말씀도 잊게 만드는 숨막히는 뒤태

하지만 나는 도망칠 때 진정한 매력을 발산한다. 일명 '빨피 CC'에 걸린 상대는 나를 죽이기 위해 내가 뿌려놓은 '맹독의 자취'를 온몸으로 맞으며 쫓아온다. 나의 체력이 적으면 적을수록 강력해지는 '빨피 CC' 덕분에 상대는 자신의 체력이 줄어드는 것을 눈치채지 못한다. 말 그대로 나의 숨 막히는 뒤태에 매료되는 것이다. 이런 위급한 상황 속에서 '맹독의 자취'로 상대를 잡아내면 그야말로 엄청난 희열을 느낄 수 있다.


Q. 꿈에 나올 것만 같은 모습을 공개해 고맙다. 아까부터 자꾸 '왕귀'라고 하는데 어떤 아이템이 갖춰지면 '왕귀'를 했다고 볼 수 있나?

나는 스킬 구성상 팀의 최전방을 바쁘게 오가는 탱커 임무를 수행하는 것이 보통이다. 하지만 내 스킬을 계속 맞고 있다 보면 어쩐지 아파서 날 먼저 잡아야 할 것 같은데, 잘 크면 죽지도 않는다. 그러기 위해서는 다음 아이템들을 갖춰야 한다.

먼저 '영겁의 지팡이'가 처음으로 구매해야 하는 아이템이다. 주문력과 체력, 마나를 올려주는 핵심 아이템이다. 이외의 아이템 트리는 유동적이다. 보통 방어 아이템을 있는 대로 구매해 주는 것이 일반적이다.

'라일라이의 수정홀'은 주문력과 체력을 올려주고 '맹독의 자취'에 이동속도 감소 효과를 부여해주기 때문에 괜찮은 선택지다. 만약 여력이 돼서 '리안드리의 고통'을 조합해주면 왜 엄마가 날 쫓아가지 말라고 했는지 알 수 있게 해줄 수 있다.

상대 AD가 많을 경우에는 '가시 갑옷'을 추천한다. 이 아이템을 착용하고 상대 AD에게 달려들 때는 영화 '아저씨'에 나오는 악당의 대사, "이거 가시 갑옷이야~"를 꼭 입으로 복창하길 바란다. 특히, 상대 원거리 딜러가 뛰어난 움직임을 보여줄 때 자신 있게 들이대도록 도와주는 소중한 아이템이다.

▲ 영겁의 지팡이 이후 보이는 방어 아이템은 모조리 쓸어 모으자

'라바돈의 죽음모자'는 게임을 터뜨릴 때 가면 좋은 아이템이다. 아군의 멘탈이 터지든 적군의 멘탈이 터지든 둘 중 하나다. 이 모자를 착용하고 '던져 넘기기'를 시전하면 상대가 롤러코스터를 탄 듯한 착각에 빠지게 된다.


Q. 이렇게 자신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하니 어떤 생각이 드는가?

아까도 말했듯이 요즘처럼 다양하고 공격적인 챔피언이 탑으로 향하는 시대에 라인전이 세지 않은 내가 기용될 일은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게다가 접근기조차 없으므로 이즈리얼과 코르키같은 걸출한 이동기를 가진 원거리 딜러 챔피언들이 판을 치는 시대에 내가 저들을 던져 넘기는 일은 쉽지 않다. 괜히, 마스터 티어, 챌린저 티어에서 나를 외면하는 것이 아니다.

▲ 협곡에 갈 일이 없어 한가하기만 한다.


Q. 마지막으로 유저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나는 분명히 재미있는 챔피언이다. 만약 비슷한 경기 양상이 계속 이어져서 게임에 질렸다면, 가끔은 나를 찾아주길 바란다. 전장을 뛰어다니며 독 구름을 뿌리다 보면, 확실히 기존과는 다른 재미난 상황이 자주 나타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