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T T1의 패배를 상상해봤다. 머리 속에 아무 것도 떠오르지 않는다. '엑스페케'가 활약한다? '소아즈'가 '마린' 장경환을 상대로 승리한다? Origen의 봇 듀오가 '뱅-울프' 듀오를 압도한다? 가능성있는 시나리오를 말하고 싶지만 쉽지 않은 일이다.

24일, SKT T1과 Origen의 4강 첫 경기가 열린다. 아마도 경기 전 승자 예측을 예측(?)해본다면 90% 이상이 SKT T1의 승리를 점치지 않을까? 그만큼 SKT T1은 최근 막강한 경기력을 보여주고 있다. SKT T1의 승리가 자명한 이유를 지난 8강 경기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풀어봤다.


■ 퍼스트 블러드가 나온다면 SKT T1의 봇 라인에서?


탑의 '마린' 장경환, 미드 라인의 '페이커' 이상혁에 가려져 상대적으로 주목을 덜 받지만 SKT T1의 봇 라인 '뱅' 배준식, '울프' 이재완 역시 매우 강력한 봇 듀오인 것은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그 중 배준식이 플래쉬 울브즈와의 경기에서 3경기 중 두 경기에 퍼스트 블러드를 기록한 점은 눈 여겨 볼 필요가 있다.

SKT T1 '뱅' 배준식의 퍼스트 블러드 확률 : 0.7
Origen '니엘스'의 퍼스트 블러드 확률 : 0.3


라인 스왑이 빈번해진 상황에서 퍼스트 블러드의 행방은 일반적으로 봇 라인의 교전이 합류전으로 번지면서 시작된다. 초반 경기 양상을 결정하는 중요한 한타. 전사자가 등장하면 그 싸움은 한 쪽으로 급격하게 기울어질 가능성이 크다. 때문에 배준식의 높은 퍼스트블러드 확률은 팀 승리의 좋은 밑거름이 되는 희소식이자 SKT T1이 승리로 가는 지름길이기도 하다.


■ 승리를 부르는 시야 장악 - 선봉장은 '더 정글'


중요성을 언급하는 것 자체가 고리타분하게 느껴질만큼 시야 장악은 경기를 승리로 이끄는 필수 요소가 되었다. 시야 장악의 효과를 극대화해 경기를 지배했던 팀이 바로 삼성 화이트다. 지난 시즌 4 롤드컵 결승에서 '댄디-마타'가 상대 봇 라인 전부를 와드로 장악했을 때, 저렇게까지 하나 싶어 경악했던 기억이 있다.

당시에는 놀라운 일이었지만 이제 상대 정글에 와드를 설치하는 것은 일반 솔로 랭크에서도 당연하듯 이뤄지고 있다. 해외 팀들의 경우, 따로 전략 분석관을 두어 상대할 팀이 와드를 어느 곳에 설치하는 지 미리 데이터로 기록해 놓아 선수들에게 숙지시킨다. 일반적인 와드 설치 구역이 아닌 변칙적인 곳에 와드를 두어 상대에게 혼선을 주는 것도 다반사다.

시야 싸움의 주인공은 단연 정글이다. 라인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로이 돌아다닐 수 있는 정글러는 자신과 팀의 안전을 위해 와드를 설치 혹은 제거하면서 아군의 동선을 넓히고 상대의 동선에 제약을 두게 한다.

SKT T1 '벵기' 배성웅의 8강전 와드 제거 횟수 : 평균 14.7회
Origen '어메이징'의 8강전 와드 제거 횟수 : 평균 12.8회


그런 의미에서 배성웅이 보여주는 와드 제거 횟수는 놀랍다. '어메이징'은 배성웅보다 한 경기 더 치렀고 경기 시간도 더 길었음에도 배성웅의 와드 제거 횟수 기록을 넘지 못했다. SKT T1이 얼마나 공격적으로 상대를 압박하는 지 알 수 있는 좋은 지표다.


■ 더 많이 맞고 더 많이 때린다. 탑 라이너 '마린' 장경환


서포터의 레벨과 체력이 낮아 암살이 쉬웠던 시즌 3는 미드 라이너가, 탑 라인이 단단해지고 미드 라이너의 영향력이 줄어든 시즌 4에는 원거리딜러가 경기의 주인공이었다. 지금은? 단연, 탑 라이너다. 미드 라인의 챔프가 점점 안정을 지향하고 탑 라인의 1:1 대결에 강한 챔피언이 다수 등장하면서 주목받는 라인이 됐다. 레넥톤, 쉬바나로 대표되던 예전을 생각하면 굉장한 변화다.

그러다보니 이번 대회는 각 팀의 탑 라이너가 많은 주목을 받았다. Cloud 9 '볼즈'의 펜타킬을 시작으로 장경환, '스멥' 송경호의 피오라, '후니' 허승훈의 리븐 등 이제 탑 라이너는 더이상 팀의 방패가 아닌 창으로 화려한 모습을 연일 보여주고 있다.

SKT T1 '마린' 장경환이 적에게 가한 피해량&받은 피해량 : 평균 20,000&30,300
Origen '소아즈'가 적에게 가한 피해량&받은 피해량 : 평균, 14,200&28,300


장경환은 '소아즈'와 비교해 더 많이 공격했고 더 많이 맞아줬다. 탑 라이너의 역할을 더 잘 수행했다는 뜻이다. 이미 장경환의 피지컬 능력은 여러 차례 증명됐다. 탑 라인에서 장경환의 활약은 SKT T1의 승리공식이 되고 있다.


■ 리그 오브 레전드 월드 챔피언십 시즌5 4강 1경기 일정

SKT T1 vs 오리젠 - 24일 오후 11시 30분 (한국시각)
- 5판 3선승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