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LCK 스프링 시즌이 젠지 e스포츠의 승리로 막을 내렸다. 이번 시즌은 원거리 딜러 챔피언이 서포터로 적극 기용되는 등 인상적인 밴픽이 등장한 시즌이기도 했다.

하지만 스프링 시즌 전체 기간과 비교해 봤을 때, 플레이 오프 밴픽은 또 다른 양상을 보이기도 했다. 이는 패치에 따른 메타 변화와 한정된 플레이 오프 진출 팀의 숫자 등 여러 요인이 작용했기 때문이다. LCK 스프링 왕좌의 자리가 정해진 지금, 정규 시즌 상위 6개 팀이 진출한 플레이 오프 경기의 밴픽을 살펴보자.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역시 원거리 서포터의 몰락이다. 사실 이번 시즌은 오랫동안 바텀 라인의 강력한 견제 능력이 중요하게 작용했었다. 이에 따라 애쉬 서포터가 오랫동안 0티어로 군림 했고, 케이틀린-바루스-칼리스타 같은 원딜 서폿을 섞은 쌍원딜 조합까지 등장했을 정도다.

하지만 플레이 오프 밴픽은 달랐다. 원거리 서포터는 아이템을 포함해 지속적으로 하향되었고, 반대로 근접 서포터가 상향을 받았다. 애쉬의 경우 플레이 오프 경기가 진행된 13.5 패치에서 챔피언 본인도 하향되면서 중요도가 크게 떨어졌다. 실제로 플레이 오프 기간 애쉬의 밴픽률은 15.2%로, 정규 시즌 95.4%에 비해 크게 떨어졌다. 출전 횟수는 2회(1원딜, 1서포터)에 그쳤으며, 0%의 승률로 정규 시즌과 달리 초라한 성적표를 받았다.

이를 대신해 떠오른 챔피언은 라칸이다. 13.3 패치에서 상향을 받은 라칸은 여러 너프로 약화된 원거리 서포터를 대신할만한 카드로 주목 받았다. 특수한 궁합을 자랑하는 자야 역시 쓸만한 원딜로 뽑히며 자야-라칸 조합을 사용하는 경우도 많았다. 쓰레쉬 역시 상향 패치로 떠오른 챔피언이다. 이들은 스프링 시즌에 비해 훨씬 높은 밴픽률을 기록했을 뿐만 아니라, 승률 또한 57.1%(12승 9패, 4승 3패)로 높은 수준을 기록하며 플레이 오프 기간 중 활약한 서포터 픽이 되었다.


▲ 사라진 원거리 서포터 자리는 라칸, 쓰레쉬 같은 챔피언들이 메웠다


13.3 상향 패치 이후 사용률이 급상승한 애니는 플레이 오프에서는 밴픽률 100%(33밴, 0픽)을 달성한 유일한 챔피언이되었다. 상향 이후 뛰어난 성능으로 랭크와 대회를 가리지 않고 활약한 애니는 라이브 서버 기준 총 3회의 너프(핫픽스, 13.4, 13.7)를 받을 정도로 강력한 모습을 보여줬다.

미드-서포터를 오갈 수 있는 범용성과 LCK 경기에서도 입증된 강력한 위력은 단연 경계의 대상이 될수밖에 없었다. 심지어 13.5 패치로 진행된 플레이 오프 경기에서는 13.7 너프도 적용되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플레이 오프 기간 중 애니는 레드 진영에 사실상 밴 카드 한 장을 강요하는 챔피언이었다.


▲ 밴 비율 100%! 사실상 레드 진영에 밴 카드 1장을 강요한 애니


정규 시즌 19승 17패, 52.8%의 승률로 준수한 활약을 펼쳤던 탈리야는 플레이 오프 기간 중 0승 8패, 0%의 승률을 기록하며 불운의 픽이 되었다. 특히 플레이 오프 경기에서 탈리야를 사용한 '비디디', '쇼메이커', '제카'는 모두 정규 시즌 탈리야로 좋은 승률을 기록(승률 80%, 75%, 100%)했던 만큼, 플레이 오프에서 1승도 거두지 못한 탈리야에게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었다.

한편, 정규 시즌에선 미드로 주로 기용 되었던 그라가스는 플레이 오프 기간 중 탑 라인으로 더 많이 사용된 챔피언이다. 그중에서도 스프링 우승을 차지한 젠지는 정규 시즌부터 미드 그라가스 대신 탑 그라가스로 재미를 본 케이스다. '도란'은 정규 시즌 탑 그라가스로 2승 0패, 플레이 오프 기간 중 3승 0패를 추가하며 도합 5승 0패, 승률 100%를 달성했다. 특히 가장 중요했던 T1과의 결승전에서 2승을 따내고, 밴 카드까지 뽑아낸 탑 그라가스는 젠지의 행운의 픽으로 활약했다.


▲ 탈리야가 불운의 픽이라면 '도란'의 그라가스는 행운의 픽! (영상 출처: LCK 유튜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