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라' 남태유 선수는 기라성같은 선수들이 포진해 있는 LCK에서 짙은 인상을 남긴 선수 중 하나다. 그는 다른 '스타 플레이어'들과는 조금 다르다. 데뷔 초부터 인상깊은 활약을 보여주며 이름을 알린 다른 스타 플레이어들과 달리, 그는 철저히 밑에서부터 시작해 정상을 넘보는 자리까지 올랐다.

그리고 2016년 말, 그는 NA의 '팀 엔비어스(Team EnVyUs)'로 이적을 결심했다. 이후 두 시즌이 흘렀다. 사실 엔비어스의 성과는 썩 좋았다고 할 수 없었다. 스프링 시즌, 승강전에서 그의 팀은 패배할 거라는 여론에 몰릴 정도로 처참했으나, 기적처럼 팀을 캐리하며 잔류에 성공했다. 섬머 시즌에 이르러서 그나마 괜찮은 성과를 거두며 플레이오프 진출을 달성했지만, 턱걸이로 겨우 성공했다. 10팀중 6위. 지금 엔비어스가 받은 성적표다.

그와 별개로, '리라' 남태유는 NA LCS에 굉장한 인상을 남겼다. 팀은 꼴지였지만, 그는 NA LCS의 정규시즌 올스타 팀에 정글러로 이름을 남겼다. 평소 그가 어떤 활약을 보여주었는지 단적으로 드러나는 예시다. '팀 엔비어스' 하면 자동으로 '리라'의 이름이 따라왔다. 오죽했으면 NA LCS에서 뛰는 미드 라이너 선수들과 이야기할때, 그들에게 무서운 상대가 있냐고 묻자, 그들은 상대 라이너는 신경쓰지 않지만 '리라'같은 정글러는 무섭다고 말했다.

NA LCS의 마지막 주차를 앞둔 지금. 그와 이야기를 나눠볼 수 있었다. 지금까지도 쉽지 않은 길이었지만, 플레이오프가 시작되면 더 어려운 길이 이어진다. 남은 경기, 그는 어떤 마음가짐으로 임할 생각일까?

▲ '팀 엔비어스' 정글러 '리라' 남태유



Q. NA LCS 6위로 플레이오프 진출을 확정 지었다. 현재 기분은 어떤가?

마지막 순위로 들어가는 거라 앞으로도 굉장히 힘들 것 같다. 지난 시즌에 꼴등을 한 거와 비교하면 좋은 성적을 거두었다고 할 수 있지만, 나 스스로는 만족을 잘 못하는 성격이기 때문에 아직 많이 아쉬운 점수이기도 하다.

이번주(8주차)에 잘 못해서 나 자신에게 좀 실망했다. 컨디션 관리도 잘 못한 것 같고... 좋은 플레이를 하지 못했다. PO 진출했다고 딱히 막 좋은 건 아닌 것 같다. 아무래도 6등이니까. 쉽지 않은 자리다.


Q. 지난 시즌에 이어서 두 시즌째 미국에서 보내고 있는데, 미국에서의 삶은 어떤가?

미국에서의 삶은 점점 더 좋아지고 있다. 휴대폰도 개통했고, 이제 혼자서 어딜 나갈 수도 있다.(웃음) 영어가 늘고 있는 것도 나 스스로 느끼니까 자신감도 생긴다. 날씨도 한국은 매우 덥다는데 여긴 매우 좋다.

음식도 우리 팀에 한국인이 많았다 보니 한국인 이모님이 밥을 해준다. 미국에서 한식을 매우 잘 먹다 보니 팀에서 가끔 외식하러 가면 미국 음식을 먹으러 간다. 그리고 미국 음식을 먹는다 해도 향신료가 매우 센 음식만 아니면 잘 맞는 것 같다.


Q. 팀에서 유독 돋보이는 활약을 자주 보여준다. 게이머들의 평가 또한 '리라' 선수의 활약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편인데, 이런 상황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사실 이번 시즌 시작 전에는 최고의 정글러로 꼽히는 등 자신감이 굉장히 넘쳤다. 그래서 "여름에는 진짜 열심히 해서 다 꺾어야겠다"라는 마음으로 출전했는데, 오히려 이런 마음가짐이 나에게 독이 되었다. 난 부담감을 갖지 않고 경기에 임해야 연습 때보다 더 좋은 플레이가 나오는데, 이런 부담감이 오히려 내 플레이에 악영향을 주었다.

왠지 나는 항상 상대 정글러를 이겨야 할 것 같고, 내가 잘 못하면 그대로 게임이 끝날 것 같은 부담감까지 생길 정도였다. 나를 좋게 평가해주는 부분은 매우 감사하지만, 내가 못하면 안될 거라는 부담감도 함께 생겼다.

나는 캐리형 정글러라기보다는 팀을 이용하는 정글러에 가깝다. 내가 팀을 희생시키고 잘하는 스타일인데, 이럴 때마다 난 더 잘해야 한다는 부담감을 느낀다. 물론 내가 평범한 선수가 되기를 바라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스스로 평범하다 생각해야 더 경기가 잘 풀리는 느낌이다.



Q. 주로 게임 중 오더는 어떤 선수가 하는 편인가?

내가 오더를 하면 지금처럼 중위권은 갈 수 있는 것 같다. 근데 상위권에 가려면 내가 오더를 하면 안될 것 같다. 경기가 잘 풀리던 스플릿 초반에는 내 오더가 필요가 없었다. 하지만 점점 스플릿이 나아질수록 다른 팀들은 우리보다 더 빠르게 발전하는 것 같아 조바심이 들었다.

우리 팀에 사실 게임 내적인 면에 대해 봐주는 코치님의 자리가 비어 있다. 지금 계신 코치님은 팀의 멘탈 관리와 정신적인 면에 도움을 주시는 분이다 보니 우리끼리 서로 피드백을 하고 게임을 이어가는 편인데, 내가 무언가 하자고 하면 모두가 나를 따르고, 그러다 보면 반밖에 안 되는 것 같다. 지금 당장은 내가 오더를 주로 하는 편이지만, 점점 모든 팀원이 오더를 함께 하는 쪽으로 가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혼자 오더하는 팀이 썩 좋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아무래도 언어 장벽 문제가 있다 보니 내 오더도 간단한 편이라 세부적인 지시까진 힘들다. 평소엔 다 같이 오더를 하다가 긴박해지면 주로 내가 오더를 맡는 편인데, 간단한 영어이다 보니 전부 다 내가 원하는 대로 되는 것 같지는 않다.


Q. 그럼 플레잉 코치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나?

능력있는 플레잉 코치님이라면 언제나 환영이다. 하지만 지금 당장은 프로 씬에 내가 원하는 스타일의 코치가 없는 것 같다. 한국까지 다 찾아봤는데, 알맞은 분이 없더라. 지금 당장은 오히려 우리와 맞지 않는 사람이 와서 악영향을 주는 것보다는 차라리 우리끼리 하는 게 낫다는 마음으로 하고 있다.

그래도 플레잉 코치가 필요하다는 생각은 계속 든다. 멘탈을 관리해주는 코치님이야 계시지만, 게임을 봐주는 코치님이 없다 보니 우리끼리 피드백을 해도 실질적으로 해결할 수 없는 부분들이 있다. 아무래도 우리끼리 피드백을 하다 보면 다른 라인에 피드백하기가 힘들다. 아무래도 다 같이 동등한 선수 입장이다 보니 해당 라인에 대해 피드백을 하는 것부터가 자칫 잘못하면 실례가 될 수 있다. 그러다 보니 우리가 실력 향상이 조금 느린 것 같다. 초반에는 굉장히 잘했는데, 스플릿이 나아갈수록 힘들어지기도 했고.

하지만 팀에서 플레잉 코치가 없는 상황을 방관하는 것은 아니다. 늘 찾고는 있는데 적합한 인물이 보이지 않는다. 나 또한 개인적으로 찾아보았지만, 적당한 사람이 생각이 나지 않는다. '쏭' 코치님밖에 없었는데, '임모탈즈'에 뺏겼다.(웃음)


Q. 최근에 탑-정글 메타가 많이 바뀌었다. 지금의 메타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지금은 굉장히 고전적인 메타가 유행하는 시기다. 월드 챔피언십이 가까워질수록 패치 주기가 빨라지는 편인데, 사실 개인적으로는 별로 마음에 들지 않는다. 대회 중에 이렇게 패치가 되다 보면 갑자기 플레이 스타일을 바꿔야 하니 말이다. 그냥 내 개인적으로도 썩 좋아하는 변화는 아니다. 아무래도 내 챔피언 풀이 공격적인 성향의 챔피언에 더 익숙하기 때문이다.

지금의 메타는 조금 운에 의존하는 게임이 된 것 같다. 어쨌든 결국 한타에서 갈리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뭐 어디까지나 내 개인적인 의견이니까 무조건 맞는다고 볼 수는 없지만, 내가 느끼기에 지금의 게임은 그렇게 된 것 같다.


Q. '세라프' 선수와 함께 두 명의 한국인 선수다. 게임 중에 영어권 선수들과의 소통 문제는 어떤 편인가?

일단 우리 팀의 바텀 듀오는 내 생각에 LCS NA에서 가장 착한 듀오다. 내가 대충 말해도 잘 알아듣고, 큰 불만도 없다. 그런데 미드인 'Nisqy' 선수는 벨기에에서 온 선수라 그런지 발음이 꽤 낯설다. 내가 듣던 그 발음이 아니다. 이 발음 차이 때문에 재밌는 일도 꽤 생길 정도로 다르다 보니 평소에는 팀원들이 나보고 'Nisqy' 선수랑 영어 하지 말라고까지 하더라.(웃음)

그래도 게임 중에는 아무래도 서로 익숙한 용어들을 사용하고 복잡한 커뮤니케이션이 덜 필요하다 보니 큰 문제가 없는 편이다. 같이 지내다 보면 재밌는 일이 많다.


Q. 숙소에서 팀원들과의 전반적인 생활은 어떤가?

굉장히 재밌다. 'Uno'게임도 함께하곤 하고, 평소에 서로 사생활을 터치하는 편이 아니다. 한국에서는 밥도 함께 먹고, 영화도 함께 보러 가고, 밖에 놀러 나가도 함께 나가곤 하는 편이다 보니 뭘 하기만 해도 같이 하는 편인데, 미국은 그런 게 없다. 꽤 신선하면서도 재밌는 경험이다.



Q. 그럼 연습하다가 남는 시간에는 각자의 생활을 하는 편인가?

스크림이 끝나면 공식적인 연습 시간이 끝나고, 더 이상 서로 생활에 터치하지 않는다. 정말 자유롭다. 물론 두 가지 생각이 함께 든다. 이기고 있을 때는 '와 우리 이렇게 쉬어도 이기는구나' 싶지만, 지고 있을 때는 '이렇게 놀면 안될 텐데'라는 생각이 든다. 물론 최근에 이르러서는 연습 시간이 꽤 늘어났고, 쉬는 시간에도 연습을 주로 하는 편이다.


Q. 현재 엔비어스가 가진 문제점은 무엇이며, 그를 해결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말해줄 수 있는가?

문제점은... 일단 우리 팀이 초반에는 정말 강하다. 내 생각엔 초반만 놓고 보면 북미에서 제일 강할 것 같다. 그런데 후반에 승부를 결정 낼 확실한 한 방이 없다. 확실히 이긴다 진다, 여기까지 잘 안되는 것 같다. 초반에 우리가 작정하고 이겨야겠다 싶으면 초반 싸움은 무조건 이긴다. 그 정도로 잘한다. 하지만 후반에 이르게 되면 뭔가 두렵고, 내 실수 한 번에 무너지지 않을까 하는 부담감도 생긴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중후반 게임을 이끌어갈 힘이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쉽게 해결되지 않는 문제다. 아마 쉽게 해결될 문제였으면 이게 문제점이 되지도 않았을 테지만 말이다.


Q. 플레이오프 진출은 했지만, 마냥 기뻐할 때만은 아니다. 플레이오프에서는 어떤 마음으로 경기에 임할지 각오나 계획 같은 걸 말해줄 수 있나?

플레이오프 자체가 NA LCS에서 "너흰 올라갈 자격이 된다"라는 증명을 해주는 것 아닌가 싶다. 우승까지 노려볼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온 힘을 다해 할 생각이다. 사실 아직 우리 팀이 많이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내가 스스로 만족할 수 있을 정도라면 1등도 했을 텐데, 아직 부족하니까 6등일 거다. PO 진출팀에 걸맞은 수준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