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시즌을 앞두고, LCK 중계진 라인업에 큰 변화가 생겼다. 중고 신인, 선수·감독 출신, 경력자 등 다양한 색깔의 해설 위원들이 새롭게 합류한 거다. 그 중 고수진-임주완 해설은 하부 리그나 해외 리그 쪽에서 오랜 기간 활동하며 차곡차곡 경력을 쌓아온 업계 베테랑이다. 덕분에 LCK는 처음이지만, 능숙하고 개성 있는 중계로 호평을 받고 있다.

인벤은 LCK 스프링 정규 시즌이 한창 진행 중인 3월 초, 고수진 해설과 임주완 해설을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LCK에 새롭게 합류하고, 적응해나가고 있는 두 해설의 삶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된 인터뷰는 현재 CK 스프링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팀과 선수들 이야기로 자연스레 흘러갔고, 다시 해설의 삶으로 돌아오면서 마무리됐다. 다양한 주제로 꽉 채운, 알찬 인터뷰를 지금 바로 공개한다.

※인터뷰는 3월 2일 LCK 경기 전에 진행되었습니다.


Q. 안녕하세요. 먼저, 간단한 소개와 인사 부탁드려요.

고수진 해설 : 안녕하세요. 해설 고수진입니다. 저를 아셨던 분들은 아마 CL에서부터 보셨을 텐데, LCK 올라와서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임주완 해설 : 안녕하세요. '포니' 임주완입니다. 해외 리그 중심으로 중계를 진행했었는데, 올해는 LCK 스프링 해설 및 분석데스크를 맡고 있습니다.


Q. 스프링 개막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7주 차네요. LCK 해설의 삶은 어떤가요?

고수진 해설 : 해설을 하는데 있어서 열정적으로 다가설 수 있게 된 것 같아요. 그리고 뭐랄까. 자기 관찰을 좀 많이 해요. 내가 잘하고 있는 게 있나, 못하고 있는 게 있나. 그러면서 계속 발전하고자 노력하고 있어요. 부담도 되다 보니까 들어갈 때마다 좀 많이 떨립니다. 여전히 손이 덜덜 떨릴 정도로 떨려요(웃).

임주완 해설 : 그동안은 해외 리그 위주로 활동하다 보니까 약간 인터넷 방송 느낌이 강했어요. 그런데, 롤파크는 선수도 있고, 팬분도 꽉꽉 차있기 때문에 색다른, 경험해보지 않은 환경이라 거기서 오는 즐거움과 긴장이 공존하는 것 같아요. 또, 일정도 타이트해지다 보니까 이전과는 일의 강도가 조금 달라요. 현재로서는 굉장히 만족하고 있고, 다만 아직 고쳐나가야 할 부분들이 많다고 생각해서 배워가고 있습니다.


Q. LCK에 합류하기 전에 상상했던 것과 비교해보면 어때요? 예상한 대로 흘러가고 있나요?

고수진 해설 : 확실히 재미있어요. 모든 중계가 다 재밌지만, LCK는 정말 많은 사람의 입에 오르내리는 상황이라 다양한 의견들이 있잖아요. 그런 것들을 보는 게 재미있어요.

임주완 해설 : 아무래도 생각했던 것만큼 여러 가지로 견뎌야 되는 것들도 있고, 일 자체도 어려운 측면이 있어요. 그러다 보니까 생각했던 대로 힘든 것 같아요.


Q. 처음 제안이 왔을 때는 어땠나요? 책임감이 큰 자리라 고민이 됐을 수도 있고, 무조건 잡아야 하는 기회라고 생각했을 수도 있을 것 같은데요.

고수진 해설 : 고민조차 안 했죠. 무조건 하겠다는 생각이었습니다. 저는 그런 생각도 들었어요. 좀 오래 걸렸다. 임주완 해설도 그렇고, 저도 해설을 한 지가 햇수로 따지면 한 9, 10년 차 되거든요. 여기까지 오는데 오래 걸렸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던 것 같아요. 무조건 한다는 마인드였고, 무엇을 하는지, 몇 번을 하는지는 사실 중요하지 않았어요.



Q. LCK에 합류한다는 것 자체에 의의를 두셨던 거네요.

고수진 해설 : 꿈의 무대잖아요. 목표가 1단계, 2단계, 3단계 이렇게 쌓여져 있다고 보면, 맨 끝자락에 있는 게 LCK죠. 조금 더 디테일하게 들어가면 , 결승 무대에 서보는 것. 그런 목표가 아직 남아있을 수 있겠네요.


Q. 임주완 해설은 어떠셨나요?

임주완 해설 : 저는 새로운 도전이나 큰일 같은 걸 피하는 경향이 있었는데, 작년 말에 생각이 좀 바뀌면서 다양한 유형의 방송에 나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어요. 그런 와중에 제안이 왔어요. 타이밍이 되게 좋았던 거죠. 사실 고민을 약간 하긴 했어요. 내가 이걸 소화할 수 있을까. 내가 이거에 맞을까. 근데, 제가 작년에 '도망치면 하나를 얻고, 전진하면 둘을 얻는다'는 말을 들었어요. 좋아하는 말인데, 그래서 일단은 하고 생각하자는 마음으로 고민 짧게 하고 바로 수락했습니다.


Q. 너무 개인적인 게 아니라면, 생각이 바뀌신 계기를 들어볼 수 있을까요?

임주완 해설 : 게임 관련 방송이라는 게 자유롭게 프리토크를 하는 형태의 방송도 있고, 중계처럼 템포를 쭉 따라가면 되는 것도 있고, 혹은 진행 같은 것도 있잖아요. 근데, 그런 여러 가지 중에 제가 해본 건 중계밖에 없다는 걸 어느 날 깨닫게 된 거에요. 계속 이런 쪽으로 일을 할 거면 어설플 수는 있어도 기회가 되는 대로 다양한 일을 해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죠.


Q. 좋은 타이밍이었네요. 두 분 모두 다양한 플랫폼에서, 다양한 대회를, 다양한 방식으로 해설한 경험이 있으시잖아요. 아까 현장감에 대해서 언급해주시기도 했는데, LCK만의 특징이나 차별점은 또 어떤 게 있나요?

고수진 해설 : 제일 중요한 건 선수들의 경기력 자체가, 그 퀄리티가 남다르죠. 저는 안 좋은 버릇 중에 그런 게 있었어요. 제가 게임을 좀 오래 했다 보니까 아는 것들이 보이면 약간 훈수 같은 걸 하려는 경향이 있었거든요. 2부 리그나 3부 리그를 해설 할 때요. 근데, LCK는 높은 수준이 나오다 보니까 그런 나쁜 버릇이 안 나올 수 있는 것 같아요. 보면서 진짜 감탄할 만한 플레이를 보면, 자연스럽게 감탄사가 나오는 그런 느낌이 굉장히 좋아요.

임주완 해설 : LCK는 팬분들의 열정이 제일 큰 무대예요. 현장에 정말 많은 분들이 계시잖아요. 선수들은 원형 콜로세움 같은 구조에서 시선을 다 받아내고 있는 거고요. 저희 중계진은 관객분들을 바로 등지고 앉아 있는데, 정말 큰 환호가 나올 때는 헤드셋을 뚫고 들어오는 경우가 있어요. 그런 것들이 주는 전율, 몰입감. 그런 것들이 제일 색다른 것 같아요.



Q. 짧게 이야기를 나눠 봤는데도 만족도가 높은 느낌입니다. 그래도 분명 힘든 점도 있으실 테죠.

임주완 해설 : 긴장이 많이 높아요. 저는 중계가 끝나고 등이 아픈 경우도 있는 것 같아요. 너무 긴장한 채로 앉아있다 보니까요. 근데, 긴장이라는 게 스스로 풀고 싶다고 해서 풀리는 건 아니잖아요. 어떻게 보면 당연히 거쳐가야 되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고수진 해설 : 스트레스 조절을 잘 못하면 좀 많이 힘들겠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어요. 이게 가만히 있어도 몸이 아플 때가 있거든요. 그러면서 병원을 자주 가거나, 약을 좀 복용한다거나 그러고 있죠. 이 스트레스 관리를 얼마나 잘하느냐가 중요할 것 같아요.


Q. 또, 분석데스크와 중계는 어떤 차이가 있나요?

고수진 해설 : 분석데스크는 말을 정리해서 들어갈 수 있잖아요. 반면에 해설은 실시간으로 계속 말을 해야 되다 보니까 실수가 나올 때도 있고. 그런 부분에서 저는 해설이 조금 더 어려운 것 같아요. 분석데스크의 어려운 점이라고 하면, 분석데스크는 중계 중에 언급되지 않은 것, 숨어있는 것을 찾아서 보여드려야 해요. 근데, 그런 게 안 보일 경우가 종종 있거든요. 어떻게든 끄집어내려는 그 과정이 쉽지 않을 때가 있어요.

임주완 해설 : 저는 동일한 이유로 해설보다 분석데스크가 좀 더 힘들다고 느끼고 있어요. 중계진은 옵저버 화면을 따라가잖아요. 시청자분들도 그걸 보면서 경기를 관람하시고요. 그 옵저버 화면에 나오지 않은 좋은 장면들이 있다면, 저희가 집어내기가 되게 편하죠. 근데, 만약 옵저버도 게임을 너무 잘 따라갔고, 중계에서도 다 이야기가 나온 상태라면, 분석데스크에서 그걸 한 번 더 이야기하는 건 큰 의미가 없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정말 깔끔하게 한쪽 팀이 게임을 밀어버리듯 이기고 나면 이야기할 거리들이 상당히 애매해집니다.


Q. 너무 퍼펙트한 게임이 나오다 보면, 분석데스크 입장에선 그런 어려움이 있을 수 있겠네요. 그럴 때는 어떻게 하시나요?

임주완 해설 : 저는, 이건 사람에 따라 생각이 조금 다를 수는 있을 것 같은데, 프로씬으로 갈수록 상대를 한 번 떠보는 플레이의 비중이 늘어난다고 생각해요. 대표적으로 탑솔러는 턴을 빼주기 위해 상대가 오는 걸 아는데도 일부러 앞으로 나갈 때가 있어요. 근데, 그 과정에서 실수가 나오면 정말 시원하게 미끄러지기도 하잖아요. 그러면 시청자분들이 보기에는 너무 어이없는 실수로 보일 수 있는데, 그런 것들에 대해서 '이건 이 선수가 해볼 만했다' 그런 코멘트를 붙일 수 있는 거죠. 비슷하게 한타를 패배했지만, 어느 정도 근거가 있는 플레이였던 경우에는 그런 것을 이야기 해주기도 하고요.


Q. 이야기를 듣다 보니까 경기가 실시간으로 진행되는 중에 분석데스크 분들은 구체적으로 어떤 걸 하고 계시는지 궁금해지는데요.

고수진 해설 : 옵저버 컴퓨터가 있어요. 그거를 두 대 놓고서 영상을 계속 돌려봐요. 라이브 화면을 보지 않고, 계속 게임 속에서 이야기할 수 있는 것들을 찾는 거예요. 라인전을 한 5분 동안 본다거나, 아니면 정글이 뭐 하면서 돌아다니고, 캠프를 어떻게 먹나, 그러면서 와드를 어떻게 쓰나. 그런 것들을 많이 보죠.



Q. 고수진 해설과 임주완 해설이 게임 이해도가 굉장히 높은 것으로 좋은 평가를 받고 계시잖아요. 특별히 노력하고 있는 부분이 있다면요?

고수진 해설 : 저는 게임을 많이 해요. 매년 1,500~2,000판씩은 하는 것 같아요. 판수 박치기를 많이 하는 편이고, 해외 리그도 계속 관찰을 하고 있어요. 하이라이트 영상을 보다가 이 게임이 재미있을 것 같다 싶으면 풀 영상을 보고 그러면서 게임적인 부분에 도움이 될 만한 것들을 찾는 것 같아요.

임주완 해설 : 저 같은 경우는 손목 문제가 심해서 올해부터는 직접 게임하는 비중을 좀 줄였어요. 대신, 원래도 저는 해외 리그를 많이 봤어요. LEC는 메타나 플레이스타일 쪽에서 독창적인 걸 많이 하잖아요. 그리고, 되게 보기 좋은 시간대예요. LCK랑 겹치지도 않고, LCK가 끝나자마자 하고. 그래서 LEC를 많이 관찰합니다. 또, 프로게이머로 활동하고 있는 친구들에게도 도움을 받죠. 특정 챔피언 간의 구도 같은 건 그쪽에 물어보면 굉장히 직관적이에요. 그런 의견을 들으면서 최대한 새로운 패치나 메타를 따라가려고 합니다.


Q. '롤잘알'이자 LCK 전문가 두 분을 모신 만큼, 현재 진행 중인 LCK 스프링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조금 나눠볼까 합니다. 먼저, 개막 전 예상과 다르게 흘러가고 있는 것들로 이야기를 시작하면 좋을 것 같아요. 저는 일단 리브 샌드박스의 선전과 DRX의 부진이 떠오릅니다.

고수진 해설 : 보면서 기세, 자신감이라는 게 게임 내에서 정말 중요하다는 걸 느낄 수 있었어요. 연패를 하다 보면 내가 하는 플레이가 맞나,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기 시작하잖아요. 그러다 보니까 DRX 같은 경우는 부진이 더 길어지고 있는 것 같아요. 원래는 더 잘해야 하는 팀인데. 그리고, 시즌 전에 전체적으로 팀의 전력을 계산을 해보잖아요. 근데, 강팀은 생각보다 더 셌고, 약팀은 생각보다 조금 더 약했다. 그런 느낌인 것 같아요.

임주완 해설 : 아무래도 DRX와 리브 샌드박스 이야기가 제일 많을 것 같아요. 저는 리브 샌드박스는 개막 전에 약팀으로 꼽혔던 네 팀 중에서는 제일 잘할 것 같았어요. 개인적으로 '클로저' 선수와 '버돌' 선수를 높게 평가하고 있거든요. 그래서 이 선수들이 받는 평가에 비해서 훨씬 잘할 것 같다는 생각이 있었습니다. 이 정도로 잘할 줄은 당연히 몰랐고요. DRX는 어떻게 보면 검증된 선수들이 모여도 이렇게 어려울 수 있다는 사례 중 하나가 된 것 같아요. 물론, 쭉 못할 거라고 생각은 안 해요. 분명히 계기만 있으면 더 올라올 거라고 생각은 합니다.

고수진 해설 : 팀원들 간의 궁합 같은 것도 잘 봐야 하는 것 같아요. 그냥 잘한다고 해서 데려와서 무언가가 되기를 기대하기보다도, 각자 성향이 있잖아요. 바텀 같은 경우는 라인전을 공격적으로 하느냐, 수비적으로 하느냐 그런 게 될 수 있고. 그런 것들에 대해서 심도 있게 고민을 해봐야 하는 상황이라는 생각이 좀 들었어요.

임주완 해설 : 그리고 개막 전에 농심 레드포스랑 광동 프릭스 이야기도 굉장히 많이 나왔었잖아요. 저는 두 팀이 예상보다 더 어려워할 것 같았는데, 광동의 게임을 휘어잡는 초반 흐름이라든가, 농심이 가지고 포텐이 상당한 것 같아요. 그래서 새롭게 뜨는 선수, 혹은 뜰 수 있는 선수를 과감하게 기용하고, 생각보다 더 잘해나가고 있어서 그런 것도 좀 의외였어요.


Q. 그러고 보니까 고수진 해설은 개막 전에 광동을 약간 미셨던 걸로 기억해요.

고수진 해설 : 저는 광동이 더 잘할 거라고 생각했어요. 지금보다도. CL에서 활약했던 선수들이 있다면, 광동 선수들은 그 안에서도 더 빛이 나던 선수들이었거든요. 그래서 기대감을 가지고 응원을 많이 했죠. 근데, 최근 보면 좀 어려워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 빨리 자신감을 되찾고, 폼을 찾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많이 들어요.



Q. 최근에는 약간의 과도기를 겪고 있는 듯 보여요.

고수진 해설 : 그래서 약간 그런 부분을 보시면 좋을 것 같아요. 경기 결과만 놓고 보면, 25분에만 게임이 터졌다고 볼 수 있겠지만, 광동처럼 공격적으로 무언가를 만들려 하지 않으면 35분 버틸 수는 있어도 절대 못 이겨요. 그런데, 시도를 함으로써 결과가 바뀔 가능성이 생기는 거죠. 부러지더라도 칭찬할 부분이 있어요. 계속 그렇게 시도하는 모습은 되게 좋고, 그게 완성이 되면 결과로 따라올 거니까 방향은 맞지 않나 싶습니다.

임주완 해설 : 저도 광동이 지는 타이밍이 굉장히 빠르게 넘어간다는 느낌은 받아요. 벌어놓은 것들이 한 번에 사라진다고 해야 되나요. 근데, 결국 거기까지 벌어가는 과정이 중요한 거예요. 본인들이 과격하게 하는 게 있으니까 버는 것도 있는 거잖아요. 성장의 과정을 잘 견뎌내기만 한다면 더 올라갈 수 있다고 봐요. 광동 같은 팀이 신인 위주로 이루어진 팀의 모범적인 사례라고 볼 수도 있을 것 같아요.


Q. 아까 강팀은 생각보다 더 잘한다는 말씀도 하셨는데, 대표적으로 1위를 달리고 있는 T1이 될 수 있겠죠. 시간이 지날수록 경기력이 파괴적으로 더 올라오는 느낌이에요.


고수진 해설 : T1의 게임을 보면 힘을 아껴 놓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아요. 그래서 세트 패배를 기록할 때도 있고, 초반에 힘들다가 역전하는 흐름도 있죠. 근데, 그 모든 것들이 그냥 데이터를 쌓고 있는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진짜 무서운 건 메타를 만들어갈 수 있는 능력이거든요. 본인들이 새롭게 시도하고, 다른 팀들은 그걸 따라 쓰잖아요. 그럼 T1은 여기에 대해서 이미 완벽하게 이해하고 있다 보니까 또다른 카운터 전략이 있는 거예요. 제가 볼 때는 전 세계에서 제일 세지 않나 싶어요.


Q. T1의 밴픽을 보면서 어떤 생각을 하시는지도 좀 궁금해요. 메타 선도 이상의 실험적 밴픽을 굉장히 자주 시도했잖아요.

고수진 해설 : 좋은 시도라고 생각해요. 왜냐하면 결승 때 안 하면 되니까. 정규 시즌이잖아요.

임주완 해설 : 정규 시즌은 긴 마라톤이라고 생각해요. 실험적인 밴픽도 단순히 연습에서만 하는 게 아니라 실전에서도 해봐야 해요. 물론 그러다가 매치 자체를 패배하면 정말 다양한 비판이 나오겠지만, 최상위권 팀 입장에서 매치 패배가 그렇게 치명적이지는 않다고 생각하거든요. 결국에는 아래쪽이랑 어느 정도 승수 차이를 벌릴 수 있거든요. 실험적인 밴픽을 꾸준히 하는 건 훗날 가장 중요한 순간에 주어진 제한 시간 내에서 최적의 카드를 찾을 수 있는 연습이 된다고 봅니다.

또, T1 뿐만 아니라 요즘 상위권 팀이 무서운 점은 역시 밴픽 스왑이죠. 어느 지역이든 제이스, 애니, 그라가스 같은 챔피언을 라인 스왑용으로 활용하는 게 상위권 팀의 특징이에요. T1에서 '페이커' 선수가 미드 그라가스를 처음 선보였는데, 재밌는 게 이후에 유럽 쪽에서도 미드 그라가스가 나오더라고요. 그런 식으로 돌려쓸 수 있는 챔피언을 잘 쓴다는 게 상위권 팀이 차별화되는 부분인 것 같아요.



Q. 비슷한 맥락으로, 하위권 팀이 겪는 가장 큰 어려움 중 하나가 챔피언 풀이라는 최우범 감독의 인터뷰가 떠오르네요.

고수진 해설 : 이게 5개의 챔피언이 있잖아요. 그중 하나를 바꾸면 4개가 똑같기 때문에 조합 색깔이 크게 달라지지 않는 것처럼 보이지만, 승리 공식 자체가 정말 많이 변해요. 하나만 바뀌어도요. 근데, 강팀은 그걸 2, 3개를 틀어버리니까 상대하는 입장에서 머리가 아플 수밖에 없어요. 정말 중요한 건 그렇게 틀어도 거기에 맞는 공식대로 플레이해서 게임을 이긴다는 거죠. 약팀은 그런 흐름을 잡기가 더 힘들 거예요.


Q. 그렇다면 현재 상위권과 하위권을 가르는 가장 큰 차이는 챔피언 풀과 스왑 가능 여부라고 보면 될까요?

임주완 해설 : 사실 상위권과 하위권은 거의 대부분의 능력에서 차이가 나요. 근데, 챔피언 스왑을 할 수 있다는 건 결국 선수들이 라인별로 그걸 다 소화할 수 있다는 거잖아요. 제 생각에는 그런 게 선수들의 경력, 라인전 능력 등을 다 상징하는 것 같아요.

고수진 해설 : 밴픽을 보다 보면 '이 팀은 밴픽을 왜 이렇게 하지', '이 타이밍에 이게 나와야 하는데, 왜 이게 나올까' 하는 것들이 결국 이런 문제랑 연결되는 거겠죠. 근데, 그렇다고 해서 계속 똑같은 것만 하면 안 돼요. 1티어 픽이 매우 강하긴 하지만, 맨날 그것만 하다 보면 팀들이 내성이 생기거든요. 그러면 본인들 조합의 강점도 분명 사라질 거예요. 그래서 약팀도 어쨌든 계속 시도는 해야 된다는 생각이 들어요.

임주완 해설 : 아까 최우범 감독님 인터뷰 이야기를 해주셨는데, 저도 최우범 감독님 인터뷰를 보면서 위험하지 않으면서도 굉장히 솔직하다는 인상을 자주 받았어요. 약팀의 입장에서 밴픽과 관련된 코멘트도 공감이 많이 갔거든요. LCK의 역사를 보면, 약팀 중에 시도를 거의 하지 않은 팀도 분명 있었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브리온은 그런 팀이 아니에요. 스타일을 바꿔보려고 하다가 그게 안 됐기 때문에 패배나 경기력 저하가 있었고, 정비를 해서 이제 다시 또 조금씩 무언가를 시도하는 차례로 온 것 같아요. 탑에서 잭스를 적극적으로 쓴 것도 그렇고. 그런 식으로 조금씩 조금씩 고쳐나가는 과정에 굉장히 어려운 거예요.


Q. 하위권 팀 중 서머에 반등을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느낌을 주는 팀이 있다면요?

고수진 해설 : 모든 팀이 기대된다고 이야기를 해야 할 것 같아요. 광동도, 농심도 어쨌든 다 신인들이고, 브리온은 또 하위권 팀 중에 가장 활발하게 싸워주고 있잖아요.

임주완 해설 : 아무리 스프링과 서머 사이에 휴식기가 있고, 재정비 시간이 있다고 해도 결국 마무리를 나름대로 잘한 팀이 서머에도 잘할 수밖에 없을 것 같아요. 아직 남은 경기가 꽤 있잖아요. 플레이오프를 떠나서 시원하게 마무리를 하면서 그동안 쌓인 것들을 쓸어내린 팀이 서머에 더 잘하지 않을까 싶어요.



Q. 조심스럽겠지만, 이 자리에서 스프링 결승 대진도 예측해볼 수 있을까요?

고수진 해설 : T1은 워낙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으니까 한 자리는 갈 것 같은데, 사실 저희가 다 꼭 짚어서 이야기를 하는 게 쉽지 않잖아요(웃음). 좀 돌려서 이야기를 해보자면, 저는 플레이오프 대진도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예를 들어서 디플러스 기아는 초반에 좀 빠르게 가다 보니까 한화생명e스포츠 같은 팀을 만나면 조금 편할 수 있어요. 그래서 대진이 어떻게 엮이는지가 중요할 것 같아요.

임주완 해설 : 동의합니다. 또, 이번에는 패자조가 생겼잖아요. 거기서 반전이 나올 수도 있죠. 실제로 먼저 패자조가 도입된 해외 리그에서도 패배했던 팀이 패자조에서 다시 만나서 꺾고 올라가는 사례가 여럿 있었어요.


Q. 더블 엘리미네이션 도입이 큰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고 보시는 건가요?

고수진 해설 : 엄청 큰 변화라고 생각해요. 드라마틱한 기적을 쓰고 올라와서 우승을 할 수 있는 확률이 늘어나기도 했고, 또 패자 결승이 최종 결승 바로 전날이잖아요. 5판 3선을 두 번 준비해야 되는 팀 입장에선 어려움이 굉장히 크죠. 결승이라는 자리에서는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패를 다 꺼내 놓으면서 게임을 할 수밖에 없잖아요. 우승을 노리는 팀이라면 결승에 대한 밑작업을 지금부터 하고 있어야 할 것 같아요.


Q. 정규 시즌이 2주 조금 넘게 남았는데, 끝나면 화제의 올-프로 팀 투표가 기다리고 있어요. 모든 라인을 언급하긴 어려우니까 포지션과 관계 없이 '내 마음속 1등 선수'를 한 번 꼽아볼까요?

고수진 해설 : 둘이 똑같지 않을까.

임주완 해설 : 그럴 것 같은데.

고수진 해설 : '역천괴(역대급 천재 괴물)' '케리아'요. 좀 말이 안 돼요. 서포터는 피지컬이 중요하지 않다는 이야기가 있었는데, 왜 중요한지 '케리아'가 직접 보여주는 것 같아요. 또, 정말 다양한 카드를 보여주고 있잖아요. 그런 부분에서 재미도 더해주고 있다. 실력적으로나 퍼포먼스적으로나 굉장히 훌륭한 선수라는 생각이 들어요.

임주완 해설 : '케리아'가 사용하는 변칙적인 서포터가 결국 원거리 딜러인 거잖아요. 원거리 딜러를 서포터로 활용할 때는 원거리 평타 챔피언 특유의 카이팅 구도가 정말 중요한데, 그걸 소화할 수 있는 컨트롤 능력이 있기 때문에 가장 깔끔하게 쓸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러면서도 '케리아' 선수가 그런 것만으로 승부를 보고 있느냐고 물어보면 아니거든요. 시야 장악도 굉장히 탄탄하고, 게임의 전반적인 흐름도 잘 읽어요. 플레이는 저돌적이지만, 그렇다고 흥분해서 게임을 그르치는 느낌도 아니에요. 그래서 모든 면에서 꽉 찬 평가를 받을 수 있다고 봐요.



Q. 또, 올-프로 경쟁이 특히 치열할 것 같은 포지션은 어디일까요?

임주완 해설 : 탑이요. 언급되는 선수들이 워낙 쟁쟁해서 서드까지 경쟁이 심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고수진 해설 : 저는 원딜 쪽에서도 눈에 띄는 선수가 되게 많다는 생각이라 고민이 크지 않을까 싶어요. '바이퍼', '데프트', '구마유시' 이런 선수들. 정규 시즌이 후반으로 갈수록 그 평가를 제대로 얻을 수 있잖아요. 그래서 아직까지는 서로 치고받는 중이라는 생각이 좀 들어요. 그래도 T1이 올-프로 경쟁에서 유리해 보이긴 해요.


Q. 반대로 아직 올-프로에 들기는 어렵지만, 정규 시즌 동안 비약적인 발전을 이룬 선수는 누가 있을까요?

고수진 해설 : 저는 '엔비-카엘'이요. 너무 잘해주고 있어요. 게임을 보면 '나는 1인분만 하겠다'는 느낌이 아니라 본인들이 신나서 2인분, 3인분을 더 하려고 해요. 그런 플레이들이 계속 매끄럽게 연결이 되고 있다 보니까 리브 샌드박스도 바텀의 힘을 통해 승리를 많이 챙겼다는 생각도 들어요. 팀적으로 긍정적인 시너지가 잘 나오고 있어요.


Q. 사실 저는 '엔비' 선수가 작년에 어려움을 많이 겪었다 보니까 올해 이 정도로 달라진 모습을 보여줄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했어요.

고수진 해설 : 스타일에 변화를 좀 준 것 같긴 해요. 그냥 마냥 받아주는 원딜이 아니라 한 번씩 들이받으면서 메이킹을 하려고 하는 모습들이 보여요. 바루스로 초시계까지 쓰면서 상대 타워 앞으로 들어갔던 장면이 기억나는데, 그런 걸 보면 확실히 변화를 많이 느낄 수 있죠. 저는 원딜은 그렇게 하는 게 맞다고 봅니다. 오버하는 플레이가 몇 번 나와도 그렇게 해야 잘하는 원딜이 될 수 있어요.


Q. 최상위권에 있었거나, 현재 최상위권으로 꼽히는 원딜 선수를 보면, 다들 그런 플레이를 기본적으로 탑재하고 있는 것 같긴 해요.

임주완 해설 : '엔비' 선수를 보면, 결국 굵직한 실수도 꽤 많았어요. 이즈리얼로 애니한테 너무 쉽게 당하는 모습도 있었고, 바루스로 저돌적으로 나가다 아군과 박자가 안 맞아 잘리기도 했고요. 근데, 그 실패에 매몰되는 게 아니라 그걸 경험으로 생각하고 넘어갈 수 있기 때문에 더 발전할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그건 팀 분위기의 영향도 클 거라고 봐요. 사실 나 혼자만 좋게 생각한다고 넘어갈 수 있는 건 아니잖아요, 팀 게임인데. 인상적인 실수가 나왔음에도 계속해서 저돌적으로 할 수 있는 선수가 결국 발전을 하는 것 같아요.



Q. 오늘 정말 많은 이야기를 나눴네요. 이제 슬슬 두 분을 보내드려야 할 시간이 된 것 같습니다. LCK로 합류하면서 새로운 발걸음을 내딛고 있는데, 앞으로 어떤 해설자가 되기를 지향하고 계신가요?

고수진 해설 : 해설로서 임팩트 있게 기억에 남을 만한 이야기들을 해주고 싶어요. 단순하게 게임만 짚어가는 게 아니라 '클템' 형처럼 재미를 주기도 하고. 그런 것들을 더 살려서 완성형에 가까운 해설이 되고 싶습니다.

임주완 해설 : 전문적인 설명도 중요하지만, 분위기를 띄우는 것도 상당히 중요해요. 경기의 흐름을 따라가면서 자연스럽게 그런 걸 배분할 수 있는 게 제일 좋은 해설이라고 생각을 하거든요. 그런 걸 소화하기에는 제가 아직 부족한 것 같아서 전문적인 포인트와 분위기를 모두 잡을 수 있는 그런 역량을 만들 수 있으면 좋을 것 같아요.

고수진 해설 : 그런 게 되게 어려워요. 게임적인 부분을 생각하다 보면 재미있는 멘트 같은 건 잊게 되고, 또 멘트에 너무 치중하면 게임과 멀어지는 이야기를 많이 하게 돼요. 연습을 많이 하는 게 결국 길이라는 생각이에요.

임주완 해설 : 둘 다 적재적소에 배치가 가능해야 하는 거죠. 특히, 말을 이어가다가 텐션이 올라갈 때 혹은 너무 몰입할 때는 말이 꼬이거나 실수가 나오기도 하잖아요. 근데, 재미있는 멘트를 하면서도 깔끔하게 말을 맺어야 하니까 벽이 꽤 높아요. 그래도 어떻게든 해야죠.


Q. 이렇게 어려운 해설자라는 길을 걸으면서 영향을 받았거나, 도움을 받은 분이 있을까요?

임주완 해설 : 저는 이번에 LCK 제안을 수락했을 때부터 제작진분들이 케어를 많이 해주셨어요. 안 그랬다고 생각하실 수도 있긴 한데, 저는 진짜 도움을 많이 받았거든요. 아무래도 제작진이 해주는 피드백이 어떻게 보면 제일 전문적이면서도, 정제가 되어 있어요. 정말 적극적으로 피드백도 해주시면서 케어해주려고 하셨어요. 제작진분들에게 도움을 제일 많이 받은 것 같아요.

고수진 해설 : 저는 CL 중계를 같이 했던 이동진 캐스터 형님이요. 제가 자신 없어 하거나, 긴가민가할 때 자신감을 많이 불어넣어주면서 피드백도 많이 주셔서 정말 많이 배웠어요. 그리고 롤모델이 있다면, '동준좌'요. 저와 결이 비슷한 느낌도 있다 보니까 보면서 많이 배웠던 것 같아요. 진짜 잘한다고 생각하고요.


Q. LCK에 합류하면서 많은 팬들과 호흡하고 있는데, 마지막으로 팬들에게 한 말씀 전하면서 인터뷰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임주완 해설 : 7주 간의 시간이 너무 빠르게 지나간 것 같아요. 시간이 지나가는 속도가 체감이 안 되기도 했고, 스스로 시간이 지난 만큼 발전을 했느냐고 물어보면 좀 긴가민가하긴 합니다. 그래도 좋은 이야기든, 나쁜 이야기든 관심 가지고 이야기해 주시는 분들 정말 감사하고요. 모두가 만족할 수 있고, 다같이 즐길 수 있는 중계를 하기 위해서 최선을 다해보겠습니다.

고수진 해설 : 저희 해설을 처음 접하신 분들은 저희가 낯설고, 어려울 수도 있는데, 긍정적인 반응을 보내주셔서 너무 감사드립니다. LCK가 새로운 것들을 많이 시도해보는 과정에서 저희가 합류했는데, 끝나고 좋은 기억으로 남았으면 좋겠어요. '얘네 정말 잘했구나' 라는 평가를 마지막에 듣고 싶습니다. 항상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