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으면서 성장하는 ‘모건’, 한화생명 e스포츠의 박기태를 향한 일종의 ‘밈’과 같은 말이었다. 탑에서 쓰러지는 장면이 종종 나오면서 붙은 말이었는데, 어느새 이 말은 그냥 ‘성장하는 모건’으로 바뀌었다.

이번 2021 롤드컵에서 ‘모건’은 절대 쉽게 죽지 않았다. 플레이-인의 마지막 경기에서 그런 ‘모건’ 그 진가를 확인할 수 있었다. 앞선 경기에서 많은 솔로 킬로 심상치 않은 기운을 보여주면서 부족한 라인전 능력을 보강했다면, 비욘드 게이밍을 상대로는 기습적으로 한타를 열고 살아서 유유히 빠져나오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었다. 끊기더라도 한 명을 데려가거나 아군이 활약할 판을 만들어주는 '모건'의 플레이에 LCK 해설자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놀라곤 했다.



▲ 이게 살고, 이걸 데려가?

LCK 정규 시즌 중의 '모건'에겐 기대하기 힘든 플레이였다. '모건'은 메가 나르-오른-케넨과 같은 한타형 챔피언을 잡고서도 한타 때 활약하지 못한 경험이 있다. 스킬샷 연계와 궁극기 활용에서 아쉬운 장면이 나오기도 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한타 플레이의 난이도가 더 높은 이렐리아로 먼저 나서서 판을 만들었다는 점에서 이전보다 성장했음을 알 수 있었다.

신예 정글러 '윌러' 김정현 역시 이 날 만큼은 자신의 플레이를 마음 껏 뽐냈다. '윌러'는 그동안 팀 라이너를 보좌하는 역할에 그친다는 평가를 받았는데, 플레이-인 마지막 경기에서 자신의 캐리력까지 선보였다. 봇 라인을 중심으로 판을 꾸리는 능력부터 적절한 교전 개입 능력까지 선보였다. 원거리 딜러 못지않은 딜량을 뿜어낼 정도로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낸 경기도 있었다.

▲ '차고- 뜨고-가두고' 환상의 '모건-윌러' 궁극기 연계

플레이-인 스테이지의 마무리가 더 고무적인 것은 팀의 에이스인 '데프트-쵸비'에게 많은 것을 의존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모건-윌러'는 위 이미지처럼 한 명이 먼저 고립된 상황에서도 침착하게 대처할 줄 알았다. '쵸비-데프트'가 먼저 끊긴 한타에서도 '뷔스타-모건-윌러'가 살아남아 한타를 승리로 종결짓는 모습은 지금까지 볼 수 없었던 한화생명의 승리 공식이었다.

사실, 그룹 스테이지에 포진한 다른 메이저 강팀과 격차는 예상보다 더 클 수 있다. 그동안 플레이-인을 넘은 팀들이 단기간의 성장만으로 이 차이를 극복하지 못한 경우가 더 많았으니까. 한화생명e스포츠 역시 그룹 스테이지에서 또 새로운 평가를 받게 될 것이다.

그렇지만 롤드컵이라는 무대가 처음인 '모건-윌러-뷔스타'가 이마저도 극복한다면, 정말로 소년 만화와 같은 스토리가 완성될 것이다. 작년 WE에서 활동한 '모건'은 서머 PO에서 '피넛'이 있는 LGD를 만나 탈락하고 올해 다시 한화생명에서 다시 도전해 롤드컵에 올 수 있었다. 한화생명에서 프로를 시작한 '뷔스타' 오효성은 팀의 원거리 딜러로 활동했지만, 다시 자신의 서포터 자리로 돌아와 롤드컵까지 도달했다. 마지막으로 '윌러'는 올해 4월 한화생명의 아카데미에 입단해 챌린저스 리그를 거쳐 3개월이란 짧은 기간에 LCK까지 도달한 특급 신예다.

이런 선수들이 국제 대회인 롤드컵에 왔다는 것만으로도 소년 만화의 초반부 흐름은 잡혔다고 말할 수 있다. 롤드컵이 처음인 세 선수가 그룹 스테이지라는 무대마저 극복한다면, 앞으로 이들이 보여줄 성장세는 가늠할 수 없을 것이다. 그렇기에 그룹 스테이지라는 무대는 '모건-윌러-뷔스타'에게 더 특별하게 다가온다.


이미지 출처 : 라이엇 게임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