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한상용 감독을 본 인상은 "선생님 같다." 였습니다. 인터뷰의 질문에 조용하고 낮은 목소리로 논리적인 대답을 듣고 있자니, 이 사람은 e스포츠를 직업으로 선택하지 않았다면 아마 교사가 되지 않았을까 생각했습니다.

한상용 감독은 벌써 e스포츠계에서 지낸 지 9년이나 된 베테랑 감독입니다. 스타크래프트1 팀이었던 화승 오즈시절 코치로 시작해서 이제는 LOL, 스타2 팀인 진에어 그린윙스의 감독이 됐습니다. 9년이나 됐으면 열정이 식을 법한데, 한상용 감독은 아직 열정이 불타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LOL 감독을 위해서 스타2 선수들이 연습이 끝난 새벽 2시부터 혼자 LOL을 플레이하며 공부했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 이런 감독 밑에서 지도받는 선수들은 같이 열정을 불태울 수 있는 최고의 동반자를 얻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열정이 가득한 선생님 같은 감독, 한상용 감독을 일산 근처에 있는 진에어 숙소에서 만날 수 있었습니다.


"응원할 맛이 나게 하는 팀을 만들고 싶다." 진에어 그린윙스 한상용 감독




안녕하세요, 감독님. 저희 인벤 유저님들께 간단하게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2005년부터 프로게임단 코치를 시작해서 9년째 e스포츠계에서 일하고 있고, 현재 진에어 그린윙스 스텔스, 팰컨스의 감독을 맡은 한상용입니다.



지금까지 오랜 시간 동안 스타크래프트 팀만 관리하셨던 걸로 아는데, 이제 새로운 종목인 LOL에 대한 이해도는 어느 정도 되시는지?

작년 9월부터 LOL을 조금씩 하기 시작했어요. 웅진 스타즈 이재균 감독님이 스타뿐만이 아니고 LOL에 대한 이해를 해두면 앞으로 좋을 것 같다고 말씀하셔서 그때부터 조금씩 준비했습니다.

코치를 하면서 쉬는 날이나, 선수들 연습 끝나고 자러 가면 그때 LOL을 연습했습니다. 작년에는 게임을 많이 하진 못했습니다만, 최근 많이 하는 편입니다. 현재 등급은 골드 상위권입니다. 하지만 플래티넘 이상이 목표입니다. 처음 LOL을 시작할 때, 상위 10% 안에 드는 게 목표였는데 벌써 달성을 해서요. 플래티넘에 가보고 싶습니다.



진에어 그린윙스 코칭 스태프들의 간단한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차지훈 코치는 e스포츠에서 6, 7년 일한 베테랑 코치예요. 온게임넷에서 근무하다가 SK텔레콤 스타크래프트 팀에서 1, 2군 코치를 했었습니다. 그러던 중 작년 5월부터 8게임단 코치로 합류했습니다.

김정환 코치는 2년 전에 스타크래프트 2팀인 ogs에서 선수생활을 하다가 은퇴를 한 뒤 차지훈 코치와 함께 5월달부터 8게임단 코치로 합류했습니다.

LOL 담당인 김상철 코치는 같은 ogs에서 선수로 활동했습니다. 스타리그 4강까지 진출한 경험이 있는데다가, 현재 LOL도 다이아1 상위권인 상태입니다. 게임을 상당히 잘하는 코치죠. 재미있는 게 솔로 랭크에서 저희 진에어 선수들과 자주 만납니다.

[ ▲ (좌로부터) 김상철 코치, 한상용 감독, 차지훈 코치, 김정환 코치 ]



스타크래프트는 개인 게임이고 LOL은 팀원 다섯 명이서 하는 팀 게임입니다. 선수 지도를 하는 방향이나 방법이 조금 다를 것 같은데 지금 어떤 점을 중점으로 선수들을 지도하고 있는지?

스타크래프트는 오랜 시간 동안 연습생 생활을 거칩니다. 연습생들은 게임을 하는 것뿐만 아니라 프로 마인드를 배웁니다.

LOL은 연습생 생활을 하는 선수가 많이 없고 그냥 게임을 잘하면 프로가 바로 되다 보니까 프로로서 조금 부족한 모습을 보이는 선수가 많습니다. 저희 팀도 그런 선수들이 몇 있고요. 지금 당장은 프로게이머가 지녀야 할 정신, 예절을 하나씩 알려주고 있는 단계예요.

그리고 LOL은 팀 게임이다 보니까 팀원과의 단합, 팀워크가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경기를 지다 보면 팀워크의 불화가 있을 수밖에 없는데, 그걸 잡아주는 게 코치와 감독의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떻게 보면 스타크래프트보다 더 코칭 스태프가 필요한 게임 같습니다.



현재 스텔스, 팰컨스로 활동하고 있는 구 HGD(훈수좋은날)와 ESG(잇슬립게임)은 평소에 알고 있던 팀들인가요?

HGD는 ahq korea 시절부터 경기를 쭉 지켜봐 왔습니다. ahq로서의 마지막 경기인 지난 스프링 시즌에서 12강에서 탈락하는 경기를 봤습니다.

그때 '트레이스' 여창동 선수가 인터뷰하고 있었는데, 전 스탭, 중계진 모두 당황하고 있는 상태에서 침착하게 자신들이 더 못했기 때문에 탈락하는 것이라고, 패배를 인정하는 모습을 봤습니다. 그때 정말 인상적이었고, LOL 게이머지만 정말 프로정신이 투철한 선수라는 걸 느꼈죠.

ESG는 SK텔레콤 T1 1팀에서 방출이 결정된 뒤, SK텔레콤 T1 프론트에서 협회에 연락이 왔습니다. 이 선수들이 지금 팀에서 나가게 됐는데, 혹시 팀 창단 계획이 있다면 좋은 선수들이니 한 번 영입해볼 생각이 있느냐고 문의가 왔었어요.

그래서 ESG의 주장인 복한규 선수를 만나봤는데, 이 선수가 마인드도 좋고, 긍정적이라서 좋은 팀을 꾸릴 수 있을 거로 생각했어요. 이 선수를 믿고 갈 수 있겠다고 생각했죠.



영입이 결정되고 난 뒤 선수들을 처음 봤을 때, 첫인상은 어땠나요?

스텔스(구 HGD)는 다 각자의 개성이 다 뚜렷해요. 그리고 성격이나 스타일이 게임에서 잘 플레이 하는 챔피언이랑 비슷한 느낌을 받았어요. 또 자신의 성격이 플레이에서도 그대로 묻어 나오더라고요. 첫인상은 '각자 색깔이 있는 팀'이라는 느낌이었어요.

팰컨스(구 ESG)는 스텔스보다 조금 더 색깔이 강해요. 그래서 게임을 할 때 즐기는 모습이 더 많은 것 같고, 스텔스보다 더 활발하고, 더 개성이 강하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후원이 결정되기 전에 있었던 재밌는 에피소드가 있었다고 들었는데요?


팀 창단이 결정되고 아직 숙소를 못 구한 상황에서, PC방에서 한 달 동안 연습을 했었어요. 호텔을 빌려서 잠은 거기서 자고 PC방에서 연습했었는데, 알아보는 사람이 정말 많았어요.

PC방에 사람들이 몰려들어서 전화로 "야, 복한규 있어, 훈도 있는데?"라고 친구들에게 알려서 PC방이 만원사례가 된 적이 있어요. 그때 느낀 게 LOL의 인기가 정말 대단하구나 생각했었어요.



지금까지 9년 동안 선수 관리를 하셨는데, 자신만의 특별한 선수 관리법이 있다면 하나만 소개해주세요

선수들한테 100% 완벽한 모습을 기대할 수는 없어요. 선수마다 개성이 있고, 저만의 스타일대로 밀고 나가면 반발심이 생길 수밖에 없죠. 저는 선수와 코칭 스태프 간에 가장 중요한 건 소통이라고 생각해요.

제가 옳다고 생각하는 걸 선수들에게 알려줄 때 논리적으로 해야 하는 이유를 알려주는 편이에요. 이유를 설명해줘도 선수가 납득을 못하면 기다려주는 편입니다. 그러다가 선수가 자신의 의견을 말하고 그 의견이 맞는 것 같으면 바로 수긍해줘요.

코칭 스태프는 학교 선생님 같은 역할이라고 생각해요. 학생들을 생각하고 이해하는 마음이 필요합니다. 이 학생이 당장 성적이 안 나오더라고 버리거나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믿고 인도해야 합니다.




진에어 그린윙스의 목표는 무엇인가요?

저희 팀들의 전략은 다른 팀에 비해서 강한 편이 아니라고 스스로 평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시작 단계라고 생각해요. 6개월 뒤는 챔피언스 리그에서 상위권에 드는 것이 목표고, 1년 뒤에는 롤드컵에 진출하는 게 목표입니다.



인터뷰 감사합니다. 마지막으로 인벤 유저분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인벤은 제가 새로운 도전을 위해서 배우는 곳이었습니다. 하지만 이제 직접 인벤 유저분들에게 제 소개를 하고 인터뷰를 해서 매우 영광이라고 생각합니다.

진에어 그린윙스의 감독으로서 선수들을 바르게 인도할 거고 좋은 선수로 성장할 수 있게 모든 도움을 줄 생각입니다.

그리고 팬들과 함께할 수 있는 팀이 되고 싶어요. 팬분들이 팀에게 바라는 것이 있으면 수용할 생각을 항상 가지고 있고, 팬들과 함께 즐기고 응원할 맛이 나는 팀이 되고 싶습니다. 저희 팀들을 많이 응원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