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해 미스핏츠의 매니저로서 국내 LoL 팬들에게 알려지기 시작한 박현선은 이전부터 각종 대회의 호스트, 공식 통역 등 세계를 누비며 수많은 업무를 수행해 왔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T1의 공식 발표를 통해 매니저 겸 분석가로서 LCK 입성을 알리게 되었습니다.

3가지 이상의 외국어 구사 능력은 물론, 다양한 이스포츠 업무 경험으로 무장한 박현선은 ‘다재다능’이라는 타이틀이 정말 어울리는 인물이기도 합니다. 앞으로 그녀는 T1의 새로운 매니저로서 특유의 밝은 건치 미소와 쾌활한 성격으로 팀의 단합과 관리를 돕고, 분석가로서는 게임에 대한 지대한 관심과 지식으로 데이터를 냉철하게 분석할 예정입니다.

책임감 무거운 T1이라는 이름 아래에서 새 삶을 시작할 박현선은 과연 어떤 사람일까요? 짧은 인터뷰로나마 독자 분들께서 그녀에게 신뢰와 환영을 보내길 희망하며, 홍대입구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박현선을 만났습니다.




안녕하세요! 이렇게 인터뷰로는 새롭게 인사드리게 되었는데,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이번에 새롭게 T1의 매니저, 그리고 분석가로도 활동하게 된 박현선입니다.


매니저와 분석가… 정확히 어떤 일을 하게 되는 건가요?

팀 매니저로서는 게임 외 선수들의 관리를 기존 매니저님과 같이 하게 됩니다. 분석가는 한국의 모든 팀이 다 보유한 보직은 아닌데요, 저는 '똘끼' 분석가와 함께 상대 팀의 플레이를, 그리고 솔로 랭크 게임을 보고 데이터를 분석하며 코치진을 보조하는 역할을 수행할 예정이에요. 팀을 절대 터치하지 않되, 코치진에서 사용할 수 있는 데이터를 제공할 예정이죠. 앞으로 LCK를 준비하고 치르며, 저희가 어떤 도움을 줄 수 있는지에 대해 증명해 보일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일단 제 메인 업무는 팀 매니저에요. 하지만 저는 당시 대표님과 이야기를 할 때, '나는 조금 더 도전적인 일을 하고 싶다'고 했어요. 팀 매니저라면 많은 사람들이 팀의 어머니 역할을 한다고 생각하는데, 저는 어머니에 그치고 싶지 않다고 했죠. 좀 더 게임 내적으로도 배움을 얻고 싶다고 어필했어요. 그렇기에 분석을 같이 할 수 있게 되었어요.


사실 이력이 참 다양하시죠. 이스포츠 씬에서 여러 일을 해 왔는데요, 어떤 이스포츠 삶을 살아 오셨나요?

2015년에 파리에서 진행한 롤드컵 그룹 스테이지를 처음으로 이스포츠에 발을 들였어요. 그 당시 고등학교 친구들이 ‘라이엇에서 한영 통역을 찾고 있다’는 소식을 전해줬고, 지원을 했는데 합격을 했죠. 당시에는 프랑스에서 살며 프랑스어가 주 언어였지, 영어가 메인은 아니었어서 자신감은 없었지만, 열정으로 도전한 거였어요. 그 때 일은 메인 스테이지 통역은 아니고, 백스테이지 촬영 현장 통역이었어요. 당시 첫 인터뷰 대상이 '페이커' 이상혁이었던 기억이 나네요.

▲ 이미지 출처: 박현선 트위터(@hajinsuntv)

저는 엔지니어 스쿨을 다니던 대학생이었는데, 파리 롤드컵을 계기로 시작해 졸업할 때까지 계속 롤드컵 통역 일을 비롯한 수많은 기회로 이스포츠와 인연을 맺을 수 있었어요. 2016년에는 파리 생제르망 팀에서 한국 선수들을 위한 통역으로 일한 적도 있어요. 2017년에는 프랑스의 이스포츠 사이트에서 기사를 작성하기도 했죠. 그리고 같은 해 말에 컴퓨터 공학으로 졸업을 하고, 어머니께 '저는 이스포츠 일이 좋아요. 이 쪽에서 일을 해 볼게요' 말씀을 드렸어요.

그리고 프리랜서가 되어 여러 일을 할 수 있게 되었죠. 통역도 계속 하고, 처음으로 호스트가 되어보기도 하고, 스타크래프트 씬에서 매니저 일도 해 보고요. 그러다가 작년에 미스핏츠와 만나, 처음으로 LoL 팀에서 통역 겸 매니저 일을 하게 되었던 것이죠.


바쁜 삶이었고, 큰 결심이었겠네요. 이번 T1과는 어떻게 닿게 되셨나요?

롤드컵 이후 T1에서 소셜 미디어를 통해 구인 공고를 냈는데, 그 소식을 본 지인께서 제게 연락을 해 주셨어요. 저도 그렇게 소식을 알게 되어 이력서를 작성했고, 무사히 통과해서 진행된 것이죠. 이야기도 잘 되었어요.


T1에 입단한 뒤 주변 반응은 어땠나요?

다들 진짜냐고 물었죠. 제가 T1과의 계약서에 사인을 하고 프랑스에서 친구들과 작별 인사를 하던 날이었어요. 제가 이제 한국에 간다고 하니 친구들은 장난으로 '너 뭐 T1이라도 가는거야?' 라고 하더라고요. 저는 당연히 '응' 이라고 대답하자 다들 엄청 놀라더라고요. 많은 축하를 받았어요.

부모님께서는 이스포츠를 잘 모르시지만, SKT라는 이름은 아세요. 페이커에 대해서도 아시고요. 그래서 가족들의 축하도 많이 받을 수 있었죠.


T1의 어떤 부분에 매력을 느꼈나요?

T1이잖아요(웃음). 역사와 전통이 있고요. 이번에 컴캐스트와 손을 잡으며 팀명도 SKT T1에서 T1이 되었잖아요. 많은 것이 변화하는 중인데, 한국 쪽 대표님과 이야기를 하면서도 가장 많이 나온 말이 'We are in the transition period' 라는 것이었어요. 저도 새로운 T1의 변화의 한 페이지에 참여하고 싶었어요.

사실 미스핏츠를 나오며 진로에 대해 많은 고민을 했어요. 미국 팀을 가야 하나, 아니면 중국어를 배우러 중국 팀에 가야 하나 말이죠. 그리고 또 생각했던 것은, 전 세계 팀들의 분위기가 변화하는 만큼, 한국 팀에서도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이었어요. 그리고 그 변화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누가 있을까에 대해 생각했어요. 저는 한국 문화를 알면서도 외국의 정서를 알고 있으니, 한국에서 일하는 방법을 배움과 동시에 제가 가져다줄 수 있는 좋은 것들이 있을 것이라 생각했죠. 그래서 너무 좋은 도전이라 느꼈어요. 최선을 다해야겠다는 마음이 커요.


그러면 T1과 이제 일을 좀 해 보셨나요? 분위기는 좀 보셨나요?

지난 주 월요일에 귀국을 하자마자 화요일에 사무실에 가 분위기를 봤어요. 사무실을 보고, 연습실에 내려가 선수 및 코치진과 인사만 나누고 왔어요. 먼저 사무실이 굉장히 좋았어요. 콘텐츠팀, 편집팀, PD, 스폰서 담당자 등 많은 사람들이 일하던 곳이었는데, 분위기가 정말 밝았어요. 그리고 연습실에서는 선수들과 스크림 전에 인사만 나누고 왔는데, 그 때 비로소 실감이 나더라고요. '내가 진짜 T1에 들어왔구나' 하는 느낌이죠. 그 전에는 정신도 없고 설레기만 했는데, 선수들을 보니 비로소 '진짜로 내가 이 일을 하러 온 것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선수들의 분위기에 대해서 많은 친구들이 물어봤어요. '너 이제 페이커 맨날 볼텐데, 어때?' 같은 것들요. 솔직히 선수들은 그냥 선수처럼 보이는데... 김정수 감독님은 첫 인상부터 포스가 대단했어요. 오히려 페이커보다도 감독님과 일하게 되어 떨리는 감도 있네요(웃음).


그랬겠네요. 잠깐이나마 본 선수들의 첫 인상은 어땠나요?

이번에는 새로운 얼굴들이 많은 10명 로스터잖아요. 그래서 얼굴이 익숙하지 않은 선수들이 많았어요. 제가 팀 매니저로서 처음으로 한 임무가 있었는데, 팀 후드 유니폼을 나눠주는 일이었어요. 각 의상에 닉네임을 적어두고, 'A 선수 받아가세요' 하면 '저요' 하며 받아가는 식이었어요. 그런데 제가 '쿠리'를 부르자 '구마유시'가 대답을 하며 받아가는 거에요. 제게 장난을 친 거죠. 그래서 제가 '미안하지만 제가 스타크래프트2 이신형 선수(‘구마유시’ 이민형의 친형)와 알아요' 하며 장난에 당해주지 않았던 기억이 나네요.

친구들이 궁금해했던 페이커는 평소와 같은 느낌이었어요. 롤드컵이나 MSI에서 봤던 모습 그대로... 예전의 전 아마 기억하지 못할 거지만요.


그렇게 새로운 팀원들이 많은 T1에 대해 걱정하는 팬들도 많아요. 분석가와 매니저로서 걱정되는 부분도 있나요?

아직은 저도 잘 모르겠어요. 일단 케스파컵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 떨려요. 아직 LCK까진 준비 시간이 많이 남았어요. 호흡을 잘 맞춰보고, 코치진들이 잘 해줄 것이라 생각해요.


선수들과 친하게 지내는 매니저가 되기 위해, 어떻게 다가가려 하나요?

우선 워크샵에서 개인별로 말을 자연스럽게 나누기 시작할 것 같아요. 그리고 선수들 각각의 취향과 관심사가 있을 거에요. 어떤 선수는 스킨 케어에 관심이 있을 것이고, 페이커의 경우엔 독서를 좋아하니까 페이커가 읽는 책을 제가 읽어보기도 해야겠죠. 그런 식으로 좋아하는 것들에 저도 관심을 가져가며 점차 친해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해요.


혹시 팀 매니저로서 선수들과 같이 해보고 싶은 것이 있다면요?

개인적으로 욕심이 났던 것 중 하나는, 선수들을 데리고 운동을 하고 싶다는 거였어요. 건강한 팀을 만드는 것이죠. 미스핏츠에서 매니저로 활동할 때 가장 좋았던 점은, 저도 그 곳에서 선수들과 헬스를 같이 다녔다는 것이었어요. 선수들에게 비타민도 갖다 주고 헬스장도 가고 건강하게 지냈는데, 과연 한국에선 가능할까 싶어요(웃음). 이제 시작이니까, 좀 더 친해져야죠.

새롭게 지어질 사무실에 헬스장이 들어설 예정이라고 해요. 그러면 자연스럽게 갈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꿈을 꿔 봅니다. 코치진에선 간다는 것 같던데, 그러면 자연스럽게 선수들도 운동을 하게 되지 않을까... 건강 지켜야죠. 중요해요.


T1에서 또 기대하는 것이 있다면요?

한국 사회생활을 배우는 것이죠. 비록 한국 사람이지만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외국에서 자라 온 바람에, 한국에서 직장 생활을 하게 될 것이라는 생각을 못 했어요. 많이 배워야죠. 한국어도 더 잘 해야겠고요(웃음).


아무래도 그만큼 기대가 될 것이고, 걱정되는 것도 있을 것 같네요.

새로운 선수들과의 10명 로스터가 어떤 시너지를 일으킬지 기대돼요. 걱정되는 건... 처음부터 모두 다 잘할 수는 없을 수도 있는데, 자칫해서 팬분들이 실망이라도 하실까봐 걱정이죠. 처음부터 잘 하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팬분들께서 믿고 바라봐 주셨으면 좋겠어요. 저희 모두 누구보다 잘 하고 싶고, 열심히 하고 있으니까요.


T1과의 일과 별개로, 나중에 이스포츠 씬에서 어떤 일을 더 해보고 싶나요?

아나운서 일을 재미있어 하긴 해요. 블리즈컨 16강에서도 했고, 올해 GSL 대 월드에서도 했어요. 그런 일도 너무 좋아하다보니, 이번 T1 입단에서 아쉬웠던 부분은 이제 스타크래프트2 일을 전처럼 하기 어려워질 것이라는 점이에요. 그 밖에 다른 일들은 음... 감독은 어렵고... 나중에 제 팀을 창단해보고 싶기도 해요(웃음).


결국 어떤 사람이 되고 싶고, 어떤 사람으로 남고 싶나요?

사람들이 제 방송을 보면서 댓글을 달아 주시는데, 가장 듣기 좋은 말은 '항상 에너지가 넘친다', '상대를 행복하게 만들어 준다'같은 것들이에요. 그런 사람이 되고 싶어요. 사람들에게 힘이 되고, 기분이 좋게 해주는 사람이요. 그래서 제 아이디도 Hajin'Sun' 이에요. '하진선'을 본명으로 알고 있는 사람들도 많은 거 아시죠? (웃음) 그러게요.


그럼 이제 여정을 함께 할 팬들에게 한마디 남겨 주세요.

T1은 굉장한 규모와 열정의 팬들을 갖고 있기에, 항상 더 조심스럽기도 해요. 많은 관심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제 개인 방송도 놀러 와 주세요. 그리고 아쉽지만 방송에서는 팀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가 어려워요. 그보다는… 불어를 배우고 싶으시면 꼭 찾아와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