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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놀드 허 젠지 이스포츠 최고경영자

3,000만명 vs 1,100만명. 첫 번째는 2021년 롤드컵 결승전 평균 시청자 수, 두 번째는 미국프로야구(MLB) 2021년 시즌 결승전인 월드시리즈 평균 시청자 수이다. 게임 결승전을 본 인구가 야구 경기를 본 인구의 약 3배 이상 많았던 것이다. 이처럼 e스포츠는 이미 전통 스포츠를 뛰어넘는 규모로 성장해 왔고 팬데믹으로 비대면이 일상화되며 그 영향력이 더욱 커지고 있다. 작년 12월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 제39차 총회에서 e스포츠를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의 정식종목으로 채택하기도 했다.

이렇듯 e스포츠는 단순한 ‘오락’을 넘어 글로벌 스포츠의 한 카테고리로 인식되며 이에 걸맞은 산업 발전 가속화가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이 고조되고 있다. 업계 종사자로서 e스포츠 산업이 한 단계 더 성장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젠지는 리그오브레전드, 배틀그라운드, 오버워치, 발로란트 등 대표적인 e스포츠 프로 팀을 보유하고 있고, 이 팀들이 각종 게임 대회에서 획득하는 상금 규모나 이들의 팬, 경기 시청자 수가 전통적인 프로 스포츠를 넘어설 만큼 확대되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e스포츠 업계에서 프로와 아마추어 간 상당한 간극이 존재하는 것이 사실이며 이를 개선하기 위해 인적요소와 인프라에 많은 투자가 필요하다.

리그오브레전드의 한국 리그인 리그오브레전드 챔피언스 코리아(LCK)는 올해부터 프랜차이즈제를 도입하고 1, 2군 그리고 아카데미 리그로 세분화했다. e스포츠 인재 양성을 미션으로 두고 있는 젠지도 ‘젠지 글로벌 아카데미(GGA: Gen.G Global Academy)’를 통해 아마추어들을 위한 프로그램과 교육과정을 제공하는 한편 아마추어와 프로를 잇는 아카데미 리그로 진출하는 연습생들도 배출해 내고 있다.

프로 축구나 프로 야구에서 주니어 유망주들을 발굴해 세계적인 프로선수로 키워나가는 것처럼, e스포츠에서도 잠재력 있는 아마추어 선수들에게 전문적인 교육, 훈련의 기회를 제공하며, 건강하고 효율적인 방식으로 산업에 대한 이해도를 높일 수 있도록 돕고자 한다.

e스포츠가 더욱 대중화되기 위해서는 프로 리그가 그러하듯 수준 높은 경기력과 건강한 플레이 문화가 다양한 아마추어 리그 전층위에 스며드는 것이 필요하다. 전통 스포츠가 프로 리그, 아마추어 리그를 모두 포용하며 성장, 발전해 왔듯이 e스포츠 또한 잠재력을 가진 더 많은 아마추어 유망주들을 끌어안으며 더 높은 수준으로 발전해 나가야 한다.

신생 분야가 하나의 산업으로 성장해 고용 창출 등 사회경제적인 가치를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산업 생태계 조성이 바탕이 되어야 하며, 이를 위한 제도화 또한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다수의 e스포츠 팀이 운영되고 있는 한국에서는 작년 문화체육부에서 프로 선수들의 표준 계약서와 청소년 e스포츠 선수 표준 부속합의서를 제정했다. 이로써 통상적인 업계 기준으로 프로 선수들의 처우가 개선되고 관련 기업들도 이에 맞춰 운영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지난 9월에는 항저우 아시안게임의 전초전 격인 한중일 e스포츠 대회가 열렸다. 이 대회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e스포츠 국가대항전 매뉴얼의 표준화가 논의된 것 역시 이와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업계에 다양한 표준이 정해지면 국가를 넘나드는 인적교류 또한 용이해질 것이다.

젠지는 유럽, 미국, 베트남 등 해외 선수와 스트리머를 영입하며 국내 e스포츠 산업 다양성에 기여하고 해외에 한국의 e스포츠 환경을 소개하고 있다. 여타 프로 스포츠와 같이 e스포츠에서도 실력있는 선수들이 국가를 넘나들며 활약을 한다면 업계의 활성화에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된다.

새로운 산업이 지속 가능성을 가진 산업으로 자리 잡기까지는 많은 시간과 투자가 필요하다. e스포츠가 미래 성장 산업으로 발전하기 위해서 제도화 과정과 더불어 업계 인재 양성에도 힘써야 한다. e스포츠가 산업으로 발전하기 전 대표적인 직업은 선수와 감독뿐이었다. e스포츠가 인기를 얻게 되면서 프로팀들이 생겨나고 이를 지원하는 기업들이 늘어났으며 업계의 가치사슬(supply chain)이 생겨났다.

이제는 콘텐츠 제작, 리그 중계, 선수 스카우팅, 기업 운영, 마케팅, 재무, 법률 등의 분야에서 e스포츠 산업에 대한 풍부한 지식을 지닌 전문가가 필요해졌다. 젠지가 리그오브레전드 팀을 운영 중인 아프리카 프릭스, 리브 샌드박스와 인적교류, 공동 프로젝트 수행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한 것도 같은 이유이다.

현재 추이로 보면 e스포츠는 한동안 더욱 가파르게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종사자로서 산업적 체계가 정립되고 있는 이 시기에 앞서 얘기했듯이 선수들을 위한 환경 개선이나 필요한 인프라 구축이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이 피부로 느껴지고 있다. 다른 전통 스포츠 대비 미흡한 부분들이 많지만 지금처럼만 한다면 궁극적으로 산업의 발전에 가속화가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