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리는 많은 것을 변하게 한다. 특히 스포츠에선 더 극적으로 변한다. 그리고 2016년 1월 21일 롤챔스 스프링 2경기에서 맞붙을 스베누 소닉붐과 CJ 엔투스는 변화가 필요하다.

스베누 소닉붐은 분명 작년보다 강하다. 이건 두 말할 여지도 없는 사실이다. 선수들의 개인 기량은 뛰어나고, 호흡 역시 많이 맞췄다. 작년 죽은 생선같은 눈빛으로 패배의 부끄러움을 이겨내지 못하던 나약한 선수는 이제 없다. 똑같은 선수지만 그들은 지금 실력이 바탕이 된 자신감으로 가득 차있다. 하지만 아직 승리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겨우 한 판 했을 뿐이다. 스베누는 뒤에 서술할 팀보다 상황이 훨씬 좋다. 1패한 kt 롤스터전도 경기력이 나쁘지 않았다. 미드 퀸을 선택한 '사신' 오승주는 초반 라인전만 잘 풀렸다면, 경기를 손아귀에 쥐었을 것이다. 원거리 딜러 '뉴클리어' 신정현과 '시크릿' 박기선의 호흡도 정말 좋았다. 패배할 경기는 패배하고, 승리할 수 있는 경기를 잡는다면 플레이오프도 꿈이 아닌 상황이다.

하지만 CJ 엔투스는 작년보다 약하다. 두 배, 아니 세 배는 약하다. 팀에서 나간 '엠비션' 강찬용, '코코' 신진영은 훨훨 날고 있다. 이들의 공백이 너무 뼈아픈 시간이다. 신예들은 얼어붙어 자신이 뭘 해야 하는지 모른다. '운타라' 박의진, '버블링' 박준형, '스카이' 김하늘, '크레이머' 하종훈 모두 그런 공황에 빠져있다. '매드라이프' 홍민기 혼자만 분전하고 있다. 탑 라인에 '샤이' 박상면이라도 있었으면 운영이 한결 좋아질 법도 하지만, 아직 박상면은 개인 기량을 복구하지 못했다.

작년보다 훨씬 강해진 스베누 소닉붐과 작년보다 약한 CJ 엔투스 중에 누가 더 강할까? 스베누 소닉붐의 한 경기, CJ 엔투스의 두 경기만 놓고 비교하기엔 너무 이르지만, 자신의 플레이를 이해하고 무언가 하려고 한 스베누 소닉붐의 우세가 점쳐진다. 다만, 두 팀 모두 걱정거리가 있다. 바로 정글이다.

스베누 소닉붐의 '플로우리스' 성연준이 승강전이나 케스파컵에서 보여준 '세체정의 자질'을 하나도 증명하지 못하고 있다. kt 롤스터의 노련한 정글러 '스코어' 고동빈의 손아귀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고동빈의 간단한 수에도 '이건 뭔가 더 있을거야'라는 생각을 하는 것처럼 머뭇거렸다. CJ 엔투스의 정글러 '버블링' 박준형도 마찬가지다. 큰 운영을 구상하고 실천에 옮기는 것도 '팀의 발'역할을 해야하는 정글러다. 그런 면에서 박준형은 개인 기량은 뛰어날지언정, 플레이에 자신감이 없다.

글 앞에서 말했듯, 승리는 많은 것을 변하게 한다. 768일동안 패전만 했던 프로야구 선수 심수창은 2011년 8월 9일에 거둔 단 1승 덕분에 제 2의 야구 인생을 시작했다. SKT T1의 미드 라이너 '페이커' 이상혁은 2013년 8월 31일 롤챔스 섬머 결승전에 거둔 승리로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미드 라이너가 됐다(제드의 공이 컸다). 스베누 소닉붐과 CJ 엔투스라고 이런 변화를 하지 말란 법은 없다. 하지만, 그러기 위해선 일단 이겨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