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1이 지난 19일 열린 '2021 LoL 챔피언스 코리아(이하 LCK)' 서머 스플릿 플레이오프 1라운드서 리브 샌드박스를 완파하고 2라운드로 향했다. 정규 시즌 막바지에 흐트러진 모습을 보여줬던 두 팀 간의 대결이라 어느 정도 치열한 승부가 예상됐지만, 결과는 T1의 3:0 압승이었다.

48일 만에 선발 출전한 '테디' 박진성과 그런 '테디'를 완벽하게 보좌한 '케리아' 류민석, 리브 샌드박스의 에이스를 틀어막은 '칸나' 김창동, 비에고로 확실한 캐리력을 보여준 '오너' 문현준 등 다들 각자의 위치에서 좋은 경기력을 뽐냈지만, 이날 승리의 중심에는 '페이커' 이상혁이 있었다.

'페이커'는 1세트 아지르로 한타마다 '칸나'와 함께 궁극기를 기가 막히게 활용하며 승리를 견인했고, 2세트에서는 시그니처 챔피언 르블랑을 꺼내들어 명불허전한 슈퍼 캐리를 선보였다. 마지막 3세트에선 다소 수동적인 오리아나를 골랐는데, 상대적으로 능동적인 사일러스의 존재감에 주춤하기도 했지만, 한타에서의 강점을 잘 살리며 승리라는 마침표를 찍었다.

이렇듯 '페이커'는 세 세트 내내 챔피언의 스타일에 맞게 뛰어난 캐리력 혹은 단단한 한타력으로 팀의 승리에 큰 힘을 보태며 플레이오프의 '페이커', 큰 무대의 '페이커'라는 말이 괜히 나오는 게 아니라는 것을 다시 한 번 증명했다. 김정균 감독의 발언으로 e스포츠 씬에서 더 유명해진 "폼은 일시적이지만 클래스는 영원하다"라는 전설적인 축구 감독 빌 샹클리의 명언이 다시금 생각나는 경기였다.

2세트 POG 자격으로 방송 인터뷰에 나선 '페이커'는 "전체적으로 지난 경기보다는 많이 발전했지만, 아직 나의 최고 기량은 안 나왔다. 더 발전시켜서 와야 할 것 같다"며 "2세트 때도 좀 더 과감하게 할 수 있었는데, 그게 부족해 게임이 길어졌다고 생각한다. 그 점이 아쉽다"고 자평했다.

데뷔 8년 차, 프로게이머 직군에서 '페이커'는 베테랑 중의 베테랑이자 나이가 꽤 많은 선수다. 그럼에도 경쟁력을 갖춘 뛰어난 미드라이너이며, 여전히 발전을 꿈꾸고 있다. 지난해 아쉽게 월드 챔피언십을 밟지 못했던 '페이커'. 2021 시즌, 그의 도전이 어떤 엔딩으로 마무리 될 지 기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