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그오브레전드는 항상 변화한다. 시즌 시작 전, 혹은 중간 단계에서 진행되는 큰 변화 뿐만 아니라, 격주 간격으로 진행되는 지속적인 패치는 항상 챔피언과 아이템, 맵 밸런스 및 버그 픽스 등 갖가지 수정 작업이 이뤄진다.

변화가 끊임 없고 빠른만큼, 리그오브레전드에서는 이런 내용을 '빠르고', '잘' 이해하는 것은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다. 패치로 바뀐 메타에 리그의 새로운 강자가 탄생하기도 하고, 반대로 슬럼프에 빠지는 이들도 있다.

이러한 변화와 적응 과정은 이번에 막을 내린 2016 시즌에도 마찬가지였다. 오히려 그 어느 시즌보다도 변화가 잦았던 시즌이었다는 생각도 든다. 게임 패치와 유저들의 연구로 메타는 계속 변화했고, 이를 적응 하는 단계에서 프로게이머들 뿐만 아니라, 유저들 역시 울고 웃는 과정을 거쳐야만 했다.

그렇다면 이번 한해, 리그오브레전드 2016 시즌은 어떤 메타들이 게임을 '지배'했었을까? 패치와 유저들의 연구에 따라 꿈틀 거렸던 2016 시즌 리그오브레전드의 메타! 재미 삼아, 교훈 삼아 다시 한 번 되살펴 보는 시간을 가져보려고 한다.

▲ 그 어느 때보다 격정적으로 바뀌었던 2016 LoL 메타!



■ '3원딜', '정글 캐리' 메타 2016 시즌, 시작부터 화끈하게!

본격적인 2016 시즌이 시작되기에 앞서, 새롭게 등장한 '핵심 특성'과 원거리 딜러 대규모 개편, 아이템의 변화는 많은 혼돈을 낳았다. 이는 시즌 초반까지 계속된 개선 패치를 통해서야 간신히 정리되는 모습을 보였는데, 이 과정에서 몇몇 특성은 모습을 완전히 바꿀 정도로 큰 변화가 있기도 했었다.

어떤 전략이 최고인가, 주장이 어지럽게 엇갈리는 가운데, 자칭 타칭 세계 최고라 불리는 리그오브레전드 한국 리그, '2016 LOL Champions Korea Spring(이하 롤챔스 스프링)'이 막을 열었다. 롤챔스 무대는 가장 뛰어난 '메타'를 증명하는 장이 되었다. 곧 대회 경기를 통해 2016 시즌 초반, 새로운 메타의 정석이 제시되었다. 가장 먼저 눈에 띈 변화는 변경된 원거리 딜러들에 대한 적응이었다.

핵심으로 부상한 챔피언은 '코르키'와 '그레이브즈'였다. 이들은 5.22 프리시즌 패치를 통해 변경된 6종의 원거리 딜러에 속하는 챔피언으로, 특히 '그레이브즈'는 기존 챔피언들에게서 찾아볼 수 없었던 '산탄'이라는 특수한 공격 형태를 갖게되었다. '코르키'는 기존의 물리+마법 피해가 더욱 부각 되었고, 특별한 스킬 보너스도 얻었다.

▲ 원딜 대격변, 패치의 수혜를 받은 '그레이브즈', '코르키'


재밌는 점은 이들이 기존 원거리 딜러 포지션 외에 다른 포지션으로 채용되었다는 점이다. '코르키'는 물리+마법 피해가 더해져 방어가 어려운 하이브리드 스타일과, 새롭게 추가된 특성 '천둥군주의 호령'을 쉽게 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을 높게 평가 받아 누킹+포킹이 가능한 만능형 미드 라이너로 채용되었다. '발키리(W)' 스킬로 생존 능력도 뛰어난 코르키는 스프링 시즌에만 팬픽률 87.9%, 승률 55.3%를 기록했다.

▲ 2016 롤챔스 스프링 개막전, '페이커'가 사용한 미드 '코르키' (영상 출처: OGN)


한편, '그레이브즈'의 새로운 포지션은 '정글'로 낙점 받았다. 2016 롤챔스 스프링 초기에는 탑-정글을 번갈아 등장하는 모습을 보이던 그레이브즈는 곧 완전한 정글 챔피언으로 적응했다. 몬스터를 밀어내는 평타 효과와 높은 화력으로 정글링이 용이한 그레이브즈는 높은 성장성을 지닌 '캐리형 정글'이라는 독특한 포지션을 차지했다. 이미 솔로 랭크에서부터 활약했던 정글 그레이브즈는 대회에서도 높은 승률을 기록하며 그 성능을 검증한 셈이다.

▲ 바뀐 성능에 달라진 위상. 정글로 날아오른 '그레이브즈'


미드 '코르키', 정글 '그레이브즈'가 성행하면서 독특한 조합도 시도 되었다. 미드-정글-봇에 원거리 딜러들을 배치하는 '3원딜 메타'가 그것이다. 언듯 살펴보면 CC와 탱커 역할이 부족한 언밸런스한 조합처럼 보이지만, 그만큼 높은 화력을 얻을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적보다 앞서는 화력을 바탕으로 탑-서포터에 CC, 탱킹 능력을 몰아넣어 안정성을 보완하는 이 조합은 높은 어그로 관리, 교전 능력을 통해 승리를 거두는 방식을 취했다.

▲ '미드 코르키 - 정글 그레이브즈'를 활용한 3원딜 메타 (영상 출처: OGN)


다시 정글 이야기로 돌아오자. 오랫동안 하드 CC와 탱킹 능력을 기본으로 하는 정글 챔피언이 대세였던 만큼, '그레이브즈'를 필두로 시작된 '정글 캐리' 메타는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그레이브즈', '니달리', '킨드레드'로 대표되는 정글 챔피언들은 공통적으로 특별히 강력한 CC는 없지만, 높은 성장 기대치를 가진 메인 딜러로 활약하며 정글러의 새로운 대세 스타일을 만들어냈다.

▲ '정글 캐리'를 대표하는 '그레이브즈-니달리-킨드레드'


'정글 캐리' 메타에서 그레이브즈-킨드레드가 높은 성장 기대치를 바탕으로 후반 성장을 목표로 한다면, '니달리'는 육식&카정 스타일의 '정글 캐리'를 보여주었다. 스킬 리워크 이후 연구가 진행된 니달리는 다른 정글러들이 따라올 수 없는 정글 사냥 속도와 높은 기동성을 바탕으로, 적 진영의 정글도 내 집 안방마냥 돌아다니며 상대방을 말려죽이는 모습은 악랄하기 그지없었다.

▲ 잔인할 정도로 집요한 '피넛'의 '니달리' 카운터 정글링 (영상 출처: OGN)


'그레이브즈', '킨드레드' 등의 방어능력이 부족한 공격 중시 챔피언들이 정글 포지션을 수행하게 된 데에는 아이템도 일정 부분 기여했다. 특히 당시 자주 사용되었던 아이템인 '스테락의 도전 + 맬모셔스의 아귀' 빌드는 공격력을 높이면서도 탱킹 능력을 보완할 수 있었던 결점 없는 아이템 빌드로 악명을 떨쳤었다.

▲ 위험 상황일 때, 가장 큰 효율을 발휘했던 '스테락-맬모' 빌드


이렇듯, 정글 포지션이 기존 이니시에이팅&탱킹 담당에서 '캐리' 역할을 수행하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탱킹과 CC 및 이니시에이팅 담당은 탑과 서포터 포지션으로 집중되었다.

이에 탑 챔피언들은 새롭게 등장한 특성, '착취의 손아귀'를 주목하였다. 유지력과 공격력을 동시에 보충해주는 '착취의 손아귀'는 탑 탱킹형 챔피언들의 필수 특성으로 부각되었고, 이와 잘 어울리는 '뽀삐', '노틸러스' 등의 챔피언이 채용되면서 탑은 다시 한 번 탱킹 메타로 돌아갔다.

▲ 특성도 무시 못하는 2016 시즌. 탑 탱커들에게 사랑 받은 '착취의 손아귀'


서포터 포지션에도 CC 및 탱킹 능력이 요구되면서 '알리스타'가 이전 시즌을 이어서 명불허전의 위용을 보여주었다. 차선으로 선택되는 챔피언은 '브라움' 정도로, 견제형 서포터는 거의 등장하지 않았다. 그나마 등장한 '바드' 역시 45.7%의 낮은 승률을 기록했다.

탑이 탱 메타로 돌아서면서 이를 카운터 칠 수 있는 '트런들' 역시 좋은 성적을 거뒀다. 주로 탑으로만 사용했던 해외와는 달리, 국내에서 '트런들'은 탑-서포터 포지션을 오가면서 자유롭게 활용됐다.



■ '소라카-소나-나미' 등장! 가능성 보여준 MSI발 서포터 메타

한동안 '정글 캐리' 메타를 기본으로, 탱킹형 탑-서포터 메타가 계속되는 가운데, 2016 Mid-Season Invitational(이하 MSI) 대회가 열렸다. 다양한 지역에서 팀들이 모이는 만큼, 마치 '롤드컵'처럼 메타와 메타가 충돌한 다양한 지역의 대결은 흥미로운 결과를 만들어냈다.

서포터가 탱킹 및 CC를 담당하는 것이 대세 메타인 상황에서, 그동안 얼굴 보기 어려웠던 서포터 챔피언들이 등장했다. 여전히 '알리스타'가 부동의 1위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가운데, '알리스타'가 필밴되는 상황이 연출되면서 상대적으로 여러 서포터 챔피언들에게 기회가 돌아온 것.

▲ 메타는 돌고 돈다 - 돌아온 서포터 메타?


이런 서포터 메타의 수장은 단연 CLG의 '아프로무'. 거의 사용되지 않았던 소라카와 소나를 꺼내든 아프로무의 서포터 챔피언들은, 생각 이상의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며 CLG를 결승 무대까지 끌고 올라가는데 기여 했다. 롤챔스 무대에서와는 달리, MSI 에서 원거리 지원형 챔피언들이 등장했기 때문일까, 탱커형 서포터가 가장 굳어져 있던 LCK의 SKT T1 서포터 '울프' 역시, 2016 롤챔스 스프링 시즌에는 한 번도 사용하지 않았던 '나미'를 꺼내들며 활약했다.

▲ 넘나 NA한 것! 'SONA'의 캐리 LoL (영상 출처: OGN)


MSI 결승 무대에서 맞붙은 SKT T1과 CLG는 '나미'와 '소라카'를 꺼내들면서 지금까지와는 다른 서포터 메타를 보여주었다. 3:0, SKT T1의 승리로 막을 내린 MSI, 여기서 등장한 지원형 서포터 메타는 독특했다. '알리스타'를 밴 한 상황에서 등장한 챔피언들이기는 했지만, 기존의 탱커로만 국한되었던 서포터 챔피언 풀이 넓혀지는 계기를 만든 것은 분명했다.

▲ '알리스타'를 밴 한 상황에서 등장한 지원형 서포터들


MSI 대회에서 '소라카', '소나' 등 여러 챔피언들이 모습을 드러냈지만 그중에서도 이후 한국 리그에서 가능성을 확인한 챔피언은 '나미'였다. 2016 롤챔스 스프링 시즌, 단 한 경기도 등장하지 않았던 '나미'는 섬머 시즌에 들어서며 많은 선택을 받기 시작했다. 최종적으로 롤챔스 섬머, 총 40회 픽 되어 55%의 승률을 기록하는 등 준수한 활약을 펼친 '나미'는 또 한번 바뀔 서포터 메타를 예고하는 것 같았다.



■ 탱정글, 공격탑 재등장! 간접적인 변경들이 만들어낸 '나비효과'

스프링 시즌은 직접적인 챔피언 변경으로 인한 '정글 캐리'와 '탑 탱' 메타가 유행했었다면, 롤챔스 섬머 시즌에 접어들어서는 다양한 방면에서의 간접적인 변경 사항이 쌓여가면서 새로운 메타가 형성되는 모습을 보였다.

먼저 스프링 시즌을 지배했던 '정글 캐리' 메타의 대표격 챔피언인 '그레이브즈', '킨드레드', '니달리'는 지속적인 너프가 쌓이면서 예전 같은 위용을 발휘하지 못했다. 거기에 '스테락+맬모셔스' 빌드의 '생명선' 효과가 하나로 통합됨에 따라, '그레이브즈' 등의 성장을 바탕으로 한 '정글 캐리' 메타는 사실상 끝을 맺었다.

이후 정글 메타는 앞으로 설명할 탑 라인의 공격적인 변화와 맞물려, 기존에 자주 선택되었던 '엘리스', '렉사이' 등의 클래식한 CC, 탱킹 능력을 수행할 수 있는 챔피언들로 대체되었다. 다만, '니달리'만은 잦은 너프에도 빠른 정글 캠핑 특징이 유지되면서, 육식 정글러로서 활약을 더 이어 나갔다.

▲ 정글은 다시 등장한 '렉사이', '엘리스'가 지배한다


이러한 정글 지역의 변화는 한동안 캐리형 정글러들에게 공격 능력을 맡기고 탱커 역할을 수행해오던 탑 라인에도 영향을 끼쳤다. 탑 챔피언의 메타 기조는 어느 챔피언의 집중적인 상향이나 변경보다는, '아이템'과 '소환사 주문' 등의 간접적인 변화가 쌓인 결과로 나타났다.

6.11 패치로 '삼위일체'가 '치명타' 능력이 삭제되는 대신, '공격속도'와 '재사용 대기시간 감소'에 집중하는 형태로 변경 되고, 그동안 활약했던 탑 챔피언들의 너프가 함께 작용하면서 그동안 볼 수 없었던 '이렐리아'의 등장을 만들어냈다. 시즌 2를 전성기를 마지막으로 대회에서는 거의 활약하지 못했던 '이렐리아'는 '에코' 등의 챔피언을 상대하기 좋은 공격형 챔피언으로 새롭게 부상했다.

▲ 큰 임팩트를 남긴 '이렐리아'의 재등장


여기에 소환사 주문 '유체화'의 상향의 여파까지 더 해지면서, '유체화'와 잘 어울리는 챔피언들, '헤카림-블라디미르-올라프' 등의 활용 가능성도 크게 증가했다. 특히 '헤카림' 같은 경우에는 변경된 '삼위일체'와 '유체화' 상향 효과를 제대로 누리면서, 오랫동안 본인 스스로는 바뀐 점이 없음에도 유력한 정글-탑 챔피언으로 새롭게 대두하기도 했다.

▲ '유체화', '삼위일체'의 변경. 사소해 보이는 변화가 많은 것을 바꿨다.



■ 원딜은 '지원형 원딜'이 최고? 고통 받았던 원거리 딜러들의 선택

'순간이동' 메타 이후, 2016 시즌 원거리 딜러들의 고통은 현재 진행형이었다. 시즌 초, '코르키', '그레이브즈'가 활약했다고는 하지만 원거리 딜러 포지션으로 쓰였던 것은 아니었다. 설상가상으로 이들은 너프와 메타의 변화로 잘 등장하지 않게 되었다.

메타가 계속해서 변해 가는 와중에도 '트런들-에코-이렐리아' 등, 중반 단계에서 강력한 모습을 보이는 챔피언들이 원거리 딜러들을 계속해서 괴롭히는 와중에, 특별한 타계책이 없는 원거리 딜러 포지션은 여전히 어려움을 겪었다.

▲ 원딜에게는 악몽과도 같은 녀석들


물론 게임 후반, 아이템을 갖춘 원거리 딜러들의 캐리력은 여전했지만, 보통 그 이전 단계에서 승패가 결정되는 일이 많다는 것이 원거리 딜러 포지션의 근본적인 고민이었다. 즉, 원거리 딜러들은 너무 비싼 핵심 아이템을 갖추느라 발생하는 '게임 중반 딜로스'를 해결해야만 했던 것이다.

이를 해결하려던 노력 중 하나로 '코그모'의 예를 꼽을 수 있다. '생체마법 폭격(W)'의 특출난 공속에 주목한 '마법사의 최후' 빌드는 낮은 가격으로 빠르게 완성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공격 횟수가 많은 코그모와 딱 맞아 떨어져 실제로 꽤 좋은 성과를 거두기도 했었다.

하지만 이는 비정상적으로 높은 공속을 보유할 수 있었던 '코그모'에게만 한정된 해결법이었고, 9월 패치를 통해 '코그모'가 5.22 이전 버전으로 스킬 일부가 롤 백되면서 '코그모'는 다시 한 번 사장되고 말았다.


▲ 한 때는 정말 쓸만했던 '코그모'의 '마법사의 최후' 빌드.


이와는 별개로, 원거리 딜러들의 새로운 해답이 제시되었다. '시비르', '진', '애쉬'로 대변되는 '지원형 원거리 딜러'가 바로 그것이었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습득과 동시에 높은 효율을 자랑하는 궁극기를 보유하고 있었다. 아이템이 부족한 상황에서도, 궁극기만으로도 충분히 전투 상황에 기여할 수 있다는 것이다.

▲ 지원형 궁극기를 보유한 3종의 챔피언


한층 더 빠른 템포를 낼 수 있는 아이템 빌드도 연구되었다. 특히 '진'의 경우가 두드러졌다. 낮은 가격과 '방어구 관통' 효과로 챔피언을 공략하는데 특히 좋은 아이템 '요우무의 유령검'을 첫 코어 아이템으로 하는 '방관' 빌드는 생각 이상의 파괴력을 보여주었다.

긴 사거리를 가진 '살상연희(W)'의 속박 능력을 통한 CC 지원 능력, 보이지 않는 거리에서 쏟아내는 '커튼 콜(R)'을 통한 지원&이니시에이팅&공격 등 다양한 역할이 가능한 '진'은, 이질적인 원거리 딜러라는 초기 평가를 뒤집고, 랭크에서 볼 수 있는 가장 보편적인 원거리 딜러 중 하나로 자리메김했다.

▲ '요우무+드락사르' 빌드와 각종 스킬로 활약하는 '진' (영상 출처: OGN)


2016 롤챔스 대회 기준, 스프링 시즌까지 사랑 받았던 '칼리스타', '루시안'이 각종 스킬 너프를 통해 등장하지 않으면서, '시비르', '진', '애쉬'의 지원형 원거리 딜러들이 롤챔스 섬머 시즌 가장 높은 픽률을 기록했다.

'지원형' 이라는 이름은 이들의 낮은 캐리력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상대적으로 성장이 부족한 원거리 딜러들의 중반 단계를 부드럽게 넘길 수 있는 능력을 가졌다는 뜻이다. 아이템을 갖춘 '애쉬', '시비르', '진'은 원딜 특유의 강력한 후반 딜링 능력을 유감 없이 보여줄 수 있었다.

▲ 2016 시즌, 롤챔스 최초 펜타킬을 기록하는 '시비르' (영상 출처: OGN)



■ 힘으로 승부하는 '롤드컵' 메타! 더 이상 '라인 스왑'은 없다

2016 시즌 메타 변화의 대미를 장식한 것은 '라인 스왑' 메타의 파괴였다. '라인 스왑' 전략은 봇-탑 라인을 교체하여, 맞라인 구도를 피해 상성 관계를 무마시킬수 있는 전략이다. 빠르게 포탑을 철거하면서 무난하게 중반을 바라보는 라인 스왑 전략은, 초반 교전이 거의 일어나지 않고 비슷한 구도가 반복되어 관전하는 입장에서는 다소 지루한 면도 있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한 패치가 단행되었다. 포탑의 '요새화' 수정, '포탑 선취점' 규칙 등이 포함된 6.15 패치를 통해, '라인 스왑' 전략은 사실상 사용 불가 판정을 받았다. '리그 오브 레전드 2016 시즌 월드 챔피언십(이하 2016 롤드컵)' 시작을 얼마 남겨두지 않은 상황에서 갑작스럽게 이뤄진 패치였기 때문에, 이에 각 지역, 팀들이 어떻게 적응할 것인지 관심이 집중되었다.

▲ '라인 스왑'과 작별을 고한 6.15 패치


'라인 스왑' 메타 파괴의 영향은 곧이어 이어진 2016 롤드컵 무대에서 제대로 모습을 드러냈다. 기존에 당연시 되었던 챔피언 픽과 전략은 무의미 해졌고, 오로지 강력한 '라인전 능력'이 요구되기 시작했다. 그것도 아주 많이.

실제로 롤드컵 시작과 함께 새롭게 부상한 챔피언들은 각 라인별로 '제이스-올라프-신드라-카르마' 같은 라인전 능력이 매우 강력한 챔피언들이었다. 이들은 원래부터 강력한 라인전을 인정 받고 있었지만, 6.15 패치 전에는 라인 스왑으로 대처할 수 있었기 때문에 거의 사용되지 않는 픽이었다.

▲ 갑자기 새로운 얼굴들이? 라인 강캐들이 지배한 롤드컵 메타


탑 라인은 '제이스', '케넨'이 지배했다. '제이스'는 한 때 포킹 메타의 핵심 챔피언이기도 했지만, 롤드컵에 다시 돌아온 '제이스'는 포킹 능력이 아닌, 강력한 초반 라인전 수행 능력을 평가 받았다.

이에 따라, '제이스'의 아이템 빌드도 변경되었다. 과거 자주 선택하였던 '무라마나' 빌드는 '진'을 시작으로 유행을 탄 '요우무의 유령검-칠흑의 양날도끼'의 방관 빌드로 변경되었다. 전통의 라인전 강캐 '케넨' 역시 활약했다. '큐베', '스맵' 등의 선수들은 '케넨'으로 게임을 파괴시켜버리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 2:1도 거뜬? 고속도로 만들어버리는 '제이스'


미드 챔피언 역시 라인전 능력이 강점인 '신드라', '카시오페아' 등의 챔피언이 기용되면서, '강한 라인전 운영'에 힘을 주었다. 큰 상향을 받았던 '유체화'는 갱킹에 취약하다는 평가를 받는 '신드라' 등의 챔피언의 약점을 보완해 주면서 더 자신감 있는 운영을 가능토록 만들었다.

정글 챔피언 역시 초반부터 라인에 적극적으로 개입할 수 있는 '올라프', '리 신'은 게임 메이커로 자주 등장했다. 정글러의 개입으로 어느 한 라인을 터뜨려버리면 '포탑 선취점'까지 올려 순식간에 차이를 벌려갈 수 있게 되었기 때문에, 강한 라인전 능력과 이를 보조할 수 있는 정글 챔피언의 등장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 '신드라' 장인으로 이름을 날렸던 '페이커'의 롤드컵 플레이


서포터 챔피언 풀 역시 큰 변화를 겪었다. 지금까지 '알리스타'를 기준으로 탱킹 서포터가 대세를 차지하였다면, 이제는 라인전 수행 능력과 유틸리티 성능을 평가 받는 시대가 돌아왔다. '자이라', '나미' 등의 챔피언이 사용되었으며, 특히 '카르마'는 특별한 공격 세팅 없이도 높은 대미지 기여와 아군 보조 능력도 특출난 서포터로 활약했다.

아에 '딜링 서포터'로 적을 찍어 누르는 서포터도 등장했다. 와일드카드 출신 중 유일하게 롤드컵 본선 진출에 성공한 'ANX'의 서포터 '리크릿트'는 '브랜드' 서포터를 꺼내들어 미드 라이너급 대미지 기여를 해내고 경기를 캐리하기도 했다. 바로 얼마전까지 하드 CC, 탱킹형 서포터가 대세였던 것을 생각하면 순식간에 정말 많은 것이 변화했다.

▲ 공격은 최선의 방어? '리크릿트'의 '브랜드' 서포터 (영상 출처 OGN)

▲ 미드 라이너도 울고갈 딜량


2016 시즌은 처음부터 끝까지 메타가 계속해서 변화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직접적인 패치를 통한 변경도 있었고, 아이템이나 특성, 소환사 주문의 변경을 통한 간접적인 메타 변경도 있었다. 이럴 때 마다 유저와 선수들에게 요구된 것은 메타를 이해하고, 적응할 수 있는 능력이다.

특정 챔피언이나 전략을 잘 다루는 것은 좋은 자질이다. 하지만 항상 꿈틀거리며 변화하는 리그오브레전드의 판도에서, 오로지 한 챔피언-전략에만 메달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할 것이다. 랭크 통계를 보더라도 시즌 중간, 패치 단계마다 높은 승률을 기록한 챔피언은 계속해서 변해왔다. 대회에서도 좋은 성적을 기록한 팀들은 하나 같이 메타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먼저 메타를 받아들이는 모습을 보여줬었다.

어느새 2017 시즌이 시작된 지금, 벌써부터 롤드컵으로부터 이어져왔던 메타는 그 모습을 변화했다. 개편된 특성, 새롭게 추가된 '파괴전차의 용기'로 다시금 '마오카이-노틸러스' 등의 탱커 챔피언이 등장하는가 하면, '은신' 효과의 개편으로 '베인', '트위치' 등의 캐리형 원딜이 떠오르기도 했었다.

과연 2017 시즌에는 어떤 새로운 변화가 기다리고 있을까? 앞으로도 계속해서 그 모습을 변화할 리그오브레전드의 메타, 이를 미리 추측하고 대비해 보는 것도, 또다른 즐거움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