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1이 12일 부산 사직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23 LoL 월드 챔피언십(이하 롤드컵)' 4강에서 최대 난적으로 꼽힌 징동게이밍을 제압하고 대망의 결승에 진출했다. 우승 후보로 꼽히던 징동게이밍이었던 만큼 힘든 싸움이 될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었으나, 한층 더 단단해진 밴픽과 경기력을 바탕으로 3:1 승리를 거뒀다.

경기 종료 후 인벤과의 인터뷰에 응한 '구마유시' 이민형은 생각보다 덤덤한 모습이었다. 오히려 기자를 포함한 LCK 관계자들의 표정이 몇십 배는 더 밝아 보였을 정도. 이유는 있었다. 아직 결승전이 남아있기 때문에 적당한 온도의 기쁨을 누리는 중이었다.

그러면서도 인터뷰 내내 특유의 재치와 자신감은 잃지 않았다. 숨은 MVP로 밴픽서 결정적 수를 던진 자신을 꼽았고, '페이커'의 슈퍼 토스에 자신의 초시계 세이브를 한 숟가락 얹었다. 마지막 순간에는 인터뷰에 쓰일 사진의 포즈를 부탁하자 앞장서서 활 시위를 당기기도 했다.

다음은 '구마유시' 이민형과의 인터뷰 전문이다.


Q. 정말 기분 좋은 승리일 것 같다. 어떤가.

기분 좋다. 근데, 지금 너무 많이 기뻐하기에는 아직 결승이 남아있으니 적당히 좋아하고 있다. 팀원들도 작년 결승에서 무너진 기억이 있어서 아직은 신내지 않으려는 느낌이 있다. 승리 자체에는 다들 기뻐하고 있다. 뉴진스를 보러 가는 것에 기뻐하는 선수도 있었고(웃음).


Q. 이번 징동전을 준비하면서 팀적으로 어떤 부분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나.

일단 모든 밴픽이 중요하다고 생각을 했다. 우리가 장점이 있는 부분을 최대한 살려서 밴픽 구도를 짰다.


Q. 여러 관계자들이 바텀 구도를 관전 포인트로 꼽았는데.

바텀에서 되게 다양한 픽들이 나오고 있고, 그런 게 나왔을 때 그것에 의해서 게임이 결정되는 상황도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다들 바텀이 중요하다고 말씀을 하시는 것 같다. 부담은 없었다. 우리 바텀이 더 잘하고, 사용할 수 있는 게 훨씬 많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오히려 좋다고 생각했다.


Q. 이전 경기였던 웨이보 게이밍과 BLG의 4강전에서는 투원딜 맞대결이 나오기도 했다. 사실 T1이 제일 잘하고, 제일 좋아하는 구도이지 않나. 보면서 어떤 생각을 했는지 궁금하다.

'조금 과하지 않나' 이런 생각을 했다(웃음). 우리가 저걸 먼저 하긴 했지만, 저 정도까지는 생각 안 했던 것 같은데, 이런 느낌이었다. 만약 결승에서 만나게 되면 어떤 구도로 짜야 될 지를 좀 생각했고, 우리가 더 잘하고 자신 있어 하는 구도니까 호재라는 생각도 했다.


Q. 앞서 이야기 했듯 T1은 스위스 스테이지부터 결승에 오르기까지 바텀에서 정말 다양한 픽을 활용했다. 혹시 여전히 보여줄 카드가 남아있나.

아직도 조금 남아있다. 상황에 따라 정말 어떤 것이든 다 쓸 준비가 되어 있는 것 같다.


Q. 오늘 다섯 명 모두 정말 좋은 경기력을 뽐냈다. '구마유시' 선수가 생각하는 이번 시리즈의 숨은 MVP는?

전체적으로 다 잘하긴 해서... 나를 뽑아도 되나?(웃음) 다들 아실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잘한 것 같다.


Q. 어떤 부분을 어필하고 싶나.

겉으로 보여지는 경기력도 좋았고, 내부적인 것들도 좋았다고 생각한다. 콜을 열심히 했다거나, 밴픽에서 약간 결정적인 수를 던진다거나.


Q. 어떤 수를 던졌는지 물어봐도 될까.

3, 4세트 원딜을 고르는 상황에서 의견을 좀 강하게 냈던 것 같다.


Q. 개인적으로 마지막 세트의 영혼 한타가 인상적이었다. 제리-아트록스를 상대로 1대 2을 완벽하게 해냈다.

'룰러'의 제리가 악명이 정말 높지 않나. 그런 '룰러'의 제리를 잡을 수 있어서 매우 기뻤다. 사실 지금 제리라는 챔피언 자체가 그렇게 많이 좋지는 않다고 생각해서 어떻게 보면 쉬운 각이었던 것 같다.


Q. 그간 '구마유시' 선수는 '룰러' 선수에 끊임없이 도전했지만, 결국 그가 정상에 오르는 걸 지켜봐야 했다. 그런데, 가장 높은 곳에서 그랜드슬램이라는 영광의 타이틀을 노리고 있던 '룰러' 선수를 꺾었다. 의미가 남다를 것 같은데.

개인적으로 원한들이 조금 있었기 때문에 매우 통쾌하다. '룰러' 선수에게는 안타깝지만, 나도 내가 걸어가야 할 길이 있지 않나. 기분 좋다.


Q. 오늘 다양한 명장면이 나왔는데, 아무래도 최고 명장면 하나를 꼽자면 3세트 슈퍼 토스다. 실시간으로 보면서 어떤 생각이 들었나.

정말 통쾌한 한방이었다고 생각한다. 3세트를 이긴 게 시리즈 내에서 엄청나게 큰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해서 '페이커' 이상혁 형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또, 그 한타 때 초시계 핑퐁을 한 칼리스타도 잘했다고 칭찬해주고 싶다.


Q. 그 한타를 이기고 바로 경기를 끝낼 수 있을 거라 예상했나.

한 번 정도 콜이 갈리긴 했는데, 이내 끝낼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지고 나아갔다.


Q. 결승전 상대는 양대인 감독의 밴픽 비틀기가 장기인 웨이보 게이밍이다.

상당히 까다롭고 귀찮을 것 같다. 그래도 우리가 밴픽 정리를 한 단계 앞서서 하고 있고, 비트는 구도가 나왔을 때 우리 팀의 피지컬이 더 좋다고 생각한다. 잘할 수 있을 것 같다.


Q. 4강의 관전 포인트가 바텀이었다면, 결승전에서는 시청자 입장에서 어떤 점을 주의 깊게 살펴보면 재미있을까.

바텀은 여전히 중요하고, 전 라인이 다 중요하겠지만, 아무래도 '더샤이' 강승록 대 '제우스' 최우제의 매치에 많은 사람들이 주목할 것 같다. 나 역시 탑에서 변수가 좀 있을 것 같다. '더샤이' 선수가 그레이브즈 같은 픽도 보여줬기 때문에 조심해야 한다.


Q. 현재 T1은 조금만 과장하자면, 모든 LCK 관계자와 팬들의 유일한 희망이자 기쁨이다. 그들을 위해 마지막 한 마디 부탁한다.

한국에서 열리는 롤드컵이고, 한국의 유명한 아이돌분들이 와서 공연도 한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꼭 우승하겠다.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