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강전부터 예측할 수 없었던 롤챔스 섬머 시즌이 시작됐다. 세계 최고의 리그답게 롤챔스에 속한 팀들과 선수들은 최고의 경기력을 뽐내고 있다. 당연히 슈퍼 플레이도 쏟아져 나왔다. 이에 맞춰 슈퍼 플레이를 재조명하는 '돌슈리(돌발 슈퍼 플레이 리뷰)'가 돌아왔다.

MVP가 챌린저스 더비에서 ESC 에버를 꺾고, 첫 승을 달성했다. 라이벌을 꺾었다는 성취감, 롤챔스 첫 승, 롤챔스 첫 인터뷰 등 많은 것을 얻었다. 경기 내용도 훌륭했다. 그저 그런 1승이 아닌, 긴박하고 치열한 접전 끝에 승리를 따냈다. 무엇보다 자신들의 실력에 대한 확신을 할 수 있는 시간이었을 것이다.

리그 오브 레전드(이하 롤)에서 역전승은 짜릿함을 선사한다. 우리가 주로 플레이하는 랭크 게임에서도 쾌감을 주는데, 세계 최고의 리그인 롤챔스에서 역전승을 했을 때 얻는 쾌감은 상상을 초월할 것이다. 당연히 보상이 큰만큼 역전승을 하는 것은 어렵다. 롤챔스에서는 더욱이 그렇다.



[turn around] 역전 -은 어떻게 나오나?


왜 역전승은 어려울까? 당연한 말이지만 모든 조건에서 불리하기 때문이다. 가장 먼저 골드 차이가 문제다. 롤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골드다. 정확히 말해서는 아이템 격차로 생기는 화력과 방어력의 차이다. 특정 조합이 가지는 파괴력은 때론 골드를 무시하기도 하지만, 그건 프로 레벨에선 극히 드문 일이다. 스펙의 차이가 난다는 것은 정면 교전이나, 비슷한 싸움을 했을 때 스펙이 좋은 팀이 이긴다는 것이다. 똑같이 딜러를 물어도 상대 팀이 이기고, 탱커부터 잡는 구도에서는 말할 것도 없다.

두 번째 문제는 시야의 차이다. 글로벌 골드 격차의 주범은 킬이 아닌 포탑 차이다. 챔피언의 거점이 되어주며, 상대의 다이브를 제약하는 포탑이 불리한 팀에게는 몇 개 없다. 대부분의 포탑이 중요하지만, 특히 미드 1차 포탑은 더 중요하다. 그 이유는 미드 1차 포탑은 경기를 이끌어 나가야 하는 미드 라이너에게 사이드 라인의 압박에서 어느 정도 벗어나게 해주는 버팀목이 되어주기 때문이다.


미드 1차 포탑이 깨지는 순간 미드 라이너의 움직임은 극도로 제한된다. 언제 탑, 정글, 서포터의 로밍이 올지 모르는 상황에서 기존 활동 범위를 유지할 수 없다. 당연히, 상대보다 백업 속도도 뒤처지고, 라인 클리어 주도권을 가질 수도 없다. 더 큰 문제는 이것이 오브젝트와도 연결이 된다는 것이다.

유리한 팀이 경기를 굳히는 방식은 여러 가지가 있다. 주도권을 이용한 빠른 로밍을 통한 한타 승리, 또는 상대 시야를 차단한 후 오브젝트를 통해 교전을 여는 것이다. 뭐 천천히 후반을 바라보고 오브젝트를 쌓아가는 것도 안정된 승리를 보장한다. 소환사의 협곡의 모든 곳이 유리한 팀에게 웃어준다.

하지만 롤에서는 역전승이 종종 나온다. 그리고 역전승은 '슈퍼 플레이'와 연관돼 있다. 평범해서는 절대 패배라는 결과를 뒤집을 수 없다. 롤챔스 섬머 1라운드 16일 차 1경기. 챌린저스 더비에서 '비욘드' 김규석은 두 번의 '술통 던지기'로 패배라는 종착지로 향하던 경기 흐름을 뒤바꿨다.



[key point] 핵심 -을 노린 김규석


경기를 굳히는 방법에도 여러 가지가 있듯, 역전승에도 여러 방법이 있다. 그 중 '비욘드' 김규석이 보여준 건 역전승을 하기 위한 핵심을 제대로 노린 플레이였다. 아이템 격차를 좁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잘 짜인 전술, 정확한 CC 연계, 예상치 못한 이니시에이팅, 상대의 실수를 받아치는 것 등등 많은 방법이 있다.

하지만 이 모든 것들의 핵심은 하나로 귀결된다. 상대의 '아이템 효율'을 발휘하지 못하게 하는 것. 즉, 각개격파를 하는 것이다. 탱커들을 상대로는 어려운 일이지만, 딜러들은 '공격력'을 올리기 위해 생존율을 포기한다. 기껏 골드 격차를 내서 아이템을 하나 더 맞춰도 딜러의 생존율은 올라가지 않는다. 정면 교전에서 승리하기 위한 당연한 선택이다.

그러나 딜러들을 제거하는 것은 굉장히 어렵다. 탱커와 서포터의 보조를 받으며, 일정 거리를 지키는 딜러들을 정식 한타에서 잡는 것은 요원한 일이다. 그렇지만 상대가 대열을 갖추지 못했을 때, 딜러는 역전승의 핵심 요소가 된다.


이 날 '비욘드' 김규석의 그라가스는 완벽했다. '스코어' 고동빈 이후 그라가스로 이정도의 존재감을 뿜어낸 선수는 없었다. '크레이지' 김재희의 트런들이 사이드 라인을 밀고, 상대의 딜러 두 명이 지척에 있는 바드와 시비르보다 조금 앞서 나왔다. ESC 에버의 '템트' 강명구와 '블레스' 최현웅은 방심했다.

자신들을 지원해줄 수 있는 아군이 지척에 있어도, 김재희의 트런들이 없다는 것과 상대의 챔피언이 그라가스라는 것을 생각했어야 했다. 상대가 지레 겁먹고 덤벼들지 않았으면 역전승은 일어나지 않았을 수도 있다. 불행히도 '비욘드' 김규석의 그라가스의 판단은 완벽했다. 상대가 대열을 갖추기 전 불쑥 나타나 '배치기'에 이은 '술통 던지기'로 상대 핵심 딜러인 아지르를 제거했다.


만약, '로컨' 이동욱의 시비르와 '템트' 강명구의 아지르가 MVP의 미드 억제기 포탑 앞에 안전하게 도착했다면, MVP는 급속도로 불리해졌을 것이다. 몇 번의 한타 승리에도 ESC 에버의 화력이 더 앞섰고, 시비르의 '튕기는 부메랑'과 아지르의 포킹이 퍼부어졌다면 억제기를 내주고 패배했을 가능성이 크다. 사이드 주도권을 잡고 있던 김재희의 트런들도 MVP에겐 큰 압박이었다.

'비욘드' 김규석의 그라가스는 ESC 에버가 쌓아가던 공든 탑을 '배치기' 한 번으로 쓰러뜨렸다. 경기 후 승자 인터뷰에서 김규석은 "그때 팀원들에게 말을 할 새도 없이 먼저 들어갔다. 이후에 팀원들에게 콜을 했다"라고 말했다. 슈퍼 플레이와 무리수는 종이 한 장 차이다. 1초만 지났어도 김규석의 플레이는 무리수가 됐을 수도 있다.


보통의 신인들은 과감하지 않다. 스크림에서는 늘 상 쉽게 해오던 것도, 롤챔스 무대에서는 어렵다. 더군다나, 팀이 지고 있는 상황에서 교전을 연다는 것은 힘든 일이다. 팀원들과 합의하고 들어간 것도 아니다. 무리수가 됐을 때 팬들의 비판, 팀원들의 원망은 이제 갓 롤챔스에 진입한 선수에게는 정말 큰 부담이다.

하지만 그 순간 김규석에게는 그런 것들은 중요하지 않았다. 생각조차 나지 않았을 것이다. 그는 '승리'라는 목표에만 집중했고, 모든 부담을 짊어지고 팀에 승리를 안겼다. 슈퍼 플레이는 항상 상대의 실수에서 비롯된다. 모두가 완벽한 플레이를 하면, 슈퍼 플레이는 발생할 수 없다. 그러나 그 기회를 잡을 용기가 없다면, 상대의 실수는 슈퍼 플레이로 변하지 않는다. '비욘드' 김규석은 용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