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CK 서머 4주차가 시작할 무렵, '오너' 문현준이 LCK 무대에 데뷔한 지 500일이 지났다. 이젠 신인의 꼬리표를 떼고, 어느 정도 경험을 쌓았다고 볼 수 있겠다. 비슷한 시기에 LCK 무대에 데뷔한 '제우스' 최우제(21년 2월 3일, 107전)도 '오너'(21년 2월 21일, 148전)와 함께 하며 남다른 성장세를 보여주고 있다.

특히, 두 선수는 단기간에 T1에서 많은 경험을 했다. LCK 최다 연승 기록을 세워봤고, 해당 기록이 끊기는 경험도 해봤다. 국제 대회인 MSI에서 우승 트로피를 코앞에 두고 아쉽게 놓치기도 했다. 많은 데뷔 500일이 넘은 선수들이 경험하지 못한 다양한 경험치를 '제우스-오너'는 쌓을 수 있었다.



이런 경험 때문일까. '제우스-오너'는 이번 서머에서도 남다른 성장세를 보여주고 있다. 예전부터 초반 설계에 능하다는 평가를 T1은 첫 포탑 파괴율이 78.6%로 LCK팀 중 가장 높다. 그리고 최근 초반 설계가 탑-정글을 중심으로 이뤄진 경우가 잦았다. 탑-정글 싸움에서 '제우스-오너'가 일방적으로 승리를 거두면서 팀의 스노우 볼에 큰 힘이 됐다. 단순히 2:2 교전 승리에서 그치지 않고, 연이은 다이브나 교전으로 이어가면서 초반이 강한 T1의 중심을 잡아주는 역할을 충실히 해줬다.

T1이 보여주는 탑-정글 중심의 초반 양상은 요즘 흔하지 않다. 챔피언 내구성 패치와 포탑의 강화로 라인전 킬이나 다이브가 나오기 힘들다는 말이 나온다. 그렇지만 T1은 이런 변화에 아랑곳하지 않고 패치 이전과 비슷하게 탑에서 킬을 만들어낸다. '제우스'의 강한 라인전 압박과 시기적절한 '오너'의 합류로 가능했다. '제우스'는 탱커 대신 딜 능력까지 갖춘 챔피언을 뽑아 해당 챔피언의 장점을 제대로 살렸다. 특히, 지난 DRX전에서는 피오라를 뽑아 2:2 구도에서 모두 성과를 내는 인상적인 장면을 연출해냈다.


지표 역시 두 선수의 이런 플레이에 손을 들어준다. 특히, '제우스'는 공격에 관한 지표가 선명하다. 상대적으로 어린 선수 특유의 피지컬과 공격성을 잘 살리는 게 드러난다. '제우스'는 10세트 이상 출전한 LCK 탑 라이너 중 많은 부분에서 지표가 가장 좋다. 평균 킬(3.8), 분당 골드 획득(443), 킬 관여율(68.6%), 팀 내 대미지 비중(28.6%), 분당 대미지(597)라는 지표가 말해주듯이 공격면에서 최고를 자랑한다고 할 수 있다. 거기에 정글러 중 경기당 평균 킬에서 '피넛'과 함께 공동 1위(3.1회)를 달리는 '오너'가 가세한다. 그렇게 T1은 요즘 탑-정글에서 많은 킬과 대미지를 뽑아내고 있다.

단순히 공격력만 뛰어나다고 잘한다고 평가할 순 없는데, 두 선수는 생존에서도 극한의 플레이가 가능했다. 아래 영상처럼 끝까지 딜을 넣을 수 있을 만큼 넣은 다음, 살아남아 전투를 마무리하는 장면이 최근 경기에서 이어졌다. 생존과 뒤를 생각하는 플레이까지 겸하는 게 가능하다.



탑-정글의 이런 활약은 최근 T1에게 큰 힘이 되고 있다. 최근 T1은 봇 라인전에서 손해를 보고 출발할 때가 있는데, 그럴 때마다 탑-정글에서 성과를 내면서 경기 전반의 균형을 맞출 수 있었다. 이제 경력 1년이 좀 넘은 선수들이 팀이 흔들릴 때 중심을 잡는 역할까지 가능해졌다. 그리고 다른 팀원들이 중반 이후 활약할 수 있는 구도를 만들어갔다.

그렇게 '오너-제우스'는 '성장'이라는 단어를 가장 이상적으로 실현해나가고 있다. 두 선수는 T1 아카데미에서 출발해 롤더넥스트-아카데미 시리즈를 경험한 뒤, LCK CL이 아닌 LCK에 바로 올라섰다. 경기 내에서도 남다른 합을 보여주는데, 합과 관련해 '오너'는 "예전부터 같이 해왔던 선수라 지금 같은 호흡이 나올 수 있다"고 답하면서 함께 긍정적인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

아직 두 선수에게 갈 길은 남아있다. 당장은 전승으로 1위를 달리고 있는 젠지전부터 시작해 크게는 아쉽게 놓친 국제 무대 트로피를 들어 올려보고 싶을 것이다. 최고의 자리에 도달하기 위해서 '제우스-오너'는 함께 성장의 길을 걸어야 한다. 그리고 만약 최고의 자리에 서게 된다면, 그 과정에서 혼자서는 볼 수 없는 무언가를 둘이었기에 발견하지 않을까 싶다.



■ 2022 LCK 서머 스플릿 정규 시즌 18일 차 일정

1경기 젠지 e스포츠 VS T1 - 7일 오후 5시
2경기 광동 프릭스 VS kt 롤스터

이미지 출처 : 라이엇 게임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