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소환사의 협곡은 바쁘다. 승리라는 하나의 목표를 위해 임의로 만나게 된 아군들. 물 흐르듯 깔끔한 승리는 더할 나위가 없다. 칭찬도 한번 해주고, 명예는 누구를 줄지 잠깐 고민이 되기도 한다.

문제는 패배다. 게임이 조금만 불리해지기 시작해도 알 수 없는 불안감이 엄습해온다. 역시 이니시에이팅의 시작은 '아니'다. "아니, 왜 우리 상체는~ 아니, 바텀 왜 죽는데?" 머리가 어질어질하다. 티어가 높아질수록 편차가 있긴 해도, 솔로 랭크에서 패배 확률을 나눠보면 정확한 통계가 없어도 온전한 패배보다 아군끼리 싸워서 패배하는 경우가 꽤 많은 지분을 차지할 것이다.

특히 요즘에는 상체(탑-정글-미드), 하체(바텀 듀오)가 첨예하게 대립한다. 왜 맨날 우리 바텀은 라인전부터 터져있는지, 왜 우리 탑은 항상 순간 이동이 없는지, 정글러는 도대체 뭘 하고 있는지, 머리로 이해해 보려 해도, 가슴은 그렇지 않다.



※ 본 인터뷰는 팀 게임보다 솔로 랭크 기준으로 말하고 있음을 미리 알려 드립니다


고릴라 : 일단 바텀은 억울합니다. 바텀이 아무리 잘 커도 상체가 망하면 게임을 이길 수 없어요. 그래놓고 항상 상체들은 숟가락이다, 도구 문제다 등 바텀 탓을 하거든요.

스맵 : 전제 조건이 잘못됐어요. 본인들은 항상 잘 크는데 우리가 졌다? 상체 게임이라고 했는데, 그러면 조용히 버스나 잘 탑승했으면 좋겠습니다. 꼭 본인들이 주인공인 줄 알고 까불다가 죽으면 상체로 잘못을 몰아가요(웃음).

고릴라 : 아니, 사실 나쁘지 않게 성장해도, 왜 항상 상대 탑이 훨씬 강할까요? 4:6정도의 불리함만 돼도 바텀이 후반에 알아서 감당하거든요. 근데 이건 뭐, 답이 없는 경우가 많죠. 그래도 근본적으로 상체 게임, 하체 게임을 떠나 천상계는 잘하는 사람이 최고죠. 얼마 전, '켈린' 김형규 선수도 서포터로 1위를 찍었잖아요?

스맵 : 참된 사람. '켈린' 선수는 게임을 할 줄 아는 선수 같습니다. 잘하는 서포터일수록 탑 로밍 타이밍이 기가 막혀요.


탑 라이너 시점 : 밀면 갱킹, 당기면 다이브
탑은 언제나 억울하다




스맵 : 그리고 저는 탑의 딜레마를 좀 말씀드리고 싶은데요, 탑 여러분들, 라인을 밀면 상대의 갱킹, 당기면 다이브라는 탑 라이너의 고통, 탑의 딜레마 잘 아시죠? 바텀은 두 명이기 때문에 이걸 어느 정도 조절할 수 있어요.

그래서 제가 하고 싶은 말은 정글러는 항상 탑의 뒤를 봐줘야 합니다. 탑이 이기는 방향으로 가줘야 게임을 쉽게 굴릴 수 있어요.

고릴라 : 그런 경우, 바텀을 탓하면 안 됩니다. 사실 탑에 만약 적 상체 3인이 다이브를 가면 우리 미드는 바텀으로 와서 4인 다이브로 상대 바텀을 터뜨려야 되거든요? 그런데 우리 미드는 라인을 받아먹기만 해요. 사실 탑과 바텀이 싸울 게 아니라 미드 잘못이거든요. 그런데 미드도 결국 상체잖아요? 그래서 상체 게임입니다.

스맵 : 너무 높은 티어의 분석데스크 시점으로 바라만 보신 게 아닌가 싶네요. 바텀의 아쉬운 점은 본인들도 상체 게임을 인지하고 있는데 행동이 그렇지 않아요. 특히 원거리 딜러는 포탑 골드에 눈이 멀어 있어요. 초반은 상체로 굴려야 하는 게 맞는 걸 알면서도 자꾸 정글러를 부른다니까요.

고릴라 : 사실 서포터 입장에서도 징징거리는 원딜들이 꽤 많아요. 그건 바텀의 문제라기보다 몇몇 잘못된 생각을 가진 원거리 딜러들의 문제입니다. 서포터는 억울하다고요.

스맵 : 프레이가 문제다?

고릴라 : (당황)아니요. 프레이 형은 그런 원딜이 아니에요.

스맵 : 원딜은 솔직히 쉬워요. 그냥 라인 미는 기계입니다. 나머지 팀원들이 다 보좌해주지 않습니까.

고릴라 : 어느 정도 인정합니다. 솔직히 원딜은 잘 차려놓은 밥상을 잘 먹기만 하면 돼요.

스맵 : 제가 탑 여러분들한테 꿀팁을 드릴게요. 탑 라이너는 밴픽 화면에서부터 정글러와 신뢰를 쌓아야 해요. 정글이 가장 킬 먹기 쉬운 라인이 탑이라는 걸 계속 인지시켜주면 따로 부르지 않아도 제 뒤에 와있습니다. 왜냐? 초반에 자신이 성장하기에도 가장 좋거든요.

고릴라 : 항상 적 탑에게 맞고 있어서 정글이 불안감에 가는 건 아닐까요?

스맵 : (침묵)

ㅈㄱㅊㅇ
정글에 의한 정글을 위한 LoL


스맵 : 탑 라이너를 대표해서 정글러의 역버프. 못 참겠습니다. 나쁜 정글러 놈들.

고릴라 : 역버프 시작이면 바텀은 기분이 좋긴 하죠. 그런데 부담감도 생겨요. 게임을 지면 그거부터 정치로 들어올 수 있거든요. 바텀도 그래서 때에 따라 구도를 보고 정버프를 권유할 줄 알아야 해요.

스맵 : 저도 LCK에서 서포터를 해 본 사람으로서 한마디 드리자면, 서포터가 근거리인지 원거리인지에 따라 달라요. 근거리 서포터가 자주 나오는 메타에서는 정버프가 좋은 것 같아요.

고릴라 : 조금 더 부연설명을 드리면, 원거리 서포터가 있는 경우 먼저 라인에 자리를 잡으면 초반에 굉장히 유리하거든요. 게임 시작 전부터 조합에 따라 그런 부분들을 정글러에게 공유해주면 조금이나마 티어 상승에 도움이 될 거예요.

스맵 : 그리고 탑 입장에서는 스노우볼을 굴릴 줄 모르는 정글러가 좀 답답하죠. 킬을 먹을 줄 모르는 정글러. 예를 들면, 탑을 잘 안 오는?? 탑 라인은 다른 라인보다 1:1 본능, 상대를 잡고 말겠다는 마인드가 강한 유저들이 많아서 갱킹에 취약하거든요? 그리고 우리팀 탑이 나 '스맵'인데 초반에 탑을 안 온다? 이길 마음이 없는 거죠.

고릴라 : 제 입장에서는 맵을 넓게 쓰는 정글러가 좋아요. 탑을 가든 미드를 가든 한쪽만 가서는 이기기 힘든데, 가끔 맵을 반으로 갈라 위로만 계속 가는 정글러가 있어요. 그러면 상대도 눈치를 채거든요? 그럼 상대 서포터가 탑으로 커버를 하러 가요. 그러다가 교전에서 터지면 제가 이제 정치의 대상이 되는 거죠.



탑 라이너의 선택 - 제어 와드와 순간 이동


스맵 : 갱킹의 위협에 취약한 탑은 제어 와드를 잘 사용해야 합니다. 제가 생각하는 제어 와드는 목숨을 한 번 버는 것이거든요. 제어 와드를 언제 어디에 설치하느냐가 굉장히 어려운데, 조금 다르게 생각해보면 정글러를 부르기 위한 도구기도 합니다. '내가 이렇게 시야 밝혀놨어. 정글아 너 오면 킬 줄게' 유혹하는 거죠.

고릴라 : 저는 순간 이동에 대해 이야기해 볼게요. 간혹, 왜 항상 우리 탑은 복귀 순간 이동, 적 탑은 바텀 순간 이동을 올까?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있는데, 양심적으로 이건 바텀의 잘못도 있습니다. 그걸 생각하고 딜 교환을 해야 하거든요. 다만, 미리 정보도 주지 않았는데 바텀이 터지고 뭐라 하는 탑 라이너는 최악입니다. 차단하세요.

스맵 : 순간 이동 활용은 탑 라이너 성향에 따라 다르죠. 라인전에서 자신이 있으면 복귀 순간 이동을 자주 쓰고, 맵 리딩에 자신이 있는 사람은 최대한 아끼다가 바텀에 써주고요. 그런데 사실 골드 이하 분들은 점화를 추천해 드립니다. 티어를 더 빠르게 올릴 수 있는 지름길이에요.

고릴라 : 솔로 랭크라도 해도 순간 이동을 들지 않는 탑 라이너에 대해 안 좋은 인식을 가지고 있었는데, 유체화를 사용하는 다리우스 장인을 만나고 생각이 조금 바뀌었어요. 진짜 잘하더라고요. 그래서 그 유저를 만나면 나도 모르게 탑으로 시팅해주러 뜁니다.

스맵 : 거봐. 탑 가잖아(웃음).


솔로 랭크 기준, 영향력이 가장 큰 라인은?


스맵 : 협곡의 전령이라는 오브젝트가 스노우볼을 굴리기 좋잖아요. 이걸 잘 활용해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선 정글러를 위에서 많이 불러야 합니다.

고릴라 : 바텀도 전령 쪽으로 자주 올라가요. 탑이 유리해서 주도권이 있어도 바텀이 올라가면 두 명이잖아요. 서포터는 이 타이밍을 진짜 잘 알아야 해요. 본인 혼자 심취해서 그 타이밍이 아닌데 자주 로밍을 시도하면 오히려 역효과거든요. 그 타이밍에 우리 원딜은 조심하지 못하다가 죽는 경험 많잖아요 서포터 여러분.

스맵 : 요즘은 정글러가 티어 올리기 가장 좋아요. 솔로 랭크 순위표만 봐도 최상위에 정글러들이 점령하고 있잖아요.

고릴라 : 수치화하면 미드+정글을 합쳐서 한 80%?

스맵 : 저는 정글이 한 50%?? 나머지는 잘 모르겠네요. 조금 강하게 말하면 모든 라이너는 정글러를 키우기 위한 수단에 불과해요. 과거 정글러는 탑 뒤에서 경호해주고 그런 친구들이었는데...지금은 왕족이 됐습니다.

고릴라 : 문제가 뭐냐면, 탑은 초반에 강하고 후반에는 조금 약해지잖아요? 원거리 딜러는 그 반대고요. 그런데 정글러는 계속 강해요. 물론 라이너마다 기본적인 역할은 있죠. 하지만 결국 경기를 끝내기 위해선 미드와 원딜이 필요한데, 요즘은 원거리 딜러가 조금씩 파밍하며 칼, 방패, 창 같은 무기를 챙기는 과정이라면 상대 상체, 특히 정글러는 무슨 벌써 탱크를 몰고 와요.


번외 : 한 유튜버의 발언 '서폿론'
서포터 분들 당당히 고개를 드세요




고릴라 : 제가 그 영상을 전부 보진 않아서 잘 모르지만, 라인전에서 여유가 좀 있는 부분은 인정합니다. 그런데 요즘 바텀 라인전은, 아니 게임 전체를 봤을 때 서포터가 못하면 게임을 이기기 정말 어려워요. 옛날에는 라인전 개념이 그렇게 깊지 않아서 반반 가기도 쉬웠는데, 요즘에는 정말 섬세하거든요. 서포터가 못하면 바텀 라인전 자체가 성립되지 않고, 인식이 좀 좋아졌으면 좋겠어요.

스맵 : 그렇게 무시당할 라인은 아니죠. 그런데 하나 확실히 하고 넘어가야 할 부분은 말을 좀 줄이긴 해야 해요. 너무 많아요. 더불어 탑 라이너들의 말에 귀 기울이고요.

고릴라 : 솔직히 솔로 랭크에서 던지는 사람을 보면 거의 다 탑, 정글, 미드 원딜 이잖아요? 서포터는 대부분 착해요. 그걸 알기 때문에 다른 라이너도 서포터가 만만해서 그런 게 아닐까 싶기도 하네요. 그리고 저는 스피커의 부재도 큰 것 같아요.

탑이나 미드, 정글, 원딜을 대표하는 개인 방송인을 떠올리면 다들 머릿속에 한, 두 명씩 떠오르잖아요? 소위 대기업이라고 불릴만한 분들이요. 그런데 서포터는 바로 느낌표가 딱 떠오를 정도가 있나 싶어요. 서포터 방송 자체가 솔직히 재미도 좀 덜하고. 그러다 보니 서포터를 대변할 수 있는 사람이 없어서 이런 인식이 생긴 부분도 있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