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시각으로 31일 오후 9시, 독일 베를린에 있는 메르세데스 벤츠 아레나에서 LoL 월드 챔피언십(이하 롤드컵) 시즌5 대망의 결승전이 펼쳐진다. SKT T1(이하 SKT)과 KOO 타이거즈(이하 KOO)의 대결은 어느 라인 하나 중요하지 않은 곳이 없는 진검승부의 장이다. 모든 라인이 중요하지만, 절대 균형이 무너져선 안 되는 곳이 있다. 후반 캐리를 담당하는 봇 라인이 그 주인공이다.


■ 쿠 타이거즈의 기둥. '프레이-고릴라'


쿠 타이거즈가 처음 등장할 때부터 주목을 받았던 것은 하이 커리어를 가진 봇 듀오다. 최초에는 '프레이' 김종인에 대한 걱정이 있었다. 한 시즌을 쉬었는데, 과연 기량이 정상적일 것인가? 괜한 걱정이었다. 세계 정상급의 원거리 딜러 김종인 클래스는 한 시즌을 쉰다고 사라지지 않았다. 오히려 더욱 탄탄해진 실력으로 쿠 타이거즈를 캐리 했다. 김종인은 존재로 쿠 타이거즈는 '원거리 딜러' 중심의 조합이라는 카드를 손에 쥘 수 있었다.

어떤 팀이든지 '원거리 딜러' 중심의 카드를 쓸 수 있었지만, 쿠 타이거즈만큼 잘 다루면서 재미를 본 팀은 롤챔스에서 몇 안 된다. 김종인의 가장 뛰어난 점은 '간격' 조절이다. 대치 상황에서도 자신이 안전하다는 확신이 들면 과감하게 앞으로 나서 공격을 퍼붓는다. 굉장히 위험한 행동이지만, 김종인의 플레이는 근거가 있다. 자신에게 치명적일 수 있는 챔피언들을 스카우트로 체크해 위험부담이 없다는 판단하에 공격을 감행하기 때문이다.

김종인의 이런 능력은 상대에게 엄청난 압박을 준다. 들어가자니 우리 팀 딜러가 호응이 안 되는 거리이고, 안 들어가자니 오브젝트가 나가는 상황. 다급한 마음에 들어가는 순간 경기는 한타는 쿠 타이거즈의 승리다. 그리고 김종인의 자신감 있는 플레이는 '고릴라' 강범현이 있기에 가능한 것이다. 강범현의 능력치는 모든 것이 안정적이다.


라인전 능력도 유리할 때는 공격적으로 나서고, 불리할 때는 정글러가 올 때까지만을 기다리며 숨을 죽인다. 시야 장악 능력도 뛰어나며, 한타에서도 원거리 딜러를 지킬 때와 이니시에이팅을 해야 할 때를 잘 구분한다. 마치 서포터의 교과서 같은 모습이다. 다만, 팀이 기세를 탔을 때는 엄청난 효율을 보이는 스타일이지만 지고 있을 때는 조금 빛이 바래진다는 것이 유일한 강범현의 단점이다.

롤드컵 메타에 빠르게 적응한 강범현은 온갖 챔피언을 높은 이해도로 다 구사한다. 김종인은 특유의 몸니시에이팅과 더불어 궁극기로 이니시에이팅이 가능한 애쉬로 8승 1패를 기록하고 있다. 만약, 김종인이 마음대로 플레이할 수 있는 '간격'을 SKT T1이 주게 된다면, 쿠 타이거즈가 웃을 수도 있다.


■ SKT T1의 마지막 보루 '뱅'과 보루 지킴이 '울프'


SKT T1의 김정균 코치가 항상 팀의 에이스를 꼽으라면 '뱅' 배준식을 꼽으며 신뢰를 보였다. 배준식의 귀에 딱지가 앉을 정도로 "너는 우리 팀의 에이스야. 너는 우리 팀의 최후의 보루야"라는 말로 배준식에 대한 신뢰를 나타냈다. 칭찬이 만든 효과일까, 그 결과 배준식은 안정적으로 대미지를 넣을 것은 다 넣으면서, 진입 각이 보이면 과감하게 들어갈 줄 아는 '완성형 원거리 딜러'가 됐다.

롤챔스에서 압도적인 성적을 기록했지만, 세간의 평가는 여전히 "'뱅'이 잘하는지 잘 모르겠다"였다. 억울했을 것이다. 항상 1인분 이상을 하면서, 팀을 승리로 이끄는 데 평가는 박했다. 하지만 배준식은 침착하게 때를 기다렸다. 그리고 드디어 롤드컵 시즌이 돌아왔다.

원거리 딜러 강국으로 불리던 중국이 무너지고, 배준식이 EDG가 속한 C조 예선을 71의 압도적인 KDA로 끝마쳤다. 이로써 배준식은 부정할 수 없는 '세체원'에 가장 가까운 남자가 됐다. 그동안의 저평가는 진짜 실력을 증명하는 롤드컵에서 다 날려버렸다. 간혹, 배준식의 KDA는 SKT T1이라는 팀의 덕을 봤다는 주장이 있다. 반은 맞는 말이다. SKT T1에 속해있어 가능한 것도 맞지만, 그 원거리 딜러가 배준식이라서 가능했던 것이다.

이번 롤드컵에서 배준식은 여러 가지 원거리 딜러로 전승 행진을 이어 가고 있다. 12승 0패의 칼리스타와 유틸성이 뛰어난 시비르, 항상 자신 있는 베인까지 위협적이지 않은 카드가 없다. 그중에서도 배준식에게 가장 큰 무기가 되고 있는 것은 트리스타나다. 챔피언 자체가 배준식과 SKT T1의 성향에 맞춤 제작한 듯 맞아떨어진다. 항상 유리한 SKT T1에게 성장했을 때 긴 사거리를 자랑하고, 대미지도 잘 나오면서 생존기까지 있는 트리스타나는 모스트 픽이 될 수밖에 없다.



특히, 트리스타나가 배준식과 잘 어울리는 것은 배준식이 뛰어난 판단력과 센스를 가졌기 때문이다. 긴 시간 동안 솔로 랭크 1위를 유지할 정도로 상황 판단을 잘하는 배준식에게 '로켓 점프'는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이 아닌 하이 리턴만 있는 스킬이 됐다. 롤드컵 기간 내내 한 번의 실수도 없이 철저히 '로켓 점프'로 이득만을 챙겼다. 김종인에게 애쉬가 있다면, 배준식에게는 트리스타나가 있다.

그리고 SKT T1의 최후의 보루를 지키는 문지기가 바로 '울프' 이재완이다. 과거 이재완은 공격이라는 두 글자로 점철됐었다. 현재는 장점이었던 라인전 압박 능력과 이니시에이팅 능력을 살리고, 무리하는 플레이는 사라진 지 오래다. 이재완은 강범현이 갖춘 능력과 공통되는 부분이 많다. 최상위권 서포터가 되기 위해서는 기본적인 필요조건이 겹치기 때문이다. 그러나 만약 봇 라인에서 킬이 나온다면, 누가 킬을 먹던지 이재완을 기점으로 발생할 것이다.

쿠 타이거즈는 분명히 롤드컵 무대에서 많은 성장을 이뤘다. 하지만, 그간 행적을 비교했을 때 SKT T1의 우승 확률이 더 높은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결승전이라는 큰 무대인 만큼 여러 가지 변수가 작용한다면, 어떻게 될지는 붙어봐야만 알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