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스포츠 연말 시상식에 신인상이 존재한다면 2017년 신인상 후보에 무조건 이름이 올라있을 것 같은 선수가 있습니다. 바로 진에어의 원거리 딜러 '테디' 박진성 선수입니다. 2016 KeSPA컵에 깜짝 데뷔해 신인답지 않은 플레이로 기대를 한몸에 받았던 '테디' 선수는 정규 시즌인 롤챔스 무대에서도 그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습니다. 처음 마주한 정규 시즌임에도 오히려 에이스 역할을 하면서 팀을 이끌었죠.

하지만 '테디' 선수의 선전에도 불구하고 진에어의 상황은 썩 좋지 못합니다. 성적은 1승 7패. 득실차로 콩두를 겨우 따돌리고 9위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이전 시즌에 비해 경기 내적인 내용은 더 좋아졌다는 평가를 듣고 있지만, 그 경기력이 승리로 이어지지 못하고 매번 코앞에서 고꾸라지고 있습니다. 덕분에 '졌잘싸(졌지만 잘 싸웠다)'라는 새로운 별명까지 생겼죠.

강등권에 놓인 진에어는 이제 명승부보다 '성적'이 필요한 상황이 됐습니다. 그만큼 에이스로 떠오른 '테디' 선수의 어깨가 무거워질 수밖에 없을 거라 생각하고 걱정스런 마음으로 인터뷰를 준비했죠. 하지만 실제로 만나본 '테디' 선수는 수줍은 신인이나 부담감에 차있는 에이스의 모습은 아니었습니다. 처음 해보는 단독 인터뷰임에도 전혀 긴장하지 않고 담담하게 질문에 응하는 모습은 데뷔전에서 보여줬던 신인답지 않은 기세 좋은 플레이가 그의 이런 성격에서 나왔던 거라고 짐작할 수 있을 정도였죠.

그럼 '테디' 선수가 직접 밝히는 데뷔 당시 이야기와 롤챔스 이야기, 그리고 선수로서의 목표에 대해 들어보시죠.


Q. 안녕하세요, '테디' 선수! 휴가는 잘 보내셨나요? 설 연휴 이후에 오랜만의 휴가 일텐데 뭐하면서 지내셨어요?

'레이즈' (오)지환이 형과 둘이서 놀면서 지냈어요. 술도 마시고 노래방에 가서 소리도 지르면서 스트레스 많이 풀었어요. 노는 것도 정말 힘들더라고요. 복귀한 진에어 형들도 휴가 전보다 더 피곤해 보였어요, 표정이(웃음).


Q. 꿀맛 같은 휴가 보내셨네요. 경기 후에 하는 승자 인터뷰나 기자실 인터뷰 말고 이렇게 단독으로 하는 인터뷰는 처음이시죠? 감독님께선 별말 없으셨어요?

네, 처음이에요. 음, 감독님께선 그냥 실수하지 말고 잘하고 오라고만 말씀하셨어요.


Q. 그럼 본격적으로 '테디' 선수 본인에 대해 이야기 나눠볼게요. 데뷔 시절부터 해볼까요? 2부 리그 소속인 에버8 위너스에서 활동하다가 진에어에 합류하게 됐잖아요. 어떻게 팀에 입단하게 됐나요?

위너스에서 나온 뒤에 새로 팀을 구하고 있었어요. 마침 인벤에 진에어에서 라이너들을 구한다는 공고가 떴더라고요. 그래서 테스트를 봤는데, 잘 봤는지 바로 연습생으로 들어가게 됐어요.


Q. '테디' 선수가 팀에 적응이 빨랐나 봐요. 입단한 해에 곧바로 KeSPA컵에서 데뷔했어요. 팀에 녹아드는 데 어려움은 없었나요?

연습 과정이 좋아서 KeSPA컵에 바로 투입하신 것 같아요. 당시 형들이 다 착하고 재미있으셔서 적응이 빨랐어요. 뭐든 다 잘 받아주시더라고요.


Q. 데뷔전 상대는 롱주 게이밍이었죠. 경기 전에 어떤 생각으로 무대에 올랐어요? 프로 데뷔전이라 많이 떨렸을 것 같은데.

일단 정말 이기고 싶었어요. 감독님과 코치님이 되게 이기고 싶어하시더라고요. 대회 첫 경기에서는 매번 롱주를 만난다면서... 꼭 이기자고 목표를 정해서 정말 열심히 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그런지 떨리는 마음보다는 이겨야겠다는 생각이 더 강했어요.


Q. 당시에 경기 마치고 '테디' 선수에 대한 호평이 쏟아졌어요. 신인인데도 굉장히 안정적이고 할 건 다 한다면서 원딜 유망주가 나왔다고들 했죠. 팀 내적으로도 좋은 평가를 받았을 것 같은데 어땠어요?

감독님, 코치님 그리고 멤버 형들도 다 잘했다고 칭찬해주셨어요. 기분 정말 좋았죠.


Q. KeSPA컵을 마무리하고 2017시즌으로 넘어오면서 진에어 로스터에 큰 변동이 있었어요. 팀에 들어와 호흡을 제대로 맞춘 지도 얼마 안 됐는데 팀원들이 크게 바뀌어서 혼란스럽거나 흔들리지는 않았나요? 팀 막내였다가 이제 입단 시기로만 따지면 서열 3위가 됐네요.

딱히 그렇지는 않았던 것 같아요. 그냥, 뭐... (그냥 누가 갔구나, 누가 왔구나 하고 덤덤했나 봐요?) 네. 그런 느낌으로 받아들이기는 했는데, 음... 그래도 2~3개월간 같이 지냈던 형들이라 다른 팀 간다니까 아쉽기는 했어요.

이게 입단 순서로는 제가 세 번째이긴 한데, 지금 저희 팀에서는 사실 '스노우플라워' (노)회종이 형이 실세예요. 그리고 그 다음으로는 '익수' (전)익수 형이랑 '소환' (김)준영이 형 정도? ('쿠잔' 이성혁 선수는요? 가장 오래 팀에 있었잖아요) '쿠잔' 형은 남에게 뭔가를 시키는 스타일이 아니에요. 조용조용하고 착한 형? 좋은 형이에요.


Q. '익수' 선수와 '스노우플라워' 선수가 아프리카 프릭스 시절에 굉장히 쾌활하고 시끌벅적한 선수들로 유명했잖아요. 두 선수 덕분에 팀 분위기가 더 많이 활발해졌을 것 같아요.

너~무 활발해서 문제죠. 하하. 저희가 전부 다 활발해요. 성혁이 형이 그나마 조금 차분하고...


Q. 맞아요. 롤챔스 '오프 더 레코드'만 봐도 느껴지더라고요. 연습할 때는 아무래도 대회보다 더 업된 분위기로 할 것 같은데, 연습하면서 에피소드 같은 건 없었나요?

저희가 소리를 너무 크게 질러요, 스크림 때. 그래서 밤에 경비실에서 연락 올 때가 좀 있었어요. (와, 경비실에서요? 개인 방송도 아니고 스크림인데?) 네. 스크림할 때 목소리 톤이 다들 커요. 진지한 분위기일 때도 소리를 많이 쳐요. 즐거울 땐 웃는 소리도 다들 크고. 그래서 경비실에서 연락이 많이 왔었어요.


Q. '스노우플라워' 선수와 봇 듀오 호흡은 어때요? '체이' 최선호 선수와 함께 했을 때보다 달라진 점이 있나요?

이전에는 제가 스크림 때 굉장히 많이 잘리는 편이어서 피드백을 많이 받았어요. 왜 그렇게 자꾸 죽냐고... 그런데 회종이 형이랑 하면서 그게 줄었어요. 형이 시야를 굉장히 잘 잡아줘요. 견제도 시야를 다 잡고 나서 하자는 생각이 강해요. 그래서 더 안 죽을 수 있는 것 같아요. 대회 때도 마찬가지고요.


Q. 지금까지 나눈 이야기로 봐선 팀 분위기는 굉장히 밝아 보여요. 음, 그런데 아무래도 지금 팀 성적은 밝지는 않잖아요. 최하위권까지 내려왔어요. 이런 상황에서 오히려 '테디' 선수 본인은 매번 호평을 듣고 있어요. 기분이 좋으면서도 마냥 웃을 수만을 없을 것 같아요. '팀을 캐리 해야겠다' 이런 부담감도 생길 것 같고.

제가 칭찬을 받는 건 좋은데, 다른 팀원들을 비판하는 댓글을 보면 기분이 좀 그래요. 저도 그렇고 다들 더 열심히 해야겠죠. 칭찬에서 오는 부담감 같은 건 없어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 정도?


Q. 패배가 계속 쌓였던 가장 큰 이유가 뭐라고 생각해요? 잘 싸운다는 이야기 정말 많이 들었잖아요. 지난 시즌처럼 마냥 버티는 게 아니라 정말 역전해낼 것 같은 운영이나 한타 능력도 보여주고. 항상 마지막 마무리가 아쉬웠죠.

오더가 갈려서 그랬던 것 같아요. 말하는 사람이 너무 많아서 콜도 너무 많아요. 저희가 한타는 잘하는 편이거든요. 그런데 경기를 못 이기는 이유는 결정적인 운영이 부족해서죠. 콜이 많다보 니까 무언가 하기에는 판단이 너무 늦어버려요. 다들 다른 말을 하니까 어디로 가야 할지 혼란스러워지고...


Q. 아무래도 선수들 성향이 하루아침에 바뀔 수는 없으니까 피드백 과정에서도 쉽게 고쳐지는 문제는 아니었나 봐요.

이게 연습 때는 거의 나오지 않았던 문제였어요. 대회 때만 유독 그러다보니까 피드백도 좀 늦어진거죠. 고치려고 많이 노력하고 있는데 아직도 남아있는 것 같아요.


Q. 1승을 챙겼던 경기 이야기를 잠깐 해볼게요. 아프리카전이었죠. 1세트에서 63분이 넘는 장기전이 나왔어요. 그때 '테디' 선수가 뚜벅이 챔피언인 바루스를 플레이 했었는데 극후반에 신발까지 팔고 극공템을 올리더라고요. 꽤 이슈가 됐었죠. 그런 선택을 했던 이유가 뭐였어요?

그 경기 당시에는 AD를 조금이라도 더 높여서 라인 클리어에 도움이 돼야겠다는 생각이었어요. 원래 바루스를 플레이 할 때 후반으로 가면 신발을 팔고 극공템을 올리는 편이기도 해요. 그리고나서 상대 딜러들이 딜을 못하도록 때려요. 그래서 신발은 필요 없다고 생각해요. 잘 물릴 수 있다는 위험도 있지만 상대 딜러를 못 오게 할 수 있어요. 팀원들도 다 좋은 선택인 것 같다고 하더라고요.



Q. kt전에서는 롤모델로 꼽았던 '데프트' 김혁규 선수와 만났어요. 어때요, '데프트' 선수와 맞라인전을 서보니까?

잘하는 선수들과 붙어보는 거라 일단 좋았죠. 근데 경기는 좀 아쉬웠어요. 제가 2세트에서 상대 오리아나랑 제이스 스킬에 얻어맞고 죽었거든요. 그때가 하필 딱 세 번째 화염 드래곤 타이밍이었어요. 죽고 나서 너무 아쉬웠죠. 제일 아쉬웠던 때였던 것 같아요.

라인전만 놓고 보면 무난했던 것 같아요. 생각보다는 괜찮았어요. ('생각보다 해볼 만 하네' 이런 느낌이었어요?) 아~ 그 정도는 아니고요. 잘하시더라고요. 저희 봇이 킬을 내줘서 좀...(웃음) 정말 잘하셔요.


Q. 그럼 롤모델은 여전히 '데프트' 선수인가요? 최상위 티어로 꼽히는 다른 선수들도 있잖아요. SKT의 '뱅' 배준식 선수나 롱주의 '프레이' 김종인 선수 같은...

그런 것 같아요. 다들 잘하시는데 제가 더 마음이 가는 분은 '데프트'님이에요. (요즘도 '데프트' 선수 영상 많이 봐요? 전에 인터뷰에서 이런 이야기를 한 적이 있던데) 예전에는 그랬었죠. 근데 이제는 대회 챙겨보기도 너무 바빠서 잘 못 보고 있어요.


Q. 다음 경기는 1라운드 마지막 경기인 ROX전이에요. 그리고 현재 ROX의 원거리 딜러가 '스노우플라워' 선수의 전 파트너 '상윤' 권상윤 선수잖아요. '스노우플라워' 선수랑 ROX전 관련해서 이야기는 나눠봤어요? 봇 라인전은 자신 있나요?

'미키' 손영민 선수의 제드가 무섭겠다는 이야기를 하긴 했어요. 원딜 할 때 제드 만나면 정말 싫거든요. 봇 라인전은, 음... 잘 모르겠어요. 경기는 이길지 몰라도 라인전 자체는 무난하게 가지 않을까요. 물론 잘한다면 이기겠죠!


Q. 그럼 더 나아가서 2라운드에서는 변화가 찾아올 것 같아요? 지금보다 긍정적인 방향으로요. 더 좋은 성적 기대할 수 있을까요?

회종이 형이 아프리카 시절 스프링 시즌 기억이 되살아난다고 하더라고요. 당시에 1라운드에서 많이 졌는데 2라운드 연승을 했다면서 그 필이 오고 있대요. 2라운드에서 우린 각성할 수 있을 거라고 힘을 많이 줘요. 회종이 형이랑 익수 형이 화이팅 해주는 분위기 메이커에요.


Q. '테디' 선수의 개인적인 목표는 뭔지 궁금해요. 팀 성적을 떠나서 '나는 이런 선수가 되고 싶다' 하는 선수로서 목표요.

음... 최고가 되고 싶네요. (세체원?) 네. 그렇죠. 라이너들의 목표가 다 그렇지 않나요? 물론 더 열심히 연습해야죠. 자주 잘리는 게 단점인 것 같은데 그런 점도 보완하고.


Q. 자주 잘리는 게 단점이라고 하셨는데, 경기당 데스는 패배에 비해 적은 편이지 않나요?

아, 최근 경기에서는 잘 안 잘리긴 했어요. 그런데 롱주전이나 kt전 때 크게 잘린 순간이 몇 번 있어요. 중요한 순간에요. 스크림 때도 종종 그래요. 고쳐야죠.


Q. 요즘은 소위 말하는 뚜벅이 챔피언들이 대세라서 더 그렇지 않을까 싶어요. 메타가 바뀌어서 도주기가 있는 챔피언들이 나오게 되면 원거리 딜러가 더 편해질까요?

전 원래 이동기가 있는 챔피언들을 좋아하는 편이에요. 이즈리얼이나 루시안 같은. 이즈리얼은 요즘에도 가끔 보이긴 하는데, 코치님이 저에 대한 믿음이 없으신가 봐요. 하하. 이즈리얼 잘한다고 칭찬은 해주시는데... 연습할 때 제가 막 상대가 애쉬-자이라 이런 강한 조합인데 이즈리얼이 하고 싶다고 할 때가 있어요. 객기로요(웃음). 근데 진 적이 많아요. 가장 최근 있었던 삼성전에서 처음으로 이즈리얼을 했어요. 전날 연습 때 이즈리얼로 괜찮게 플레이했었거든요. 결국 졌죠.

루시안은 원거리에서 견제하는 서포터가 없을 때 강력해져요. 요즘은 원거리 서포터가 대세라서 잘 못나오는 것 같아요. 자이라 같은 서포터한테 너무 취약해요.


Q. 얼른 메타가 변해서 이동기가 있는 원거리 딜러를 다루는 '테디' 선수의 모습도 자주 봤으면 좋겠네요. 마지막으로 한 말씀 부탁 드려요! 남은 경기 목표나 각오, 또는 팬들께 전하고 싶은 말도 좋고요.

팀원들과 함께 연습 많이 해서 ROX전 이기고 2라운드 연승 가도 타서 플레이오프에 가고 싶어요. 음... 갈 수 있을까요?(웃음) 꼭 가고 싶어요. 그리고 저희가 3연패 중이라 팬미팅을 계속 못 했는데, 다음에는 팬미팅 꼭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