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단. 군대 용어에서 유래한 말로, 스포츠에서는 한 감독을 필두로 그가 어느 팀에 있든 함께하며 오랜 기간 호흡을 맞춘 코치진을 지칭한다. 정통 스포츠에서 코칭스태프가 이렇게 사단으로 움직이는 일은 굉장히 비일비재하다. 선수들만큼이나 감독-코치 간의 호흡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LCK에서는 강동훈 감독에게 최초로 사단이라는 호칭이 붙었다. 강동훈 감독과 인크레더블 미라클(IM) 시절부터 쭉 함께한 최승민 코치, 그리고 킹존 드래곤X 때부터 합류한 최천주 코치와 안효연 멘탈 코치가 강동훈 사단이라 불렸다.

2021 시즌을 위한 스토브 리그에서는 이런 움직임이 더 보편화되는 추세다. 감독들이 팀을 옮거나 리빌딩을 하는 과정에서 자신과 함께한 경험이 있는 코치를 함께 데려가는 경우가 많아졌다. 물론 코치 선임이 온전히 감독의 권한은 아니지만, 입김이 어느 정도 작용할 수밖에 없다. LCK 10개 팀 중 과반수가 넘는 팀이 이런 행보를 보인다.

▲ 최천주 코치(왼쪽)와 최승민 코치

먼저 강동훈 사단에 대해 조금 더 설명하자면, 강동훈 감독의 든든한 오른팔이라고 할 수 있는 최승민 코치는 2014 시즌 IM에 코치직을 맡으며 강동훈 감독과의 인연을 시작했다. 이후 팀명이 IM에서 롱주 게이밍으로, 롱주 게이밍에서 킹존 드래곤X로 바뀔 때에도 자리를 지켰다.

LCK 유일의 멘탈 코치이기도 한 안효연 코치는 2018 시즌, '에이콘'이라는 이름으로 더 익숙한 최천주 코치는 2019 시즌에 킹존 드래곤X로 합류했다. 이 세 코치가 바로 강동훈 사단을 구성하고 있다. 강동훈 사단은 2019 시즌 종료 후 다같이 kt 롤스터로 거취를 옮기기도 했다.

이번 스토브 리그서 새로운 팀의 지휘봉을 잡게 된 김정균 감독과 김목경 감독도 이미 호흡을 맞춰본 코치를 품에 안았다. 담원게이밍의 새 얼굴 김정균 감독은 SKT T1 시절을 함께한 '푸만두' 이정현을 코치로 선임했다. 이정현 코치는 선수 시절은 물론, 코치로 전향한 후에도 김정균 감독과 2년을 더 함께 했다.


T1으로 이적한 양대인 감독과 '제파' 이재민 코치도 사단으로서 초석을 닦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둘은 담원게이밍에서 함께 롤드컵 우승이라는 대업을 이뤘다. 특히, 데뷔 첫 해였던 양대인 감독(당시 코치)이 보여준 타고난 리더십에 매료된 이재민 코치(당시 감독)은 서로 보직을 변경해 함께 T1에 새 둥지를 틀었다.

샌드박스 게이밍으로 합류한 김목경 감독은 강태수 코치와 오랜만에 다시 호흡을 맞춘다. 강태수 코치는 담원게이밍이 챌린저스 코리아에서 활동했을 때부터 김목경 감독과 함께 팀을 이끌었다. 김목경 감독이 담원게이밍과 결별하고 얼마 안돼 마찬가지로 팀을 떠났고, 이제 샌드박스 게이밍의 코치직을 맡게 됐다.

한화생명e스포츠 손대영 감독은 2021 시즌을 위한 리빌딩 과정에서 자신과 깊은 인연이 있는 코치진을 선임했다. '하트' 이관형 코치와 '비브라' 김현식 분석관이다. 손대영 사단은 2018 시즌 RNG에서 함께 정상을 맛봤다. LPL 스프링과 섬머에서 모두 우승하고, 국제 대회 MSI와 리프트 라이벌즈의 트로피까지 손에 넣었다.

▲ 삼성 갤럭시 시절 '레이스' 권지민

17년 간 지녀온 삼성의 이름표를 떼고 하이프레쉬 블레이드에서 새 출발을 하게 된 최우범 감독도 코치진을 익숙한 얼굴들로 구성했다. 삼성 갤럭시 서포터 출신 '레이스' 권지민이 은퇴 후 약 2년 반만에 코치로 e스포츠씬에 복귀한다. 이승후 코치도 젠지 e스포츠의 매니저로 최우범 감독과 한솥밥을 먹은 적이 있다.

감독이 사단으로 움직이는 이유는 간단하다. 앞서 말했듯 선수들만큼이나 감독과 코치들 간에도 호흡을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 같은 방향성과 가치관을 가지고 선수를 지도해야 혼선이 생기지 않을 수 있고, 일을 처리하기에도 효율적이다. 이미 자신의 스타일을 알고 있는 코치가 뒤에서 받쳐준다면 감독도 마음껏 자신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지 않을까.

실제로 한 감독은 이런 사단의 장점으로 시너지와 효율성을 들었다. 그는 "서로 간의 신뢰가 돈독하고, 역할 배분이 명확하면 효율적이다. 인게임 내에서도, 선수단 매니징에서도 역할을 나누고 움직이면 시너지가 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다른 감독 역시 "내가 잘 아는 친구들과는 아무래도 시너지가 좋다"고 비슷한 이야기를 했다. 또한, "선수 시절 리플레이를 항상 돌려보고, 분석적으로 임하는 자세를 높게 사서 코치로 선택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누군가를 통해드는 것보다 직접 겪어봤기 때문에 더 정확하게 판단을 내릴 수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