픽 단계에서부터 특정 챔피언의 초상화가 비추면 불안감이 몰려오곤 한다. 이러한 챔피언을 만나면, 게임에 들어가기도 전부터 사기가 꺾기기 시작한다. 실제 통계상으로도 낮은 픽률과 승률을 기록하고 있는 챔피언이라면, 결과 자체도 좋지 않은 경우가 대다수다.

리그오브레전드(이하 롤)는 하나의 팀을 구성해 게임을 진행하는 만큼, 아군 챔피언과의 상성이나 호흡도 매우 중요하다. 때문에, 각 유저마다 선호하는 아군 챔피언이 따로 있기 마련인데, 반대로 선호하지 않는 챔피언이 있는 것은 더욱 당연하다. 그렇다면 아군으로 맞이하고 싶지 않은 불명예 챔피언은 누가 있을까?

※ 해당 기사는 반쯤 흥미 위주로 작성된 기사입니다.


■ 후보1. 144번째 신규 챔피언으로 등장한 '유미'!

▲ 귀여운 외모를 가진 서포터 포지션의 신규 챔피언 '유미'

9.10 패치로 등장한 144번째 신규 챔피언 '유미'는 서포터로 설계된 챔피언이다. '밀착'이라는 독특한 상태에서 아군에게 보호막과 치유 효과를 제공할 수 있으며, 귀여운 외모로 출시 전부터 많은 관심을 받았다. 하지만, 소환사의 협곡에 합류한 유미는 첫날, 30% 대의 치욕적인 승률을 기록하며 금세 기피 대상으로 자리 잡았다. 사태가 심각했던 만큼, 이틀 뒤에 꽤 큰 폭의 상향이 진행되었지만, 이미지가 쉽게 바뀌진 않는 모습이다.

이제는 '기생'이라는 표현까지 붙게 된 유미는 라인전부터 한타 단계까지, 다른 챔피언들에 비해 장점이 턱없이 부족하다. 라인전 단계에서는 Q 스킬을 이용한 견제가 이뤄지긴 하지만, 다른 견제형 서포터에 비해 강하다고 볼 수 없다. 또한, 밀착 상태에선 상대하는 입장에서 포커싱이 더 잘된다는 치명적인 단점도 가지고 있다. 여기에 점멸을 들지 않는 챔피언 특성상, 밀착하고 있던 아군이 죽으면 자연스레 1+1이 되는 현상까지 가지고 있다.

강력한 CC도 부족한 만큼, 한타에서의 활약에도 제약이 많다. 이처럼 유미는 라인전부터 한타까지 많은 단점을 가지고 있기에, 아군으로 함께할 땐 불안감을 쉽게 떨쳐낼 수 없다. 출시 이후 유저들의 숙련도가 올라감에 따라 승률이 점차 오르고 있는 모습이긴 하지만, 그럼에도 아직까진 유미와 함께 라인전을 하는 원딜이나 아군들은 유미 자체를 크게 반가워하진 않는 모습이다. 픽 창에서 유미를 선택하면 정말로 할 거냐고 되묻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 '프레이'의 유미와 함께 할 생각에 신난 강찬밥(전 엠비션)
(출처 : 앰비션 유튜브)

▲ 30%의 승률부터 시작한 유미는 현재 약 40% 대의 승률을 기록하고 있다
(출처 : fow.kr)



■ 후보2. 롤의 과학! 공식과도 같은 야스오

▲ "바람을 맞아라!"라는 대사는 "발암을 맞아라!"가 된지 오래다

야스오는 롤의 깨지지 않는 과학이다. 적 팀에 있을 땐, 그 누구보다 강한 챔피언이지만, 아군에 있을 땐 이와 반대이기 때문이다. 야스오가 있는 게임에선 '야스오 때문에 졌다'와 '야스오 때문에 이겼다'의 두 가지 상황이 연출된다. 전자는 아군일 때고, 후자는 적군일 때가 대부분이다. 이러한 공식은 쉽게 깨지지 않는다.

슈퍼 플레이어 또는, 트롤이라는 극단적인 요소를 가지고 있는 야스오는 출시된지 꽤 오랜 기간이 지난 챔피언인데, 플레이를 위한 난이도 즉, 높은 숙련도를 요구하는 챔피언으로 대표된다. 매드무비에서 우리가 쉽게 접할 수 있는 야스오는 뛰어난 센스와 실력을 겸비한 파일럿의 손에 의해 빚어진다. 반면, 아군으로 만나는 야스오는 이런 매드무비를 시청한 뒤, 야스오를 '연습'하거나 '그냥'하는 유저일 확률이 크다.

때문에 픽창에서 야스오를 조우할 경우, 팀원의 사기는 크게 떨어지기 시작한다. 혹여나 야스오가 솔로 킬을 당했을 경우에는 상황이 더 크게 악화된다. 야스오를 잘 다루는 유저를 아군으로 만나거나, 혹은 캐리를 받는 일은 상당히 드물기에, 야스오 역시 아군으로 만나는 일이 달갑지는 않다. 야스오와 함께할 때의 불안감은 곧 현실이 되기 때문이다.


▲ 우리팀(?)이라고 치면 자동 완성 첫 번째에 뜨는 "우리팀 야스오"

▲ ??? : 아 저게 안죽네



■ 후보3. 극도의 스트레스 유발자. 이제는 상징적인 존재가 되어버린 티모

▲ ^오^

흥미로운 연구 결과가 있다. 바로 'Cute Aggression'이라 부르는 심리학적 작용이다. 이는 귀여운 것을 보면 자신도 모르게 깨물어 주고 싶은 충동이 이는 상태로, 미국 예일대학교의 아라곤 박사와 그의 연구팀이 밝혀낸 연구 결과다. 인간이 귀여운 것을 볼 때 감정의 과잉이나 흥분을 가져오는데, 뇌에서 이 상황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공격성'을 끌어올린다는 내용으로, '귀여운 공격성'이라 정의하고 있다.

롤에서 등장하는 '요들'이라는 종족은 대개 작고 귀여운 외모를 가지고 있다. 이 중 티모는 롤을 대표하는 귀여운 외모를 가지고 있다. 그래서일까? 많은 유저들은 티모를 흔히 '찢고 싶다'고 표현하곤 한다. 티모는 정말 찢어버리고 싶을 만큼 귀여울까? 이는 사실 귀여운 공격성과 관계가 없다.

티모는 귀여운 외모와 달리, 아군과 적군 모두에게 선호되지 않는 챔피언 중 하나로 손꼽힌다. 적군에 있을 땐 짜증을 유발하는 상태 이상인 '실명'과 '유독성 함정'(독버섯)을 이용해 상대를 괴롭힌다. 때문에 상대하는 입장에선 혈압이 오르기에 충분하다. 이처럼 티모는 라인전 단계에서는 상대를 괴롭히는 데 최적화된 스킬을 구성을 가지고 있어 상대하는 입장에선 힘들기보다 짜증 난다는 느낌을 받게 하는 만큼, 흔히 '찢고 싶다'는 표현을 사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또한, 반대로 아군에 있을 땐 이러한 강점은 온데간데없고, 무력한 모습을 보여주곤 한다. 특히, 티모가 성장을 잘했을 때도 게임에선 패배하는 아이러니한 결과와 마주하는 경우도 잦은 편이다. 혼자 있을 때 제 위력을 발휘하는 챔피언인 만큼, 팀적인 측면에서의 기여도가 적기 때문에 나타나는 결과다. 이제는 상징과도 같은 존재가 된 만큼, 이러한 이미지는 앞으로도 크게 바뀌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 '짜증'을 유발하는 티모의 스킬 구성

▲ 통계 사이트에선 원딜을 제외한 모든 포지션에서 활약한 걸 확인할 수 있다
(자료 출처 : fow.kr)



■ 후보4. 정글의 친구 아이번! 아군과는 친구일까?

▲ 유저와는 그닥 친하지 않은 것 같은 정글의 친구 '아이번'

아이번은 정글의 친구다. 정글 몬스터는 아이번을 공격하지 않는다는 설정을 가지고 있어, '자연의 아버지'라는 타이틀과 잘 어울리는 챔피언이다. 하지만, 타이틀이 차라리 '정글의 지배자'나 '정글의 폭군'이었으면 어떨까 싶다. 치고받고 싸우기 바쁜 롤에서 '평화'에 어울리는 콘셉트는 메리트를 찾아볼 수 없기 때문이다.

아이번의 전투 장면은 '숟가락 살인마'를 떠오르게 한다. 강력한 '한방'과는 거리가 먼 전투 스타일처럼을 가지고 있는데, 실제로 전투력 자체도 약하기 그지없다. 갱킹을 오거나, 라이너의 뒤를 봐주며 역갱킹을 설계해도 전혀 든든하지 않다. 오히려 아이번의 가냘픈 다리처럼, 불안하기만 하다.

아이번은 독특한 설정 덕에 정글 몬스터와 전투를 치르지 않아도 정글링이 가능하고, 오브젝트인 부쉬까지 만들어 낼 수 있는 재미있는 챔피언이다. 문제는 재미만 있다는 점이다. 패시브를 이용해 정글 몬스터를 손쉽게 먹을 수 있을 것 같지만, 실상은 쉽게 카운터 정글링의 표적이 된다. 또한, 교전에서 강점을 찾아볼 수 없는 스킬 구성으로 전투력 자체도 최하위라고 볼 수 있다. 이러한 특성 덕에, 아이번은 오히려 '정글에서 플레이하는 서포터'라는 독특한 포지션으로 자리 잡았다.

따라서 플레이 스타일 자체가 타 정글 챔피언들과 다르게 더 치밀하고 전략적이어야 한다는 숙제를 가지고 있다. 손해를 최소화하고 이득을 극대화할 수 있는 '역 갱킹' 등, 피지컬보다 뇌지컬의 요구도가 더 높은 만큼, 게임에서 활약하는 장면은 극히 드문 것으로 보인다. 정글의 영향력은 초반 게임의 우위에 크게 관여하는 만큼, 이러한 영향력이 없는 아이번에 대한 다른 유저들의 인식은 좋지 않은 모습이다.


▲ 아이번의 가냘픈 다리를 보면, 든든한 느낌과는 거리가 멀다

▲ 실제로 아이번의 이미지는 강력한 정글러와 거리가 멀다


이외에도 같은 팀으로 만나고 싶지 않은 챔피언은 더 많이 있을 것이다. 각자 주로 하는 포지션이나 이전에 겪은 상황으로 생긴 트라우마 등이 특정 챔피언을 기피하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다양한 챔피언 중, 자신이 생각하는 기피 1순위 챔피언은 누구일지, 다시 한번 생각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예비 픽으로 해당 챔피언이 초상화에 올라오기 전에, 바로 밴을 할 수 있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