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LEC 스프링 스플릿부터 무려 네 시즌 동안 이어진 G2의 독재가 끝났다. 플레이오프 3위를 기록한 G2를 뒤로한 채 유럽의 새 왕좌를 차지한 팀은 매드 라이온즈였다. 2020 롤드컵에서 플레이-인 스테이지를 넘지 못하며 조롱당했던 그들은 약간의 리빌딩을 통해 단번에 LEC의 주인공이 됐다.

매드 라이온즈가 우승을 차지한 과정은 결코 순탄하지 않았다. 정규 시즌 개막전에서 G2에게 패배한 매드 라이온즈는 상위권 팀이었던 로그는 물론 비슷한 순위의 미스핏츠 게이밍-SK 게이밍에게 단 한 번도 승리하지 못했다. 결과적으로는 10승 8패로 정규 시즌 3위에 올랐으나, G2와 로그라는 거산으로 인해 우승이라는 목적지는 더없이 멀어만 보였다.

하지만 그들은 플레이오프에서 로그와 G2를 꺾고, 또다시 로그를 잡아내며 마침내 정상에 올랐다. 그리고, 매드 라이온즈를 이끈 대장과 선봉대원은 새롭게 합류한 '아르무트'와 '엘요야'였다. 2020년 말 합류한 두 선수는 출중한 호흡과 기량으로 LEC 로열 로더에 등극하며 초신성 상체가 됐다.


'아르무트' 이르판 튀케크
매드 라이온즈의 악몽에서 구원자로

2015년에 데뷔해 한동안 빛을 보지 못했던 '아르무트'는 2020년 슈퍼매시브에서 한 해를 보내며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피지컬만 우수했던 탑 라이너에게 게임 이해도가 더해지자 다수의 경기에서 캐리를 해낼 수 있게 됐다. 끊임없이 성장한 '아르무트'는 2020 롤드컵에선 매드 라이온즈를 플레이-인 스테이지에서 떨어뜨린 장본인이 됐다.


기존 탑 라이너 '오로메'를 상회한 경기력에 매드 라이온즈는 많은 감명을 받았나 보다. 2021 시즌을 앞둔 매드 라이온즈는 '아르무트'를 영입해 새로운 탑 라이너로 세웠다. 팀의 믿음에도 불구하고 정규 시즌 중반까지 '아르무트'는 무색무취의 중위권 탑 라이너의 기운을 보였다. 승리할 땐 어느 정도의 활약을 선보이지만, 패배할 땐 더없이 무기력한 모습. 최상위 리그에선 기존에 자랑했던 무력이 잘 먹히지 않는 듯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며 '아르무트'는 본인의 역할을 제대로 파악했다. 굳이 욕심을 내가며 홀로 상대를 압박하지 않고, 확실한 순간에 '엘요야'와의 연계를 통한 득점으로 우위를 점했다. 이후 자신의 최대 강점인 중반 이후 한타에서의 영리한 플레이로 팀의 승리에 일조했다. 비록 '아르무트'의 분당 CS, 대미지 기여, 킬 관여율 등 여러 지표들은 중하위권을 기록했지만, 실전에서의 존재감만큼은 '원더-뷔포' 못지않았다.

'아르무트'의 진가는 결승전에서 제대로 드러났다. 로그에게 세트스코어 0:2로 밀리는 상황에서 등장한 그의 오공은 환상적인 후방 이니시에이팅으로 적의 진형을 무너뜨리며 역전승을 견인했다. 4세트에서도 오공 캐리를 성공한 '아르무트'는 5세트에 기용한 나르로 직접 경기를 마무리하며 '패패승승승' 역스윕을 만들었다. 명실상부한 결승전 MVP로 선정된 '아르무트'는 다시 한번 세계 무대에서 본인의 기량을 검증받을 준비를 하고 있다.


'엘요야' 하비에르 프라데스
일찍이 검증된 보석, 빛날 기회를 맞이하다

'아르무트'의 맹활약과 매드 라이온즈의 우승의 밑바탕에는 '엘요야'가 있었다. '아르무트'와 마찬가지로 2021년 LEC 무대를 처음 밟은 00년생 신예는 내로라하는 LEC의 정글러들을 압살하는 괴력을 뽐냈다. 5~6년 차 베테랑을 방불케 하는 노련한 운영을 펼치는 '엘요야'는 단연 매드 라이온즈의 에이스다.


'엘요야'의 경우 경력이 아주 없는 선수는 아니다. 2018년 12월 프로게이머로 데뷔해 소규모 대회를 뛰다가 2020년에는 스페인 리그 LVP에서 두 시즌을 보냈다. 당시에도 독보적인 캐리력을 선보인 '엘요야'는 소속 팀 모비스타 라이더즈의 2020 LVP 섬머 스플릿 우승을 비롯해 2020 LVP 스프링 스플릿 준우승, 2020 유러피안 마스터즈 스프링 4강 등을 달성하며 검증을 마치고 앞으로 더욱 빛날 기회만을 기다렸다.

이후 매드 라이온즈에 입단한 '엘요야'는 본인의 몸에 꼭 맞는 옷을 입었다. 성장에 치중해 직접 캐리해야 했던 모비스타 라이더즈 때와 달리 적극적인 라인 개입으로 팀원들에게 힘을 실어주는 것만으로도 손쉽게 승리하게 됐다. '엘요야'의 동선 구성과 상대 정글러 예측, 다이브 각 계산 등은 LEC에서도 완벽하게 통했다. LEC 데뷔전부터 첫 결승까지 큰 기복 없이 꾸준히 활약한 '엘요야'는 2021 LEC 스프링 스플릿 신인왕을 수상하며 자신의 광채를 세상에 알렸다.

한편, 2021 MSI는 정글에 많은 변화가 이뤄진 11.9 패치 버전으로 진행된다. 지난 결승에서 '엘요야'는 우디르와 볼리베어로 재미를 톡톡히 봤는데, 지금은 터보 화공 탱크가 너프되고 모르가나-럼블 등 새로운 정글 챔피언들이 대거 떠오른 상태다. 캐리형 챔피언으로 직접 판을 휘젓는 것도 충분히 가능한 '엘요야'이기에 그의 선택에 귀추가 주목된다.


가녀린 하체의 위험성
밑바닥을 모르는 '카르지'의 저점

현재의 매드 라이온즈는 약점은 매우 뚜렷하다. '카르지'가 과하게 무리하는 버릇을 아직도 고치지 못하고 있는 점이다. 팀원들이 적극적으로 밀어줬을 때 그에 상응하는 보답을 해내는 경우도 종종 있지만, 차마 떨쳐내지 못한 호전적인 성향은 여러 번의 역캐리 장면을 만들며 극한의 저점을 보였다. 2021 LEC 스프링 스플릿 정규 시즌에서 '아르무트'가 다섯 경기, '엘요야'가 세 경기의 MVP로 선정될 동안 '카르지'는 단 한 경기의 MVP로 선정된 것이 최근 그의 경기력을 대변한다.


전 세계 최강의 봇 듀오들이 총집합하는 MSI에선 이러한 약점이 더욱 치명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매드 라이온즈는 '엘요야' 없이 하체 플레이 메이킹이 전혀 불가능한데, 담원 기아를 비롯한 몇몇 팀은 봇 라인 스노우볼로도 게임을 끝장낼 수 있는 파괴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카르지'가 떠오르는 유망주였던 지난 시절의 기억을 되찾아 폭발적인 경기력을 뽐낼 수도 있겠지만 그럴 확률은 매우 낮겠다.

이에 '아르무트-엘요야'가 MSI에서 선보일 경기력에 더 많은 기대가 모인다. 우승을 달성한 매드 라이온즈의 승리 플랜을 반복하기 위해선 상체에서의 득점이 반드시 필요한 상황. '엘요야'의 영리한 운영과 '아르무트'의 한타 능력은 과연 매드 라이온즈를 어디까지 올려놓을 것인가.


■ 2021 미드 시즌 인비테이셔널 스테이지1 매드 라이온즈 경기 일정

1경기 vs PSG 탈론 - 7일 오전 3시
2경기 vs 이스탄불 와일드캣츠 - 8일 오전 2시
3경기 vs 페인 게이밍 - 9일 오전 2시
4경기 vs 이스탄불 와일드캣츠 - 10일 오후 10시
5경기 vs 페인 게이밍 - 11일 오전 1시
6경기 vs PSG 탈론 - 11일 오전 3시
* 5월, 한국 시각 기준

사진 출처 : 라이엇 게임즈 플리커, LEC 공식 트위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