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 8년 차에 LoL 월드 챔피언십(이하 롤드컵)에서 첫 국제 무대를 밟은 '플랑드레'는 기어코 결승까지 올라왔다. 그러나 지금까지 보여준 경기력으로는 EDG의 우승을 견인하긴 불가능해 보인다. 세계 정상을 노리는 탑 라이너라고 하기에는 그를 오랫동안 괴롭힌 기복이 여전히 발목을 잡고 있기 때문이다.

2017년 '더샤이' 강승록이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기 전까지 LPL의 탑 라인은 그야말로 암흑기였다. 당시 LPL 탑 라이너들은 마오카이-뽀삐를 필두로 안정적인 탱커 챔피언만 고집했고, 이에 캐리와는 거리가 한참 멀었다. 와중 '플랑드레'만큼은 달랐다. 그 역시 마오카이-뽀삐를 가장 많이 기용하긴 했지만 피오라-갱플랭크-이렐리아 등 고도의 피지컬을 요구하는 챔피언들로도 맹활약을 펼치며 LNG e스포츠의 많은 승리를 이끌었다.

2021년을 앞두고 EDG에 합류한 '플랑드레'는 다사다난한 LPL 두 시즌을 보냈다. 스프링 스플릿 초반에 괴력을 뽐낸 '플랑드레'는 시간이 흐를수록 큰 기복을 보이며 점차 경기력이 떨어졌고, 플레이오프 후반에는 손목 부상으로 인해 완전히 무너졌다. 서머 스플릿 정규 시즌에선 2, 3주 차 베스트 탑 라이너로 선정될 정도로 폼이 올라왔는데, 시즌 후반과 플레이오프에선 또다시 기복이 터지며 천당과 지옥을 오갔다.

이어진 2021 롤드컵 그룹 스테이지에서 '플랑드레'는 안정적인 운영을 선보이며 다시금 고점을 보이는 듯했다. 그러나 이는 그저 T1을 제외한 다른 팀들의 기량이 상대적으로 부족했기 때문에 컨디션이 좋아 보였던 것이었다. RNG와 젠지를 상대로는 확실한 존재감이나 캐리 능력을 보여주지 못했으며, 되려 팀원들과의 호흡이 맞지 않는 모습이나 의문사를 당하는 모습을 자주 보였다. 가뿐히 승리할 수 있었던 RNG전 3세트에서는 이해 불가능한 급발진으로 대량 실점을 만들며 역전패를 허용할 뻔하기도 했다.

'플랑드레'의 불안정성이 이번 결승에서 가장 큰 문제가 되는 이유는 담원 기아의 미드-정글이 '쇼메이커-캐니언'이기 때문이다. '쇼메이커' 허수는 이번 롤드컵에서 그 어떤 미드 라이너보다 로밍을 자주 시도하고 득점에 성공했으며, '캐니언'은 적재적소에 필요한 플레이를 완벽히 해낼 줄 안다. 이에 '플랑드레'가 라인전부터 흔들린다면 담원 기아는 또 하나의 승리 플랜을 만들 수 있겠다.

한편, '플랑드레'의 라인전 맞상대는 '칸' 김동하다. '칸' 역시 이번 롤드컵에서 최상의 컨디션을 보이고 있진 못하며, 인터뷰를 통해 긴장과 부담을 호소하기도 했다. 그러나 커리어 마지막 경기에 대한 '칸'의 간절함은 날카로운 송곳이 될 것이며, '플랑드레'는 EDG의 승리를 위해 이를 충분히 감당해 내야 할 것이다. 과연 한 해의 가장 높은 무대인 롤드컵 결승에서 '플랑드레'의 기복은 어떻게 작용할 것인가.


■ 2021 LoL 월드 챔피언십 결승 일정

결승 담원 기아 vs EDG - 6일 오후 9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