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게이머 1세대로 폭풍 저그라는 별명을 그대로 계승한 제닉스 스톰팀을 이끌고 있는 홍진호 감독, 영웅이라는 칭호와 함께 이제는 프로토스가 아닌 나진 e -mFire 팀을 구할 영웅으로 새롭게 지휘봉을 잡게 된 박정석 감독 등 기존 e스포츠 팬들이라면 이름만 들어도 반가운 선수들이 리그오브레전드에 다시 등장하여 많은 e스포츠 팬들에게 높은 관심을 받고 있다.


▲ 다시 돌아온 레전드, 나진 e-mFire 의 박정석 감독과 Xenics Storm의 홍진호 감독

여기 반가운 이름이 하나 더 있다. 박정석, 홍진호 선수와 함께 한 시대를 호령했던 "퍼팩트 테란" 서지훈 선수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서지훈 선수는 플레잉 코치 생활을 끝으로 다른 게임이나 지도자의 길이 아닌 프로게이머 최초로 모기업에 정식으로 취직하여 스포츠 마케터로 활동하며 새로운 길을 개척하고 있다. 


▲ "퍼팩트 테란"으로 수많은 활약을 보여주며 프로게이머 최초로 기업에 입사한 서지훈 선수

많은 사람의 이목을 주목시켰던 이번 CJ 엔투스의 거품게임단 영입과 리그오브레전드 정식 프로팀 창단에 숨은 공로자로 팀 창단에 정말 큰 역할을 하며 다시 한번 e스포츠 팬들에게 소식을 전해온 서지훈 선수.

이번 인벤 명사 인터뷰에서는 서지훈 씨를 만나 이제는 선수가 아닌 스포츠 마케터의 입장에서 바라본 리그오브레전드에 대한 생각과 CJ엔투스의 프로팀 창단, 그리고 선수들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 이제는 마케팅 팀 사원으로 다시 만난 서지훈씨, 이제는 선수복보다 양복이 더 잘 맞는다고.. 

리그오브레전드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를 말씀해주신다면?

결혼 후 코치생활을 하던 중 CJ 스포츠 마케팅부 입사를 결심하고 준비를 하던 차에 리그오브레전드를 접하게 되었습니다. 게임 자체가 너무 재미있고 예전에 많이 접해보지 못했던 AOS 계열의 게임이다 보니 더욱 특별한 느낌을 받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e스포츠 팬들에게는 스포츠 마케터라는 직업이 생소하게 들릴 수도 있겠습니다.

정확히는 스포츠 마케팅 팀이라는 부서의 일원이 된 것이죠. 각종 스포츠를 통해 기업의 마케팅 활동을 한다고 보시면 조금 편하게 이해를 하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CJ 게임단을 예로 들자면 실질적인 성적을 내는 것은 선수들과 스태프들입니다. 하지만 스태프와 선수들이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도록 바탕을 만들어 주는 것이 스포츠 마케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입단시킬 선수와 계약이나 시장 조사, 스폰서쉽 체결 등이 주 업무로 같은 자본과 시간을 투자했을때 가장 효율을 낼 수 있게록 하는 직업입니다. 

같이 활동하던 박정석 선수가 감독이 된 것을 보고 어떤 느낌을 받으셨는지 궁금합니다.

지금 리그오브레전드가 천천히 e스포츠화하는 과정을 살펴보면 정말 스타크래프트 초창기의 느낌과 흡사하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습니다. 스타리그 초창기에도 선수들이 여러 가지 이슈를 일으키거나 아마추어적인 면이 문제가 되었던 경우가 있었는데 그것도 다 e스포츠로 성장하는 과정의 일부분이죠. 스타 리그 때에도 이미 있었던 일입니다.

그만큼 기존 스타 리그에서 e스포츠를 경험했던 사람들이 선수들에게 축적된 노하우나 경험을 잘 전수해준다면 더 빠르게 리그오브레전드가 새로운 e스포츠로 빠르게 정착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줄 것으로 생각합니다.


▲  감독이기 전에 "선배"로 선수들에게 직접적인 도움을 줄 수 있을 것

스포츠 마케터의 시선으로 보는 리그오브레전드의 가능성을 말씀해주신다면?

지금까지는 기존  e스포츠계가 조금 침체하고 저상장 기조를 보이고 있던 시점이라 기업팀이 리그오브레전드라는 게임에 많은 관심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e스포츠를 10년간 경험한 직감도 직감이었지만 게임의 동시 접속자 수, 이번 챔피언스 결승전 관객 동원력 등 이미 데이터로서도 새로운 e스포츠 붐을 일으킬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프로게이머로 활약할 당시의 분위기와 지금 리그오브레전드 리그의 다른 점이 있다면?

일단 경기장을 찾아주시는 팬분들의 성향이 조금 다르신 것 같습니다. 스타 리그를 좋아하시던 팬분들의 경우에는 특정 선수나 구단을 좋아하는 경향이 강하고 게임을 실제로 플레이하기보다 응원하시길 좋아하시는 분들이 많았는데 리그오브레전드의 경우엔 특정 팀을 응원하기보다 게임 자체를 좋아하시고 또 많이 하시는 분들이 더 많은 것 같습니다.

리그오브레전드 리그를 찾아주신 분들은 기존 e스포츠 팬 분들과 겹치는 것이 아니라 이제 리그오브레전드로 e스포츠를 접하게 된 새로운 팬층으로 그동안 e스포츠계에서 걱정하던 신규 팬층의 영입에 대한 부분을 해결해주었습니다. 새로운 팬 분들이 찾아와서 새로운 e스포츠를 열게 된 것이지요.

이미 프로게이머 생활을 해본 경험에서 이야기한다면 어느 스포츠나 마찬가지이겠지만 팬들이 많은 곳에서 경기를 하는 것은 선수 자신에게도 정말 기쁜 일입니다. 결승전이나 4강 경기 같은 중요한 경기가 아니더라도 항상 많은 분이 찾아오셔서 경기장이 만석이 되는 것은 현재 e스포츠 시장에서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생각합니다.


▲ 일반 경기에서도 수많은 인파로 만석이 되는 용산 경기장 

이제 완벽하게 회사에 적응하고 있는 직장인이지만 그래도 가슴 속엔 무한한 게임 본능(?)을 가지고 있는 서지훈씨. 회사원이 디되고 나서 리그오브레전드는 얼마나 즐기고 계신지도 물어보았습니다.

평소에 집에서 리그오브레전드를 하신다면 얼마나 플레이 하시나요?

예전에는 점수가 보이더니 요즘에는 점수가 안보이더라고요.(웃음) 아무래도 직장 생활과 가정에 집중하다 보니 이전만큼 게임을 자주 하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프로게이머라는 특수한 환경에서 지내다 이제는 평범한 직장인 생활을 하게 된 저에게 리그오브레전드는 직장 생활의 한줄기 낙 중 하나입니다.물론 랭크 게임을 하다 보면 게이머 출신이라 승부욕이 있다 보니 스트래스가 더 쌓이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웃음)

게이머로서 조금 도전해보고 싶은 생각이 들지는 않으신가요?

사실 선수로서나 스테프으로서는 별다른 관심이 없습니다. 그보다 더 좋은 가능성을 가진 선수들을 발굴하는 것이 제가 할 일이라고 생각하고요. 하지만 직장인 리그가 있다면 팀을 짜서 반드시 출전하고 싶습니다. 우승을 목표로 말이죠!(웃음)

가끔 김동준 해설이나 다른 사람들에게 게임을 같이 하자고도 하지만 잘 안 해주시더라구요. 요즘 박정석 감독님이 리그오브레전드를 막 시작하신 것으로 알고 있는데 같이 게임을 해보고 싶기도 합니다.


▲ "박정석 감독님 정도는 어떻게 이길 수 있지 않을까요?"

즐거운 이야기가 몇 번 오간 후,  새로 창단하게 된 CJ 엔투스 리그오브레전드 팀의 선수 구성과 그에 대한 서지훈씨의 생각도 들을 수 있었습니다.

CJ 엔투스는 기존 거품 게임단의 핵심 맴버들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들을 영입하기로 한 계기가 있으시다면?

물론 직접 만나보기 전까지는 여러 가지 소문과 이슈들 때문에 거품 게임단의 영입이 줄 수 있는 효과에 대해서는 솔직히 반신반의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선수들을 직접 만나 이야기를 해보니 실상과는 다르게 게임에 대한 순수한 열정이 대단한 친구들이었습니다. 사실 저희가 선수 생활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이 열정인데 그런 면을 볼 수 있어서 저뿐만이 아니라 다른 스태프분들도 거품 게임단의 영입에 동의를 해주신 것 같습니다.

CJ 엔투스의 경우, 선수 본인이 프로게이머 생활을 할 수 있는 의지만 있다면 게임단에서 얼마든지 선수를 성장시켜줄 수 있는 시스템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기존 스타 플레이어들 보다는 약간은 모자라 보이는 원석을 발굴해서 보석으로 만드는 것이 CJ의 색깔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래서 기존 스타크래프트 게임단에서도 다른 선수들을 스카우트하는 경우가 거의 없었죠.

저도 처음 게임단에 입단했을 때는 프로로서의 소양과 자질이 부족한 부분이 많았는데 스테프의 지도를 받으면서 많이 다듬어졌던 만큼 지금 선수들에게도 그런 점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CJ의 색깔을 지닌 선수가 점점 성장해서 우승하는 모습을 보고 싶은, 10년 선배로서의 욕심도 없다고는 못하겠네요.(웃음)

▲ 이번에 정식 출범하게 된 CJ 엔투스 리그오브레전드 팀

사실 몇몇 사람들은 거품 게임단의 시드권이 큰 역할을 한 게 아니냐는 이야기도 있었습니다.

물론 게임단 입장에서는 예선 시드는 충분히 매리트가 되죠. 하지만 그것보다 거품 게임단 선수들이 그 당시에 영입할 수 있었던 아마추어 선수 중에서는 최선이라는 판단에 영입이 진행된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그 무엇보다 선수들이 프로게이머라는 직업과 게임에 대한 열의를 보인 것이 영입에 가장 큰 영향을 준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e스포츠에 몸담았던 선배이자 마케터로써 프로를 지향하는 선수들에게 조언을 해주신다면?

거의 모든 아마추어 선수들이 게임이 좋아서 열성적으로 게임을 하면서 즐기는 단계를 거칩니다. 하지만 진짜 프로가 되면 그런 단계를 넘어서 성적에 대한 스트레스와 방송 경기에 대한 압박, 단체 생활이나 규율 등으로 이전에 느껴보지 못한 여러 가지 힘든 점들이 생기게 되죠. 몇몇 분들은 이 단계에서 프로생활을 포기하기도 합니다. 저도 처음 게임단에 입단할 때는 그런 과정을 거쳤고 처음엔 매우 힘들었습니다.

저런 어러움을 이겨내야 진짜 프로가 될 수 있는데 그때 가장 필요한 것이 자기 자신에 대한 열정과 무언가를 반드시 이루어내겠다는 목표 의식입니다. 게임을 잘하고 좋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런 마음의 준비를 하고 프로게이머가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 열정과 목표의식을 가져야 프로가 될 수 있다고 말하는 서지훈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