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에 진행된 개막전을 시작으로 세 달 동안 쉴 틈 없이 달려온 2018 LCK 섬머 스플릿이 어느덧 결승전 한 경기만 남겨두고 있다. 9월 8일 인천 삼산월드체육관에서 완전체에 가까워진 kt 롤스터와 이변의 주인공 그리핀이 마지막 결전을 벌인다.

그동안 기대 이하의 성적을 기록하며 아쉬움을 삼켰던 kt 롤스터는 드디어 '슈퍼 팀'에 걸맞은 면모를 보여주며 결승전에 올랐다. 마침표를 제대로 찍기 위해선 우승컵이 반드시 필요한 상황이다. 이에 맞서는 그리핀은 그들의 행보를 단순히 하나의 이변으로 마무리하는 것이 아닌 LCK의 역사의 한 페이지로 장식하기 위해 우승컵을 들어올려야 한다.

두 팀의 대결은 그야말로 변수 덩어리다. 쉽게 예측이 가능한 라인이 단 하나도 없다. 특히, 가장 혼돈의 격전지가 될 가능성이 높은 라인은 단연 바텀이다. 밴픽에 따라 혹은 다른 라인의 주도권 싸움 결과에 따라 바텀 구도도 크게 달라질 것이다.

시즌 초반을 지배했던 '비원딜' 메타도 아직 완전히 끝난 것이 아니다. 우리가 예상하지 못한 구도가 얼마든지 나올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두 팀 바텀 듀오의 움직임 하나하나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바이퍼' 박도현-'리헨즈' 손시우
비원딜 최강자 '바이퍼', 변수 창출의 대가 '리헨즈'



이번 시즌 가장 인상적인 활약을 보여준 원거리 딜러를 뽑자면 단연 '바이퍼 '박도현이 떠오른다. 블라디미르, 스웨인 등 싸움에 특화된 AP 챔피언을 꺼내 말 그대로 한타를 지배했다. 미드라이너 선수들을 재치고 '블라디미르 최강자'라는 칭호를 괜히 얻은 것이 아니다. '비원딜' 메타였던 1라운드에서 그리핀이 8승 1패의 호성적을 기록할 수 있었던 것도 박도현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그렇다고 해서 박도현이 '비원딜' 챔피언만 잘 다루는 것은 아니다. 애쉬, 바루스, 이즈리얼, 카이사 등 메타에 어울리는 원거리 딜러 챔피언도 수준급으로 잘 사용했다. 원거리 딜러의 필수 덕목인 포지셔닝, 집중력, 반응속도 역시 탑급이다.

플레이오프 2라운드 마지막 5세트서 야스오의 궁극기를 수은 장식띠로 해제하고 빠르게 뒷 점멸을 쓰는 모습은 그야말로 압권이었다. 대부분 경기에서 박도현이 허무하게 잘리는 장면은 거의 찾아볼 수 없다. 그만큼 모든 경기에서 100%의 집중력을 발휘하고 있다. 박도현에게 '노련한 신예'라는 말이 유독 어울리는 이유다.


그리핀의 서포터 '리헨즈' 손시우 역시 이번 결승전에서 주목해야 할 선수다. '투신' 박종익과 유사한 플레이 스타일로 이니시에이팅과 플레이 메이킹 능력이 탁월하다. 또한, 라인전 단계에서 갱킹 회피 능력도 발군이다. SKT T1전에서 쉔으로 3인 도발을 성공시키며 상대의 갱킹을 완벽하게 막은 장면은 이번 시즌 명장면 중 하나로 꼽힌다.

뛰어난 상황 판단을 바탕으로 변수 창출 능력도 갖췄기 때문에 이번 결승전에서 모두의 예상을 뛰어넘는 슈퍼플레이를 충분히 보여줄 가능성이 있다. 변수가 있다면 밴픽이다. 손시우에게 유일한 약점으로 꼽히는 것이 다소 좁은 챔피언 폭이다. 서포터 집중 밴이 힘든 메타지만, 만약 손시우 집중 공략 밴이 들어간다면, 손시우 입장에서 증명해야 할 것이 많이 남은 셈이다.


'데프트' 김혁규-'마타' 조세형
DPM 1위 '데프트', 탈수기 운영의 중심 '마타'



LoL에서 원거리 딜러가 갖춰야 할 여러 가지 필수 요소가 있다. 생존력도 그중 하나다. 원거리 딜러가 먼저 잘릴 경우 대부분의 전투에서 패하기 때문에 생존력은 필수다. 하지만, 생존만 할 줄 알고 딜을 못 넣으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 어떤 상황에서도 적에게 딜을 욱여넣을 수 있는 능력. 즉, DPM 만큼 원거리 딜러의 기량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수치는 없다.

그런 면에서 '데프트' 김혁규는 이번 시즌 최고의 원거리 딜러다. 전황이 불리하거나 CS 수급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상황에서도 김혁규는 악착같이 딜을 넣었고, 결국 이번 시즌 DPM 1위를 차지했다. 김혁규가 한타에서 과감하게 앞으로 점멸을 사용하는 모습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그 정도로 딜에 모든 것을 집중하는 스타일이다. 물론, 지나치게 과감한 플레이로 허무하게 잘리는 경우도 있지만, 뒤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보다 훨씬 낫다.

사실 김혁규의 진정한 강점은 라인전에서부터 나온다. 김혁규는 상대 원거리 딜러의 체력을 영리하게 갉아먹을 줄 아는 선수다. LPL 리그 EDG에서 활동할 당시에 '우지'를 상대로 라인전에서 압도하는 모습을 여러 차례 보여주기도 했다.

최근에는 약점으로 꼽혔던 기복이 있는 플레이도 쉽게 보기 힘들기 때문에 무난하게 경기가 진행될 경우 kt 롤스터가 바텀 주도권을 잡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kt 롤스터의 바텀이 강한 이유는 '데프트' 김혁규의 활약 때문만은 아니다. kt 롤스터 탈수기 운영의 핵심인 '마타' 조세형이 언제나 묵묵하게 팀을 지원하고 있었기 때문에 모든 것이 가능했다. 조세형은 넓은 시야와 특유의 맵 장악력을 바탕으로 MVP 오존과 삼성 화이트 시절부터 팀의 오더를 담당했다. kt 롤스터에서도 탈수기 운영을 주도하며 잘 드러나지 않는 곳에서 부지런히 활약했다.

또한, 날카로운 스킬 센스를 보유해 라인전에서 강할 뿐만 아니라 로밍력, 시야 장악 등 서포터가 가져야 할 모든 덕목을 갖췄다. 중요한 순간마다 탐 켄치와 브라움으로 '데프트' 김혁규를 슈퍼 세이브 하는 것도 수많은 장점 중 하나다. 이번 결승전에서 운영의 대가 조세형이 비교적 경험이 부족한 그리핀을 상대로 얼마큼 노련미를 과시할 수 있을지 기대된다.


가장 중요한 건 역시 밴픽!
애쉬, 바루스가 밴될 경우?



정규 시즌 두 번의 대결에서 '데프트'와 '마타'가 '바이퍼'와 '리헨즈'를 상대로 판정승을 거뒀다. kt 롤스터가 라인전 주도권을 먼저 잡고 탈수기 운영을 통해 그리핀의 손과 발을 묶고 승리를 따냈다. 물론 결승전이 같은 패턴으로 흘러갈 가능성은 매우 낮다. 패배를 통해 빠르게 성장하는 그리핀이라면 특별한 무언가를 가져올 것이다.

평범하게 애쉬와 바루스를 나눠 가져가거나 예상이 가능한 무난한 픽이 등장할 경우 kt 롤스터의 우세가 예상되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높은 티어의 원딜 챔피언이 먼저 밴될 경우, 비원딜 챔피언이 다시 등장할 가능성이 있다. 초반 라인전이 강한 애쉬와 바루스가 없다면 비원딜 챔피언도 충분히 초반 주도권을 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바텀에서 비원딜 챔피언 대결 구도가 만들어지면 반대로 그리핀의 우세가 예상된다.

서포터의 경우 알리스타, 브라움, 라칸, 탐 켄치 정도를 예상할 수 있다. 가장 최근 경기에서 그리핀은 브라움을 적극적으로 기용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kt 롤스터도 원하는 밴픽 구도를 만들면 무조건 이긴다는 마인드가 엿보였다.

확실한 건 지금의 메타에서 라인전 주도권을 먼저 잡은 쪽이 끝까지 유리함을 가져갈 수 있다는 점이다. 이번 결승전은 밴픽부터 주도권을 잡기 위해 치열한 심리전이 오갈 것이다.


2018 LoL 챔피언스 코리아 섬머 스플릿 결승전 일정

kt 롤스터 vs 그리핀 - 오후 5시(인천 삼산월드체육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