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진짜 겨울이 시작됐다는 듯 엄청난 한파가 찾아온 어느 날, 기자는 몸도 마음도 단단히 무장한 채 kt 롤스터의 연습실을 찾았습니다. 바로 '마타' 조세형 선수를 만나기 위해서였습니다. '마타' 선수를 인터뷰할 기회가 워낙 적었을 뿐만 아니라 그의 직설적인 화법(?)에 대한 이야기를 전부터 들어왔던지라 약간의 긴장감과 함께였죠.

하지만, 강추위에 코를 훌쩍이며 들어온 두 기자를 웃으면서 맞이해주는 '마타' 선수를 보니 걱정은 눈 녹듯 사라졌습니다. 기자가 들고온 아이스크림을 반가워했을 수도 있었겠지만요. 케스파컵 우승을 축하한다는 말과 함께 이런저런 소소한 이야기를 나누며 인터뷰를 위해 근처 카페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벌써 6년 차를 바라보고 있는 '마타' 선수이지만, 여전한 승부욕과 발전하고자 하는 마음가짐이 말 한 마디 한 마디에서 묻어났습니다. 짓궂은 농담도 섞어가며 때론 성숙하게, 때론 과감하게 답변을 이어갔죠. 전설처럼 내려오는 '마타식 오더'에 대한 이야기도 직접 들을 수 있었습니다. 제2의 도약을 꿈꾸는 베테랑 프로게이머 '마타' 선수와의 인터뷰, 지금 바로 시작합니다.




Q. 안녕하세요, '마타' 선수! 개인 인터뷰는 정말 오랜만인 것 같습니다. 독자분들께 간단한 인사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kt 롤스터 '마타' 조세형입니다. 인터뷰는 작년 초에 타 매체와 했던 게 마지막인데... 인벤과는 아예 처음인 것 같고요. 정말 오랜만에 인터뷰로 인사드리네요.


Q. 네, 저희와는 처음 인터뷰로 만나게 됐네요. 괜히 긴장되는데요(웃음). 거의 2년 만이다 보니 나눌 수 있는 이야기들이 많을 것 같아요. 먼저, 팀 이야기부터 해볼까요? 2017 시즌에 LCK로 복귀하시면서 큰 이슈를 몰고 왔는데, 당시 상황에 대해서 듣고 싶습니다.

만약 제가 그때 1년 더 중국에 머물렀다면 제 경력 5년 중에 반 이상을 중국에서 활동하게 되는 상황이었어요. 그렇게 되면 저는 중국 선수로 남겨질 것 같았죠. 그래서 한국에서 활동을 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고, 무엇보다 성적을 내고 싶었어요. 돈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우승이 더 고팠어요. 만약 돈이 목적이었다면 대우가 더 좋은 중국에 남았겠죠.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다가 (김)혁규랑 같이 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기면서 한국에 오게 됐어요.


Q. '데프트' 김혁규 선수와는 이전부터 '다음 시즌엔 같은 팀에서 뛰어보자'는 이야기가 오갔던 건가요?

그런 건 아니고 기회가 되면 그렇게 하면 좋겠다는 정도의 이야기가 있었죠. 혁규가 먼저 EDG와 계약이 끝나면서 그런 얘기를 나눴어요. 같이 할 수 있으면 좋겠고, 기왕이면 한국에서 하고 싶다는 정도로요. 그 이후에 저도 계약이 풀리고 나서 자연스럽게 혁규와 함께 할 수 있는 kt 롤스터로 입단하게 된 거죠.


Q. kt 롤스터에 가장 마지막으로 합류하시면서 의도치 않게 멤버를 모두 알고 들어갈 수 있었잖아요. 팀 구성을 처음 알게 됐을 때 느낌이 어땠나요?

제가 계약을 하는 시점에서는 어느 정도 다 알고 있었죠. 딱 느낌은 반반이었어요. 익숙한 것도 있었고, 빠르게 맞춰나가야겠다는 생각도 있었고. '스멥' (송)경호와 '스코어' (고)동빈이 형은 같이 게임을 해본 적이 없었거든요. 반면에 혁규나 '폰' (허)원석이는 오래 알고 지냈죠. 중국에서도 같은 팀은 아니었지만, 같은 리그에서 뛰었고요.


Q. 선수들 개개인 커리어가 굉장하잖아요. 경력도 다들 오래됐고. 우려의 시선이 많았고, 또 그 우려가 현실이 되기도 했어요.

연습을 하면서 의견이 100% 맞을 수는 없어요. 옳고 그름을 따지기보다는 합을 맞추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여러분이 생각하시는 것만큼 싸우거나 그런 건 아니었어요(웃음). 게임을 하다 보면 판단을 빠르게 해야 하잖아요. 거기서 의견을 맞추는 게 어려웠지 피드백을 할 때는 문제가 없었어요.

대회 경기 중에 의견이 안 맞을 때도 몇 번 있었죠. 가장 기억에 남는 경기가 SKT T1전이었는데, 아마 3세트였을 거에요. 저희가 그라가스-그레이브즈-제이스-애쉬-브라움을 플레이했었어요. 탑 억제기 쪽에서 5대 4 상황이었는데, 저는 넥서스를 치면 끝날 거라고 판단했거든요. 거기서 서로 생각이 달랐다 보니까 우물쭈물하게 되면서 패한 것 같아요.


Q. 이제 한 시즌이 흘렀잖아요. 이제 팀워크는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른 상태인가요?

아직도 맞춰나가야 하는 단계에요. 이제 막 케스파컵이 끝난 거라서. 그런데 케스파컵을 하면서 우리가 나아지고 있다는 걸 많이 느꼈어요. 의견을 통일하는 것뿐만 아니라 서로 게임을 보는 시각이 맞아가고 있다고요. 물론 아직은 부족하지만 발전한 상태예요.


Q. 무엇보다 이번 시즌에는 롤드컵에 진출하지 못한 아쉬움이 가장 클 것 같아요. 선발전에서 삼성 갤럭시에게 패하고 나서 팀에서 어떤 이야기가 오갔고, 개인적으로는 어떤 게 보냈는지 궁금합니다.

저희가 롤드컵에 갈 수 있는 많은 순간이 있었는데, 그 기회를 다 놓치고 내년을 생각해야 하는 입장이 됐잖아요. 여기는 프로 씬이다 보니까 성적이 안 나오면 팀이 분해될 수도 있는 게 당연해요. 팀적으로는 그런 부분에 대해 많이 걱정했던 것 같아요. 과연 팀이 유지될 수 있을까. 다들 힘들어했어요.

개인적으로도... 엄청 힘들었어요. 꽤 많이요. 제가 못해서 졌으니까 패배에 대한 억울함은 없는데, 짐으로써 잃는 게 너무 많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뿐만 아니라 제 주변 사람들도요. 팀이 분해되지는 않았지만, 이지훈 감독님이 사임하셨잖아요. 그런 걸 보면 마음이 아파요. 미안하고 고마운 마음이 커요. 감독님이 고생을 제일 많이 하셨으니까요. 죄송하다는 생각도 하고 있고. 너무 우울하게 들리는 거 아니에요?(웃음) 그나마 팀은 남아있으니 좋게 된 결과인 건데, 감독님이 저희 대신 성불하신 거죠.


Q. 이 자리를 빌려 이지훈 감독님께 한마디 해주세요.

어, 음... 어떻게 말해야 할지 잘 모르겠는데. 다신 만나지 마요? (웃음)농담이고요. 경력이 있고, 능력도 있으시니 무조건 잘 되실거라고 믿어요. 그래서 또 다시 만날 수밖에 없을 것 같아요.


Q. 힘든 한 해를 보내셨는데, 이번 케스파컵 우승이 좀 힘이 되셨겠네요?

개인적으로 대회를 우승해서 좋다기보다 이겼다는 그 자체가 좋았어요. 요즘 힘든 일이 많았거든요. 사적인 일은 아니고 팀 내 문제 때문에요. 많이 힘들었는데, 그걸 극복하는 단계였던 것 같아요. 그런 의미에서 저한테는 정말 중요한 대회였다고 생각해요. 연습 과정이 좋지 않았더라면 아마 저는 팀에 못 남아있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있었어요. 발전하는 모습이 없었다면 저도 감독님 따라서 갔을 것 같아요(웃음).


Q. 케스파컵을 연습하는 과정에서 '마타' 선수 폼이 꽤 좋았던 건가요?

제가 판단할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그래도 좋았으니까 제가 지금 팀에 남아있겠죠?(웃음)


Q. 아까 kt 롤스터가 이지훈 전 감독님의 성불(?)로 유지될 수 있었다고 했는데, 반대로 선수가 팀을 이탈할 수도 있던 상황이잖아요. 모두 남을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그건 저도 잘 모르겠어요. 일단 저는 다른 팀과 교류는 없었고요. 저뿐만 아니라 팀원 모두 '내년을 위해서 다 같이 잘해보자' 이런 마음가짐이 있었던 것 같아요. 올해에 못한 걸 내년에 다 해내자는 느낌? 1년 동안 저희가 아무것도 보여주지 못한 건 아니잖아요. 좋은 모습, 안 좋은 모습을 다 보여드렸죠.

안 좋았던 건 그만큼 우리의 합이 완전치 않았던 거니까 그것만 보완하면 된다고 생각했어요. 절대 우리가 못하는 팀이 아니라는 걸 보여주고 싶었죠. 한타도 못하고, 뒷심도 딸린다는 평가가 많은데, 다 알고 있는 부분이에요. 롤드컵 선발전에서 떨어지고 케스파컵을 준비하면서 그런 쪽으로 생각을 많이 하면서 연습했어요.


Q. 조금 오래된 이야기를 꺼내볼까 하는데요. 예전 구 삼성 시절에 '롤드컵 못가면 은퇴'라는 글이 적힌 메모를 붙여놓고 연습하는 게 화제가 된 적이 있어요. '마타' 선수하면 승부욕이 강한 선수로 알려져 있는데, 본인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센 편인 것 같아요. 프로게이머 중에 손가락 안에 들 정도로요. 우리 팀에선 경호가 저랑 성향이 비슷해요. 이기고 싶다는 생각이 정말 많은 것 같아요. 다른 친구들은... 모르겠어요. 다들 티를 잘 안 내는 성격이라서요. 저는 당연히 항상 이기고 싶어요. 5년 차이지만, 여전히 이기고 싶은 욕망은 커요. 솔로 랭크를 하면서도, 연습을 하면서도, 팀 게임을 하면서도요.


Q. 이제 벌써 '마타' 선수도 5년을 넘어 다음 달이면 6년 차 베테랑 선수가 되시네요. 시간이 참 빠른 것 같아요. '마타' 선수가 느끼기에 예전과 지금 환경의 가장 큰 차이점은 무엇인가요?

일단, 제가 나이가 많아요. 다들 어려요. 잘하는 친구도 많고. 데뷔할 때만 해도 제가 어린 편이었거든요. 그런데 지금은 10대 때부터 데뷔를 하잖아요. 그 부분이 좀 신경 쓰여요. '아, 내가 나이를 먹어가는구나' 싶어서요(웃음). 이제 경력으로나 나이로나 제 위로는 거의 없는 것 같아요. 얼마 전에 '샤이' 박상면 선수가 은퇴했다는 소식을 들었는데, 이제 저도 은퇴가 조금씩 다가온다는 걸 부정할 수는 없을 것 같아요.


Q. 나이 이야기를 하셨는데, 데뷔 때보다 피지컬이 떨어졌다거나 그런 게 느껴지는 건가요?

그런 건 아니에요. 피지컬은 오히려 더 좋아진 것 같아요. 왜, 머리로는 되는데 몸이 안 따라준다고들 하잖아요. 지금 제 나이 때는 그 정도는 아닌 것 같아요. 27, 28살 정도까지는 괜찮지 않을까 싶어요. 어린 선수들을 보면 피지컬이 화려하고 좋아 보이는 경우도 있는데, 반대로 경험이 부족해서 잘하지 못한다는 느낌을 받을 때도 많아요. 포장을 하자면 앞으로 경험이 쌓이면 잘해질 것 같은 게 보이는 선수랄까요. 직설적으로 말하면 지금은 못한다는 거죠.


Q. 신인이나 아마추어 선수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나 조언이 있다면요?

제가 막 그렇게 표본이 될 게 많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어떻게 말을 해야 하지(웃음). 연습을 열심히 하면 좋은 결과가 있을 거라고 말은 못하겠어요. 냉정하게 말하면 프로 씬에는 열심히 하는데 성적이 안 나오는 선수들이 더 많거든요. 현실적인 조언을 해주고 싶은데, 기왕 할 거면 하루 전부가 롤이 됐으면 좋겠어요. 게임을 하는 것뿐만이 아니라 일상이 그냥 롤이도록요.

공부를 잘하는 친구들을 보면 그렇잖아요. 걸어다니면서나 밥 먹으면서 시도 때도 없이 노트 읽고, 단어장 보고. 롤도 마찬가지예요. 계속 틈틈이 영상 챙겨보고, 밥 먹으면서도 롤 생각하고. 저를 예로 들자면요. 저는 숙소에 들어가는 길에 롤에 대한 이야기를 계속해요. 자기 전에도 롤 영상을 틀어놔요. 마지막 일과가 그거였어요. 하루종일 연습하고 지친 상태에서 롤 영상을 보면서 잠드는 거요. 저는 예전부터 지금까지 그렇게 하고 있어요.

또, 호기심이 많았으면 좋겠어요. 뭔가를 알려고 하는 선수는 많이 없는 것 같아요. 그런 게 성격 때문이라는 변명을 많이들 하는데, 잘하고 싶다면 뭐든지 적극적으로 했으면 좋겠어요. 주변에 분명 잘하는 사람이 있을 테니까 그 사람들에게 적극적으로 물어보고 그러면서요. 저는 가리지 않고 뭐든 많이 물어봐요. 다른 친구들이 귀찮아할 정도로요(웃음).


Q. '열심히' 라는 단어가 나와서 말인데요. 게임은 재능과 노력, 어떤 게 더 큰 비중을 차지한다고 생각하세요?

재능을 뭐라고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게임 센스라고 해야 하나. 애매하긴 한데, 어쨌든 재능이 많이 중요한 것 같긴 해요. 당연히 노력도 필요하지만 재능이 먼저 바탕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기사를 보고 계실 여러분들도 게임 열심히 하지 않으신가요? ...죄송합니다, 농담이에요(웃음).


Q. 옛날 이야기를 하나 더 꺼내볼게요. 약간 전설처럼 내려오는 이야기가 있잖아요. 구 삼성 선수들이 인터뷰에서 한번 언급했던 건데, '마타' 선수가 세 발 앞으로 가라고 해서 갔더니 킬이 들어온다든지, 궁을 쓰래서 썼는데 또 킬이 나왔다든지 그런 이야기요. 이거에 대한 '본인 피셜'을 듣고 싶어요(웃음).

맞는 것 같아요(웃음). 그 당시에는 그랬어요. 저는 상대방이 쉽게 알아들을 수 있도록 말하는 걸 좋아해요. 요즘에는 저렇게 말하면 오지랖이죠.


Q. 당시에는 게임을 보는 눈이 정말 남다른 선수라는 평가가 많았죠. 탈수기 운영이라는 말도 탄생했잖아요. 지금도 여전하다고 생각하시나요(웃음)?

지금도 판은 다 보여요. 아직 게임을 보는 시각은 최고인 것 같아요. 무조건 세 손가락 안에 든다고 자부해요. 근데 그런 식으로만 게임을 하다 보니까 제가 한타를 정말 못하는 거에요. 5년 동안 그러고 있었더라고요. 그걸 올해 알게 됐어요. 옛날 영상을 봤는데 가장 기억에 남았던 게 2014년도 롤드컵 때에요. 그때 제가 나미를 플레이했는데 제일 앞에 있더라고요. 그걸 보고 충격을 받았어요. 무슨 알리스타도 아니고... 스스로한테 욕을 많이 했어요. 그 영상을 보니까 얼마나 심각한지 알겠더라고요. 너무 말하는 거에 신경을 쓰다 보니까 제 플레이에 집중을 많이 못 했던 것 같아요.


Q. '마타' 선수의 트레이드 마크인 인게임 오더에 변화가 생긴 건가요?

오더 이야기를 많이들 해주시는데, 저는 오더를 굳이 내가 해야겠다고 해서 하는 게 아니라 게임을 하면서 이야기가 안 나오니까 답답한 마음에 하는 게 큰 것 같아요. 그게 익숙해졌나 봐요. kt 롤스터에 오고 난 후에는 말이 많이 줄었어요. 저는 오히려 말이 많을 걸 고치고 싶었거든요. 쓸데없는 이야기를 할 때도 있고, 틀린 말을 할 때도 있고. 근데 말을 하는 게 더 익숙하다보니까 잘 안됐던 거죠. 지금은 많이 고쳐진 단계에요.

롤챔스 때 오프더레코드 보셨죠? 만약 케스파컵에도 오프더레코드가 있었다면 확실히 제 분량이 줄은 걸 보실 수 있을 거에요. 앞으로는 차분하고 냉정하게 볼 수 있는 선수가 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Q. 선수로서는 내 플레이에만 집중할 수 있다는 게 오히려 좋기도 하겠네요?

전에는 너무 모든 걸 보려다 보니까 저한테 집중하지도 못했을뿐더러 스트레스도 많이 받았어요. 마음같이는 되지 않아서요. 제가 알고 있다고 해서 다른 사람들도 무조건 아는 건 아니잖아요. 설명에도 한계가 있고. 그런 게 신경이 많이 쓰였나 봐요. 답답하기도 하고. 근데 이제는 그러지 않아요. 어느 정도 내려놓은 거죠.

예를 들어 혁규랑 같이 하면, 혁규가 잘하든 말든 신경 안 써요. 그런 건 코치님들이 봐주실 테니까요. 제가 잘했냐 못했냐 더 중요해진 거죠. 올초에 목표가 뭐냐는 질문을 받았을 때, 우승과 함께 일인분을 하는 선수가 되는 거라고 했거든요. 그걸 지킬 수 있도록 다음 시즌에는 꼭 제 플레이에 집중해서 해보려고요.


Q. 아직 이른 이야기일 수도 있는데, 은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계신지도 궁금합니다. 게임을 보는 눈이 있다는 장점은 전략 코치로서 정말 좋은 조건일 것 같은데요?

당연히 은퇴에 대해 고민한 적이 있어요. 프로게이머로서 제 실력에 의구심이 들 때 그런 생각을 하죠. 단순히 못했다기보다는 이걸 이겨낼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 때가 있어요. 올해는 스프링 즈음에 비슷한 생각이 들었어요. 과연, 내 단점을 고칠 수 있을까? 인지는 하고 있는데, 4년이 넘게 하고 싶은 대로 하다가 고치려니까 쉽지 않더라고요.

다행히 케스파컵을 준비하면서 반을 성과를 이뤘다고 생각해요. 나머지는 시즌을 준비하면서 고쳐나가야죠. 만만치 않겠지만요. 배우는 단계라는 마음가짐으로 하고 있어요. 하나하나 헤쳐나가니까 기분이 되게 좋더라고요. 하다 보니 또 나름 쉬운 것 같기도 하고. 그래서 실력이 받쳐줄 때까지는 선수 생활을 하고 싶어요.

코치는, 음... 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는데 안 할 것 같아요. 이유는 대우가 좋지 않아서요. 제가 표현이 조금 서툰데, 대우라는 게 금전적인 것뿐만이 아니라 약간 팀적으로... 아, 지금 저희 팀 코치님이 그렇다는 건 아니고요. 저는 코치라는 자리가 지금보다 더 인정받을 수 있는 위치라고 생각해요. 코칭스태프도 팀의 일부인데 영광과 스포트라이트는 대부분 선수들에게 가잖아요. 그런 부분이 부족하다고 생각해요. 아쉽기도 하고요.


Q. 이제 진짜 2017년의 모든 대회가 끝이 났어요. 곧 다가올 2018년에 대한 각오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내년이면 kt에서 2년 차잖아요. 제 프로 생활에서 가장 중요한 시기가 될 거라는 생각이 들어요. 이번처럼 성적도 못 내고 떨어지면... 상상도 하기 싫을 정도예요. 내년에는 무조건 우승해야죠. 롤챔스 정규 시즌과 롤드컵에서 모두 우승하면 당연히 좋겠지만, 아무리 못해도 정규 시즌 우승을 한 번 해야 할 것 같아요.

제가 데뷔하고 나서 바로 롤챔스 우승을 하고, 그 뒤로는 없거든요. 당시에는 어려서 그랬는지 롤챔스 우승이 크게 와 닿지 않았는데, 나중에 생각해보니까 이거 없었으면 어떡할 뻔 했나 하는 생각도 많이 들더라고요. 정규 시즌에는 꼭 다시 한 번 우승을 하고 싶어요.


Q. 알찬 인터뷰 감사합니다(웃음). 마지막으로 팀원들이나 팬들께 메시지를 전하면서 마무리하도록 할게요.

팀원들한테는 작년 같은 아쉬움이 남지 않도록 다 같이 합심해서 목표를 이뤘으면 좋겠다고 전하고 싶어요. 그리고, 내년에는 진짜 1인분 이상을 하는, 한타 때도 잘하는 모습을 보여드릴 테니 격려와 응원, 그리고 많은 비판 부탁드립니다! 제 욕을 하셔도 상관없으니까 게임적으로 못하는 부분이 있다면 이야기해주셨으면 좋겠어요. 올라오는 글 같은 거 다 보거든요. 저한테는 중요한 자극제에요. 얼굴 못생겼다 같은 건 그냥 욕이니까 안되고요(웃음). 열심히 해서 내년엔 더 좋은 모습 보여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