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플레이오프에서 SKT를 격파한 STX, 이제 KT롤스터를 상대로 한 플레이오프가 임박한 가운데 여기서도 승리를 거두고 결승에 진출할 수 있을까? 아니면 돌풍을 일으키는 STX를 잠재우고 KT롤스터가 웅진에게 도전장을 내밀게 될까?

과거 준 플레이오프부터 시작해 우승을 차지한 사례가 없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 사례가 단 한차례에 불과할 정도로 맨 밑바닥부터 올라가 우승을 차지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일이 아니다. KT롤스터도 SKT를 상대로 선전을 펼친 STX이기에 방심할 여유는 없다. 과연 이번 플레이오프의 엔트리 싸움은 어떤 결과로 이어졌을까? 이번에도 양 팀의 엔트리를 면밀히 분석해보자.



기복 따위는 없었다. 초반부터 후반까지 줄곧 상위권 KT롤스터, "전력 하나만은 정점"



KT롤스터는 이영호의 활약에 힘입어 1라운드부터 고공행진을 했던 팀이다. 다만 웅진이 첫 주에서는 7위에 불과했으나 갑자기 수직상승, KT를 제쳐버리고 1위를 고수하는 바람에 거기서 밀려나 2위가 되었을 뿐이다. 조직력에서는 최상위권으로 평가해도 무방하다.

KT의 원동력은 언제나 이영호였다. 이영호를 필두로 주성욱, 김대엽이 나란히 뒤를 따르고 있고, 저그라인인 임정현, 김성대, 고인빈이 엔트리를 더욱 탄탄하게 해주고 있다. 여기서 느껴지는 점이라면 팀원의 구성이나 선수의 기용에서 STX와 상당히 흡사한 면모가 있다. STX 역시 이신형을 원톱으로 프로토스들이 그 뒤를 따르는 점에서 큰 차이가 없다.

여기서 눈여겨보아야 할 점은 KT역시 포스트 시즌에 경험이 많은 팀이란 부분이다. 엔트리를 구성하거나 판을 짜는 능력이 STX보다 우위일 수밖에 없다. STX와의 엔트리를 구성할 때 이신형을 이영호로 마크해서 정면 승부를 보거나, 아니면 이신형과 이영호가 서로 엇갈리게 배치해놓고 다른 선수들의 선전을 기원하는 두 가지의 방법으로 엔트리를 구성할 수 있다. KT롤스터 코치진의 판단이 필요한 부분이다.



SKT 격파한 STX, "기세는 좋지만 어디까지?" 준PO 치르며 노출된 전력 유출 보완 시급



STX는 전통의 강호 SKT를 에이스 결정전 2번의 접전 끝에 승리를 거두었다. 에이스 결정전은 STX가 바라던 바지만, 두 번의 에이스 결정전을 통해 선수들의 피로도가 누적된 것이 문제가 될 수 있다. 체력적인 부분도 문제가 될 수 있지만 제일 큰 문제는 전력 유출이다. KT를 상대로 새로운 전략을 준비하기엔 준비할 시간이 너무나 짧았고, 그렇다고 기본기로만 누를 수 있을 만큼 KT의 전력이 결코 약하지 않다는 점이다.

KT전의 키포인트는 동족전 싸움이다. 이신형을 잡을만한 대항마로 이영호가 유력하지만, 스타리그에서 이영호를 상대로 2:0으로 물리친 만큼 맞불을 놓는다고 해도 STX입장에서는 전혀 아쉬울 것이 없다. 다만 목요일에 열렸던 스타리그 경기에서 최지성에게 일격을 받아 WCS 12연승이 끊긴 부분은 변수가 될 수 있다. 이 경기가 이신형의 경기력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면, 대체로 에이스 결정전까지 흐를경우 STX가 보다 유리하다고 볼 수 있다.

특히 SKT는 정윤종과 정명훈을 선택해서 출전시킬 수 있었지만, KT의 경우 에이스 결정전까지 간다면 이영호 밖에 카드가 없다. 이 점은 이신형에게는 희소식이다. KT의 주축선수들도 STX와 마찬가지로 프로토스들로 구성되어 있는 만큼 프프전 능력이 승부의 향방을 가를 가능성이 높다. 김도우와 변현제, 백동준의 활약이 반가운 이유이기도 하다.



지피지기 백전백승! - 플레이오프 1차전 엔트리 분석



◆1세트 - 주성욱 vs 백동준 - 밸시르 잔재
- "난 네가 나올 줄 알았지, 상대 알고도 내보낸 총력전 모드"

양 팀은 첫 세트부터 총력전에 나섰다. 양 선수는 모두 밸시르 잔재 최고 승수를 달리고 있는 상황이다. 이는 상대도 어느정도 예상을 했다는 뜻이 된다. 즉, 복잡한 엔트리 싸움과 계산보다도 서로 잘하는 선수를 내보내 실력으로 꺾어버리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말하자면 주먹 대 주먹을 내 정면 싸움을 피하지 않겠다는 의도다.

그러나 추가로 염두해 두어야 할 것은 주성욱이 단순한 '1승 카드'에 그치지 않는다. 7월 KeSPA랭킹이 8위에 달하는 선수고 이 성적은 거의 대부분 프로리그에서 거둔 것이다. 밸시르 잔재 최고의 카드가 주성욱이기도 했지만, 네오플래닛에서 5승, 나로 스테이션에서 4승을 거둔 '준에이스'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상대가 프로토스가 나올 것을 거의 확신한 양 선수인 만큼 동족전 운영 능력에서 승부가 갈릴 것이다.




◆2세트 - 김상준 vs 김도우 - 네오 플래닛S
- "압도적인 기세 김도우, 그를 저격할 김상준의 '비장의 한 발'은 무엇일까?"

STX는 2세트 엔트리에도 복잡한 승부 계산 없이 네오 플래닛에서 최고의 성적을 거두고 있는 김도우를 뽑아들었다. SKT전에서 정명훈을 역전승으로 잡아내며 감독의 기대에 부합했고, 자신감도 충분한 상태라 어느정도 예측되는 카드라 해도 상관이 없다고 판단한 것 같다. 반면, KT는 김상준을 내보내면서 변수를 만들어냈다. 김상준은 네오 플래닛에서 단 한차례 출전했고, 승을 기록한 적은 없다.

하지만 KT에서는 딱히 낼 카드가 없었다는게 문제다. KT라인 상위 3명인 이영호, 주성욱, 김대엽까지는 확실한 1승을 보장하지만, 4위 임정현은 다소 기복이 있는 상태였고 김성대, 고인빈으로 내려갈 수록 기복은 더욱 심해진다. 결국 김상준의 역할은 깜짝 카드로서 김도우를 저격할 '비장의 한 발'을 품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모든 면에서 김도우가 우세한 가운데 KT의 깜짝 카드가 성공할 것인지를 주목하자.




◆3세트 - 임정현 vs 이신형 - 나로 스테이션SE
- "이신형은 4세트에 나올 줄 알았는데, 왜 여기로 오셨나요…"

3세트에 이신형이 출전한 것은 STX가 한 수 접었다고 보는것이 지배적이다. 이영호, 이신형 모두 나로스테이션에서는 출전 빈도가 거의 없어 여기서 테란의 출전은 예상하는 것이 어려웠다. STX는 뉴커크 재개발 지구에서 이영호의 출전을 유력하게 판단했고, 이영호와 맞싸움을 벌이는 것보다는 서로 피하는 것이 좋겠다고 결정했다. 그리고 그 판단은 맞았고 KT는 나로스테이션에 저그를 내보냈다가 크게 한 방 맞은 상황이 되었다.

뉴커크 재개발 지구의 성적이 가장 좋은 임정현은 사실 4세트에 기용하는 것이 더 좋았을 수 있다. 하지만 KT에서도 4세트에 이신형이 나올 것을 확신하고 임정현 대신 이영호를 낸 것인데 엉뚱하게도 임정현이 이신형을 만났다. 그만큼 임정현이 이신형을 만나는 것은 우려했던 상황이다. 이신형이 누구인가? '저그 잡는 귀신'이라 불러도 손색이 없다. 어떤 플레이를 준비하던지 고전이 펼쳐질 것이다. 건승을 기대한다.




◆4세트 - 이영호 vs 신대근 - 뉴커크 재개발 지구
- "알고 당하는 것(?)과 모르고 당하는 것(?)은 큰 차이가 있는 법이란다."

이 엔트리는 3세트와 연계해서 생각해야 하는 부분이다. STX는 이영호 아니면 임정현을 예상했고, 예상대로 이영호가 4세트에 등장한 상황이다. 반면 KT는 이신형을 전혀 예상 못한 상황이기 때문에 두 에이스 테란이 상대의 저그 카드를 맞대응하게 된 상황이지만 다소 차이가 있다.

솔직한 심정으로 양 팀은 양쪽 저그의 패배를 기정 사실화 하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만약 저그가 '한 건' 해준다면 상황은 크게 유리해지는 것은 당연하다. 그렇다면, 임정현이 이신형을 이길 가능성과 신대근이 이영호를 이길 가능성 중에서 어느 가능성이 더 높을까, 당연히 신대근 쪽이 훨씬 할 만하다. 강렬한 공격력을 통해 스타리그 16강에서도 가능성을 보여주었던 신대근이 이영호를 잡아낸다면 당연히 STX가 훨씬 유리해질터다. 신대근의 포텐이 터질지 주목되는 세트.




◆5세트 - 김대엽 vs 변현제 - 아킬론 황무지
- "훨씬 노련한 김대엽, 그러나 프프전이라면 모른다? 승부의 분수령이 될 세트"

두 선수는 아킬론 황무지에서의 경험이 많지 않다. 프로토스전 전담카드인 변현제와 KT의 서열 3위 프로토스 김대엽의 대결은 양 쪽 모두 '할만한 대결'로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김대엽의 출전 경험이 세 배 이상이나 많은 만큼 훨씬 노련한 입장에서 변현제를 공략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프로토스전만 놓고 본다면 두 선수의 간극은 크게 줄어든다. 김대엽의 프로토스전은 12승 7패로 총 19전을 치른 반면, 변현제는 7승 6패로 13전을 치렀다. 다른 종족전의 경험까지 연장하자면 훨씬 많은 실전 경험이 있는 김대엽이지만, 프로토스전만으로는 변현제도 충분히 승산이 있다. 5세트의 경우 2:2상황에서 먼저 3점을 얻게되는 상황이 제일 많이 발생하는 세트이므로 승부의 분수령이다. 양팀 모두 반드시 잡아야 하는 세트가 되겠다.




◆6세트 - 김명식 vs 조성호 - 신 투혼
- "저그를 내느니 신예 프로토스를! 5경기 전에 끝내거나 혹은 에이스 결정전 가거나"

조성호는 STX의 2인자로서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기용이다. 신 투혼에서 가장 안정적인 기용이라면 이신형이었겠지만, 슈퍼에이스를 6세트에 배치했다간 써보지도 못하고 패배를 맞을 수도 있기에 그럴 수는 없었다. 그렇다면 2인자인 조성호가 나가는 것이 최적! 반면 KT는 김명식을 6세트에 기용하면서 다소 의이한 포석을 선택했다.

KT의 가장 좋은 신 투혼 카드는 김대엽이었지만, 아무래도 이신형의 출전 가능성을 배제하지는 못한 듯 하다. 고인빈이나 김성대 같은 저그 카드를 보유하고 있음에도 쓰지 않고 김명식과 같은 신예 카드를 기용한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현재의 밸런스 상황에서 저그가 프로토스를 만난다면 이길 수 없다라고 판단하에 이런 엔트리를 구성한 것이 제일 유력하다.

이렇게 된 이상 KT는 저그를 내느리 차라리 김명식을 내보내 조성호를 이기는 것도 좋겠지만, 그보다는 5세트전에 경기를 끝내거나 그렇지 못하면 에이스 결정전에서 승부를 가리겠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2:3상황으로 6세트에 끌려온다면 KT는 미래가 없다. 조성호를 잡기 위한 '비장의 카드'를 준비할지도 모를 일이다.




◆7세트 - 에이스 결정전 - 돌개 바람
- "이신형 vs 이영호 확정적, 둘은 '비슷한 팀이니까'"

에이스 결정전에 왔다면 STX는 '바라던 바다!' 라고 말할 수 있는 반면, KT는 '바라던 바다…' 라고 말할 수 있다. 이 둘의 미묘한 차이는 이영호와 이신형의 현재 페이스다. 이영호는 지난 GSL에서 탈락의 고배를 마시고 이신형의 시즌 파이널 우승을 지켜볼 수 밖에 없었고, '상당한 자극이 되었다.'라고 공언했다. 그런데 그 이후 어떤 결과가 있었나? 최지성에게 일격을 당하고 이신형에게 연이어 패배 당해 스타리그에서 16강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이영호가 정명훈 보다 낫긴 하지만, 현재의 기세로는 이신형에게 승리를 거둘 것이라는 장담을 하긴 어렵다. 같은 슈퍼에이스지만, 이신형보다 이영호가 더 작아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신형보다도 훨씬 많은 경험이 있는 이영호인 만큼, 큰 무대에서 의외의 변수를 만들어낼 수 있는 능력이 있는 이영호다. 이신형 또한 최지성에게 2패를 기록하며 무적과도 같은 기세가 한풀 꺾인 것도 하나의 변수가 될 전망이다.

에이스 결정전의 전통 강자 이영호와 신흥 강자 이신형의 맞대결이 플레이오프의 정점이 될 것이며 치열한 승부가 될 것임이 분명하다. 양 팀 모두 에이스 결정전까지 가더라도 서로 유리하다고 자평하는 만큼 어느 팀이 최종 승자로 기록될 지는 두고 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