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적으로는 90%는 이겨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못해도 최소 80% 이상은 되어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

지난 1월, 오버워치 리그 정규 시즌 개막을 축하하는 미디어데이에서 서울팀이 밝힌 리그 출사표다.

당시만 해도 저 말을 오만하다거나, 실현 불가능하다고 여긴 사람은 많지 않았다. 서울은 세계 최고의 리그였던 APEX를 2번이나 제패한 (구) 루나틱하이 멤버들이 주축이었으며, 미로-준바-류제홍-토비 등은 한국의 국가대표로 선발되었던, '세계 최고의 한국에서도 최고로 손꼽히는 선수'들이었다.

이런 세계 최고의 탱커-힐러에 플레타-먼치킨-버니 등이 합류하면서 최정상의 딜러진까지 갖추게 되었다. 딜러 포화라는 말이 있었으나 최정상급 선수들이 모여있다는 점에는 변함이 없었다. 오히려 이런 강한 주전 경쟁이 선수들의 경쟁 심리를 자극, 기량 향상에 밑바탕이 될 거라는 의견도 있었다. 이런 최고의 팀이 e스포츠 종주국인 한국의 서울을 대표한다는 것은 팬들에게도 자부심이 될만한, 그런 팀이었다.

0승 4패. 현재 스테이지4에서 서울이 거두고 있는 성적이다. 최근 분위기만 안 좋은 것이 아니다. 3연속 타이틀매치 진출 실패, 최근 10경기 3승 7패. 손발이 다소 맞지 않는 모습을 보이며 스테이지1에서 아쉽게 타이틀매치 진출에 실패한 그때만 해도 이들의 호흡이 잘 맞아떨어지기 시작하면 분명 적수를 찾기 힘든 팀이 될 거라 생각했다. 그러나, 스테이지1에서 선보인 모습이 지금까지 서울이 보여준 가장 베스트일거라는 생각은 누구도 하지 못했다.

전체 순위가 7위까지 떨어지며 이제 플레이오프 탈락까지 눈앞에 두게 된 서울, 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최근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선수들의 전반적인 집중력 하락이다.

스테이지4의 서울팀 경기에서 가장 자주 나오는 장면은 바로 해설의 말문을 막히게 하는 실수들이다. 한타를 앞두고 궁극기를 들고 있는 영웅이 허무하게 죽는다거나, 이길 수 있는 궁극기 보유 상황임에도 궁극기를 쓰지 못한 채 죽는 것 등은 최근 서울팀의 패배 직전에 빈번하게 등장하는 장면이다.

또, 진입 타이밍이 서로 맞지 않거나 결정적인 순간에 팀적인 커버가 이루어지지 않는 모습이 반복되는 걸 볼 수 있다. 한 번은 상대방의 슈퍼 플레이에 의한 결과일 때도 있다. 다만, 이후 같은 장면을 다른 전장에서 그대로 반복한다는 건, 팀적인 측면에서의 유기적인 피드백이 이루어지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 같은 경기, 다른 전장에서 나온 데자뷰 같은 실수
개인의 실수, 팀 호흡 등 최근의 서울은 여러 측면에서 약점을 노출하고 있다


앞선 선수들의 집중력 하락 문제와 결부하여 로스터 구성 및 선수 기용 측면도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다. 사실, 이는 팬 사이에서 가장 많은 질타가 있었던 부분이다.

서울은 시즌 시작 당시 총 11명으로 로스터가 구성되어 있다. (이후 버니 방출, 갬블러 영입) 시즌 시작 당시 11명은 모든 로스터를 다 채운 런던, 필라델피아를 제외하면 가장 많은 숫자였으며, 그만큼 시즌 운용에 필요한 인원을 모두 확보한 상태여야만 했다.

그러나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그들 중 대부분은 딜러라는 게 문제였다. 서울은 이 선수들 중 일부를 '플렉스'로 운용하면서 어떤 자리도 다 커버할 수 있을 정도로 실력을 키우겠다는 복안이었는지는 모르겠으나, 결과적으로 그들의 복안은 실패했고, 로스터는 무너졌다. 플렉스인 준바-제퍼를 포함, 탱커 4인 중 리그에서 합격점을 받은 선수는 준바가 유일했고, 결국 스테이지3 후반에는 메인 탱커 자리에 서브 힐러였던 류제홍이 들어가는 사태까지 벌어진다.


▲ 탱커 류제홍의 등장은 서울 로스터의 한계성을 보여준 사례로 남게되었다


그리고 류제홍 선수의 빈자리는 '딜러'로 APEX 우승에 공헌했던 기도 선수가 차지하게 된다. 사실, 기도 선수가 서브 힐러의 역할을 담당하는 것은 크게 놀라운 일은 아니다. 이미 그는 몇 차례 서브 힐러로 무대에 선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다만, 여기에서 고개를 가로젓게 하는 부분은, 힐러로서의 역량 자체는 사실 (기도 선수가) 류제홍 선수를 따라갈 수 없었다는 점, 그리고 그 류제홍 선수조차 오버워치 리그에서는 냉정하게 봤을 때 중상위권 정도의 서브 힐러 정도였다는 점이다.

당연히 정규 시즌 무대에서 깜짝 기용된 류제홍 선수의 탱커는 리그의 다른 탱커들과 비교해 아쉬운 측면이 많았다. 선수의 노력과 천재성으로 나중에는 탱커도 어느 정도 기량을 인정받게 되었으나, 서브 힐러 진영이 붕괴되면서 다시 팀 밸런스가 무너지는 결과를 초래했다. 결국, 스테이지4에서는 다시 미로-쿠키 등의 선수들이 주전 출전하였으나, 결과는 아는 것처럼 패배로 이어졌다.

시즌 전 성급한 로스터 구성과 선수 대체 기용의 실패, 그리고 대체된 후 다시 등장한 선수들의 실전 감각 하락 등이 맞물리면서 스테이지4의 4연패라는 결과를 낳았다. 시즌 시작 당시 서울보다 적은 선수단을 운영했던 대부분의 팀들은 현재 뉴욕-플로리다를 제외하면 모두 10명 이상의 선수를 구성하였으며, 리그를 운영하면서 필요한 부분을 잘 영입했다는 평가를 듣고 있다.

바로 지난주, 서울을 제치고 전체 6위로 뛰어오른 LA 글래디에이터즈는 부족한 부분의 선수 영입 효과를 제대로 누린 팀이며, 사실 서울만 해도 시즌 중 계약한 갬블러 선수의 영입은 꽤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결과적으로 서울은 균형 있는 로스터를 구성하지도 못했고, 빠른 로스터 구성의 이점을 살리지도 못했으며, 로스터 구성의 불균형으로 인한 선수 기용의 한계를 노출하면서 팀이 전체적인 하락세를 맞고 있다. 스테이지3 이후 추가 선수 영입이 불가능해지면서, 이제 서울팀의 문제는 팀 자체의 역량으로만 해결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하게 되었다.


▲ 시즌 중 영입되어 팀의 부족한 부분을 잘 메웠다는 평가를 받는 선수들
(좌측부터 LAG 피셔, SEO 갬블러, NYXL 아나모 선수)


그런데, 앞서 말한 문제들보다 더 큰 문제는 바로 이 '팀'으로서의 서울의 모습이 더이상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는 앞서 말했던 '빠른 로스터 구성의 이점'과도 연결된 것으로, 흔히 말하는 팀 합의 측면이다. 이는 기존의 서울, 혹은 루나틱하이 시절의 서울과는 가장 다른 점이다. 사실, 현재 서울의 모태가 되는 루나틱하이는 모든 선수들이 개인 기량으로 다른 팀을 압살하기보다, 팀의 합으로 상대를 누른 경우가 많았다.

가령 APEX 시절 런어웨이나 콩두 판테라와 같은 팀과의 결승을 돌이켜보면, 개개인의 퍼포먼스는 상대 팀보다 떨어졌으나, 매 경기 피드백을 통해서 자신들의 문제점을 찾고 팀으로서 문제를 극복하며 우승을 차지했었다. 이는 분명 서울팀의 강점이 돼야 했었다. 한 팀을 모태로 선수단을 구성한 대부분의 리그 팀은 이런 '팀 케미스트리'라는 이점을 살리고자 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의 서울은 매 경기, 매 세트 비슷한 실수를 반복하며 무너지고 있다. 시즌 초반 부진했던 몇몇 팀들은 스테이지를 거듭할수록 팀 합이 좋아지면서 점차 상대하기 쉽지 않은 팀들이 되고 있다. 스테이지2부터 비상한 필라델피아, 피셔 영입 이후 강팀으로 거듭나고 있는 LA 글래디에이터즈, 스테이지4에서부터 태풍의 핵이 되고 있는 댈러스와 샌프란시스코까지 모두 진일보한 경기력을 선보이고 있는 이때, 서울만은 여전히 프리시즌의, 그리고 스테이지1의 모습을 그대로 되새김질하는 느낌이다.


▲ 오버워치 리그 스테이지4 순위표

▲ 오버워치 리그 시즌1 순위표
각 디비전 1위 2팀과 이후 성적 상위 4팀이 플레이오프에 진출한다


이제 서울에게는 기회가 얼마 남지 않았다. 스테이지4 3주 차를 맞는 현재 4전 전승 팀이 2개, 3승 이상의 팀이 5개가 넘는 상황에서 4연패로 시작한 서울이 이번 스테이지에서 타이틀매치에 진출할 확률은 그리 높지 않다.

그리고 지난 스테이지4 2주 차에서는 스테이지 시작 당시 우려했던 것처럼 지구 선두의 자리를 빼앗김과 동시에 플레이오프 순위권에서도 밀려나기까지 했다. 이제 더는 물러설 곳이 남지 않았다.

한 가지 다행인 것이라면, 이번 3주 차 일정이 다소 수월한 상대인 상하이-플로리다 경기라는 점이다. 패배에 익숙해져 가고 있는 서울로서는 분위기를 전환할 절호의 기회이다. 그러나, 사실 이 두 팀 또한 같은 생각을 하고 있을 것이다. 이 세 팀은 모두 스테이지4에서 나란히 4연패 중인, '어깨를 나란히'하고 있는 팀이며, 조금씩 개선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상하이는 이번 서울전이 34연패를 탈출할 좋은 기회라고 생각할 것이다.

타이틀매치는 물론 플레이오프에서까지 멀어지면서 험난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는 서울, 과연 그들이 시즌1 끝에 웃으며 플레이오프를 맞이할 수 있을까? 한국의 서울을 대표하는 팀답게, 팬들에게 납득할 수 있는 경기력을 보여주길 기대해본다.


▣ 오버워치 리그 스테이지4 서울 다이너스티 향후 경기 일정

5월 31일(목) 오전 10시 - vs 상하이 드래곤즈
6월 2일(토) 오전 10시 - vs 플로리다 메이헴
6월 7일(목) 오전 8시 - vs 보스턴 업라이징
6월 9일(일) 오후 12시 - vs 필라델피아 퓨전
6월 14일(목) 오후 12시 - vs 댈러스 퓨얼
6월 16일(토) 오전 10시 - vs LA 글래디에이터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