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10일, 드디어 오랜만에 돌아온 스타리그의 결승전이 열린다. 전통적으로 스타리그의 우승자는 하늘이 내린다는 속설이 이번에도 적용되었다. 4강에서 이신형을 격파하는 일대 파란을 일으킨 조성주와 테란을 연파하고 결승에 오른 프로토스의 수호자 정윤종이 결승에서 맞붙게 된 것.

조성주는 당최 갈피를 잡을 수 없는 천재적인 플레이로 결승에 진출, 로열로더에 이름을 올리기 직전인 상황이다. 반면, 정윤종은 지난 시즌에 이어 이번에도 결승에 이름을 올려 스타리그 2회 우승에 도전한다. 재미있는 점은 지난 시즌 우승이 정윤종에게는 첫 스타리그 우승이었기에 '로열로더'의 반열에 올랐었다. 말하자면, 이번 대결은 '로열로더에 올랐던 자'와 '새로운 로열로더 도전자'의 대결로 더욱 흥미롭게 지켜볼 수 있게 된 것.

심지어 두 선수의 플레이 스타일은 정반대의 형태를 보인다. 조성주는 변화무쌍하고 다채로우며, 좀처럼 예상하기 어렵다. 반대로 정윤종은 일정한 패턴을 보이며 단단하고 차분하다. 프라임을 책임지는 '소년 가장' 조성주와 SK텔레콤 T1의 정신적 지주 '청년 가장' 정윤종의 대결도 흥미진진한 부분이다. 과연 이 둘의 결승 대결은 어떤 과정을 거쳐 탄생하게 된 것일까?


■ 키워드로 보는 조성주 - 천재, 괴짜, 전위적, 즉흥적… 어떤 상대를 만나도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선수



조성주의 최근 기세를 보자면 '물이 올랐다'란 표현이 적절하다. 올해 17세의 '마루' 조성주는 이번 스타리그가 생애 첫 스타리그 출전이었다. 당연히 조성주가 결승에 오를 것이라고 예상한 이도 거의 없었다. 당장 32강도 쉬운 무대가 아니었다. 어윤수, 김정우, 김유진… 모두가 녹록한 상대라고 볼 수 없었지만, 패자전에서 김정우를, 최종전에서는 김유진을 꺾으며 16강 진출에 성공했다.

김정우와 김유진을 꺾자 조성주는 진면모를 드러냈다. 16강전에서는 조성호를 상대로 2:1로 승리를 거두었고, 김영진도 2:1로 내리 격파하며 일찌감치 8강행을 확정 지은 것. 여기서부터 조성주의 날카로운 견제와 더불어 과감한 판단, 뛰어난 교전 컨트롤이 주목되기 시작했다. 마지막 황강호 전에서는 패배를 기록했지만, 8강 진출을 확정 지은 상태라 큰 의미가 있는 경기는 아니었다. 이어진 강동현과의 8강전에서는 힘싸움에서 압승을 거두며 4강에 올랐다.

그리고 결전의 그 날, 4강에서 조성주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은 당대 최고의 테란인 이신형이었다. 이신형 본인은 테란전이 제일 약하다고 말하지만, 많은 이들은 이를 '엄살'로 평가할 정도로 절대적인 기량을 뽐내는 상대였다. 누가 봐도 어린 조성주에게는 승산이 없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이게 무슨 일인가, 첫 세트를 밴시에 이은 타이밍 러시로 따내더니 두 번째 세트는 밴시에 웅크린 상대를 의료선 드랍으로 끝장냈고, 3세트는 11/11 전진 병영으로 선 더블 사령부를 가져간 이신형에게 백기 투항을 받아냈다. 4세트에서는 이미 만신창이가 된 이신형의 본진에 손쉽게 깃발을 꽂고 생애 첫 결승 진출을 이루었다.





결승에 오른 조성주를 평가하자면, 다분히 천재적이다. 16강 조성호전에서는 전진 병영을 '딱 두 판만' 연습했다고 했고, 김영진을 상대로는 '래더 위주로 연습했다'는 충격적인(?) 인터뷰를 진행했다. 이 말은 무슨 의미인가? 우리 학교 전교 1등이 "교과서 위주로 공부했어요."라고 밝히는 것과 다름이 없다.

이러한 부분까지 생각한다면, 조성주의 천재성은 차고 넘친다. 16강에서는 시즌 파이널에 가고 싶다고 밝혔던 조성주가 4강에 올라 막상 진출이 확정되자 "혼자서 멀리 유럽에 가야 하니 무섭다. 걱정된다."라고 밝혀 많은 사람을 의아하게 하기도 했다. 본래 천재들의 생각은 범인은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조성주는 어디로 튈지 모르는 괴짜며, 전위적이고, 즉흥적이다. 그가 결승에서 어떤 플레이를 할 것인지 예상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어떤 상대를 만나더라도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선수가 바로 조성주다.

어찌보면 당돌하기까지 한 이 어린 친구는 심지어 겁도 없다. 이렇게 큰 무대에서 상대에게 위축되지 않는 것은 대단한 배짱이고, 큰 이점이 된다. 이러한 요소들이 모이고 모여서 조성주를 로열로더의 문턱까지 올려놨다. 이신형을 꺾은 조성주라면 정윤종과의 결승전도 충분히 승산이 있다. 프라임의 '소년가장' 조성주가 정윤종의 단단한 운영을 격파하고 우승컵을 들어 올릴 수 있을지가 관전 포인트.


■ 프로토스의 수호자 정윤종 - 안정적이고 단단한 플레이로 테란을 제압하는 능력을 갖춘 선수




정윤종의 이번 시즌을 표현하자면 '보릿고개를 넘고 넘어 결승까지 안착한' 사례로 볼 수 있다. 사실 5월만 해도 정윤종의 기세는 나쁘지 않았다. 5월 7일, 프로리그 STX전에서 6세트에 출전해 김도우를 잡고, 에이스 결정전에서 이신형을 잡아내며 2연승을 이루었고, 이후 계속 연승을 거두며 8연승을 달성했다. 이 무렵 망고식스 GSL 32강에서 이신형에게 일격을 맞고 챌린저 리그로 떨어졌지만, 곧바로 2연승을 거두며 다시 스타리그에 복귀했다.

그러나 STX와의 프로리그 준플레이오프에서 세 번의 출전 기회를 얻고도 모두 패배한 것은 본인과 팀 모두에게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했다. 조성주가 '소년 가장'이라면 정윤종은 '청년 가장'에 비견될 법한데 이와 같은 결과는 정윤종에게 시련이 되었음을 의미한다. 16강 2차전 강현우와의 경기에서 2패를 기록하며 궁지에 몰리게 된 것도 이와 같은 사실을 반증한다.

결국, 정윤종에게는 고난의 행군만이 남아있었다. 16강 3차전에서 정명훈과의 팀킬을 '반드시 이겨야 하는' 상황으로 내몰려 심적 부담이 극대화되었다. 정명훈을 꺾고 어렵게 만든 삼자 재경기의 기회에서 재재경기까지 가는 극한 상황 끝에 어렵사리 8강에 이름을 올렸다. 이 쯤 되면 이미 만신창이가 되었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

김영진과의 8강전도 절대 순탄치 않았다. 첫 경기를 내주고 나머지 경기를 내리 이기며 분위기를 뒤집었지만, 김영진의 맵 장악능력과 유령 활용으로 정윤종의 고위 기사가 봉쇄되면서 승부는 마지막 5세트로 향하게 되었다. 여기서 정윤종은 광전사 한 기의 대활약으로 김영진의 트리플 사령부 의도를 간파한 이후 테란의 본진을 향해 총공세를 가해 김영진을 무너뜨리며 4강에 이름을 올리게 된다.

여기서 그를 기다린 것은 이번에도 테란, 최지성이었다. 최지성은 강렬한 공격력으로 강자들을 내리 연파하고 4강까지 오른 상태. 특히 이영호와 이신형을 특유의 타이밍 러시와 의료선 폭격으로 제압하고, 강현우를 힘으로 찍어누르는 강렬한 공격으로 4강에 올라 정윤종의 승리를 장담하기가 어려웠다. 하지만 최지성의 이러한 스타일은 단단한 정윤종에겐 먹히지 않았다. 4:1로 승리를 확정 지으면서 정윤종이 결승에 오르게 되었다.





정윤종의 이번 스타리그는 유난히 테란전이 많았다. 32강에서 테란이 전승을 거두며 유례없는 강세를 펼칠 때에도 정윤종이 테란만 두 명 잡아내며 연승을 끊었고, 김영진을 가까스로 잡아내면서 4강에 테란이 네 명이 되는 '비상4테'를 막은 것도 정윤종이다. 정윤종에게 막혀 4강에서 추락한 폭격기 최지성의 종족도 테란이었다. 정윤종이 단단한 운영으로 테란전에 두각을 드러내는 것은 분명하지만, 지금까지 너무 많은 테란전을 치러 전략 노출이 심각한 점이 약점이 된다.

반면, 16강 즈음에 겪었던 '암울한 시기'로 인해 겪었던 정신적 고초는 이제 모두 극복했다고 봐도 무방하다. 김영진과의 풀세트 접전 끝에 승리를 쟁취한 이후 기세가 좋던 최지성을 4:1로 잡아내면서 정신적 부담은 상당히 완화되었다.

이런 결과를 가져올 수 있었던 원동력은 탄탄한 기본기와 단단한 운영에서 나온다. 조성주의 변화무쌍한 스타일과는 정반대되는 부분이기에 정윤종의 테란전 승리공식을 결승전에서도 대입할 수 있다면, 2회 연속 우승은 충분히 실현 가능한 목표가 될 전망이다.